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구출 작전 2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1층 로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샤워가운을 입은 자가 옷가지를 들고는 서둘러 내렸다. 어디로 가야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칠구가 달려와 그를 후문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위원님, 이쪽입니다.”
“이 사람이,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주위에 누가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칠구는 속으로는 ‘창피한 줄은 아나보네?’라고 빈정거리면서도 고개는 연신 끄덕였다.
“예예. 죄송합니다. 일단 저를 따라 오십시오. 빨리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어디로?”
“여깁니다, 사장님.”
칠구가 허둥대며 갈피를 못 잡는 의원의 팔을 잡아끌며 후문 주차장을 가리켰다. 의원이라는 자는 칠구가 잡아끌자 순간 기분은 나빴지만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들은 후문 주차장으로 나와 칠구가 안내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차에 올라탄 의원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경찰이 어떻게 알고 오냐 말이야!”
“죄송합니다. 의원······ 아니, 사장님.”
“둘이 있을 때는 괜찮아. 그것보다 이게 뭐냐고? 이게, 이게!”
칠구에게 손가락질을 하던 의원은 자신의 꼬락서니가 우스워 헛웃음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황 의원님. 저희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빌어먹을······. 내가 이래서 별 시답지 않은 곳에서는 절대 술을 안 마신다고. 이게 무슨 꼴이야, 젠장.”
자신의 클럽을 깎아내리는 황 의원의 말에 뚜껑이 열렸지만 간신히 참아내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차가 호텔을 빠져나와 한 외진 곳에 멈춰 서서야 칠구가 고개를 바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다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번만 봐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대신 다음은 실수 없이 모시겠습니다. 저희에게 기회를 좀 주시죠, 의원님.”
“무슨 기회? 내가 도변 얼굴을 봐서 이런 꼴 같지도 않은 곳까지 왔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정말. 아휴, 재수가 없으려니······ 헛것이 다 보이고. 참.”
참다, 참다 화를 주체 못한 칠구가 양손으로 핸들을 내리치더니 온갖 욕설을 내뱉었다.
“별 이런 개 같은 경우를 봤나, 씨······.”
의원은 순간 기겁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칠구의 눈빛에 바로 기가 죽어 눈을 아래로 깔았다. 눈썹을 치켜뜬 칠구는 의원의 면상에 손가락질하며 말을 이어갔다.
“황상두 의원님, 오늘일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여기 금남시에서는 물 좋기로 알아주는 곳이란 말입니다. 어디 가도 이만한 곳이 없다고 사람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곳이라고요. 그런 곳에서! 그만한 아이를, 어! 앞에 대령해 드렸으며언! 고맙다는 말을 못할 만정, 별 시답지가 않아? 꼴 같지가 않다고! 씨, 기분 엿 같네. 정말!”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칠구의 눈치를 살피던 황 의원은 버럭 큰소리가 들려오면 눈을 찔끔 감기도 하고 벌벌 떨며 듣고 있었다. 한가득 화를 쏟아내고 나서야 칠구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뒤늦게 현타가 밀려와 황 의원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폈다.
“그러니까요, 황 의원님. 저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라는 말씀입니다. 어디가도 저희만한 곳이 없습니다. 제가 좀 흥분은 했지만은 사실 어디 가셔서 그런 물건을 보시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비굴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칠구에게 황 의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 내가 좀 화가 나서 그런 거지. 로망스클럽 같은 곳이 어디에 있겠나? 섭섭했다면 내가 미안해요.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 다음에, 에,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그때 또 봅시다.”
“아이고, 아닙니다. 일단 여기서 대기했다가 경찰이 돌아가면 다시 그 애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호텔도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바짝 기가 죽은 황 의원이었지만 싫지만은 않은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그럼 잠시만······.”
칠구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걸었다.
***
비상계단 출입문이 열리고 클럽의 조직원이 기정의 손목을 잡고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기정은 송이와 민철을 보고 이제 살았다하는 마음에 그들에게 달려가려했지만 손목이 잡힌 터라 더는 다가갈 수 없었다. 조직원은 그들을 보고 살짝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너희 뭐야?”
송이는 기정에게 소리쳤다.
“기정아, 어서 이리로 와. 빨리!”
“송이야······.”
손목이 잡혀있어 어쩔 수 없다는 듯 기정의 입에서 송이의 이름만 가냘픈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민철아, 지금이야!”
송이의 신호에 민철은 소화기를 조직원 앞으로 내밀며 분말을 분사했다. 갑작스럽게 소화기 분말이 날아들자 그는 허우적대며 기정의 손목을 놓쳤다. 그 순간 송이는 달려가 기정의 손을 잡고 계단 아래로 빠르게 내려갔다.
소화기 분말을 계속 뿌리며 민철도 조금씩 뒷걸음쳤다. 하얀 분말사이로 그림자가 갑자기 나타나 민철 옆을 지나갔다. 그걸 본 민철은 깜짝 놀라 소화기를 놓치고 말았다. 양손을 허우적거리던 조직원은 그제야 실눈을 뜨며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민철은 곧바로 도망쳤지만 얼마가지 못해 조직원이 바짝 따라붙었다. 잡힐 듯했는지 민철은 도망가는 것을 포기하고 뒤돌아서서 두 주먹을 올려 싸울 태세를 취했다. 달려오던 조직원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다가왔다. 그러던 조직원이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벌러덩 뒤로 넘어졌다.
조직원이 자신을 보고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민철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때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웠고 그제야 민철은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 멀리서 송이의 꾸짖는 외침이 들려왔다.
“바보야, 빨리 도망쳐!”
머리를 긁적이며 민철은 빠르게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조직원은 따라가려다 자신 앞을 그림자가 막고 서있는 모습에 놀라 발을 쉬이 떼지 못했다. 그림자가 양손을 높게 들어 위협적인 몸짓을 해보이자 조직원은 비명을 지르며 위로 냅다 도망쳤다. 그림자는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 아래로 내려갔다.
비상계단 밖으로 송이와 기정이가 나왔을 때 로비에 경찰관들이 있었다. 그 옆으로 민정과 애리 그리고 동진도 보였다. 송이를 본 민정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송이야, 여기야. 기정아, 여기! 여기!”
송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정과 함께 친구들이 있는 곳을 갔다. 뒤늦게 내려온 민철은 친구들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송이는 비상계단에서 나오는 그림자를 보고 나서야 안심이 된 듯 굳은 표정이 풀렸다. 그림자는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동진과 얼싸안으며 좋아하던 민철은 비상계단을 가리키며 경찰관에게 말했다.
“경찰 아저씨, 저기 비상계단으로 깡패가 저희를 쫓아와요. 어서 가보세요. 그 깡패가 기정이를 강제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고요.”
기정이도 민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맞아요, 경찰관 아저씨. 저를 억지로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제가 싫다고 했는데······ 이상한 아저씨한테 저를······.”
몸을 바들바들 떠는 기정의 손을 송이가 꼭 잡아주었다.
“그만 됐어. 다 아셔. 설명할 필요 없어. 일단 진정하고, 응?”
“응, 알았어.”
긴장이 풀린 듯 송이의 손을 양손으로 움켜쥐며 눈물을 울컥 쏟아냈다. 송이는 기정의 등을 토닥이며 안아주었고 민정과 애리도 다가와 안아주었다. 동진은 애들을 보며 민철의 팔을 툭 쳤다.
“고생했다, 민철아. 어디 다치지는 않아 정말 다행이야.”
“어, 기정이가 많이 놀랐을 거야. 변태 새끼가······.”
“너도 본 거야?”
“아니, 그림자······ 아니, 송이가 말해줬어.”
민철은 말하다말고 동진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림자 아저씨가 본 걸 말이야.”
동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정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이제 괜찮겠지?”
“물론이지. 경찰도 왔는데.”
그 시각 비상계단으로 내려오던 조직원은 경찰관과 맞닥트렸다. 경찰을 보고는 화들짝 놀란 조직원은 다시 위로 도망쳤다. 그러나 멀리 못하고 잡혔다.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로비로 오는 조직원을 보고 민철과 송이가 동시에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맞아요. 저 사람이에요······.”
민철과 송이는 서로 쳐다보고는 민망하듯 바로 고개를 돌렸다. 송이가 이내 이어 말했다.
“저 사람이 기정이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그래, 일단 경찰서로 가서 얘기하자. 아, 저기 저 학생이 피해자인 거지?”
경찰관 옆에 사복차림의 형사가 기정을 가리키며 물었고 송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럼 학생은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금남경찰서로 오시라고 하고. 너희들도 같이 경찰서로 가줄 수 있겠니?”
“네.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송이가 말하다 기정을 바라봤다. 기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숙였다.
“학생 뭐? 또 할 말이 있는 거야?”
“아니요. 갈 수 있다고요.”
“그래, 고마워. 경찰차에 다 탈 수 없으니까 모르겠네. 저기 피해 학생이랑 누가 같이 타고 갈래?”
형사의 물음에 친구들은 모두 송이를 바라봤고, 송이가 손을 들어 보였다.
“제가 기정이랑 같이 갈게요.”
“어, 그래. 그럼 나머지 친구들은 금남경찰서 형사과로 와주면 돼. 어, 3층으로 오면 된다. 형사과 강력2팀으로 와서 나 찾으면 돼.”
“네, 그럴게요. 송이야, 기정이 잘 부탁해.”
애리가 손을 흔들며 말했고 그 옆에서 민정도 같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자아, 이제 이동할까? 저기 이 경사가 용의자를 데리고 와.”
형사는 경찰관에게 지시하고는 송이와 기정을 데리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송이가 호텔 밖에 세워진 차에 올라타려는데 어느새 그림자가 옆으로 붙으며 말했다.
‘아이, 그 변태 사장은 어디로 갔는지 도통 안 보이네.’
‘어디 갔나했더니 그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그래. 경찰이 오기 직전에 빠져나간 듯 해. 아쉽네. 현장에서 잡아야 했는데······.’
‘그래도 기정이가 안전하게 빠져나왔잖아요. 귀신 작전도 성공했고요.’
자신이 말하고도 웃겼는지 송이는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기정은 그런 송이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며 자신 때문에 위험에 빠질 뻔했는데 네가 웃어 다행이라고 했다.
“아니야. 그것 때문에 웃은 게 아니라······ 아니, 그래. 이제 안심해도 되니까 우리 웃자. 응?”
송이가 손을 토닥이며 웃어보이자 그제야 기정도 해맑게 웃었다. 운전 중이던 형사가 룸미러로 그들을 보며 물었다.
“절친 인가봐? 보기 좋네. 가서 자세히 물어보긴 할 건데. 어떻게 호텔까지 그 사람을 따라간 거야? 그전에 주변 어른들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기정은 무어라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대신 송이가 대답했다.
“사정이 있었어요. 그건 경찰서에 가서 말씀 드릴게요.”
“어, 그래. 알았다.”
형사는 멋쩍게 웃었다. 그림자는 덩달아 코웃음을 치며 송이에게 말을 걸었다.
‘잘했어. 자식이 뭘 그렇게 물어봐. 그럼 뭐? 기정이가 순순히 호텔까지 따라갔다는 거야, 뭐야? 아이, 자식. 생각할수록 내가 다 화가 나네. 저 형사 이름이 뭐야? 아휴, 내 밑에 있었으면 내가 가만히 안 뒀다, 정말.’
‘그러니까 말이에요. 아저씨가 나중에 깨어나시면 혼 좀 내주세요.’
‘그래, 내가 깨어나기만 하면 저 자식부터 혼쭐을 낼 거야. 아주 그냥······.’
그림자와 송이는 키득키득 속으로 크게 웃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 댓글 그리고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