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잠입수사 3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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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어둠으로 뒤덮이자 황 의원은 발작하며 남자의 팔을 움켜잡은 채 소리를 질러댔다.
“뭐야? 뭐야! 불이 왜 꺼져? 누가 끈 거야? 빨리 불 켜!”
“의원님, 진정하십시오. 잠깐 여기 계십시오. 제가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가만히 있어. 나도 같이 가. 나 혼자 두고 가면 너 죽을 줄 알아.”
잔뜩 겁에 질린 황 의원은 남자를 꼭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조명을 켜고 황 의원과 방을 나서려했다. 그때 누군가 남자의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낚아채듯 가져갔다. 아니, 휴대전화가 저 멀리 날아갔다. 또 다시 주변이 어둠에 휩싸였다.
깜짝 놀란 남자는 누구냐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 의원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남자를 잡고 흔들며 무슨 일이냐고 따지듯 고성을 질렀다.
“뭐야? 왜 불을 또 껐어? 어서 불 켜. 어서!”
“저기 의원님. 그게 아니라 누가······ 어!”
퍽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이 돌아갔다. 곧바로 고개를 드는데 뭔가가 날아와 얼굴을 강타했다. 그 충격에 남자는 뒤로 쓰러졌고 황 의원도 덩달아 뒤로 나자빠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겁먹은 황 의원은 허우적대며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1층에서 무슨 일인지 지켜보고 있던 비서실장과 장관이 휴대전화 조명을 비추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황 의원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방으로 조심스레 조명을 비추며 들어섰다. 휴대전화 불빛에 보이는 황 의원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 콧물 범벅인 채로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양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사람 살려, 귀신이다. 귀신! 사람 살려!”
비서실장은 서둘러 황 의원에게 달려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신이 나간 황 의원은 비서실장을 밀쳐내며 살려달라고만 소리 질렀다. 비서실장은 그런 황 의원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큰소리로 말했다.
“왜 이러십니까? 의원님. 접니다, 저. 한동철 비서실장. 정전이 된듯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가 무섭다고 그러세요.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다고. 예. 정신 좀 차리시라고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황 의원이 눈을 떠서는 조명 빛에 눈이 부신 듯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어, 어. 비서실장이에요. 살려줘요. 귀신이 있어요. 나한테 귀신이 붙은 것 같아요.”
비서실장을 보고 안심이 되었지만 귀신을 보고 놀란 마음은 진정이 안 된 듯 뻗은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손을 비서실장이 잡으며 일으켜 세웠다.
“이제 좀 진정하시고 저랑 같이 내려가세요. 근데 알아보라고 간 놈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아, 그 사람. 여기, 여기 있을 거예요. 나랑 같이 있었는데······.”
황 의원이 바라보는 곳으로 비서실장이 휴대전화 조명을 비췄다. 그곳에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올려 보냈던 남자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있었다.
“얘는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거야? 미치겠네.”
쓰려져 있는 남자를 보고 황 의원은 비서실장에게 딱 붙어서며 작게 말했다.
“귀신을 보고 놀란 모양입니다. 정말 귀신이 있었다니까요.”
“무슨 소립니까? 세상에 귀신이라니? 정신 차리세요.”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는 황 의원을 한심한 듯 흘겨보고는 부축하며 말을 이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시죠. 저기, 장관님. 장관님, 좀 도와주시죠. 어디 가셨습니까?”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황 의원을 혼자 힘으로는 부축해 나갈 수 없어 같이 올라온 오 장관을 찾았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귀신이라는 말에 무서워 줄행랑을 쳤다고 생각하니 비서실장은 헛웃음이 났다.
“의원님, 좀 걸어보시죠. 저 혼자는 힘듭니다. 휴대폰으로 앞을 밝혀야 하고요. 못 걷겠으면 저 혼자 내려가서 차단기 올려놓고 다시 올라오겠습니다. 잠깐 여기에 계세요.”
“안 돼. 안 돼요.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갑시다.”
혼자 나가려는 비서실장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애원하듯 소리쳤다. 뭐가 무섭다고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비서실장은 황 의원을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그럼 직접 걸으십시오. 걸을 수 있으시죠?”
“그래요, 그래. 걸을 테니 나 혼자 두지 말아요. 부탁해요. 한동철 비서실장.”
“알겠습니다. 의원님한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제 팔을 꼭 잡고 따라 오십시오. 귀신같은 게 어디······ 아니, 아닙니다. 조심히 잘 따라오세요.”
휴대전화 조명으로 바닥을 비추며 비서실장이 앞서 걸어갔다. 황 의원은 그의 팔을 잡은 채 뒤에 바짝 붙어서 종종걸음으로 뒤따랐다. 방을 나와 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바닥에 사람이 한명 쓰러져 있었다. 깜짝 놀란 비서실장이 멈춰 서자 황 의원은 소스라치며 그를 부둥켜안았다.
“아악! 뭐예요? 왜, 왜 그래요? 귀신이라도 본 거예요?”
“아니, 아닙니다. 귀신이 아니고요. 오 장관입니다. 이 양반은 왜 또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거야······.”
휴대전화 조명이 장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채 코와 입에서 선홍빛 피가 흐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황 의원이 조심스레 실눈을 떠서는 장관의 얼굴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저거, 저 피, 피 아니에요?”
“네네. 좀 조용히 좀 하세요. 왜 그렇게 호들갑······. 아니, 아니 그러니까 정신이 없으니까 제발 조용히 좀 하고 계시라고요.”
주변이 온통 컴컴하고 휴대전화 조명 빛 한줄기에 의지해 움직이고 있는데 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으스스해지며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뒤에서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까지 질러대니 비서실장도 참았던 화가 치밀어 올라 목소리가 커졌다.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었으나 애써 참아내며 말을 아꼈다.
“아니, 이게 다 귀신의 짓이라니까요. 내말이 맞다니까. 정말 귀신을 봤다고.”
의지할 곳이라곤 비서실장 밖에 없으니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황 의원은 귀신을 봤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작게 말했다.
“또 그 귀신 얘깁니까? 이건 귀신 짓이 아니에요. 사람······. 어으!”
사람의 짓이라고 말하려던 비서실장의 입으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그 충격에 입을 손으로 감싸느라고 휴대전화 조명이 비서실장의 얼굴 쪽을 비췄다. 그의 입가에 피가 묻어 있었고 불빛이 비친 일그러진 얼굴이 마치 괴기한 괴물같이 보였던 황 의원은 기겁을 하며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귀신이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황급히 아니라고 손을 저으려던 비서실장은 갑자기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굽혔다. 곧이어 머리를 위로 쳐들며 허리를 펴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져 바닥에 대자로 쓰러졌다. 그 모습이 휴대전화 빛으로 보였다 안 보였다하여 마치 귀신이 기괴한 동작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황 의원은 양손을 벌벌 떨며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 사이 황 의원의 바지는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그리고 어디선가에 날아든 무언가에 얼굴을 맞고 정신을 잃었다.
밝게 빛나던 초승달이 구름 뒤로 숨어들었다. 찬바람이 살갗을 훑고 지나갔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을 듯 차가운 기운에 의식을 잃었던 황 의원이 번쩍 눈을 떴다. 주변이 온통 어둡고 나무들로 빽빽한 곳에 혼자 덩그러니 쓰러져 있었다. 그것도 속옷만 입은 채로. 황 의원은 여기가 어딘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일어섰다.
나무들 사이로 하얀 안개가 바닥에 잔잔히 물 흐르듯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곳은 마치 저승인 듯 그것이 아니라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황천길인 것처럼 스산하고 고요하였다. 거기다 한 번씩 뻐꾸기의 음산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 여기. 여기 아무도 없어요.”
목구멍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나와 멀리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황 의원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더 큰소리로 말하려는데 나무들 사이로 검은 인영(人影)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걸 보고 황 의원은 질색하며 뒤로 물러나다 나뭇가지에 발이 걸려 철퍼덕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꼬리뼈가 부서진 듯 아팠지만 그보다 검은 인영의 모습에 혼비백산하며 머리를 넙죽 땅에 박았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세요. 아니, 여기가 저승입니까? 제가 죽은 겁니까?”
앞에 보이는 검은 인영이 귀신인지 저승사자인지도 분가하지 못하고 겁에 질려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날 기억하시나요.”
가련히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황 의원은 말하다 멈춰서는 들려오는 곳으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방금 봤던 검은 인영이 아니라 소녀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드러나 보였다.
“날 죽인 사람이 당신인가요?”
“뭐? 너, 너 누구······ 누구십니까? 제가 누굴······.”
“날 모르겠어요. 당신에게 폭행을 당하고 트럭에 치어 죽은 여학생······.”
번뜩 황 의원의 머릿속에 서기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입에서는 모른다는 거짓말이 나왔다.
“정말 날 모른다 말인가요?”
그 말과 함께 어린 소녀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음산한 공간에서 들리는 소녀의 울음소리는 귀신이 곡하는 소리처럼 들려와 황 의원의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였다. 그래도 끝까지 잡아떼는 그에게 벼락같은 고함소리가 귀에 꽂혔다.
“네, 이놈! 네가 죽어서도 거짓말을 하는 구나. 지옥 맛을 보아야 사실대로 말할 것이냐!”
소녀 옆으로 사라졌던 검은 인영이 나타나서는 저승사자처럼 손가락질하며 황 의원을 나무랐다. 그 소리에 황 의원은 벌벌 떨며 모든 것을 말하겠다며 지옥만 가지 않게 해달라고 손을 싹싹 빌며 애원했다. 저승사자가 사실대로 말한다면 지옥만은 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자 황 의원은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맞습니다. 제가 그 아이를 죽이라고 시켰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발 지옥만은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반성하고 또 반성하겠습니다.”
“네가 누구인지 밝히고,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 원혼을 불러내어 모든 것을 소상히 밝혀 원혼에게 용서를 빌 거라.”
“예예. 나는 황상두입니다. 그 아이 이름이······ 아, 서 서기정이라고······. 그래, 기정아 미안하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 내가 너한테 몹쓸 짓을 하고 그걸 숨기려고 널 죽이라고 시켰다. 그렇게 차로 치어 죽일 줄 몰랐다. 많이 아팠겠지······ 아니, 아팠지.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이렇게 죽을 줄 모르고 너한테 몹쓸 짓을 했구나. 이렇게 모든 걸 속죄하고 용서를 빌 테니 제발 날 용서해 주거라. 기정아.”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던 황 의원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소녀가 있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소녀도 저승사자도. 자신을 용서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황 의원은 눈물을 닦아내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때 손전등 불빛들이 나무들 사이를 헤집고 나와 황 의원을 비추었다.
“여기,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 목소리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하게 지켜보는데 경찰복장의 남자들이 달려와 황 의원의 얼굴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말했다.
“맞네. 속옷 바람으로 도망을 갔다더니 여기에 있었네. 어서 이 사람 체포해.”
“예.”
한 경찰관이 황 의원의 팔을 잡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며 수갑을 채웠다. 황 의원은 아무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아 경찰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경찰을 따라 나가는 길옆으로 호수가 있었다. 호수에는 하얀 물안개가 잔잔하게 깔려 흐르고 있었다.
별장 앞에는 경찰차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장관과 비서실장 그리고 학생들을 데리고 온 남자까지 모두 수갑을 찬 채 경찰차에 오르고 있었다. 송이와 애리 그리고 여경은 경찰들 사이에서 보호를 받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경찰차에 올라타서야 황 의원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이 방금 전에 봤던 모든 것들이 꿈이었는지 귀신에 홀린 것인지 그저 혼돈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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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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