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중요한 작전 2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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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어가자 로망스클럽 앞으로 고급차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하나 같이 양복차림이었고 나이가 지긋이 든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주위를 살피며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VIP룸으로 들어오는 양복차림의 남자들을 미리 와있던 미키 정이 한명 한명 악수하며 맞았다. 남자들은 모두 서소동 개발사업의 투자자들과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법조인과 경영인들이었다. 황 의원과 국토부장관의 사퇴 등 일련의 사건들로 불안했을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었다.
이 모든 사람을 갑작스럽게 한 자리에 모은 오진태 대표가 정작 보이지 않자 한 남자가 미키 정에게 어찌된 일이냐며 연락을 해보라고 채근했다. 미키 정은 약속시간이 되었는데도 오지 않는 오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통신장애로 연결이 안 된다는 안내만 나올 뿐이었다. 지하라 안 되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 전화를 하려는데 오 대표로부터 문자가 왔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참석이 힘들다며 자신을 대신해서 투자자들을 잘 좀 모시라는 내용이었다. 걱정 돼 병원으로 가야 하나 싶었지만 어렵게 자리에 모인 투자자들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어쩔 수 없이 미키 정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갈증을 풀어줄 수 밖 없었다.
미키 정이 다시 VIP룸으로 들어가 투자자들과 술잔을 돌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림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클럽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차로 송이와 민철과 함께 돌아왔을 때 소 경위는 어딘가로 무전을 보내고 있었다.
“진 경사, 우리는 이동한다. 특이사항 생기면 바로 연락 주고.”
- 예, 알겠습니다.
무전을 끊은 소 경위가 돌아보며 말했다.
“방금 전에 출발했으니까 우리도 그쪽으로 이동하자고.”
“네. 아저씨도 그렇게 하자고 하세요.”
소 경위는 송이의 말과 동시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민철이 송이에게 조용히 물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제는 말 좀 해주지.”
민철은 송이 옆을 지키며 함께 있었지만 매번 그러하듯 소외된 느낌이었다. 중요한 작전이라고 말을 해놓고 어떤 작전이고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민철이 오자마자 작전이 시작됐기에 송이가 민철에게 하나하나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없는 민철은 말해주겠지 하고 참고 기다리다 차가 출발하자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냉랭했다.
“그냥 넌, 조용히 있으면 돼. 알 것 없어.”
“야, 이러기야? 나도 알아야 뭐라도 도울 수 있을 거 아니야.”
“누가 도와달라고 했니? 몰래 뒤쫓아 왔으면서.”
“아니, 그래. 그렇지만······ 아니다. 됐다.”
치사해서 더는 안 물어볼 심상으로 등지고 앉는 민철에게 소 경위가 말을 걸었다.
“왜 그래? 둘이 싸웠어? 남학생이 송이학생 옆에 있으니까 든든해서 좋더라. 이번 작전에도 큰 도움이 됐고. 이번엔 내가 송이랑 움직일 테니까 남학생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돼.”
“아니요. 제가 같이 갈게요.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송이에게 힘들다 투덜거리는 것으로 오해를 산 것으로 생각하고 변명을 해보는 민철이었다. 그러나 소 경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런 거 아니고. 병원 안에 경호원들이 있었거든. 그래서 혹시나 위험할 수 있어서 그래. 학생보다는 내가 날 것 같아서 그런 거니까, 괜한 오해 말고. 여자 친구는 내가 잘 보호해줄게.”
“아니에요. 그런 거. 여자친구······.”
여자 친구라는 말에 송이와 민철 모두 부끄러워 서로 눈치만 살피뿐 극구 부정은 하지 않는 모습에 소 경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림자가 송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 거구나. 이제 남자친구로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이번 작전에 대해서도 말 안 해주는 거고. 남자친구가 위험해질까봐.’
송이는 그림자를 흘겨보았다.
‘놀리지 마세요. 정말 얄미워 이럴 때보면. 누가 남자친구로 인정을 해요? 나한테 물어본 게 아니니까 아무 말 못한 거죠. 민철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치.’
새침하게 말하고 민철을 힐끗 쳐다보는 송이의 입가엔 웃음이 걸려있었다. 애써 웃음을 참는 것 같아 그림자가 더는 말을 걸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민철이 소 경위에게 로망스클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물었다.
“송이학생이 얘기 안 해줬어? 정말 싸운 거야?”
“아니요. 싸우긴요? 그냥 정신이 없어보여서 물어보지 못했어요. 형사님이 말씀해 주시면 되잖아요.”
“그랬구나. 아까 클럽에 모인 사람들은 서소동 개발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었어. 사실 어제 그림······ 아니, 이한이 오진태 대표의 휴대폰에 해킹프로그램을 몰래 깔았거든. 오진태 대표와 정팔복 대표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서 말이야.”
“이간질이요?”
VIP 룸바에서 오진태와 미키 정이 만났을 때부터 그림자는 이 둘의 관계를 갈라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미키 정이 한 짓처럼 오진태를 공격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휴대폰에 해킹프로그램을 깔고 병실에 있던 과도를 이용해 오진태를 죽이려는 듯 연기를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칼을 들어 올릴 때 실수인 것처럼 침상을 다리로 치며 오진태를 일부러 깨웠다.
오진태가 미키 정이 자신을 살해하려고 했다고 믿기를 바라며 혼신의 연기를 한 그림자였다. 그런 이유로 잠을 조금밖에 못 잔 송이가 피곤해 보였던 것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다.
“그럼 전화가 안 되는 것도 해킹프로그램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맞아. 진 경사의 도움도 받은 거야. 혹시 몰라서 클럽 주변을 잠시 통신장애로 만든 것도 진 경사의 솜씨였고.”
“그렇구나. 근데 그 오 대표라는 사람이 클럽에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아신 거예요? 그것도 해킹해서 아신 거예요?”
민철의 질문에 소 경위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민철은 갑자기 왜 웃는지 몰라 얼떨떨하게 대답을 기다리는데 송이가 팔꿈치로 툭 치며 말했다.
“그것도 다 작전이라고. 딱 보면 모르겠어. 클럽에 모이게 한 것도 다 거짓이라고. 오 대표라는 사람은 몰라. 자기가 모이게 한 것도 말이야.”
“뭐? 그게 무슨······. 오 대표도 모르게 사람들을 모았다는 말이잖아. 근데 오 대표가 불렀다고······. 그래서 왜 그런 건데?”
“그건 곧 알게 될 거야. 거의 다 왔어.”
“병원? 병원에 오 대표가 있고······. 그냥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안 돼? 아이, 골치가 다 아프네.”
“그러니까 넌 그냥 조용히 따라오기만 하라고 했잖아. 모르는 게 약이야, 너는.”
“뭐? 너 자꾸 날 무시할거야? 너도 그림자 아저씨 아니었으면 나랑 비슷했을 주제에 그러면 안 되지. 조금 안다고······.”
병원에 도착했다며 소 경위가 투탁거리는 송이와 민철에게 사랑싸움을 잠시 멈추라고 장난스럽게 말렸다. 송이와 민철은 동시에 사랑싸움이 아니라고 소리쳤다. 그들의 과한 부정에 소 경위와 그림자는 오히려 소리 내어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동시에 같은 말을 한 것이 민망했는지 아니면 사랑싸움이라는 말에 부끄러웠는지 둘은 서로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차에서 내려 소 경위의 뒤를 따랐다.
“아니, 학생은 차에서 기다려. 내가 여자 친구는 잘 지켜준다고······.”
덥석 소 경위의 팔을 잡으며 민철이 작게 말했다.
“그만 좀 하세요. 그리고 내 여자 친구는 제가 지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앞서 걸어가는 민철을 소 경위가 가만히 지켜보았다. 민망해서 그런 것이라, 곧 돌아올 것이라는 걸 알기에. 역시나 곧 자신을 지켜보는 소 경위와 송이에게 돌아왔다. 오자마자 송이가 핀잔을 놓았다.
“넌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가면 어떡해? 그리고 형사님이 차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잖아.”
민망해 어쩌지 못하는 민철의 모습에 소 경위가 나서서 송이를 말렸다.
“됐어. 같이 가. 남학생이 혼자 있는 게 싫은 거겠지. 시간 없다. 어서 가자.”
그렇게 말하며 소 경위는 민철과 송이의 팔을 잡고 병원정문으로 향했다. 그들을 지켜보는 그림자는 왠지 씁쓸했다. 자신이 소 경위의 위치에 있지 못한 것이. 그래도 자신을 믿고 함께 해주는 동료와 탐정단 학생들이 있어 씁쓸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시각 오 대표가 입원해있는 병실에 도무철 변호사가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왜 그렇게 전화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미키 정을 미행하던 도무철은 로망스클럽으로 서소동 사업개발 투자자와 관계인들이 모여든 것을 지켜보고 오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신장애로 연결이 되지 않아 병원으로 이동하며 전화를 계속해보았지만 부재중 통화라고 연결이 되지 않아 짜증이 한바탕 난 상태였다.
그런 무철에게 오 대표가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하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어디에 그렇게 연락을 하셨어요? 급하게 보고 드릴 게 있어서 연락을 드려도 통화가 돼야 말이죠.”
“전화?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연락을 했다고. 나한테 전화했어?”
“예, 몇 번을 했는지 모릅니다. 여기 오는 내내 전화를 했는데 계속 부재중 통화라고만 하니, 화딱지가······ 아니, 정말 중요한 일이라······.”
설명하다보니 통화 안됐던 때가 떠올라 화가 치밀어 올랐던 무철은 급히 말을 멈추며 오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그를 신경 쓸 겨를 없이 오 대표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손수 휴대전화를 들어 보여 부재중 전화가 한통도 없었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정말 통화내역에는 전화한 것도 전화 온 것도 한통 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잠시 휴대전화를 보던 무철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미키 정을 미행하다 본 것을 보고했다.
“정말이야? 투자자들이 미키 정을 만났다고? 그것도 나 몰래.”
“예. 형님은 모르고 계신 게 맞죠? 저한테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거든요. 그게 궁금해서 전화를······. 아무튼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가서 정 대표 놈을 아작 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슨 꿍꿍이로······.”
손을 들어 보이며 무철의 말을 막았다.
“조용히 좀 해봐. 그러고 보니 이 작자가 아주 계획적이었네. 날 죽이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어.”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형님을 죽이려했다니요?”
그림자 킬러가 오 대표를 죽이려했다는 얘기를 듣고 무철은 믿기지 않는 듯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날 죽이고 서소동 개발사업을 꿀꺽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아니면 날 죽이지 못해 급하게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나. 날 몰아내보겠다는 심상인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 되지. 도 변 우리가 먼저 쳐야겠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러지 마시고. 정 대표를 만나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시는 게······.”
발끈하며 오 대표가 말을 잘랐다.
“무슨 소리야! 내가 죽을 뻔했다는데. 그게 할 소리야? 그러면 그놈이 인정이나 하겠어? 무조건 아니라고 발뺌하겠지. 날 죽이려고 작정을 한 놈이라고. 언제 또 날 죽이려할지 모르는데 만나서 대화를 해보라고. 미친 거야?”
“아니,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고로 처리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 않겠어. 미키 정, 그놈 보통 놈이 아니라고. 눈치 채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해. 조금만 늦으면 우리가 당한다고. 나만 죽일 것 같아. 나 다음엔 너야. 알겠어?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일단 미키 정 먼저 처리하고 그 아랫놈들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처리하자고.”
“예, 형님.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곧장 나가려는 무철을 불러 세웠다.
“그 킬러 놈은. 그림자 킬러 말이야. 뭐 나온 거 없어?”
“아직은 올라온 게 없어서요. 곧 그와 관련된 정보가 올라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보시죠.”
알았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가보라는 오 대표의 손짓에 무철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병실을 나섰다. 그때 룸바에서 들렸던 달칵 소리가 또 울렸다. 오 대표는 잠시 무슨 소리인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귀를 후비며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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