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칠구의 꿍꿍이 2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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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진은 기정아빠를 침대에 눕히고는 칠구의 눈치를 살폈다.
“뭐해? 옷 벗겨.”
“아, 예.”
기정아빠의 옷을 벗긴 후에 대진은 칠구의 눈치를 다시 살폈다.
“이제 가서 빨리 애들 데리고 와.”
“애들······ 아, 여기로 말입니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대진에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귀찮은 듯 말없이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새끼야! 아이, 입 아프게 같은 말을 또 하게 하네, 이것들이···”
칠구가 때릴 듯 손을 치켜 올리며 욕을 내뱉자 대진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재빠르게 객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무튼 이것들은 때려야 말을 듣지.”
잠들어 있는 기정아빠를 살펴보고는 그 옆으로 같이 눕는 칠구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림자는 객실을 나와 송이가 있는 비상계단으로 갔다. 송이와 민철은 한층 아래 계단에 있었다.
‘송이야, 아직 기정이는 연락 안 돼?’
‘네. 그래서 민정이랑 통화했는데 지금 집 앞이라고 했어요. 기정이 만나면 전화주기로 했고요.’
‘그래. 일단 전화 기다려보고. 나는 다시 올라가 볼게. 근데 왜 반장이랑 그 일진을 불렀을까? 아이, 왠지 께름칙한 게 기분이 안 좋네.’
‘그냥 기정아빠를 지키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그거면 노랑머리도 있었잖아.’
‘그건 그러네요.’
송이 앞에 드리운 그림자와 송이가 마주보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민철이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아직도 얘기하고 있는 거야? 무슨 얘기를 하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이, 정말. 잠시만. 아저씨랑 얘기하고 있다고. 다 얘기하고 말해줄게.”
“언제? 그냥 중간 중간 말해주면 안 돼. 아이, 답답해 죽겠다고. 어?”
투덜거리는 민철을 본 그림자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 민철이가 궁금하기도 하겠다. 이제 말해줘.’
“아무튼······. 알겠어요.”
흘겨보고는 그림자와 얘기한 것을 민철에게 말해주었다.
“소희랑 석진이 그 자식이 여기로 온다고? 뭐지? 아이, 석진이 그 자식을 내가······.”
“왜? 또 얻어맞으려고요?”
“야! 임송이······.”
송이는 민철의 팔을 찰싹 때리며 작게 말했다.
“조용히 말해. 여기 있는 거 들키면 안 된다고. 너는 정말······.”
머리를 긁적이며 민철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미안. 아저씨, 죄송해요. 걔네들이 왜 오는 걸까?”
“그러니까 그걸 모르겠어. 아, 네. 어서 가보세요. 아저씨는 다시 객실로 가보신대.”
“아저씨, 송이는 제가 잘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민철의 말에 그림자는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만들어 보이고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는 그림자를 끝까지 지켜보던 민철이 말했다.
“우리가 도울 일은 없는 거야?”
“어, 아직은. 일단은 여기서 기다려 보자.”
“그래.”
그림자가 기정아빠가 있는 객실에 다다를 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객실 쪽으로 대진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는 소희와 석진이 긴장된 얼굴로 뒤따르고 있었다. 그림자는 얼른 객실로 들어가 그늘진 곳에 몸을 숨겼다.
객실로 대진이 들어서며 말했다.
“형님, 얘들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너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예? 저만 말입니까?”
“아이, 정말. 너 좀 이리 와봐.”
대진은 잔뜩 주눅 듯 얼굴로 칠구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칠구의 손이 날아들어 대진의 뺨을 갈겼다. 찰싹 소리와 함께 칠구는 손짓했다.
“그냥 나가라고. 나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면 그러고 있으면 되는 거야, 말대꾸하지 말고. 새끼야!”
뺨을 감싼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진은 객실 밖으로 나갔다. 그걸 옆에서 지켜본 소희는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석진 또한 긴장한 듯 어디를 보고 있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야, 너희는 이리 와.”
칠구의 한마디에 소희와 석진은 재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
“너는 침대로 가서 저기 아저씨 옆에 누워. 어, 옷 벗고.”
칠구의 말에 소희는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이것들은 모두 귓구멍이 막혔나. 한 번에 말을 못 알아듣네. 그래, 그냥 옷만 벗고 있으라고. 어, 속옷만 입고 있어. 어서!”
강압적인 명령에 소희는 어쩌지 못하는 얼굴로 석진에게 도와달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이 녀석은 소희의 눈을 보고도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버렸다. 머뭇거리며 말을 듣지 않자 칠구가 소희에게 다가와 처음과 다르게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야, 겁먹지 말고. 그냥 저기 아저씨 옆에 누우라고. 뭐 하라는 거 아니야. 그냥 속옷 차림으로 누워 있어. 그러면 여기 이 머저리가 사진만 찍을 거니까, 어?”
“사진······ 아니, 왜······?”
좋은 말에도 말대꾸를 하자 칠구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씨발, 하라면 좀 하라고! 사진만 찍으면 되니까 그냥 누워만 있으라고. 어!”
끝내 화를 못 참고 칠구가 소리치며 손을 치켜 올리자 소희는 고개를 푹 숙이며 비명을 질렀다. 옆에 있던 석진도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 모습에 칠구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이, 이 모자란 놈. 야, 너도 남자냐? 네 여자 아니었어? 아휴, 이런 놈이 남자라고. 야, 너 이 새끼랑 만나지마라. 아니, 지 여자를 지켜줄 생각을 안 하잖아. 이게 무슨 남자친구라고.”
망신스러웠는지 석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소희는 그런 석진을 째려보고는 침대로 향했다.
“어, 그래. 가서 속옷만 입고 누워. 야, 야, 이 새끼야!”
칠구는 석진의 머리를 툭툭 치며 불렀지만 머리를 맞으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너는 이 핸드폰으로 찍어. 동영상하고 사진. 어?”
석진은 칠구가 건네 휴대전화를 받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이, 새끼가. 말을 해, 말을?”
“아, 예예.”
칠구는 침대로 다가가 소희에게 말했다.
“아저씨 옆에 누워서 카메라 보지 말고 천장 보고 있어. 그래. 야, 너는 뭐해? 빨리 찍으라고.”
“예, 바로 합니다.”
석진은 휴대전화로 소희와 기정아빠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그림자는 이 상황을 송이에게 전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그걸 눈치 챘는지 송이가 물어왔다.
‘아저씨, 애들 왔어요?’
‘어? 어. 왔어.’
‘왜 놀라세요?’
‘내가 뭘 놀래? 아니야.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가신지 좀 됐는데 아무 말이 없어서요. 궁금해서 말 걸어본 거예요.’
‘어, 그래. 아직은······ 뭐 없네.’
‘그래요. 알았어요.’
그림자는 끝내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촬영이 됐는지 칠구가 입을 열었다.
“됐다. 이제 깨워볼까? 얼마나 들이부었으면 이래도 잠에서 안 깨? 차암.”
소희는 옷을 챙기며 입어도 되는지 물었다.
“아니, 잠깐만. 조금만 더 기다려.”
칠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기정아빠의 뺨을 툭툭 치며 깨웠다.
“이 양반아, 일어나. 일어나라고! 아이, 이걸로는 안 되는 거야?”
냉장고로 가서 생수병을 하나 들고 온 칠구는 기정아빠 얼굴에 생수를 냅다 뿌렸다. 차가운 물에 깜짝 놀란 그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이! 이거 뭐야? 어······.”
“이제야 깼어?”
“어? 동생. 여기는······. 내가 깜빡 잠이 들었나봐?”
“깜빡이 아니라 푹 잠들었지. 이제 좀 정신이 들어?”
“왜 그래? 동생.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어? 술주정이 좀 심했나?”
“아니, 전혀. 옆을 좀 봐.”
“옆? 어! 뭐야?”
그제야 기정아빠는 속옷 차림의 소희를 보고 놀라 뒤로 물러나다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급히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제야 알겠어?”
“동생, 이게 뭐야? 왜 내가 여기에······. 저 아가씨는 왜 저기······.”
“그걸 몰라서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무슨 소리야? 동생. 나한테 왜 그래? 반말을 다 하고······.”
“뭐? 반말할 수도 있지. 그보다 쟤가 몇 살인지는 알아?”
소희를 가리켰지만 기정아빠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동생, 나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내가 여기 어떻게 온 건지도 모르겠어. 아니야. 내가······.”
“됐고. 쟤 17살이야. 미성년자. 그건 알고 있는 거야?”
기정아빠는 깜짝 놀라서는 손사래를 쳤다.
“뭐라고? 아니야. 나 정말 몰랐다니까. 나한테 왜 그래, 동생? 아, 쟤네들이 날 사기 치려고 하는데 동생이 딱 이렇게 와서 날 구한 거구나. 아이고, 고마워. 동생.”
여전히 사태파악이 안 되는 기정아빠를 보고 칠구는 피식 웃었다.
“동생, 동생 부르지 말고. 언제 봤다고 동생이야?”
“동생, 우리 어제 백골부대 전우라고······.”
“진짜 웃기네. 난 군대 가본 적이 없어. 대신 교도소를 다녀왔지.”
칠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피식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뭐······ 군대를 안 가? 그럼 백골부대는······ 너, 뭐야? 너 누구야?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거야? 그래, 저 얘 보이지. 쟤가 네 딸하고 친구야, 알아?”
“내 딸 친구라고······.”
기정아빠는 눈이 빠질 것처럼 부릅뜬 채 소희를 보았다.
“뭘 그렇게 쳐다봐? 변태같이.”
“아니, 아니야. 내가 왜?”
“뭐가 아니야, 증거가 있는데. 야, 보여줘.”
칠구의 지시에 석진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하는 기정아빠에게 영상을 보여줬다. 기정아빠는 영상을 보는 순간 넋을 잃은 눈빛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제 알겠지? 하나 더 알려줘? 네 딸도 이런 짓을 하고 다녀.”
기정아빠는 넋이 나간 얼굴로 칠구를 올려다보았다.
“몰랐어? 내가 말 안 했나?”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지만 칠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말이 왜 안 돼? 지금 아빠라고 화내는 거야? 진작 아빠 노릇을 좀 하지 그랬어? 걔도 얼마나 돈이 궁했으면 이런 짓을 하고 다녔을까? 불쌍하다. 그러니까 좀 잘하지 그랬어? 딸내미가 돈 좀 달라고 하면 좀 주고. 그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다 당신 탓이야. 이 모든 게, 알아? 그리고 처음 본 사람을 어떻게 믿고 그렇게 얻어 처먹어? 낯짝도 두껍지. 공짜 술은 잘 마시더라. 맛 좋았지, 그때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 돈 한 푼 없는 거 잘 알잖아. 어? 돈을 뜯어내려고 그런 거면 포기해. 술값은 내가 어떻게든 갚을 테니 시간을 좀 주고.”
“이런 빌어먹을 놈을 봤나.”
칠구는 기정아빠의 머리통을 내리치며 말을 이었다.
“야, 지금 머리를 조아리고 싹싹 빌어도 해줄까 말까한데 지금 그 건방진 태도는 뭐야? 아이, 새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너 돈 없는 거 잘 알거든. 그러니까 네 딸이 그렇게 살지.”
“나한테 뭐라고 해도 내 딸한테 말 함부로 하지 마!”
“꼴에 아빠라고······. 그래, 진즉에 그렇게 좀 하지. 이제와 아빠 노릇하겠다고? 됐고. 나 바쁜 사람이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석진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하며 칠구는 말을 이어갔다.
“이 영상은 우리가 가지고 있을 거야. 네가 먹은 술값이랑 여기 호텔 숙박비랑 모두 네 딸한테 청구할 테니 그렇게 알아.”
“왜 그걸 우리 딸······ 우윽!”
칠구는 기정아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조용히 입 처닫고 들어. 네 딸이 이 돈을 다 갚으면 보내줄 거야. 그렇게 알고, 딸 찾지 마. 그냥 조용히 살아. 안 그러면 네 인생 쫑나? 알지? 이 영상 확 인터넷에 풀어버릴 수 있다? 그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내 말 잘 새겨들어, 알겠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우리 기정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그러니······”
기정아빠의 머리통을 내리치며 칠구가 말을 잘랐다.
“너 정말 살고 싶지 않은 거야? 저거 경찰에 넘길까? 아니, 언론사에 넘겨?”
칠구의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아, 아니에요. 아니,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으니 기정만은 그냥 둬요. 이 못난 아빠를 만나서 고생만한 아입니다. 그러니······.”
“그걸 알면 조용히 살아. 기정은 우리랑 잘 먹고 잘 살 테니까, 어?”
“그건 안 됩니······. 우욱!”
발로 기정아빠의 복부를 걷어찼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배를 움켜쥐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칠구는 쪼그려 앉아서 그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
“조용히 살아라. 안 그러면 너도 기정도 다 죽어. 어?”
그렇게 말하고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객실을 나섰다. 그런 칠구를 뒤따르며 소희와 석진도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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