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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253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4.23 03:45
조회
682
추천
25
글자
22쪽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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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안델! 나는 당신을 위해 싸웠소! 그러니 이제 약속대로 클라리스와 나를 부활시켜주시오!”

“야...약속이라니...저는 동의하지 않았잖아요.”

“그럼 당신이 아니면 대체 누가 우릴 되살린다는 거야?! 그 많던 병자들은 치료해줬으면서, 왜 우리만 외면하는 거지?”

“안다바리엘, 억지 쓰지 마라! 너와 클라리스는 이미 죽은 몸이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건 법칙파괴에 해당한다. 그랬다간 에리안델의 에센스가 남아나지 않아. 지금 편하게 해줄 테니 이제 그만...”

“닥쳐! 날 만지지 마!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멋대로 언데드로 만들어놓곤 이제 볼일이 끝났으니 도로 죽이겠다고? 당신이 내 창조자라도 되는 줄 아나? 하, 웃기지 마! 그럴 줄 알고 이미 금주(禁呪)를 걸어놓았다고!”

“뭐...뭐라고? 네놈 설마!”

“타이달루크 메디치, 당신은 이제 날 제어하지 못해! 죽으란다고 곱게 죽을 내가 아니라고! 자, 에리안델. 어서 우리를...”

“...안다바리엘, 저는 펠아람의 아이를 막으러 갈 거에요. 미안하지만 당신을 부활시키는 데 에센스를 낭비할 수는 없어요.”

“웃....기지 마앗! 어서 클라리스를 되살리라고!!”

“꺄앗...!”

“어이, 당신! 그쯤 해둬. 더 이상 생떼를 쓰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뭐? 네놈은 또 뭐야? 아하, 너 리카르고를 따라온 잡배였지? 쓰레기가 어딜 주제를 모르고 설쳐? 너 같은 레인저는 백 명이 와도 안 무서워!”

“크...이 새끼가!”

“이봐요, 단장님. 단장님도 뭐라고 좀 해보라고요. 우리가 뭘 위해 언데드가 되면서까지 개고생을 했는데요? 클라리스를...공주님을 되살릴 수 있다고요? 단장님...? 그람 단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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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 방울을 기점으로 강렬한 빛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빛은 시끄러운 소음을 내지도, 그렇다고 굉장한 풍압을 동반하지도 않았다. 그저 익수 부대를 자연스럽게 통과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가장 먼저 몸집이 작은 것들이 떨어졌다. 금방이라도 에리안델을 찢어발길 듯이 쇄도하던 녀석들이 빛에 닿은 것만으로도 맥없이 추락하는 것이었다. 마치 그대로 의식이 끊어진 듯, 수십 마리의 익수가 논두렁에 곤두박질 쳤다.

짤랑...다시 방울을 울렸을 땐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익수가 무력화됐다. 첫 번째 공격엔 억지로 버텼던 것들도 두 번째, 세 번째엔 힘없이 떨어졌다. 짤랑, 짤랑.

방울을 흔들 때마다 초록의 파장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막을 수도,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었다. 방울의 사정권에 들어온 순간 그걸로 끝이었다.


“저건...? 아반케즈의 아이 때와 똑같아. 수정이 변했어. 대체 어떻게...”


가장 강력한 개체였던 드레이크를 끝으로 모든 익수가 추락했다. 수백에 달하던 자연의 군대를 정리하기까지 에리안델이 울린 방울의 횟수는 채 열 번이 안 됐다. 정규군 수천을 데려와야 상대할까말까 하는 병력을 단 1분도 안 되어 제압해버린 것이다.


-라이프스틸러(Lifestealer)...제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그녀는 질색을 했지만요. 저 빛에 닿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체력이 바닥나게 되죠. 솔직히 네크로맨시(사령술)를 연구하는 몸으로서 이걸 처음 봤을 땐 허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단지 손목 한 번 움직인 것만으로 생명을 빼앗고, 부여하는 게 가능하다니 말이죠.


메디치는 웃으며 말했다. 그의 웃음에는 체념과 허탈함, 그리고 달관이 배어 있었다.

루도는 에리안델의 힘을 보며 현재의 루프리모의 아이, 카이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폭주했을 때 그의 능력과 지금 보는 에리안델의 능력은 차원이 달랐다. 카이안의 것이 흉포하고 무자비하기 그지없다면 에리안델의 것은 고요하고 차분하게까지 느껴졌다. 물론 그렇다고 에리안델의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5년 전 레인스터에서도 이 방울이 있었다면, 모든 게 해결되었을 것을.


에리안델은 나아갔다. 하지만 나타니엘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녀와 아반케즈의 아이의 대면은 그 후 두 달이 흘러서야 이루어진다. 이유는 그녀의 본 목적이 백성의 구제라는 데에 있었다. 당시 대륙은 잦은 전쟁으로 들르는 마을마다 기아에 허덕였고, 전염병의 창궐로 도시 하나가 쑥대밭이 된 경우도 있었다.

본디 복사(Acolyte)였던 에리안델은 그런 병들고 지친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녀는 수정의 힘을 사용하여 병자들을 치료하고 새 생명을 부여했다. 이렇게 그녀가 행한 기적은 전국각지에 소문이 퍼졌는데, 그녀가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병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

나타니엘은 에리안델의 지지부진한 전진이 영 마뜩잖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재촉하려 들지도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선행을 베푸는 그녀에게서 클라리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는 것, 둘째는 익수 군단이 궤멸한 후 아무런 추가대응에 나서지 않는 아반케즈의 아이 때문이었다.

끊임없는 정복활동으로 대륙 전체를 피폐하게 만들고는 있었지만, 사실 아반케즈의 아이는 브리토리스의 입장에서 볼 땐 영웅이자 타의 귀감이 되는 장수였다. 그는 반항하는 적군은 철저히 말살하는 잔혹함을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민간인에게는 결코 손을 대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통솔하는 자연의 군대는 그 무자비한 식량소비만 제외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군대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 오히려 각지에서 약탈을 자행하는 것은 몇몇 소수 별동대와 탈영병, 패잔병의 무리였다.

이렇듯 공과 사의 구별이 확실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나타니엘은 적어도 그가 비열한 수를 쓰진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렇게 두 신의 아이의 지지부진한 대응은 얼마 후 뜻밖의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나타니엘에게는 호재로, 아반케즈의 아이에게는 악재로, 그리고 대륙 전체로 보면 두 번 다시없을 재앙으로.

두 신의 아이가 결전을 준비하는 사이, 동쪽의 대국 아스트리카에서 또 다른 신의 아이가 각성한다. 그 소년은 처음부터 살육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각성하자마자 도시 하나를 「소거」했고, 그 길로 아반케즈의 아이를 죽이러 서진(西進)했다. 물론 가는 길마다 학살을 자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소년, 펠아람의 아이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극히 적다. 케리아돌은 자신의 기억과 메디치의 기억, 그리고 다른 여러 협력자의 기억을 토대로 이 거울을 만들었지만, 펠아람의 아이에 대해서는 끝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입소문에 의해 그가 산간지방의 소작농 출신이라는 것과, 전화(戰火)에 휩쓸려 남쪽으로 피난 가던 도중 도적떼를 만나 가족을 전부 잃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는 미쳐 있었다. 미친 인간에게 칼이 쥐어졌을 때 얼마나 참혹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그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반케즈의 아이와 싸우러 가는 3주일간 10만, 그 후 리카르고에게 처단되기까지 10만. 펠아람의 아이는 총 20만 명에 달하는 실로 경악스러운 학살을 자행했다. 여기에는 민간인은 물론이거니와 그를 토벌하기 위해 구성된 군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시절의 우리는 아반케즈의 아이가 모든 악의 원흉이라고 생각하고만 있었습니다. 어리석게도...저는 물론이거니와 나타니엘도 케리아돌에게 시선을 빼앗겨 그 남자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요. 펠아람의 아이가 각성했고, 그에 의해 아스트리카 서부가 쑥대밭이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아반케즈의 아이와 결판을 낸 뒤였답니다.


펠아람의 아이는 라키시아 외곽 능선에서 자연의 군대와 대면했다. 이 전투에 대해 그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탓인지, 케리아돌이 재구성한 기억도 상당 부분 뭉뚱그려져 있었다. 그저 양자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만 추측할 뿐이다. 이날 아반케즈의 아이는 자연의 군대 반수 이상을 잃었고, 펠아람의 아이 또한 적지 않은 에센스를 소모했다.

그러나 이날의 격전은 무승부로 돌아가게 된다. 먼저 물러선 쪽은 펠아람의 아이였다. 예상 외로 강력한 대응이 부딪힌 그는 이이상 에센스를 소모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살인마였지만 결코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은 아니었다. 그렇게 펠아람의 아이가 달아나고 난 후, 미처 태세를 정비할 틈도 없이 나타니엘 일행이 도착했다.

물론 그때의 그들은 펠아람의 아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나타니엘에게 호재가 되었다고 표현한 건 이것을 뜻했다. 만약 자연의 군대가 모두 살아남아있었다면 에리안델이라 할지라도 감당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당신을 심판하러 왔습니다, 아반케즈. 항복하려면 지금 뿐입니다.”


아반케즈의 아이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아마 그는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었거나, 혹은 펠아람과의 일전으로 약화된 자신을 숨기려 했던 것 같다.

두 진영은 라키시아 성벽이 보이는 황야에서 대치했다. 아반케즈 쪽은 케리아돌을 비롯한 자연의 군대 3만, 이에 맞서는 루프리모 쪽은 단 7명이었다.

루프리모의 아이 에리안델, 그리고 그녀를 수행하던 리카르고와 그의 친구.

대마법사 나타니엘과 타이달루크.

이제는 리치가 된 그람과 안다바리엘.


“7명인가...혼자 온 그놈보다는 인간미 넘쳐서 좋군.”


아반케즈의 아이는 피로한 기색을 감추며 말했다. 사실 이 시점에서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펠아람과의 대결로 보유하고 있던 에센스를 대부분 소모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항복하지도, 그렇다고 달아나려 하지도 않았다. 그게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한편 나타니엘은 동공이 풀린 채 멍하니 있는 케리아돌에게 관심이 쏠렸다. 라이프스틸러가 단지 체력만 빼앗을 뿐이라는 걸 감안하면, 드래곤은 단연 요주의 대상이었다. 드레이크를 쓰러뜨리는 데 10번이 걸렸던가? 천년 가까이 산 그녀를 쓰러뜨리려면 얼마나 방울을 흔들어야 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람, 안다바리엘...힘들겠지만 부탁한다. 이게 마지막 싸움이 될 게다.”


“.....”


그람과 안다바리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썩어가는 가죽을 붕대로 억지로 동여맨 둘의 모습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욕망으로 불타오르는 눈동자. 귀족원이 전멸한 지금 그들의 욕망은 어디를 향한 것일까.

나타니엘의 작전은 이랬다. 자연의 군대가 비록 어마어마한 숫자이긴 하나, 에리안델의 라이프스틸러에 노출되면 대다수가 무력화될 것이다. 문제는 압도적인 생명력을 보유한 몇몇 존재들이다. 케리아돌을 비롯한 몇몇은 고대 악마에 비견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쓰러뜨리려면 라이프스틸러를 수십 번 울려야 할 터인데, 당연히 아반케즈의 아이는 그전에 에리안델을 쓰러뜨리려 할 것이다.

일행은 케리아돌 등을 상대할 거수(巨獸)처리조, 그리고 에리안델을 보호할 호위조로 역할을 분담했다. 거수처리조에는 나타니엘과 타이달루크, 그람이, 나머지는 호위조를 맡았다.


“갑니다. 아반케즈의 아이를 죽이거나, 아니면 우리가 죽거나.”


전투의 전개는 나타니엘이 구상한 것과 대부분 일치했다.

에리안델이 라이프스틸러를 사용하자 그 즉시 군대의 대부분이 의식을 잃었다. 문제는 빛에 쬐이고도 끄덕하지 않는 몇몇 거수들이었다. 나타니엘은 케리아돌의 냉기브레스를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다. 혼자 그녀를 상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이미 다른 일행도 거수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거수처리조가 무너지는 저지선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사이, 에리안델이 앞으로 나아갔다. 목표는 물론 아반케즈의 아이였다. 그러나 그 또한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십여 마리의 스톤자이언트가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거수처리조의 중과부적을 틈타 드레이크가 브레스를 날렸다.

터엉. 브레스를 막은 안다바리엘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렀다. 드레이크는 곧 라이프스틸러의 파장에 쓰러졌지만, 역시나 아반케즈를 호위하는 스톤자이언트들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비켜, 내가 상대할 테니!”


리카르고가 그녀를 밀치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4미터에 달하는, 거기다 돌로 된 피부를 가진 거인들과 홀로 맞서려는 것이었다. 쩌엉, 쩌엉. 하지만 그런 용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리카르고의 공격은 맥없이 튕겨져 나왔다. 사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투석 공격을 맞아야 쓰러질까말까 한 거인에게 칼이 들어갈 리 없었다. 거인들의 육중한 팔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칼은 물론이거니와 방패도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 괴력. 제대로 맞았다간 흔적도 없이 짜부라질 게 분명했다.

그때 초록의 빛기둥이 에리안델을 에워쌌다. 빛은 라이프스틸러가 아닌, 그녀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은 루도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엇...저거 카이안의...”


에리안델이 외쳤다.


“리카르고, 엎드려요!”


빛기둥 안에서 생성된 구체 다섯 개가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루도는 당연히 대폭발이 일어날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녀가 쏜 구체는 카이안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성질을 갖고 있었다.

상체가 완전히 사라진 자이언트들. 구체는 궤도상에 닿은 물체를 산산이 분해하고 지나갔지만, 특별히 폭발한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리카르고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에리안델의 공격으로 스톤자이언트 부대는 전멸했다. 그러나 무리한 공격은 그녀의 신체에도 부담을 준 모양이었다.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안다바리엘이 그녀의 행동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당신 미쳤어?! 수정을 사용하지 않다니...에센스 소모가 엄청나잖아!”


수정은 신의 아이의 생명이자 도구. 루도는 베른헬트 주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수정이 없어도 능력은 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힘의 방출일 뿐, 정제되지 않은 에센스의 남용은 오히려 신의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었다.


“리카르고, 어서 그를!”


기진맥진하는 가운데에도 에리안델은 손을 들어 아반케즈의 아이를 가리켰다. 리카르고는 그녀의 뜻을 즉시 이해했다.


“이 자시이익!”


그와 아반케즈의 아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이언트의 시체를 밟고 그는 도약했다. 그러나 막 아반케즈의 아이에게 결정타를 날리기 직전, 리카르고는 땅이 파도 치듯 출렁이는 걸 목격했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아반케즈의 아이가 각혈을 하고 있는 것도.


“쉬이이익!!”


아마 그때 공격을 물려 방어하지 않았더라면, 리카르고는 그대로 지네의 뱃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거대한 지네. 길이 30m는 족히 될 법한 바람 소리를 내며 주인을 보호했다. 그것은 신수(神獸)였다. 성언이 내려진 후 깊은 잠에 빠져있던 신수가 아반케즈의 부름에 깨어난 것이다.


“헉, 크...!!”


비록 막았다곤 하나 신수의 공격을 정통으로 받은 리카르고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는 재차 공격에 대비해 재빨리 몸을 굴렸는데, 지네는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달려들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야 에리안델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아무리 강공을 펼쳤다 하나 호위군이 너무 부족했다. 거기다 조금 전 무리하게 신수를 깨운 까닭인지 다른 거수들에 대한 지배가 풀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케리아돌을 흘긋 바라보았다. 신수라는 게 그 정도로 부리기 어려운 존재였나? 아니다. 처음부터 에센스가 바닥났었던 것이다. 그 증거로 그는 피를 토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많던 자연의 군대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에리안델은 지네가 공격하지 않는 부근까지 걸어갔다.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자, 아반케즈의 아이는 피식 조소했다. 이미 그의 눈은 반쯤 풀려 있었다. 그는 담담히 패배를 인정했다.


“...압도적인 차이로군.”


“당신, 어떻게 된 거죠? 이게 전부가 아닐 텐데요. 그 많던 에센스를 대체 어디다 써버린 건가요?”


그는 쿡쿡 웃었다.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네 수정...절반정도 남았군. 그 정도면 가능할지도...아니, 그래도 놈이 가진 능력이라면...”


“무슨...소리에요?”


어느새 나타니엘과 타이달루크가 다가와 있었다. 전투는 끝났다. 이제 아반케즈의 아이를 보호하는 건 신수 한 마리뿐이었다. 아반케즈의 아이는 널브러진 자신의 군대를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신기한 방울이군. 체력을 빼앗는 건가?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말 돌리지 말아요.”


“펠아람의 아이가 왔었다. 사흘 전에.”


“...에?”


그녀는 잘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곁에 있던 나타니엘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말했다.


“그래서, 그와 싸웠나?”


아반케즈의 아이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후우...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벌써 아스트리카 서부 일대는 사람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뭐...뭐라고? 그럼 펠아람의 아이가 학살을 자행하고 있단 말인가?”


“말하자면 그렇지. 너희들이 알량한 자선을 베푸는 동안, 그 자식은 신나게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고.”


그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네 번째 신의 아이가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행동이.


“우리를 기만하려고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가 각성했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벌인다는 건가?”


그러자 아반케즈의 아이는 무릎을 탁 쳤다. 그게 바로 그가 원하던 질문이었다.


“그래! 그게 문제야. 그놈이 살인을 저지르는 데에는 이유가 없어. 무슨 소린지 알겠어? 나랑 싸운 것도 단지 추후에 내가 방해될 거 같다는 이유에서였어. 그러다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느꼈는지 즉시 줄행랑을 놓더군. 이해가 가? 내 병력 반수 이상을 날려버린 다음에 말이야! 자기 목숨 아까운 줄 아는 놈이 왜 다른 사람을 죽이고 다니지? 모르겠어.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을 거라는 거지.”


“그...그런!”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었다. 그게 아니면 어느 누가 아반케즈의 아이를 이토록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나타니엘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싸움은 이겼다. 케리아돌도 무사히 풀려났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었는데...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모두가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그때였다. 지네가 한순간 거칠게 포효하더니, 그대로 에리안델에게 돌진했다. 막 놈이 그녀를 뭉개기 직전, 그람의 마법이 지네를 강타했다. 녀석은 옆구리에 불덩어리를 정통으로 맞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리카르고는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갔다. 그런데 그의 검이 아반케즈의 아이를 끝장내기 직전, 에리안델이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기다려요, 리카르고!!”


검은 그의 목을 1cm쯤 들어가고 나서야 멈췄다. 아반케즈의 아이는 입에서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마지막 객기 한 번 부려봤어. 아무리 그래도 항복하긴 싫으니까.”


그는 마음을 다잡은 듯 자세를 바르게 잡았다. 언제든 목을 내려치라는 표현이었다. 에리안델은 선택을 주저했다. 어차피 에센스가 바닥났으니 그는 곧 최후를 맞을 것이다. 그런데 무리해서까지 끝장을 볼 필요가 있을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왜 도망가지 않았나요? 그랬다면 결코 당신을 쫓지 않았을 텐데.”


그러자 아반케즈의 아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오오라로 덧씌워진 그녀의 녹색 눈동자와 이제는 빛을 잃은 그의 붉은 눈동자가 서로 마주쳤다.


“넌...루프리모의 아이로서 여기 온 거야?”


“무슨...말인지?”


“내가 싸운 이유는 내가 아반케즈의 아이여서가 아니야. 브리토리스의 장군이어서지.”


“....!!”


“처음에는 날 죽였던 인간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어. 하지만 그놈들은 이미 뒈진 지 오래인걸. 지금 내 등을 떠미는 건 브리토리스 국민들이야. 그런데....이제 와서 점령한 땅을 모두 내뱉고 퇴각하면 그들은 날 어떤 눈으로 볼까? 애매한 휴전은 패전보다 못하지. 나는...도망갈 수 없어.”


그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몸은 거수와의 전투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어차피 이미 한 번 죽은 몸. 벌어진 상처 사이로 구더기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죽으면서까지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건가?”


“어이어이, 웬만하면 ‘긍지’라는 좋은 단어도 있잖아?”


“.....”


에리안델도, 아반케즈의 아이도 각자의 믿음이 있었다. 그런 신념이 있기에 그는 스스럼없이 전쟁을 벌인 것이고, 또 그녀는 밤을 새우면서까지 병자들을 돌본 것이다. 그렇다면, 펠아람의 아이가 믿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살육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미 다음 여정은 준비되어 있었다.


“그보다 빨리 좀 끝내주지? 혼자 제멋대로 죽어버렸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나는...명예롭게 죽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에리안델은 처연하게 눈을 감았다. 그녀도 전쟁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게 그가 바라는 최후라면야...

나타니엘은 그녀가 고개를 가로젓지 않는 걸 보고 리카르고에게 손짓했다. 그는 천천히 검을 위로 올렸다. 막 목을 베기 직전, 아반케즈의 아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너희들, 펠아람의 아이와 싸울 거야?”


리카르고는 담담하게 답했다.


“...아마도.”


“그래. 그럼 나한테 고마워해야겠네.”


써컹. 그걸 마지막으로 다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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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5) +6 15.05.10 748 22 15쪽
240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4) +1 15.05.10 786 22 17쪽
239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3) +2 15.05.10 880 21 17쪽
238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2) +1 15.05.10 769 24 13쪽
237 람의 계승자 - ep.5 - 까마귀가 우는 밤(1) +4 15.05.09 880 24 28쪽
236 람의 계승자 - ep.5 - 왕하직속뭐시기(1) +3 15.05.09 915 23 21쪽
235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7) +2 15.05.09 1,008 24 18쪽
234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6) +5 15.05.08 1,023 28 24쪽
233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5) +2 15.05.08 886 23 24쪽
232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4) +2 15.05.08 902 22 26쪽
231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3) +2 15.05.08 894 24 19쪽
230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2) +2 15.05.08 759 23 24쪽
229 람의 계승자 - ep.5 - 승리 뒤에 오는 것들(1) +5 15.05.07 770 25 19쪽
228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0) +2 15.05.07 891 23 24쪽
227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9) +1 15.05.07 813 21 24쪽
226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8) +4 15.05.06 732 26 22쪽
225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7) +2 15.05.06 977 24 29쪽
224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6) +3 15.05.06 803 23 28쪽
223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5) +4 15.05.05 931 26 24쪽
222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4) +2 15.05.05 762 23 23쪽
221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3) +1 15.05.05 643 22 15쪽
220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2) +2 15.05.05 772 24 18쪽
219 람의 계승자 - ep.5 - 빗속으로(1) +4 15.05.05 686 23 15쪽
218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4) +2 15.05.05 922 24 23쪽
217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3) +3 15.05.04 936 22 23쪽
216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2) +2 15.05.04 868 22 21쪽
215 람의 계승자 - ep.5 - 사냥감의 반전(1) +1 15.05.04 775 24 20쪽
214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5) +2 15.05.04 710 24 15쪽
213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4) +2 15.05.04 720 25 23쪽
212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3) +3 15.05.03 846 29 18쪽
211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2) +3 15.05.03 764 22 23쪽
210 람의 계승자 - ep.5 - 부조리(1) +2 15.05.03 854 23 20쪽
209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7) +5 15.05.03 795 28 25쪽
208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6) +2 15.05.03 894 24 22쪽
207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5) +4 15.05.02 938 29 21쪽
206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4) +1 15.05.02 884 27 20쪽
205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3) +2 15.05.02 690 24 21쪽
204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2) +2 15.05.02 768 24 24쪽
203 람의 계승자 - ep.5 - 이별이 그러하듯이(1) +2 15.05.02 586 24 22쪽
202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6) +3 15.05.02 696 28 18쪽
201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5) +5 15.04.29 863 24 19쪽
200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4) +1 15.04.29 937 24 26쪽
199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3) +1 15.04.29 789 24 24쪽
198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2) +3 15.04.29 812 26 18쪽
197 람의 계승자 - ep.5 - 만남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1) +1 15.04.29 758 24 17쪽
196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8) +4 15.04.28 905 28 16쪽
195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7) +3 15.04.28 840 25 20쪽
194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6) +3 15.04.27 712 26 19쪽
193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5) +3 15.04.27 756 22 17쪽
192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4) +2 15.04.27 731 22 18쪽
191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3) +1 15.04.27 731 30 18쪽
190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2) +2 15.04.27 758 27 19쪽
189 람의 계승자 - ep.5 - 전장에 떨어지다(1) +2 15.04.27 791 31 18쪽
188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完) +1 15.04.27 600 33 18쪽
187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5) +4 15.04.26 734 24 17쪽
186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4) +1 15.04.26 929 28 16쪽
185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3) +2 15.04.26 739 26 20쪽
184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2) +6 15.04.23 779 28 15쪽
183 람의 계승자 - ep.4 - 바람은 가지 말라 하지만(1) +3 15.04.23 840 26 19쪽
18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2) +2 15.04.23 756 25 17쪽
18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1) +3 15.04.23 767 26 15쪽
»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0) +1 15.04.23 683 25 22쪽
179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9) +3 15.04.22 811 29 16쪽
178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8) +3 15.04.22 847 27 15쪽
177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7) +1 15.04.22 777 29 18쪽
176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6) +1 15.04.22 791 23 18쪽
175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5) +2 15.04.22 765 29 15쪽
174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4) +3 15.04.22 911 25 18쪽
173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3) +5 15.04.21 767 27 16쪽
172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2) +2 15.04.21 923 25 14쪽
171 람의 계승자 - ep.4 - 거울이 보여준 것(1) +3 15.04.21 806 25 17쪽
170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8) +3 15.04.21 730 24 21쪽
169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7) +2 15.04.21 703 19 15쪽
168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6) +4 15.04.20 752 24 18쪽
167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5) +2 15.04.20 657 20 18쪽
166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4) +1 15.04.20 768 23 17쪽
165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3) +2 15.04.20 738 24 16쪽
164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2) +3 15.04.20 809 20 16쪽
163 람의 계승자 - ep.4 - 격노(1) +1 15.04.20 821 22 21쪽
162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6) +1 15.04.20 830 29 14쪽
161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5) +2 15.04.20 711 25 18쪽
160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4) +3 15.04.19 866 28 18쪽
159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3) +3 15.04.19 947 28 18쪽
158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2) +3 15.04.19 901 26 22쪽
157 람의 계승자 - ep.4 - 케리아돌의 둥지로(1) +5 15.04.19 1,211 46 22쪽
156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0) +6 15.04.18 901 26 21쪽
155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9) +3 15.04.18 772 26 18쪽
154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8) +1 15.04.18 657 24 19쪽
153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7) +2 15.04.18 687 26 18쪽
152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6) +1 15.04.18 748 27 17쪽
151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5) +4 15.04.18 713 23 16쪽
150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4) +1 15.04.18 670 24 17쪽
149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3) +2 15.04.18 754 22 17쪽
148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2) +3 15.04.16 849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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