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그림자 잠입 2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마치 어미오리를 따라가는 아기오리처럼 기정은 마담 꽁무니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그림자가 예상했던 대로 마담은 기정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섰다. 다만 정문이 아닌 후문 주차장을 통해 들어가고 있었다. 마담은 호텔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뒤돌아섰다.
“여기 들어갈 거야.”
땅만 보고 걷다 마담이 가리키는 곳을 올려다봤다.
“여기는······.”
“호텔. 보면 몰라?”
“제가 여기서 일하는 건가요? 방 정리······.”
“너 바보야?”
잘못 들었나 싶었는지 기정은 눈을 껌뻑거리며 마담을 쳐다보았다.
“너 바보냐고? 너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정말 아무 말도 못 들어서······.”
“얘가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거야? 알면서도 여우 짓을 하는 거야?”
기정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정말 모르고 온 거예요. 정말이에요.”
“잘 들어. 아무리 못 듣고 왔다고 해도 네가 지금 어디서 왔어? 클럽이라는 곳이야,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 정말 몰라?”
“그게 무슨······.”
“얘가 정말 순진한 거야, 멍청한 거야. 여기서 결정해. 들어간 후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근데 문제는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게 하나 밖에 없다는 거야.”
“마담 언니, 제가 뭘 선택······ 아니······.”
“너 정말 모르고 왔다는 거야? 눈치는 있을 거 아니야. 오늘 너 손님 받아야 해.”
“손님이요? 무슨 손님······.”
“야, 바보야. 여기가 어디야? 호텔이야. 호텔에서 무슨 손님을 받겠어, 네가?
“설마, 아니죠? 저는 알바를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왔어요.”
“정말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왔다는 거야? 걔네들 말을 어떻게 믿고? 너 바보니?”
“아니, 제가 분명 싫다고······.”
“아, 말을 했구나. 근데 네가 싫다고 했고. 아휴, 이 바보야.”
손을 삭삭 빌며 자신은 못한다면서 그냥 가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게 아니면 다른 일을 하게 해달라고 자신은 학생이라며 애원하듯 부탁했지만 마담은 사정은 딱하지만 자신도 도울 수 없다며 그냥 도망가라고 손짓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그 다음은 나도 널 어떻게 도울 수가 없다. 널 여기로 부른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서 말이야.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건 알아둬.”
가려던 기정은 발이 묶인 듯 멈춰 섰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하나 충고하는데 그냥 조용히 나 따라 들어와서 잘 버텨. 그리고 돈 받아서 가.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눈 꾹 감고 참으라고. 시간은 금방 갈 거니까. 아휴, 이 어린 것을······. 하는 짓거리가 꼭!”
마담은 고개를 돌려 클럽 방향으로 욕을 내뱉었다. 기정은 마담의 손을 덥석 잡더니 애원하듯 말했다.
“저······ 저 무서워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어떻게든 다, 다른 방법으로 돈 벌게요. 그래서 돈으로 드릴 게요. 네? 부탁드려요.”
“얘, 우리가 너한테 돈 받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야. 돈은 우리가 너한테 준다고, 그것도 백만 원이나.”
돈 얘기에 기정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백, 백만 원이요?”
“뭐야? 정말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얼굴이네. 아무튼 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거야. 그냥 미쳤다 생각하고 눈 감고 귀 닫고 그 미친놈이 하라는 대로 해주고 조심히 나와. 거기서 괜히 트집 잡힐 짓하지 말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그게 다야.”
“마담 언니······.”
마당은 기정의 말머리를 싹둑 잘랐다.
“어떻게 할 거야? 여기서 그냥 도망가던지 아니면 들어가던지 빨리 결정해. 근데 그 뒷감당은 나도 모른다. 아마 널 그냥 돌려보내면 나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래도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잘 생각해. 네가 이대로 돌아갔을 때를 말이야.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마담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걱정해주는 듯 보였지만 미소 뒤에 숨겨진 사악함을 감추진 못했다. 마담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준다고 생각했는지 고맙다고까지 했다.
“그래, 결정했어?”
“저기 그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그냥 돌아갔을 때 일어날 일을 떠올렸다. 마담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기정을 다그쳤다.
“뭐야? 빨리 결정해, 시간 없어.”
“아, 저······ 죄송해요. 못하겠어요. 그냥 돌아갈래요.”
의외의 답을 들었다는 듯 눈이 커져서는 기정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생각보다 용기 있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왔을까? 좋아. 그런데 잘 생각해. 네가 여기 안 들어가면 나도 반죽음이 될 정도로 쥐어 터질 거야. 네 친구들······ 아, 친구들은 아니겠다. 아무튼 널 여기로 보낸 걔네들은 떡 실신이 될 정도로······ 아니지, 죽기 직전까지 마구 얻어터질 거고. 그러면 넌 어떻게 되겠어?”
“그래도 전 못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고개 숙이며 고개를 내젓는 기정의 뒤통수를 마당이 세게 내리치며 온갖 욕을 쏟아냈다. 기정은 할 말을 잃은 듯 놀란 눈으로 올려다볼 뿐이었다.
“얘가, 사람 여럿 골로 보내게 생겼네. 내가 그렇게 얘기한 게 널 위해 하는 소린 줄 안 거야? 아주, 꼴통이 이런 꼴통이 없네. 그냥 내 말대로 눈 꾹 감고 견뎌. 네가 선택해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내가 미쳤어, 너 때문에 반죽음이 되도록 쥐어 터지게? 너 같으면 그럴 수 있겠니? 별 미친 이런 꼴통이 와서는······.”
“그게 아니라 저보고 결정하라고······.”
마담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이 꼴통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네가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야, 이제 보니 완전 돌아이네, 정말. 시끄럽고 좋은 말할 때 따라 들어와. 시끄럽게 굴면 넌 그땐 내가 죽여. 알았어? 너 여기서 도망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고, 어?”
“죽는다고요? 정말요?”
답답한 듯 손으로 가슴을 치며 기정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내가 미쳤지. 이런 꼴통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냥 조용히 따라와. 시끄럽게 소리치면 그땐 알지? 너 내 손에······ 아니, 저기 저 사람들 손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알겠어?”
마담이 가린 킨 곳에 정장차림의 남자 둘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기정과 마담을 뒤따라오며 돌발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기정은 그들은 보고는 겁에 질려 울먹이기 시작했다.
“울어? 울 거면 적당히 울어? 얼굴 부으면 너 정말 죽는다. 내말 명심해. 오늘 일은 절대 입 밖으로 발설해서는 안 돼. 알겠지? 손님 얼굴은 가능하면 보지 말고, 손님이 뭘 시키든 시키는 대로 하면 그 사람이 따로 두둑이 챙겨줄 거야. 그거 받고 조용히 집으로 가면 돼. 알겠어? 쓸데없는 짓했다가는 저기 보이지, 저 아저씨들이 널 가만 안 둘 거라고. 알겠어? 그러니까, 찍소리 말고 따라와.”
기정의 손목을 잡아끌며 마담은 호텔 후문으로 들어섰다. 기정은 울먹이며 어쩌지 못하고 끌려들어갔다. 그들을 뒤에서 지켜보던 남자 둘도 뒤따랐다. 그들이 모두 호텔 안으로 사라지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에서 그림자가 드리우며 나타났다.
‘송이야, 내 말 잘 듣고 있지? 여기에 깡패 두 명 더 있다. 그러니까 올 때 또 누가 있을지 모르니까, 잘 살피면서 와.’
‘아저씨,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요. 이거 완전 확실하잖아요.’
‘그래, 그래도 이 정도로는 안 돼. 얘기 다 들어 알잖아. 내가 좀 순화해서 너한테 말했지만 마담이 한 말을 들어보니까 보통 양아치들이 아닌 것 같다. 조폭만 연루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럼 뭐예요? 경찰도 연루되어 있다는······.’
‘아니, 경찰······ 그래, 뒤를 봐주고는 있을 거야. 근데 그것보다는······. 잠깐만.’
송이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 송이야, 좀 더 가까이 와야겠다. 난 지금 호텔 안으로 들어왔어. 기정이랑 마담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어서. 7층에 멈췄다. 난 계단으로 올라갈게.’
‘그럼 어느 방으로 들어갔는지 모르잖아요.’
‘별 걱정을 다 한다. 나 그림자야. 그건 걱정 말고. 네가 빨리 호텔 안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 내가 올라갈 수 있어.’
‘잠깐만요. 제가 호텔에 어떻게 들어가요? 호텔 직원들이 못 들어가게 할 것 같은데······.’
‘아, 그렇지. 몰래 들어오는 방법밖에 없겠는데······. 알겠어. 일단 7층이라는 건 알았으니까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이쪽으로 와. 직원들 몰래 계단으로 올라가는 방법 외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알겠다고 말하려는데 친구들은 데리고 오지 말라는 말에 송이는 잠깐 겁이 나긴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혼자 가겠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니, 너 혼자는 위험하고. 민철이, 어, 민철이랑 같이 와.’
‘민철요? 왜요? 싫어요. 저 혼자······ 아니, 그럼 동진이랑 갈게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사적인 감정은 잠깐 내려놔. 그리고 동진이는 싸움을 못한다고. 널 지켜줄 사람은 지금 민철이 밖에 없어. 그러니까 민철이랑 와.’
송이가 투덜거리며 민철은 자신의 말을 안 들을 거라고 하자 그림자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부탁해서 데리고 오라고 그럼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했다.
‘아니요. 민철이도 싫다고 할 걸요. 걔는 저 싫어해요.’
‘그래? 난 아닌 것 같아 보였는데······.’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냥 동진이랑······.’
그림자는 송이의 말을 잘라 말했다.
‘너 자꾸 이럴 거야? 지금은 사적인 감정은 내려놓고 기정이만 생각해야지. 기정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동진이는 심약해서 못한다고. 깡다구 있는 민철이라야 한다고. 알겟어? 너 때문이 아니라 기정이 때문이라고. 그렇게 말하면 민철이도 뭐라고 못할 거야. 내가 얘기했다고 해, 그럼 되잖아.’
마지못해 송이는 그렇게 해 보겠다고 말하고는 민철에게 말을 걸었다.
“뭐라고? 나보고 오라고 했다고, 그림자가?”
민철이 쭈뼛거리며 바로 대답을 못하자 송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래, 싫은 거 알아. 그래도 내가······ 아니, 기정이를 생각해서 가줬으면 좋겠어. 절대 나 때문에 그런 게 아니야, 정말이야. 그림자 아저씨가 그렇게 말······ 아니, 아저씨가 그렇게 전하라고 하셨어.”
“알았어. 그림자가 그랬다는 거지? 너 때문이 아니라 기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그치?”
왠지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야지. 애들아, 송이랑 갔다 올게.”
가려는 민철의 팔을 동진이 붙잡았다.
“왜?”
“조심하라고. 아까 보니까 깡패들 장난 아니었어. 일진 애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야, 조심하라는 거냐? 겁을 주는 거냐?”
“아이, 당연히 조심히 다녀오라는 거지, 자식아.”
“고맙다. 아, 송이야. 얘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림자가 말 없었어?”
“어? 아, 잠깐만.”
그림자에게 말을 거는 듯 송이는 잠시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애들을 봤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달라고 하는데. 혹시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너희한테 부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민정이 얼른 손을 내저었다.
“미안하긴 뭘? 당연히 기다려야지. 그렇지, 애리야?”
“응, 그래. 우리 걱정은 말고 안 다치게 조심해. 동진이 말대로 그냥 일진 애들도 아니고, 조직폭력배 같아 보였어.”
“응. 그래서 민철을······ 아니, 그림자 아저씨가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그렇죠?”
송이가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자 민정이 놀라 물었다.
“뭐야? 그냥 말해도 되는 거야?”
“어? 어, 민정아. 잠깐만.”
그림자의 얘기를 듣고는 송이가 애들한테 말했다.
“너무 걱정은 말라고 하네. 기정이를 안전하게 그곳에서 빼내오는 게 중요하다고. 그 다음은 경찰이 나쁜 놈들을 체포하게 될 거라고.”
애리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송이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그렇게만 되면 좋겠다. 아무쪼록 조심하고. 민철아, 기정이 잘 부탁해. 송이도.”
“그래, 걱정 마. 내가 한 싸움 하거든.”
“치, 일진한테 맞은 주제에······.”
“야, 임송이.”
아픈 곳을 꼭 짚어 말하는 송이에게 화가 나 다가서려하자 동진이 가로막았다.
“아이, 또 싸운다. 둘이 같이 보내도 되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민철아, 무조건 화만 내지 말고. 머리도 좀 쓰고 그래. 알았지?”
“뭐라고? 너까지······. 아후! 정말.”
장난 섞인 애리의 말에 친구들은 나오는 웃음을 참아보려 애썼지만 참지 못하고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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