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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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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604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19.04.13 09:49
조회
1,013
추천
21
글자
7쪽

3장 폭풍전야 4화 밀실정치 下

DUMMY

3장. 폭풍전야







4화 밀실정치 下







“그것이 어찌 국가의 존망까지 운운할 일이겠소. 태자 아체프렌이 세레즈의 정통한 계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아직 그 실종이 어떤 사고인지는 확실치 않소. 또한 확고한 일정을 가지고 떠난 것이 아닌 이상, 태자 개인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소?”


“이는 영명하신 여왕 폐하답지 않은 말씀,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코네세타와 자국의 이해가 맞지 않아 상호 간에 마찰과 대립이 많았다는 것은 오랜 사실이옵고, 특히 지난번의 문책 사건으로 인해 코네세타 측에서 크게 분노했다는 이야기는 영지에만 머무르고 있던 신의 귀에까지 들어왔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에 대한 불만을 태자 전하께 직접적으로 나타냈을 가능성 또한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왕의 입가에 경련하는 듯한 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역시 저 늙은 너구리는 쉽게 보아 넘길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세느비엔느는 속내를 감춘 채 입을 열었다.


“짐의 생각으로는 조금 지나친 해석인 듯싶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면 우리가 어찌하면 좋겠소?”


“어리석은 신이 어찌 감히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어찌 되었든 이대로 아체프렌 전하의 실종에 대한 공식 발표를 미루신다면 분명 신료들과 영주들 간에 어떤 동요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아직은 실질적인 수색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할지라도, 왕실과 제국의 안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이니만큼 가능한 한 조속히 왕실의 공식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내 그것을 묻는 것 아니겠소. 대외적으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왕실의 위엄과 안정을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지 그대의 의견을 말해 보시오.”


재상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맴돌았다.


“그야 아체프렌 전하의 실종을 왕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전하께서 아직 살아 계심을 가정한다면 즉시 코네세타와 커런스에 사신을 파견하여 책임을 추궁하고 전하를 찾기 위한 수색을 재촉하여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세레즈 왕실의 불안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피할 수 없지 않겠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왕실의 진정한 안녕을 위해서는 왕위 계승자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하오나 그렇기에 신으로서는······.”


“계속하시오. 일리 있는 의견이라 생각되오.”


“······폐하의 아량에 기대어 감히 무례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생각하기조차 참혹한 일이나 벌써 두 달째 아체프렌 전하의 생사조차 불분명합니다. 노파심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은 일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으면 후에 크게 당황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해안 정찰대의 보고에 의하면 태자에 대한 확실한 소식은 코네세타 관할 아래에 있는 베네리타 항에서의 출항 연락이 마지막이었다고 하오.”


재상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자신의 짐작대로였다. 이번에 여왕은 안타미젤을 주인공으로 하는 하나의 완벽한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그 연극의 배역을 신청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얻기 위해서는 각본에 어울릴 만한 착상을 제공해야만 했다.


“평생 이 나라 왕실에 종사해 온 신으로서는 무엇보다 왕실의 안정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체프렌 전하의 왕위 계승권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오나, 이제 전하의 행방이 불분명하고 코네세타의 불온한 움직임이 뚜렷한 이상 임시로라도 새로운 왕위 계승자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새로운 왕위 계승자라 하였소?”


“그렇습니다, 폐하.”


“재상. 지금 그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한 나라에 왕위 계승자가 둘일 수는 없는 것이오. 임시든 무엇이든 간에 계승자를 새로이 임명한다는 것은······.”


“그렇기에 신이 폐하께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태자 전하께서······ 돌아가셨음을 왕실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왕실이 직접 대외적으로 왕자의 죽음을 공표하란 말인가? 그러면 새로운 계승자는?”


“새로운 왕위 계승자를 임명한다면 선대왕 폐하의 차남이시자 여왕 폐하의 친자이신 안타미젤 왕자님을 제외하고 누가 있겠습니까? 그분이 계시어 새 계승자를 논하는데 혼란의 여지가 없음을 신은 크게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는 문자 그대로 재상이 자신의 편으로 돌아선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나뿐인 딸을 아체프렌의 약혼녀로 줄 만큼 그에게 절대적인 무게를 얹어오던 재상이 이제는 안타미젤 아래로 들어오겠다는 것인가? 물론 재상을 얻는다면 자신이 도모하고자 했던 일은 훨씬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나 그 속을 누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러나 재상은 여왕의 그러한 심사까지도 읽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이미 말씀드렸듯 신은 무엇보다도 왕실의 평안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 여식과 정혼하였던 아체프렌 전하께서 돌아가셨음을 공표하시라고 감히 주청 드리는 것입니다. 왕실과 세레즈의 안정을 위해 새로운 왕위 계승자께서 그 위치를 확보하실 때까지 늙은 몸, 미력하나마 그 보필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왕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은 이리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군. 짐 역시 왕가의 안녕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그대와 동감하고 있소. 그러나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군. 다른 왕족이나 영주들이 태자의 죽음을 그리 쉽사리 인정하려 들겠소? 오히려 기회를 타서 안타미젤 왕자의 정통성을 문제 삼아 반란이라도 꾀한다면 어찌할 것이오?”


“그 대답에 앞서 신도 한 가지 덧붙여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폐하.”


“기탄없이 말해 보시오.”


“대국의 태자를 시해한 코네세타를 그냥 저리 내버려 두실 생각이신지요? 모든 대신과 영주들은 태자 전하의 복수전을 원할 것입니다. 새로운 왕위 계승자라 해서 예외이겠습니까?”


아군이고 적군이고 간에 앞서 본인의 생각을 바닥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그 놀라운 통찰력에 대해선 혀를 내두름과 동시에 무언가 피부에서 스멀거리는 듯한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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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12장 전장에 핀 꽃 7화 지원군의 본진 합류(12장 인명록) 19.05.23 415 10 9쪽
74 12장 전장에 핀 꽃 6화 출격요청 19.05.22 613 9 8쪽
73 12장 전장에 핀 꽃 5화 전장의 꽃 19.05.21 435 10 7쪽
72 12장 전장에 핀 꽃 3-4화 이반의 조짐 19.05.20 536 12 10쪽
71 12장 전장에 핀 꽃 2화 불꽃 같은 여인 19.05.19 427 8 8쪽
70 12장 전장에 핀 꽃 1화 굳건한 성벽 19.05.18 453 8 8쪽
69 11장 분열의 조짐 7-8화 최종단안(11장 인명록) 19.05.17 442 9 12쪽
68 11장 분열의 조짐 6화 뮤켄의 충고 19.05.16 504 8 9쪽
67 11장 분열의 조짐 5화 패퇴 19.05.15 450 10 7쪽
66 11장 분열의 조짐 3-4화 양동작전 19.05.14 430 10 10쪽
65 1부 11장 분열의 조짐 1-2화 후방기지 괴멸 소식 19.05.13 511 9 11쪽
64 10장 진흙 속의 연꽃 7화 투항 제의 (10장 인명록) 19.05.09 465 8 13쪽
63 10장 진흙 속의 연꽃 5-6화 접전 19.05.08 519 8 7쪽
62 10장 진흙 속의 연꽃 4화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각자의 자세 19.05.07 464 8 8쪽
61 10장 진흙 속의 연꽃 3화 후방기지 카르테 19.05.07 485 7 7쪽
60 10장 진흙 속의 연꽃 2화 이해 19.05.07 480 8 8쪽
59 1부 10장 진흙 속에 핀 연꽃 1화 불만 19.05.07 526 6 7쪽
58 9장 전설의 시작 7화 조력요청(9장 인명록) 19.05.06 525 7 12쪽
57 9장 전설의 시작 5-6화 전후처리 19.05.06 570 8 12쪽
56 9장 전설의 시작 4화 최초의 승리 19.05.06 551 7 11쪽
55 9장 전설의 시작 3화 교전 19.05.05 518 9 9쪽
54 9장 전설의 시작 2화 기습 19.05.04 504 12 9쪽
53 9장 전설의 시작 1화 위장잠입 19.05.03 497 8 10쪽
52 8장 효시 7화 작전계획(8장 인명록) 19.05.02 558 11 12쪽
51 8장 효시 6화 용기, 혹은 이길 수 있다는 신념 19.05.02 539 8 11쪽
50 8장 효시 5화 아나브릴 방어군에서 얻은 정보 19.05.02 486 9 9쪽
49 8장 효시 3-4화 사령관과 참모장 19.05.01 509 11 13쪽
48 8장 효시 2화 전장의 밤 19.05.01 534 10 11쪽
47 8장 효시 1화 행군시작 19.04.30 560 12 11쪽
46 7장 전환점 7화 최초의 동료(7장 인명록) 19.04.30 569 8 11쪽
45 7장 전환점 6화 입바른소리 19.04.29 540 11 8쪽
44 7장 전환점 5화 보이지 않는 벽 19.04.29 559 11 7쪽
43 7장 전환점 4화 출전령 19.04.28 573 10 7쪽
42 7장 전환점 3화 하크스 지원군 19.04.28 648 11 9쪽
41 7장 전환점 2화 정치적 포석 19.04.27 609 12 10쪽
40 1부 7장 전환점 1화 연전연패 19.04.27 580 11 8쪽
39 6장 개전 8화 승진 거절(6장 인명록) 19.04.26 586 11 8쪽
38 6장 개전 7화 뮤켄장군 19.04.26 632 13 9쪽
37 6장 개전 6화 개전 이후 19.04.25 573 9 7쪽
36 6장 개전 5화 선제공격 19.04.25 627 10 7쪽
35 6장 개전 4화 선전포고 19.04.24 639 13 7쪽
34 6장 개전 3화 어머니와 아들 下 19.04.24 572 16 11쪽
33 6장 개전 2화 어머니와 아들 上 19.04.23 599 12 7쪽
32 1부 6장 개전 1화 진상규명요구 19.04.23 632 10 11쪽
31 5장 태풍의 눈 8화 안타미젤의 결심(5장 인명록) +2 19.04.22 698 15 12쪽
30 5장 태풍의 눈 6-7화 안타미젤 왕자 19.04.22 697 10 8쪽
29 5장 태풍의 눈 5화 계륵과도 같은 패 19.04.21 634 12 9쪽
28 5장 태풍의 눈 3-4화 충성서약 19.04.21 735 11 13쪽
27 5장 태풍의 눈 2화 사직서의 파장 19.04.20 744 14 11쪽
26 1부 5장 태풍의 눈 1화 사직원 19.04.19 744 15 7쪽
25 4장 부위정경 7화 생존전략(4장 인명록) 19.04.19 753 16 16쪽
24 4장 부위정경 6화 속고 속이는 싸움 19.04.18 765 19 10쪽
23 4장 부위정경 5화 기만 19.04.18 872 14 13쪽
22 4장 부위정경 4화 공주의 부름 19.04.17 822 19 10쪽
21 4장 부위정경 3화 거리의 아이 19.04.17 852 18 10쪽
20 4장 부위정경 2화 세레즈의 물밑 접촉 19.04.16 830 20 7쪽
19 1부 4장 부위정경 1화 코네세타의 공주 19.04.15 869 19 10쪽
18 3장 폭풍전야 6화 주전론을 위한 막후교섭(3장 인물소개) 19.04.14 907 21 12쪽
» 3장 폭풍전야 4화 밀실정치 下 +2 19.04.13 1,014 21 7쪽
16 3장 폭풍전야 3화 밀실정치 上 +2 19.04.12 1,003 23 7쪽
15 3장 폭풍전야 2화 그윈 재상 19.04.11 1,049 23 8쪽
14 1부 3장 폭풍전야 1화 태자의 실종 19.04.10 1,193 21 11쪽
13 2장 애별리고 7화 이별(1-2장 인물소개) +4 19.04.10 1,200 33 8쪽
12 2장 애별리고 6화 고작 마음 하나 +2 19.04.09 1,254 21 9쪽
11 2장 애별리고 5화 이주명령 19.04.09 1,400 26 9쪽
10 2장 애별리고 4화 떨림과 설렘 +4 19.04.07 1,394 25 7쪽
9 2장 애별리고 3화 염색 +2 19.04.05 1,471 24 7쪽
8 2장 애별리고 2화 현기증 +2 19.04.04 1,486 28 7쪽
7 1부 2장 애별리고 1화 마음의 향방 19.04.03 1,535 26 7쪽
6 1장 표류 6화 자각 +2 19.04.03 1,648 32 7쪽
5 1장 표류 5화 바다를 닮은 여인 +6 19.04.02 2,070 33 8쪽
4 1장 표류 4화 슈레디안의 고민 19.04.01 2,286 37 8쪽
3 1장 표류 3화 3년만의 손님 19.04.01 2,636 34 7쪽
2 1장 표류 2화 신분 은폐 19.04.01 3,542 46 7쪽
1 <제1부 펜데스칼 전쟁> 제1장 표류 1화 난파당한 청년 +4 19.04.01 6,792 6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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