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칠구의 꿍꿍이 1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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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기정은 잠시 망설이다 휴대전화를 들어 받았다.
“여보세요.”
“아이고, 받았네. 잘했어.”
“누구세요?”
“뭐야? 그새 내 목소리를 잊은 거야? 내 목소리가 그리 쉬이 잊어질 목소리는 아닌데.”
“그 클럽의 아저씨······.”
“그래, 클럽에서 봤잖아, 우리.”
“근데 우리 아빠가 왜 거기에 있는 거죠? 무슨 일로요?”
“에이, 무슨 일은? 다 너 때문이지. 빨리 와서 아빠 모시고 가야지.”
“됐어요. 제가 왜요? 그냥 아빠를 돌려보내시면 되잖아요.”
“술을 떡이 되게 드셨어. 술을 좀 하는 줄 알았는데 영 아니더라. 네가 모시고 가야할 거 같다. 여기 술값도 네가 계산을 해야 할 것 같고.”
“뭐라고요?”
당황하여 기정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 소리에 거실에 있던 민정엄마가 놀라며 방으로 들어왔다.
“기정아, 무슨 일이야?”
잠시 멍한 상태로 민정엄마를 바라보기만 했다. 수화기 너머로 칠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쓸데없이 입 나불거리면 알지? 너나 네 아빠나 좋을 것 없다. 그냥 조용히 내 말 들어.”
민정엄마는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와 다시 물었다.
“괜찮아? 무슨 일이야? 송이랑 통화하는 거니? 아니면 누구랑······.”
기정은 휴대전화를 귀에서 내렸다.
“아, 아주머니. 죄송해요. 제 목소리가 너무 컸죠?”
“아니, 괜찮아. 근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고?”
고개를 가로저고는 기정은 대답했다.
“아니에요. 죄송해요.”
“아니야. 알았어. 저기, 아줌마가 장을 보고 와야 해서 혼자 있을 수 있지?
기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뭐 필요한 거 없어? 먹고 싶은 거라도?”
“아니요. 없어요.”
“그래, 알았어.”
민정엄마는 말없이 고개만 가로젓는 기정을 걱정 어린 눈으로 잠시 바라보고는 방을 나갔다. 기정은 다시 휴대전화를 귀로 가져갔다.
“우리 아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무슨 짓은? 술을 좀 많이 드셔서 그렇지. 술값 생각은 않고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좀 이리 와서 해결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민정엄마가 장을 보러 간다고 했지만 들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정은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말했다.
“제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세요. 저는 학생이라고요?”
“알아, 학생인 거. 돈이 없으면 다른 걸로 대신하던지?”
“다른 거······ 싫어요. 또 그 짓을 하라는 거예요? 싫다고요, 싫어.”
그날이 떠올랐는지 기정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오호, 바로 알아들었네. 네가 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잖아. 그럼 어떡해? 네 아빠 손목가지라도 잘라? 아니, 아니면 콩팥이라도 떼서 팔까?”
칠구의 말에 놀란 나머지 손이 파르르 떨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뭐, 뭐라······ 고요?”
“어쩔 수 없잖아. 돈도 없는 사람이 이런 곳에 와서 술을 처먹었으니 몸으로 때워야 하지 않겠어, 안 그래?”
“왜, 왜 저한테 이러세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 우리 아빠가 왜 그런 곳에 가서 술을 마셔요? 아니잖아요. 아저씨가······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거죠?”
“내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여? 나 이런 걸로 거짓말 잘 안하는데······.”
“그게 아니면 뭔데요? 우리 아빠가 거길 왜 가냐고요? 아저씨가 우리 아빠를 데리고 간 거죠? 아니면 협박이라도 한 거예요?”
“아이, 왜 이럴까? 내가 무슨 협박을 해? 네가 와서 직접 봐. 술에 떡이 돼서 자고 있으니까. 싫어?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우리도 장사가 잘 안 돼서 말이야. 돈이 없으면 장기라도 떼서 돈을 메꿔야겠네. 그럼 그렇게 알아. 끊는다.”
칠구가 전화를 끊으려하자 기정이 다급하게 불렀다.
“아저씨, 잠깐만요. 잠깐만.”
“왜? 생각이 바뀌었나? 이제야 믿겠어?”
“정말 저한테 왜 이러세요? 알겠어요. 아빠를 먼저 봐야겠어요. 클럽으로 가면 될까요?”
“어, 그래. 아니다. 내가 사람을 그쪽으로 보낼 테니까 그 사람 따라서 와.”
“왜요? 클럽에 있다면서요? 제가 가면 돼요.”
“아니야. 야, 방금 네 아빠 떡이 돼서 근처 호텔로 모셨어. 못 믿겠어? 못 믿겠으면 내가 사진 보내주면 될 거 아니야. 지금 보낼게. 잘 봐.”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기정아빠를 찍어놓았던 사진을 보냈다. 사진을 본 기정은 눈물을 흘리며 혼잣말을 했다.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안 돼. 이 사람은······.”
기정의 목소리가 들리자 칠구가 말을 걸었다.
“야, 사진 봤어? 뭐라는 거야? 봤냐고?”
“봤어요. 알았어요.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곳으로 차 보낼게. 그러니까 그 차타고 편하게 오면 돼, 너는.”
“알겠어요. 대신 아빠는 건들지 마세요. 아셨죠?”
“당연하지. 네가 온다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호텔에서 편하게 주무시게 해놓을 테니까, 그건 걱정 말고.”
“알았어요. 그럼 전화 주세요. 바로 나갈게요.”
“그래, 혹시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안 된다. 물론 경찰도 안 되고. 아, 전화도 네 아빠전화만 받고. 알겠지?”
“알겠다고요.”
“그래그래.”
전화가 끊기자마자 기정은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 민정엄마가 장을 보러 간 사실도 잊은 채 눈치챌까봐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숨죽여 울먹였다. 칠구는 바로 이두철을 큰소리로 불렀다.
“예, 형······ 아니, 부르셨어요?”
“그래, 네가 할 일이 생겼다.”
“무슨 일이요?”
“일단, 대식이······ 대식이 맞나?”
“대진입니다.”
“여하튼 그 자식도 들어오라고 해.”
“예, 형······ 아니, 예, 알겠습니다.”
대진에게 전화 걸어 들어오라 말하고 두철이 전화를 끊자 칠구가 뭔가를 적고 있던 쪽지를 건넸다.
“넌 이 주소로 가서 기정이 데리고 와.”
“예? 기정이요?”
“그래, 새끼야. 왜 말을 두 번하게 하냐, 너는?”
“죄송합니다. 그럼 바로 갔다 오겠습니다.”
“거기 도착하면 나한테 전화하고. 기정이 잘 데리고 와라.”
“예, 알겠습니다.”
두철은 칠구가 건넨 차 키를 가지고 클럽을 나섰다. 그때 들어오던 대진과 마주쳤지만 두철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밖으로 나갔다. 대진은 잠시 어리둥절하게 나가는 두철을 보다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칠구에게 갔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그래, 너 저번에 그 누구지? 여자애. 고딩있잖아?”
“기정이 말입니까?”
“아니, 걔 말고. 그 전에 말이야. 커플이라고 했던 애 말이야.”
“소희랑 석진이 말입니까?”
“아, 그래. 걔네들 좀 불러.”
“무슨 일로······.”
칠구는 대진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퍽!
“아윽! 아, 죄송합니다. 바로 부르겠습니다.”
“정말 이것들이······. 빨리 불러!”
대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석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소희와 로망스클럽으로 오라고 지시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칠구가 룸을 손으로 가리켰다.
“너는 저기 룸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새끼 엎고 나와.”
“예? 새끼······ 아, 예.”
곧바로 대진은 룸으로 달려가 기정아빠를 들쳐 업고 나왔다.
“형님, 나왔습니다.”
“그래, 나 따라와.”
“예? 아, 예.”
앞서 가는 칠구를 기정아빠를 업은 채로 따라나섰다.
***
클럽에서 달려 나온 그림자는 두리번거리며 송이를 찾았다.
‘어디 있니? 송이야.’
‘아저씨, 저희는 뒷골목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노랑머리 일진 보이세요?’
‘어, 저 자식 계속 그쪽을 지켜보고 있네.’
‘그러니까요. 저희가 갈 수가 없어요. 아저씨가 이쪽으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는데, 깡패 자식이 기정한테 뭐라고 하는지 들어야 한다고. 기정이하고 통화는 했어?’
‘아, 전화했는데 계속 전화를 안 받아요. 아줌마도 안 계시나 봐요. 그 깡패랑 통화하고 있는 거면 어쩌죠?’
‘아이, 미치겠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모르니 일단은 여기서 이 자식들을 지켜봐야겠다. 너랑 민철이는 거기서 잠시 대기하고 있어. 나는 클럽 앞에서 지키고 있을게.’
‘네. 민정이 집에 계속 전화해볼게요.’
‘어, 그래.’
송이가 전화를 걸려하자 민철이 팔을 잡으며 말을 걸었다.
“그림자 아저씨랑 얘기한 거야?”
“어, 기정이랑 빨리 통화해야 할 것 같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민철의 말은 들은 체 만 체 하며 송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이, 왜 전화를 안 받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럼 안 되는데······.”
“송이야, 내 말 안 들려?”
“어? 뭐라고 했어?”
“아이, 정말.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는 얘기를 해줘야지. 아저씨랑만 말하고 나한테는 왜 말을 안 해주냐고. 나도 뭘 알아야 널 도울 거 아니야.”
“미안해. 그렇다고 뭐 그렇게 성질을······.”
“성질 안 나게 생겼어? 지금. 나는 계속 널 지켜보고 있는데 너는 나를 마치 옆에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니까 그렇지. 그림자 아저씨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나도 알고 싶다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하고. 내 말 들어.”
송이는 민철을 달래고는 그림자와 나눴던 대화를 말해주었다.
“정말? 그럼 어떡해? 기정이가 위험하잖아. 아니, 기정아빠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구해?”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뭐라고 신고를 해?”
“어? 아니······.”
“좀 생각을 하고 말해. 아저씨도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가만히 계신 거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겠는데······. 너는 힘만 세지, 머리는 영······.”
눈썹을 치켜 올리며 민철이 노려보았다.
“뭐라고? 방금 일은 잊어나 봐? 내가 센스 넘치게 위기를 모면한 걸 말이야. 너는 나 아니었으면 딱 걸렸다고. 겁에 질려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주제에······.”
“주제? 너 정말, 못 됐다. 치사하고. 그걸 꼭 네 입으로 말해, 공치사를 해야 하는 거니? 아무튼 멋이라고는 일도 없어. 이그, 정말.”
눈을 흘기고는 송이가 고개를 휙 돌렸다.
“아니, 네가 힘만 세다고 하니까······ 아휴, 정말. 내가 말을 말자.”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 잠깐만.”
송이가 말하는 중에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랑머리가 들어간다.’
‘클럽에요?’
‘어, 그래. 이제 이쪽으로 올 수 있지? 그럼 나도 클럽으로 들어갈게.’
‘알았어요. 천천히 들어가세요. 우리도 따라 갈게요.’
일진이 클럽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민철에게 알리고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송이는 민철과 함께 클럽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송이가 클럽 가까이에 다가갔을 때 그림자가 다급하게 말했다.
‘이번엔 파랑머리가 밖으로 나간다. 조심해.’
그림자에게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민철의 팔을 잡아끌어 뒷골목 외진 곳으로 숨어 들어갔다.
“파랑머리가 나온대.”
송이와 민철이 숨어서 클럽 쪽을 살피고 있을 때 두철이 나와 차에 타 출발했다. 송이는 그림자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래? 어디로 가는 거지?’
‘어떡해요? 쫓아가 볼 수도 없고요.’
‘일단 여기서 좀 더 지켜보자. 어, 기정아빠를 데리고 어디로 갈 생각인가 봐.’
‘어디로요?’
‘나도 모르겠어. 노랑머리가 기정아빠를 들쳐 업고 밖으로 나가고 있어. 뒤따라 가봐야겠다.’
‘네. 저희도 뒤따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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