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탐정

#30. 그림자 잠입 1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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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을 따라 방을 나왔다. 잔뜩 화가 난 마담은 복도를 따라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아마도 칠구라는 그 자를 찾는 듯 보였다. 때마침 한 웨이터가 복도에 들어섰을 때 마담이 웨이터를 붙잡고 물었다.

“칠구 씨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칠구 형님 말씀입니까? 방금, 저쪽 룸으로 들어가시는 걸 봤는데······.”

웨이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마담은 그가 가리킨 룸으로 달려가듯 종종걸음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담을 따라 가려는데 웨이터가 눈을 껌뻑거리며 나를 보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시하고 그냥 갈까도 싶었지만 너무 눈에 띄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해 웨이터의 그림자 속으로 빠르게 몸을 숨겼다. 웨이터는 천장을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던 길로 발걸음을 떼었다. 그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어둑한 곳으로만 움직여 마담이 들어간 룸으로 숨어들었다.

룸에 들어서자마자 시끄럽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마담과 칠구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욕들이 왔다갔다 정신이 하나 없을 정도였다. 자신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는지 마담은 칠구에게 한바탕 욕을 쏟아내고는 밖으로 나갔다.

칠구는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술병 채 들어 술을 들이켰다.

다시 문 밑으로 마담을 따라 방을 빠져나왔다. 마담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시 기정이 있는 룸으로 들어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곳을 향했다. 그때 송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염색머리 일진들이 돌아갔어요. 우리는 지금 클럽 앞에 일진들이 있던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고요.’

‘어, 그래. 난 기정이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알려줄게. 유흥업소 주변이라 밖에서도 조심히 하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으니까, 눈에······.’

또 잔소리를 한다는 듯 송이가 말을 앞서 끊었다.

‘그건 걱정 마세요. 민철이랑 동진이도 있으니까요. 아저씨는 기정이나 잘 지켜보고 바로 바로 알려주세요.’

기정이가 있는 룸 앞에 다다랐을 때 문이 열리고 마담과 기정이 나왔다. 얼른 어둑한 곳을 찾아 숨었다. 마담과 기정은 내 앞을 지나 홀로 가는 듯 보였다. 조심히 그들 뒤를 따라갔다.

역시나 홀을 지나 여성종업원들이 사용하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홀에는 일하는 종업원들이 꽤 있었다. 그들 눈에 안 띄고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듯 보였다. 영업 준비 중으로 홀의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정리정돈을 하고 있었다.

빛이 너무 밝아 더 눈에 잘 띠었다. 그래도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직접 봐야할 것 같아 조심스럽게 탁자 밑 어두운 곳으로 몸을 숨기며 휴게실로 향했다. 그곳에 다가갈수록 숨이 가쁘고 심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더 가면 위험하겠다는 느낌이 왔다. 송이도 마찬가지였는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저 심장이 아파요. 숨도 잘 안 쉬어져요.’

‘어, 나도 그래. 더는 안 되겠다. 다시 돌아······ 아니, 거리를 유지할 게. 기다려.’

말하면서도 뒤로 물러나 룸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머! 뭐야!”

뒤에서 기겁하는 여자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자가 주저앉아 놀란 눈으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못 박힌 듯 그대로 있었다. 그녀가 내지른 소리에 남자 종업원 한명이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기 검은 물체······ 아니, 사람 그림자 같은데······. 막 움직여.”

“사람 그림자요?”

종업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빠르게 탁자 밑으로 몸을 숨겼다. 남자 종업원은 움직이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자가 호들갑스럽게 소리쳤다.

“맞지? 뭔가 있지? 그렇지?”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내가 숨어 든 탁자로 다가와 고개를 숙여 아래를 살폈다. 어두운 곳이라 다행히 내 모습이 보일 리 없었다. 종업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분명 시커먼 게 이쪽으로 들어갔는데······. 그렇죠?”

“맞아. 꼭 사람처럼 생겼어. 뭐야? 유령이야?······ 아니, 귀신인가?”

“에이, 귀신이 어디에······ 아니, 아니겠죠.”

종업원은 다시 탁자 아래를 살피더니 주저앉아있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괜찮아요. 뭔지 몰라도 사라졌어요.”

“정말이지? 아휴, 뭐야?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저도요. 정말 귀신은 아니겠죠?”

“뭐야? 아니라면? 무섭게 왜 그래? 그런 말 마.”

그녀는 종업원의 팔을 툭 치고는 빠르게 휴게실로 들어갔다. 종업원도 탁자 아래를 힐끗 보더니 청소하고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한숨을 돌리고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탁자 밑에서 나왔다.

가능한 그늘진 곳만을 찾아 홀을 빠져나와 복도에 길게 뻗은 나무 화분 옆에 몸을 숨긴 뒤 크게 숨을 내쉬었다. 송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렇게 숨소리가 커요? 제 귀까지 닿았다고요.’

‘아니야, 아무 일도. 일단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겠어. 내가 보니까 여성 휴게실로 들어가는 걸 봐서는 옷을 갈아입히려고 그런 것 같아.’

‘옷을요? 왜······.’

‘교복은 사람들 눈에 띄니까 그러겠지. 곧 다시 나올 거야. 어, 맞네.’

‘뭐가요?’

‘기정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 마담이랑 같이.’

홀에서 나오는 기정과 마담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다시 룸으로 들어가나 싶더니 마담이 기정의 팔을 잡아끌어 출입문으로 향했다. 주변을 살피고는 그들 뒤를 쫓아 출입문을 나서며 송이에게 말을 걸었다.

‘송이야, 지금 기정이 밖으로 나간다.’

송이가 친구들에게 기정이가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렸다.

“저기, 나온다.”

친구들은 송이의 말에 로망스클럽 입구 쪽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입구 계단에서 올라오는 마담과 기정이가 보이자 송이가 내게 말했다.

‘저게 기정이······ 아, 맞아요. 예쁜 언니랑 같이 나왔어요. 어디로 가는지 아세요?’

‘나도 그건 몰라. 아마도 가까운 호텔로 가는 게 아닐까 싶다.’

‘호텔이요? 정말······.’

‘그래, 생각했던 대로야. 일단 거기에 그대로 있어. 마담이 보통 여자가 아닌 듯해. 그 여자 눈에 띄며 안 될 것 같아.’

‘어떻게 하려고요?’

‘내가 계속 뒤쫓을 게. 우리 거리도 일정히 유지해야 하니까, 내가 멀어졌다 싶을 때 말할 테니, 그때 나를 따라와. 알겠지?’

‘알겠어요. 아, 아저씨 보여요.’

로망스클럽에서 나온 나는 송이와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송이의 여자 친구들은 그림자인 내 팔이 휘익, 휘익 흔들리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팔짝팔짝 뛰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남자 아이들은 그런 여자 애들이 창피한 듯 고개를 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

송이가 그림자의 말을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있을 때 로망스클럽 앞으로 외제차 한대와 일반 국산 중형차 여러 대가 뒤따라 정차하더니 중형차에서 검정색 정장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리고는 외제차 앞에서 클럽 정문까지 도열하듯 줄지어 섰다.

외제차에서도 한 남자가 도열하는 것을 기다렸는지 뒤늦게 내려 뒷좌석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 뒷문으로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줄무늬 검정색상의 외투를 입은 한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내렸다.

그 남자는 외투를 벗어 문을 연 남자에게 건네더니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꽂고는 로망스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들어선 뒤로 도열하고 있는 남자들이 일렬로 따라 들어갔다.

클럽 문 앞에서는 칠구가 대기하고 서 있었다. 출입문으로 들어서는 그 남자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큰소리로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 뒤로 종업원들이 줄지어 서서 뒤따라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선글라스를 머리에 꽂은 그 남자는 칠구의 어깨에 손을 가만히 올렸다.

“칠구야, 준비는 잘 되고 있냐?”

“예, 형님. 문제없도록 준비 중입니다.”

“그래, 내가 엄청 존경하는 형님이 부탁하신 거니까 잘 챙겨야 한다. 알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형님.”

“룸은 어디냐?”

“아, 예. 저쪽입니다.”

칠구는 복도 안쪽 한 룸을 손으로 가리키며 앞서 걸어갔다. 그 뒤로 형님이라는 자가 뒤따르며 말했다.

“술은 알아서 여기서 가장 비싼 걸로 내놓고. 아가씨들도 쌔근한 것들로, 알겠지?”

“물론입니다, 형님. 걱정 마십시오.”

그가 주변을 살피며 물었다.

“근데 이쁜 마담이 안 보인다? 어디 갔냐?”

“아닙니다. 오늘 손님 모실 아가씨를 데리고 미리 호텔로 갔습니다.”

“그래? 내가 듣기로는 조건이 까다로웠다고 하던데?”

“그게······ 예, 조금 까다롭기는 했습니······.”

그가 갑자기 칠구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며 온갖 욕설을 퍼부어댔다.

“새끼야, 그게 뭐가 까다로워? 형님, 형님하면서 말이 많아졌다, 우리 칠구.”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칠구는 당황한 듯 말까지 더듬거렸다.

“아, 아닙니다. 보, 보스. 제,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하, 하나도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형, 형님이 시, 시키시는 뭐든 착착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래, 그게 정답이지. 자식이 아직 덜 됐어. 오늘 오시는 분들도 그렇게 잘 모시고. 엉까지 말라고, 새끼야!”

“예예,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이곳입니다.”

칠구는 손님 맞을 룸 문을 열어보였다. 보스는 안으로 들어서서는 잠시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좋네, 좋아. 그래, 잘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여기까지 힘들게 오셨는데 회포나 풀고 가시죠.”

“자식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갑자기 그는 칠구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아악!

칠구는 정강이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벌떡 일어서서는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보스. 시정하겠습니다.”

“야, 여기가 놀이터야? 너 이런 식으로 일해?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공은 공이라고! 아이, 이 자식 어쩌나······. 너 이따위로 할 거면 여기 육팔이한테 넘길 수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 알겠어?”

“예, 보스. 제가 앞으로는 잘 운영하겠습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적으로······.”

“아휴. 칠구야, 잘 할 수 있지? 오늘 밤 정말 중요한 손님 오시는 거야? 너 믿고 맡기는데 내 얼굴에 먹칠하는 일 없어야 하지 않겠어?”

바로 대답이 없자 보스는 칠구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잘 할 수 있냐고?”

“물론입니다, 형님! 잘 할 수 있습니다!”

차렷 자세로 칠구가 크게 외치듯 대답했다.

“그래, 손님 잘 받고. 편안히 모셨다가 손님 가시면 바로 보고해라. 알겠지?”

“예, 보스.”

“너만 믿는다, 형은?”

“예, 형님. 감사합니다.”

보스 앞으로 허리를 깊게 숙였다. 보스는 칠구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자식, 내 마음 잘 알지?”

“물론입니다, 형님.”

“그래. 그럼 나 갈란다.”

칠구는 룸 밖으로 뛰쳐나가서는 크게 소리쳤다.

“형님 가신다, 모셔라!”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보스가 룸에서 나와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 길 양옆으로 종업원과 조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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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

[pa****]

작가님 오늘도 변함없이 즐독하고 갑니다. ㅊㅊ 꾹. 작가님 화이팅 입니다.

[공한K]

parkpd님, 변함없이 즐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k*****]

오늘도 정주행하고 갑니다. 파이팅!!

[공한K]

skyboom님, 오늘도 정주행 감사합니다.^&^ 파이팅!

[한시야]

조용히 정주행 마치고 갑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공모전 마감 축하드려요!

[공한K]

한시야님, 연재는 계속 됩니다. 정주행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