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탐정

#33. 구출 작전 1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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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엘리베이터 문이 딩동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자 품에 안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남자는 술에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그 뒤로 칠구가 뒤따라 내렸다.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직원 두 명은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했다.

술에 취한 남자는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뒤로 넘겼다. 기름을 발라넘긴 머리카락은 반질반질 거렸다. 조직원들은 그 남자를 양옆으로 부축하며 706호로 향했다. 칠구는 먼저 706호가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마담! 마담, 문 열어. 사장님, 오셨어.”

문이 열리고 마담이 나와서는 칠구를 본척만척하고는 조직원들이 부축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서 오세요. 정 마담이라고 합니다.”

그는 풀린 눈을 치켜떠서는 마담을 뚫어져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마담이라고? 난 오늘 마담 만나러 온 게 아닌데······.”

“에이, 그럼요. 저 같은 퇴물을 준비했겠어요. 룸 안에 대기하고 있으니 들어가 보세요.”

그는 호탕하게 웃더니 마담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래요, 그래. 마담, 고마워요.”

“아니에요, 사장님. 다음에도 우리 로망스클럽 자주 찾아주셔야 해요. 아셨죠?”

“물론이지, 물론이에요.”

걸걸하게 웃는 그는 객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담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목례하고는 옆으로 길을 비켰다. 그가 객실로 들어서자 마담이 뒤따랐다. 칠구는 문 앞에서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사장님.”

그는 고개만 살짝 돌려 눈인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침실로 간 마담은 그곳에서 있는 기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장님, 이 아이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그만 가 봐요. 고마워요.”

“예, 사장님. 좋은 시간 보내시고요. 그럼.”

마담은 정중히 인사하고 객실을 나갔다. 그는 객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

기정은 조심스럽게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는 기정에 다가와서는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너였구나. 몇 살?”

부들부들 떨기만 할뿐 기정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머리를 쓰다듬더니 손이 어깨로 내려와 주무르며 씨익 웃었다.

“에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그의 손길에 흠칫 놀린 기정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것도 귀여워보였는지 배시시 웃었다.

“그렇지, 그래. 편히 쉬고 있어 금방 씻고 나올 테니.”

셔츠 단추를 풀며 그는 욕실로 향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기정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떨궜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림자는 송이에게 말을 걸었다.

‘송이야, 지금이야. 경찰에 신고하라고 친구한테 전해.’

‘그런데 뭐라고 신고하죠?’

‘아, 친구가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고. 호텔로 가는 걸 목격했다고 그래.’

‘네, 알겠어요.’

그림자는 객실 현관문 밖으로 얼굴을 삐죽 내밀어 밖에 누가 있는지 확인했다. 역시나 클럽 조직원 중 한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아저씨, 신고하라고 했어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요?’

‘여기서 기정이를 안전하게 지켜야지. 경찰이 올 때까지 아무 일 없게 말이야.’

‘그 전에 나쁜 아저씨가 기정이를 어떻게라도 하면요?’

‘그렇게 못하게 해야지. 그래서 귀신 놀이를 또 한 번 해볼까 해.’

‘귀신 놀이라면 학교에서 처럼요? 그게 통할까요?’

‘경찰이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봐야지. 밖에 깡패 한 놈이 있으니까, 섣불리 나서지 말라고, 민철이한테 전하고.’

‘알겠어요. 생각대로 안 되면 말씀하세요. 우리라도 들이닥쳐서 막아봐야죠.’

‘그래,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안 되면 그렇게라도 막아야지. 이런 걸 보면 너 꽤 괜찮은 아이야. 너만 그걸 모르지만.’

‘뜬금없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렇다고, 녀석아. 아무튼 경찰 오면 알려주고.’

‘네, 그럴게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송이는 그림자의 말을 민철에게 전했다. 그랬더니 민철이 분주하게 뭔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그래? 갑자기.”

“어? 아니, 잘못되면 쳐들어가야 한다며? 깡패 한 놈도 문 앞을 지키고 있다면서? 내가 그 깡패를 맨손으로 어떻게 이겨? 그래서 뭐라도 무기가 될 만한 걸 찾는 거야?”

“아, 그러네. 나도 찾아볼게.”

“아니야, 됐어. 저거면 되겠다.”

“뭐? 아, 저 소화기······.”

벽모서리에 비치되어 있는 소화기를 민철이 손으로 가리켰다.

“어. 저거면 될 거야. 여차하면 저걸 들고 가서 뿌려야겠어. 근데 문을 어떻게 열거야?”

“그러네. 잠깐만.”

송이는 그림자에게 바로 물었다.

‘아저씨, 문을 어떻게 열죠?’

‘어? 그게 무슨 말이야? 객실 문은 왜?’

‘아니, 긴급 상황에서요. 만약에 경찰이 오기 전에 일이 벌어지면······.’

‘아, 그 소리구나. 그러네······. 내가 열어줄 수도 없고. 잠깐만, 생각을 좀 하고.’

그림자가 방법을 찾으려 생각이란 걸 하라는 차에 송이가 바로 좋은 생각이 났다며 말했다.

‘정말? 어떡해?’

‘여기 보니까 화재경보기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화재경보기?’

‘네. 민철이가 깡패 아저씨를 유인할 때 제가 화재경보기를 울리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놀라서 밖으로 나오지 않을까요?’

‘그래? 그거 좋네. 근데 할 수 있겠어?’

송이는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비상계단에 소화기도 있어서 여차하면 민철이 소화기로 깡패 아저씨를 공격하겠다고 했어요.’

‘벌써 거기까지······. 대신 다치면 안 된다. 그 전에 그런 일 없도록 내가 어떻게 잘 해볼게.’

‘그럼 저희야 좋죠.’

그림자가 송이와 대화는 사이 욕실에서 샤워가운을 입은 그가 나왔다. 냉장고로 가서 맥주 캔을 두 개 꺼내 뚜껑을 따더니 기정에게 맥주 캔을 건넸다.

“맥주 한잔 해.”

“저는 술 못해요.”

“정말? 그래그래.”

그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단숨에 한 캔을 모두 비우고는 나머지 한 캔도 한 모금 들이키고는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기정이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내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

기정은 소스라치며 살짝 옆으로 물러앉았다.

“괜찮다니까 이리와. 왜 부끄러워? 그럼 불을 끌까?”

그가 탁자에 있는 리모컨을 집어 들려는데 기정이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아저씨, 죄송해요. 제가······.”

“에이, 괜찮아. 처음이지? 그래 처음인데 당연······.”

“어머! 저게 뭐야?”

기정이 화들짝 놀라 일어서며 뒤로 물러나 섰다. 그 모습에 살짝 기분이 상한 그는 기정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

“왜 그래? 갑자기.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되지? 돈은 다 받았을 거 아니야!”

놀란 얼굴의 기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손을 뻗어 그의 뒤를 가리켰다. 그제야 뒤돌아본 그가 뭔가를 보고 놀라 벌떡 일어나서는 기정의 뒤로 숨었다.

“제게 뭐야? 저, 저거······.”

“아악! 귀신이야, 귀신!”

벽에 사람의 그림자가 두 팔을 벌리며 움직이는 모습에 기정이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귀신? 귀신이라고?”

조명에 비친 그림자라고만 생각했는지 그는 조명들을 살폈다. 하지만 사람형태의 그림자가 보일 리 없어 그제야 귀신이라고 믿었다. 기정은 소리를 지르며 침대 아래로 얼굴을 가리고 바짝 엎드렸다. 남자는 탁자 위에 있던 샴페인을 더듬거리며 집어서는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던졌다.

샴페인은 그림자가 있는 벽으로 날아가 산산조각 깨지며 하얀 벽지를 붉게 물들였다. 비명소리와 병 깨지는 소리에 밖에 있던 조직원이 객실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안에 괜찮으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조직원의 물음에도 그는 재정신이 아닌 듯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그림자를 향해 던졌다. 마지막엔 전화기마저 박살이 났다. 밖에서 대기하던 조직원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객실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조직원은 돌발 상황을 대비해 보조키를 가지고 있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조직원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된 듯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곧바로 그림자가 있던 벽을 가리켰다.

“저, 저기 귀, 귀신이 있다고.”

“귀신이요?”

그가 가리키는 곳을 살폈지만 벽지에 붉게 물든 자국만 보일 뿐 귀신이라고 할만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는 그늘진 곳으로 숨은 뒤였다.

“저기, 죄송합니다. 뭐가 있다는 말씀이신지?······.”

“씨······ 저, 저기······. 어? 어디 갔어?”

조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와 붉게 물든 벽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분명 저기······. 야, 저기 분명 귀신이 있었지? 말해봐, 학생.”

바짝 엎드려 있는 기정에게 물었지만 아이는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다.

“아이, 씨. 정말 귀신이 있었는데······. 와아, 씨 정말. 이건 완전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저기, 괜찮으시면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어? 어, 그래. 나가봐. 아이, 씨······ 뭐였지? 분명 귀신이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는 손을 내젖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조직원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밖으로 나가다 전화가 걸려왔는지 휴대전화를 꺼내 귀로 가져갔다. 객실을 나서려던 그는 갑자기 다시 뛰어 들어와서는 다급히 말했다.

“사장님, 여기를 빨리 피하셔······ 아니, 저 여자애를 데리고 나가야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아직······.”

“그게 아니라 누군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이곳으로 경찰이 오고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경찰? 누가 신고를 해?”

“그건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여길······ 아니, 저 여자애만 없으면 문제없을 것 같으니, 데리고 갔다가 경찰이 돌아가면 다시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이, 씨. 재수가 없으려니······. 귀신에 경찰까지. 그래, 데리고 가.”

“예.”

조직원은 넋을 놓고 엎드려 있는 기정을 양손으로 번쩍 들어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밖으로 데리고 가려는데 그가 불러 세웠다.

“잠깐만. 여기 방이 좀 이상해. 나도 나갈 테니까 다른 방으로 잡아.”

“아, 예. 연락드리겠습니다.”

“잠깐 기다려.”

조직원을 대기시키고는 그가 먼저 옷들을 챙겨서는 객실을 나갔다. 조직원은 한심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다가 기정의 손목을 잡고 객실을 나섰다. 그림자는 송이를 다급히 찾아 정보가 샜 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경찰이 온다는 걸 그들이 알고 있다고.’

‘그걸 어떻게 알고요?’

기정과 조직원의 뒤를 쫒던 그림자는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급한 건 기정을 구하는 것이라고, 비상계단 쪽으로 그들이 가고 있으니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 알았어요.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송이는 그림자의 말을 빠르게 민철에게 전달하며 소화기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민철은 바로 소화기를 들고 와서는 비상계단 출입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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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

[희락사장]

일착으로 들어왔네요 ^^
잘보고 갑니다. 다음 에피소드도 기대할게요 ^^

[공한K]

희락사장님, 감사합니다.^&^

[오드림]

잘 읽었습니다. 소화기가 유용하군요. 건필하세요~

[공한K]

백자락님, 감사합니다.^&^ 건필!!

[pa****]

즐독하고 갑니다 ㅊㅊ 꾹 건필

[공한K]

parkpd님, 즐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