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요란한 벨소리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남자가 기정의 아빠라는 칠구의 말에 그림자는 살짝 현기증이 일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칠구를 뒤좇아 홀로 나가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여겨보며 송이에게 말을 걸었다.
‘송이야, 지금 바로 기정한테 전화해서 아빠 전화는 받지 말라고 해. 알았지?’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아빠 전화를 받지 말라니······.’
‘지금 여기에 기정이 아빠가 있다고. 이 깡패 자식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여기로 기정이 아빠를 데리고 왔단 말이야.’
‘뭐예요? 그럼 차에서 내린 아저씨가 기정의 아빠라는 말씀이세요?’
‘그래. 이 자식이 아빠 핸드폰을 가지고 무슨 장난을 치려는지······ 잠깐만.’
그림자는 칠구가 휴대전화를 보며 말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다.
‘맙소사······.’
그림자가 내뱉은 소리에 송이는 깜짝 놀라서는 무슨 일인지 물었다.
‘아빠 핸드폰으로 기정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것 같아. 기정이 전화를 안 받는지 문자를 보냈는데. 아빠인 척 기정한테 전화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방금.’
‘왜요? 왜 기정을······.’
무슨 말인지 송이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기정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것 같은데······ 이런, 이걸 어쩌지? 아빠를 인질로 잡고 허튼 수작을 부리면 기정도 어쩌지 못할 것 같은데. 빨리 기정한테 전화해. 전화해서 절대 아빠 전화는 받지 말라고 전하라고. 어서.’
‘저기, 잠깐만요. 무작정 받지 말라고 말하면 기정이 제 말을 들을 까요?’
‘어쩔 수 없잖아. 아빠가 여기에 있다고 하면 많이 놀랄 거야. 그러니까 그건 절대 말해선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일단 알겠어요. 근데 기정의 전화번호를 몰라요. 아, 민정한테 전화할게요.’
‘그래, 어서 해. 다른 얘기는 하지 말고 그냥 전화만 받지 말라고 해. 알겠지?’
‘네, 그럴게요.’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민철이 답답했는지 송이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야, 무슨 일이야? 어디다 전화하는 건데? 지금.”
민철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봐, 급해서 그래.”
“아니, 저기······ 노랑머리 일진이 나와서 그래.”
“알았어. 잠깐만.”
“아이······.”
민철은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삐죽 내밀어 로망스클럽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노랑머리 대진의 동태를 살폈다. 그 사이 민정과 통화가 연결됐다.
“어, 송이야. 어디야?”
“기정 좀 바꿔줄래?”
“어? 기정은 왜? 집에 잘 있을 거야.”
“그래, 좀 바꿔줘.”
“난 지금 밖에 나와 있는데. 기정이랑 통화해야 하는 거야?”
“어, 미안. 멀리 나왔어?”
“학원.”
“아, 그렇지.”
“근데, 너는 학원에 안 오고 어디에 있는 거야?”
“미안. 그럼 기정 전화번호 좀 알려줘.”
“기정······ 아, 나도 모르는데. 전화번호 물어볼 생각을 못 했네······.”
“아이, 큰일이네.”
송이의 말에 민정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큰일? 무슨 큰일?”
“아, 아니야. 그럼 집에 있다는 거지?”
“어.”
“그럼 너희 집 전화번호 좀 알려줘, 빨리.”
“알았어, 잠깐만.”
심각성은 인지한 민정이 곧바로 알려줄 것처럼 하다가 말이 없자 송이가 재촉하듯 물었다.
“뭐해? 집 전화번호······.”
“확인 좀 하고. 집에 전화를 한 적이 없어서······ 번호가 기억이 안 나. 잠깐.”
휴대전화에서 이제야 찾았는지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송이는 고맙다고 말하고 끊으려는 것을 민정이 다급히 불러 기정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물었다.
“아니야. 나중에, 나중에 내가 다 얘기할게. 지금은 급해서······.”
민정이 대답하기가 바쁘게 전화를 끊고는 민정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 통화음소리가 들린 뒤에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민정이 친구 임송이라고 하는데요.”
“어, 송이구나. 왜? 민정이랑 학원에서 못 만났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기정이랑 통화를 해야 해서요.”
“그렇구나. 잠깐만 기다려.”
“네.”
수화기를 내려놓고 민정엄마가 기정이 있는 방으로 갔다. 그리고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기정은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고 민정엄마는 다시 거실로 나와 수화기를 들었다.
“어쩌지? 기정이가 자고 있는데. 무슨 일인데 그래? 나한테 말해. 깨면 전해줄게.”
“아니요. 죄송하지만 깨워주시겠어요.”
“그래? 급한 일인 거야?”
“네. 아줌마.”
“그럼 잠깐 기다려.”
민정엄마가 다시 자고 있는 기정에게 가는 동안 민철이 갑자기 송이에게 달려와 어깨동무하며 골목길로 끌고나갔다.
“왜 그래?”
“조용해. 잠깐만.”
“왜?”
“어이, 잠깐만.”
노랑머리 구대진이 뒷골목으로 들어와 그들을 불러 세웠다. 송이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며 눈치를 살폈고 민철은 머리를 긁적이며 뒤돌아서서 말했다.
“저희 부르셨어요?”
“그래. 너희 여기서 뭐해?”
“뭘 하긴요? 잠깐 있었을 뿐이에요. 여친이 누구랑 통화한다고 해서요.”
“그래?”
대진은 송이와 민철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번갈아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야, 여기서 빨리 꺼져. 다시 이 근처로 오지 말고, 알겠지?”
“네. 그럴게요.”
송이의 휴대전화에서 기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감싸며 소리를 막아보지만 그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송이니? 송이야. 나야, 송이야. 어, 끊겼나? 송이야, 나 기정이야. 안 들려? 이게 왜 이러지?”
소리가 안 들려 수화기를 살피는 기정에게 민정엄마가 다가와 말했다.
“왜? 전화가 끊긴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요.”
기정은 다시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송이야, 나야. 무슨 일이야? 아니, 내가 다시 전화 걸게. 아니다. 내가 네 전화번호를 모르는데. 송이야, 내 말 안 들려?”
대진은 돌아가려다 송이의 휴대전화에서 들려온 소리를 듣고 멈춰 서서는 눈썹을 실룩거리며 송이를 바라보았다. 잔뜩 겁에 질린 송이는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뭔가 의심스러운 낌새를 느낀 대진은 한걸음 다가와서는 물었다.
“뭐해? 왜 전화 안 받고 그냥 끊어? 내가 잘못 들었나? 네가 송이야? 기정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겁에 질려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바르르 떨었다. 그때 민철이 송이의 어깨를 감싸며 나서서 말했다.
“예, 맞아요. 얘가 송이고. 방금 전화 온 건 정은이라고 송이 친구에요. 김정은이요.”
“아, 김정은? 근데 너는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인데? 왜? 내가 무서워?”
송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번에도 민철이 나섰다.
“당연하죠. 그렇게 인상을 쓰고 보시는데 겁을 안 먹겠어요. 저야 남자지만 제 여자 친구는 겁이 많다고요.”
“그래? 그렇지. 내가 좀 겁먹게 생겼지. 그러니까 학생들이 이런데 얼쩡거리지 말라고. 어?”
“아예. 그럴게요. 그럼 저희는······.”
민철은 서둘러 송이를 데리고 뒷골목을 나오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지는 학생 아닌가? 웃긴 놈.”
그 말에 송이는 피식 웃음을 지었고 긴장됐던 마음도 살짝 풀린 듯 굳어있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송이야, 무슨 일이야?’
그림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 아니에요. 아까 클럽에서 나온 노랑머리 일진이 와서······.’
‘뭐? 들켰어? 괜찮은 거야?’
‘아니요. 들킨 게 아니라 민철이가 잘 대처해서 문제없이 지나갔어요.’
‘그래, 다행이네. 기정이랑 통화는 됐고?’
‘아직 못했어요. 그 노랑머리 일진 때문에 중간에 끊겼어요.’
‘그럼 빨리 다시 해······. 잠깐만.’
‘왜요?’
‘기정이가 아빠한테 전화를 한 것 같아.’
‘뭐라고요? 아으!’
갑자기 송이가 가슴을 부여잡고 멈춰 서자 민철은 놀라 송이를 살폈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저씨, 숨을 못 쉬겠어요. 민철아, 다시 돌아가야 해.”
“돌아가야 한다고? 그 자식이 있어서 안 되는데······.”
칠구에게 다가가려던 그림자도 가슴에 통증을 느껴 멈춰 서서는 말했다.
‘송이야, 멈춰. 더는 멀리 가면 안 돼.’
‘아저씨, 아저씨가 밖으로 나오셔야겠어요. 우리가 클럽으로 갈 수가 없어요. 노랑머리 일진이 지켜보고 있어요.’
‘아이, 안 되는데······.’
그림자는 고통스러운 듯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 기정이랑 깡패자식이랑 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야 해. 조금만 그 자리에서 기다릴 수는 없는 거야?’
‘그럼 여기서 기다릴게요. 근데······.’
민철이 재촉하듯 송이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저 자식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어, 이쪽으로 온다. 어떡하지?”
송이는 민철의 팔을 잡으며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그림자에게 말을 이었다.
‘아저씨, 안 되겠어요. 일진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이러다 우리 정체가 밝혀지면 안 되잖아요. 아저씨가 빨리 나오세요.’
‘아이, 어쩔 수 없네. 알았어, 나갈게.’
그림자는 어쩔 수 없이 로망스클럽 출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송이가 다시 조금씩 걷기 시작하자 다가오던 노랑머리 대진도 클럽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
전화가 끊기자 기정은 방으로 들어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아빠의 부재중통화를 본 기정은 문자 메시지도 확인했다. 처음 받아보는 아빠의 다정한 문자여서 의외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던 그때 민정엄마가 방으로 들어와 말을 걸었다.
“기정아, 무슨 전환데 안 받아?”
“저기, 그게······.”
“지금 민정한테 전화가 왔는데 받을 수 있어?”
기정은 아빠한테 걸려온 전화를 끊고 민정엄마에게 걸려온 민정의 전화를 받았다.
“어, 나야.”
“송이전화 받았어?”
“어, 왔는데. 내가 못 받았어. 무슨 일인지 몰라도 전화연결이 중간에 끊겼어.”
“그래?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너한테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해서 집 전화번호를 알려줬거든. 아직 우리가 서로 연락처를 모르잖아.”
“그러게 말이야.”
“나는 무슨 일인가 해서 전화해봤어.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어, 송이가 다시 전화하겠지. 기다리고 있어.”
“그래, 알았어. 나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이야.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아니, 없어. 조심히 와.”
“어, 그래. 끊어.”
민정과 통화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던 민정엄마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확인했을 때 아빠에게 문자가 하나 더 와있었다. 기정은 조심스럽게 문자를 열어 읽었다.
‘기정아, 전화 받아라. 네 아빠 지금 우리랑 같이 있다. 전화 안 받으면 네 아빠가 곤란해진다. 어서, 전화 받아.’
그 순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 댓글 그리고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