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잠재적 위험 1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삐친 송이가 못마땅했지만 수연이 화해하라는 눈치를 주자 민철은 마지못해 먼저 송이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너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삐······.”
민철은 고개를 가로젓는 수연을 힐끗 보고는 멈칫하다 이내 말을 이어갔다.
“알았어, 내가 좀 심했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어? 그만 화 풀어, 송이야.”
끝까지 대답하지 않고 뒤돌아 서 있는 송이가 괘씸했던 민철은 송이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 순간 송이가 힘없이 주저앉듯 쓰러지자 깜짝 놀란 민철은 송이를 온몸으로 받으며 두 팔 벌려 안았다. 민철의 품에 안긴 송이는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송이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송이야, 왜 그래? 아줌마, 송이가 이상해요.”
“잠깐만요.”
수연은 빠르게 송이의 맥박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을 확인하고는 송이의 볼을 살살 치며 송이를 불렀다.
“송이학생, 정신을 차려 봐요. 네? 학생.”
수연의 말에 송이는 눈을 찌푸리며 살짝 떴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수연과 민철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이 들어요? 송이학생.”
“송이야, 괜찮아? 갑자기 왜 그런 거야?”
송이는 이마를 짚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이러죠?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요. 어머! 뭐야!”
민철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송이는 민철을 밀치며 벌떡 일어섰다.
“무리하지 말아요, 송이학생.”
“그래, 나는 괜찮아.”
핏기 하나 없던 송이의 얼굴은 금세 붉게 물들어 민철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아니야, 고마워. 이제 괜찮아졌어.”
“그래? 그럼 다행이고.”
민철은 못내 아쉬운 듯 콧잔등을 매만지며 일어섰다. 수연은 송이가 걱정 돼 팔을 잡으며 부축해주었다.
“그래도 모르니 나라도 좀 잡고 있어요.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혹시 모르니 병원에 가서······.”
그때 수연의 주머니에서 진동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어디요? 네? 그게 무슨 소리······ 아, 알겠어요.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수연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민철이 조심스레 수연에게 물었다.
“무슨 전화신데 그러세요?”
“아, 저기 민철학생. 송이학생 좀 부탁해요. 나는 일이 있어서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갑자기요? 무슨 일이신데요?”
“저기······ 이한 씨 어머니가 쓰러지셨다고······. 미안해요. 자세한 건 나중에 전화로 설명할게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수연은 부축하고 있던 송이를 민철에게 넘기고는 서둘러 달려갔다. 송이는 수연이 뭐라고 말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해 민철에게 물었다.
“수연 언니가 뭐라고 하고 가신 거야?”
민철은 달려가는 수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수연이 말한 것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니까 이한 씨 어머니가 쓰러······. 뭐야! 아저씨 어머니가 쓰러지셨다고 그런 거잖아!”
그제야 민철은 수연의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된 것이었다. 송이는 민철의 말에 깜짝 놀라 그림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림자는 송이 옆에 드리워 있었고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저씨······.”
민철은 송이 옆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고 놀라 물었다.
“어! 언제 오셨어요? 송이야, 아저씨 다 들으신 거야?”
“그러신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송이는 그림자에게 물었다.
‘아저씨,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아요?’
그림자의 대답이 바로 없자 송이가 재촉하듯 다시 물었다.
‘아저씨, 뭐하세요? 왜 그래요? 병원에 가봐야죠. 할머니······ 아니, 아저씨 어머니께서 쓰러지셨다잖아요. 이렇게 지체할 시간이 어디에 있어요? ······아저씨, 말 좀 해보세요. 답답하게 왜 그래요? 그러지 말고 빨리 우리도 가요. 네?’
잠시 말없던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이야.’
‘듣고는 있는 거예요?’
‘잠깐만. 가야하는데······ 발이 안 떨어져.’
‘그게 무슨······ 아, 알았다. 충격이 크셨나 보네요. 그렇죠. 엄마가 쓰러졌다는데. 이해해요. 그래도 이럴 시간이 없잖아요. 더 지체 말고 빨리 가요.’
‘아니, 그게 아니야. 못 가겠어.’
‘그게 또 무슨 소리에요? ······혹시, 아니······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그래서 그래. 무서워.’
그제야 그림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송이의 눈에 들어왔다.
‘무섭다고요? 왜······ 아, 그때 일 때문에 그러신 거죠? 약혼자······.’
송이는 말하다 자신의 입을 막으며 괜히 말했다고 후회했다. 그 모습에 민철이 물었다.
“왜? 아저씨가 뭐라고 그러셔?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우, 답답해. 뭐라고 하는지 좀 말해줄 수 없니?”
“미안. 아저씨가 지금 힘드셔서 바로 못 갈 것 같아.”
“힘들어? 어디가? 아, 혹시 네가 아팠던 거랑 연관이 있는 거야?”
“뭐? 나랑······ 아니, 그게 아니라······.”
민철의 말에 그림자가 송이에게 물었다.
‘송이야, 너한테도 무슨 증상이 느껴졌던 거야?’
말을 하다가 송이가 또 멈추자 민철은 답답해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
“뭐야? 그게 아니면 뭔데? 왜 또 말하다 말아.”
“그게······. 조금만 기다려줘. 아저씨랑 마저 얘기 끝나면 말해줄게. 잠깐만, 미안.”
그전과 다르게 송이가 미안하다며 양해까지 구하자 민철도 더는 묻지 못했다. 송이는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저씨도 저처럼 기절하신 거예요?’
‘뭐야, 기절을 했어?’
‘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다행히 민철이 부축해줘서 다치지는 않았어요.’
‘그랬구나. 나도 클럽 안에서 갑자기 몸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았거든. 그래서 좀 소동이 있었지만. 무슨 일이었을까?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지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저는 여기 계속 있었어요. 그건 아닐 거예요. 그리고 심장이 아프진 않았거든요.’
‘그래. 그럼 무슨 일이었을까? 아! 설마······.’
‘왜요? 이유를 아셨어요?’
‘빨리 병원에 가봐야겠다.’
‘이제 괜찮아지신 거예요? 무섭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아니야.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어.’
‘확인이요?’
그림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송이는 민철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함께 이한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
병원에 도착한 수연은 이한의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응급실 병상을 찾았다. 이한의 어머니는 침상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수연은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녀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수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의사가 수연 곁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저기 보호자 되십니까?”
“아, 네. 어떻게 된 거죠?”
의사는 눈물을 흘리는 수연에게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
“많이 놀라셨죠?”
“고맙습니다.”
“환자분은 지금 괜찮으시니까, 너무 걱정 마십시오. 잠깐 정신을 잃었을 뿐이에요.”
“정신을요? 어머니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건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병원에 계시다가 쓰러지셨던 것 같아요.”
“네. 여기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의 보호자시거든요.”
“그러십니까? 아, 그럼······. 잠시 만요.”
의사는 잠시 어디론가 가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네요. 제가 확인해보니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신 남궁이한 씨의 보호자 되신다고요?”
“네, 맞아요.”
“그러시군요. 그게, 남궁이한 씨에게 갑자기 심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습니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은 안정을 찾은 상태고요. 갑작스런 일이라서 저희 담당의도 좀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의사는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러시죠? 이한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방금 괜찮다고 안정된 상태라고 하셨잖아요.”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산소 호흡기 전원을 끈 것 같다고 해서 말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누가요? 누가 그런 짓을······.”
“저희도 그걸 지금 확인 중에 있습니다. 남궁이한 씨의 보호자분의 면회 시간이 지나고 그런 일이 발생해서 말이죠.”
“그 말씀은······ 아니에요. 이한 씨 어머니가 그러실 리 없어요. 얼마나 아들이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시는데요. 절대 아니라고요.”
상상할 수는 없는 말에 수연이 흥분하며 말하자 의사는 서둘러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예, 예. 진정하시고요. 저희도 지금 알아보고 있으니 곧 누구의 짓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중환자실 내에 CCTV가 작동되고 있었으니 곧 밝혀지겠죠. 그래서 말인데요, 경찰에 알려서 남궁이한 씨의 신변보호를 받으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환자분이 형사라고 들었습니다. 누군가 형사 분을 위해하려했던 것 같아서 말이죠.”
“그 CCTV 영상을 볼 수 있을까요?”
“그건 힘들겠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있어서요. 꼭 보고자 하시면 경찰에 신고를 하시고 협조요청을 하시는 게 빠르실 겁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사가 가볍게 목례하고 가자 수연은 곧바로 박동식 경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박 경위는 병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듣고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 박 경위가 도착하고 얼마 있지 않아 송이와 민철도 병원에 도착해 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연 언니, 저 송이에요.”
“미안. 바로 연락을 줬어야 했는데, 걱정 많았죠?”
“아니에요. 저희도 병원에 왔어요. 할머니는 어떠세요?”
“이한 씨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그것보다······ 아니, 다 왔으면 중환자실로 와요.”
“중환자실이요? 할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세요? 괜찮다고······.”
“아니, 아니. 어머니는 지금 응급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계세요.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 중환자실로 오라고 한 거예요. 아, 동식 씨도 여기로 온 다고 했어요. 아마 거의 다 왔을 거예요.”
“네, 그럼······. 잠시 만요.”
전화를 끊으려는 송이에게 그림자가 말을 걸었다. 그 말을 송이는 수연에게 말했다.
“저기, 언니. 혹시 중환자실에 계신 이한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어, 뭐예요? 그걸 어떻게······.”
“역시 그렇군요. 이한 아저씨가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사실 그것 때문에 중환자실로 오라고 한 거예요. 그게······.”
중환자실에 있는 이한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한 수연은 CCTV 영상을 보기 위해 박 경위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박동식 형사님에게요?”
“그래요. 경찰에 협조요청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절차가 좀 까다로운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동식 씨가 형사니까 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불렀어요.”
“그럼 박 형사님한테는 저희가 왔다는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왜요?”
“그건 묻지 마시고요. 아니, 나중에 아저씨가 다 설명하신데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으시죠?”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수연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송이는 민철과 함께 중환자실이 아닌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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