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탐정

#118. 덤프트럭의 습격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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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를 낀 채 누워있는 이한 옆으로 그의 어머니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그 모습을 그림자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수연은 침상에 누워있는 이한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송이와 민철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쌤, 아저씨는 어떠세요? 여전히 그대로인가요?”

수연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언니, 만약에 아저씨가 계속 의식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송이 옆에 그림자가 있는지 수연은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이한 씨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저기요.”

수연은 송이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송이를 보며 말했다.

“그런 일은 없어야하겠지만 뇌사 판정을 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때는 이한 씨 어머님이 결정을 하셔야 할 거고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 저기 저렇게 이한 씨가······ 그림자이기는 하지만 살아 있잖아요.”

“맞아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이한 씨한테는 내가 한 말 비밀이에요?”

송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수연의 말에도 그림자만 보고 있던 민철이 물었다.

“아저씨의 기억은 언제쯤 모두 돌아올까요? 최면으로 어떻게 할 방법은 없나요?”

“부분적으로 기억들이 떠오르는 걸 봐서는 멀지 않아 모든 기억들이 돌아올 거예요. 회복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뿐이니, 이한 씨한테는 내색하지 말아줘요.”

“그럼요. 그냥 걱정이 돼서······. 아저씨의 기억이 돌아와야 송이의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알 수 있을 거고요. 그치, 송이야?”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송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나도······.”

“송이학생, 잠깐만.”

수연은 급히 송이의 팔을 잡으며 말을 막았다.

“왜······ 아, 죄송해요.”

“아니에요. 학생의 말은 이한 씨가 들을 수 있으니 조심 좀 해줘요.”

“네, 그럴게요.”

“송이학생 마음은 잘 알아요.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기억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계속 해야겠지만 그게 부담이 되면 오히려 기억 찾는데 더 방해가 될 거라서 그래요.”

송이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민철은 투덜대듯 말했다.

“그건 저희도 알죠. 그래도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데요? 송이가 납치를 당할 뻔 했다고요. 그뿐이에요. 아저씨도 죽을 뻔했잖아요. 갑자기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빨리 알아내야 한다고요. 분명 송이의 아빠를 죽인 그 범인이 한 짓일 거라고요. 그자를 봤다고 송이를 납치해 죽이려······.”

“민철아. 잠깐만.”

송이가 민철의 말을 끊었다.

“어? 왜? 내 말이 맞잖아. 그 놈이 분명······.”

“아니, 틀렸어.”

“틀렸다고? 그럼, 누가······.”

“민철아, 아저씨 옆에 오셨어.”

민철의 말을 막으며 송이는 옆에 드리운 그림자를 가리켰다. 민철이 살짝 놀라며 물었다.

“아저씨가 한 말이야?”

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자의 말을 민철에게 전했다.

“민철아, 송이의 아버지는 타살이 맞을 거야. 송이의 최면 속 기억이 맞는다며 말이야. 하지만 그 사건 때문에 나랑 송이를 죽이려했던 건 아닌 것 같아. 먼저 송이를 칼로 위협한 그자가 그날 송이의 아버지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봐서는 말이야. 그것보다는 강남 클럽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 아닌가 싶어. 그날 클럽 안에서 있었던 일을 나와 송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지.”

“그걸 어떻게 알고······ 잠깐, 그럼 박 형사님이 그들에게······.”

“그럴 확률이 높지.”

“뭐라고요? 부동산 투기한다는 정보 좀 알았다고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요?”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민철은 투덜대듯 물었다.

“단순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조직적인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인 거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다는 아닐 거야.”

“근데 아저씨를 왜 죽이려 한 거죠? 그럼 그들이 아저씨의 존재도 알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림자라는 걸 말이에요.”

“박 경위가 그들에게 나의 존재에 대해 말한 건 확실한 거 같은데 그걸 믿지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송이를 만나 그림자를 확인하려 했던 거고.”

“그렇다면 제 말대로 아저씨를 죽이려 했던 사람은 박동식 형사가 맞네요. 박동식 형사도 그 클럽에 모인 사람들과 한통속인 거죠.”

그림자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민철이 아무렇지도 않게 꼭 집어 말하자 그림자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박 경위가 날 죽이려했다는 건······. 그래,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는 없으니 단정 지어 말할 순 없지 않을까? 그건 좀 더 알아봐야겠지. 그리고 방기철 형사님이 진범을 찾아주기를 기다려보자고.”

송이는 그림자가 끝까지 박 경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을 전달하고는 덧붙여 말했다.

“너는 왜 자꾸 박 형사님을 의심하는데? 박 형사님은 클럽에서 있었던 일만 전달했을 수도 있잖아. 나는 오 선배라는 사람이 더 의심스러운데. 그렇지 않아요? 아저씨.”

“그렇게 볼 수도 있지. 5년 전 사건을 생각하면······.”

5년 전, 남궁이한 경위가 지능범죄수사대 사무실로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동식아, 얘기 들었어?”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던 박 경위가 일어서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공익신고자가 제출한 증거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잖아. 넌 아직 못 들은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왜 사라져? 잘 찾아본 거래?”

“아니······. 내가 방금 확인하고 오는 길이야. 검찰청에 증거물을 넘기려고 갔다가······.”

“맙소사! 그게 말이 돼? 왜 그게 사라져?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가서 직접 찾아봐야겠다.”

박 경위는 서둘러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젯밤 지능범죄수사대 증거품실에 도난사고가 발생했다. 침입자를 확인하기 위해 경내 CCTV 모두를 확인했지만 당시 영상들만 모두 삭제가 된 상태였다. 단지, 외곽에 설치된 CCTV에 침입자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영상 속 침입자는 어둠 속에 검은 인영(人影)만이 드러나, 그걸 보고서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영상 속 침입자의 그림자만 찍힌 듯했다.

그 사건으로 이한과 박 경위는 감찰조사를 받았고, 이한은 당일 행적의 알리바이가 있어 용의 선상에서 벗어났지만 박 경위는 당일 확실한 알리바이가 없어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의심을 받았다. 결국엔 혐의 없음으로 박 경위의 의혹이 풀렸지만 지수대 내에서는 여전히 그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매번 회식 때만 되면 동료들은 그 일을 상기시키며 박 경위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때마다 이한이 대신 나서서 해명했지만 그러다 몸싸움까지 벌어진 적도 있었다.

“동식아, 신경 쓰지 말고 술이나 마셔. 우리만 아니면 됐지. 안 그러냐?”

“고맙다.”

“뭐가 또 고마워? 당연하지. 자식들이 매번 술 취하면 저러니······.”

박 경위는 술을 들이키고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이한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너는 나 믿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하지, 인마. 저 자식들 술 취해서 하는 소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다들 열등감 때문에 저러는 거라고. 네가 잘 나가니까, 그래. 안 그래?”

빈 술잔에 술을 따라 단숨에 들이키고는 박 경위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더 의심을 받는 거잖아. 그 일로 감봉 처분만 받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저들한테는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겠지.”

“야, 그런 소리 마. 그 일로 감봉도 너무한 거지. 그게 우리 잘못이냐? 괜히······. 다 저 자식들 열등감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에 힘들어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자. 어? 자자 내 술이나 받아.”

이한은 술을 따라 주려했지만 박 경위는 술잔을 들지 않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너는 그런 의심해본 적 없어?”

“무슨 의심?”

“그날 오 선배 일 말이야.”

놀란 얼굴로 이한은 들고 있던 술병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뭐야, 너 알고 있었어?”

“왜 나한테 아무 말 하지 않은 거야?”

“그 선배가 뭐라고 했어? 설마 너한테도 청탁한 거야?”

“어. 차마 너한테는 말 못했다. 그래서 그날 그렇게 간 거구나?”

이한은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라 벌컥 들이켰다.

“아씨. 근데 그건 왜 지금······. 너 설마 나를 의심 하는 거야?”

“아니, 네가 그럴 일 없잖아. 근데 다른 동료들이 아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걸 어떻게······ 난 아니야, 동식아.”

“알아. 너는 아니지. 그 선배가 또 누구한테 청탁을 했을 수도 있고.”

“오 선배가 연루되었다고 보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감찰조사 받을 때 그 얘기를 하지 그랬어?”

“괜히 더 오해 받을 것 같아서 말 못했지. 그래서 너도 말 못한 거 아니야?”

잠시 술잔을 내려다보다 이한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줄 알았어. 잘 했어.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어? 어, 그러자.”

박 경위가 건네는 술을 받으며 이한은 애써 웃어보였다. 사실, 이한은 박 경위를 위해 오 선배와 있었던 일을 감찰조사 때 말하지 않았다.

***

박 경위는 만나자는 방기철 형사의 전화를 받고 예전에 둘이 만났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진 시간이라 그곳엔 일반인은 물론이고 인부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꺼먼 어둠 속에 정적만이 흘렀고 괜히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오싹함마저 느껴졌다.

휴대전화로 주위를 비추며 방 형사를 기다리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온 것이 후회가 되었는지 투덜거렸다.

“아이, 씨. 뭐야? 여긴 왜 이리 어두워.”

더는 밖에서 기다리기 무서웠던 박 경위는 차에 타서는 시동을 켜고 헤드라이트를 비췄다. 그리고 차 밖으로 방 형사가 오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때 맞은편에서 차 소리가 들렸고 전조등 불빛이 반짝거렸다.

“이제 오나 보네. 조금만 빨리 오지. 쯧.”

툴툴거리며 차에서 내린 박 경위는 자신에게 오는 차를 향해 손은 흔들었다. 근데 어쩐 일인지 그 차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빠른 속도로 박 경위에게 달려왔다. 멀리서 보기에도 그 차는 승용차보다 큰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거 뭐야? 방 형사 아니야?”

불길한 생각에 박 경위는 빠르게 차에 올라타 차를 뒤로 빼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오는 차는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는지 더욱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당황한 박 경위는 차를 돌릴 세도 없이 그대로 후진하며 차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앞에서 달려오는 차의 속도를 이길 수 없었다.

앞에서 달려온 차는 그대로 후진하는 박 경위를 차를 들이박았다. 그 충격에 박 경위의 차는 크게 흔들리며 아파트 건설현장 안전펜스를 들이박고 멈춰 섰다. 박 경위의 차를 들이박고 앞으로 나간 차는 덤프트럭이었다. 덤프트럭은 잠시 멈춰 서더니 곧바로 후진하며 또 다시 박 경위의 차에 돌진했다.

그 충격에 박 경위의 차는 안전펜스를 뚫고 건설현장 안으로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덤프트럭 운전석에서 검은 인영이 내리더니 뚫린 안전펜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다시 밖으로 나오자 곧바로 박 경위의 차가 붉은 화염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폭발하며 주변이 잠깐 밝아졌을 때 드러난 그의 모습은 검정색 옷과 모자를 쓴 정체 모를 남자였다. 그는 덤프트럭을 그대로 두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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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

[희락사장]

요즘 자주 올려주셔서 좋네요 ^^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

[공한K]

희락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서요.
12월 5일에 찾아뵙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희락사장]

아쉽지만 사정이 있으시겠죠......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