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일진과 격돌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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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까지 올라와 교실에 숨은 민정과 동진은 걱정스런 얼굴로 교실 문을 바라보며 책상 밑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긴 동진은 무언가 결심한 듯 민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민정아, 안 되겠어. 민철이가 걱정 돼.”
“알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뭘 할 수가 있어야지. 조금만 기다려보자. 응?”
“아니, 나라도 가서 민철을 도와야겠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일어서는 동진을 민정이 붙잡았다.
“동진아······.”
“미안해. 넌 여기서 기다려. 절대 나오며 안 돼, 알았지?”
“싫어. 나 혼자 있기 무섭단 말이야.”
“민정아.”
“그냥 우린 여기에 있자. 민철이도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민철이는 이번 일에 아무 상관이 없잖아. 괜히 우리 때문에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럼, 같이 가. 나 혼자는 무서워서 여기 못 있어.”
“안 돼. 넌 여기에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걔들한테 한번 걸리면 학교 다닐 동안 피곤······ 아니, 괴롭힘을 당할 거야. 그러니까 절대 나오면 안 돼. 우리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오지 마. 알겠지? 아, 그래. 송이랑 애리가 있는 곳으로 가. 그럼 되겠다.”
민정은 그래도 불안했는지 승진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렸다.
“그러지 말고 너도 그냥 여기에 있어. 응? 너도 다칠 수 있잖아.”
“미안해. 내가 송이랑 애리한테 문자 보내볼 테니까, 그쪽으로 가 있어.”
마음을 굳힌 듯한 동진의 얼굴에 민정도 더는 말리지 못했다.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너나 조심해.”
“그래. 아, 송이랑 애리 만나면 절대 나오지 말라고 말해주고. 알겠지?”
동진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민정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이 눈망울이 맺혀있었다.
“왜 그래? 괜찮을 거야. 그럼 간다.”
동진은 민정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문으로 향했다. 민정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휴대폰을 꺼내 송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송이와 애리도 바로 위층으로 도망쳐 교실 책상 밑에 숨어 있었다. 송이와 애리도 민철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이야,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게 맞는 걸까? 민철이가 걔네들한테 맞고 그러면 어떡해? 괜히 우리 때문에······.”
“아니, 우리 때문이 아니지. 다 나 때문이야. 내가 괜히 너희들을 거기까지 데리고 가서는······.”
애리는 송이의 팔을 잡으며 살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그런 말 마. 걔네들이 기정이한테 한 짓을 못 봤으면 기정이를 오해할 뻔 했어. 그래서 우리를 그곳까지 데리고 간 거잖아. 그래서 왜 네가 그랬는지도 알게 됐고. 너 정말 대단해. 민정이가 형사처럼 보인다며 멋지다고 한 말······ 사실, 나도 그렇게 느꼈거든. 친구를 위해 그럴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칭찬이 어색한 송이는 수줍은 얼굴로 고맙다 말하고는 용기내 자신의 마음을 애리에게 전했다.
“사실, 네가 화내면서 나한테 했던 말이 날 움직이게 했어. 그래서 더 고마워. 애리 너를 이번에 다시 봤거든. 공부만 하고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애인 줄 알았어. 미안해.”
부끄러워서인지 미안해서인지 자신을 보지 못하는 송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너 뭐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는 거니?”
“그런 게 아니고, 속으로 해야 할 말을······. 이게 다 그림······ 아, 아니. 미안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르게 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너도 멋진 애구나 했어. 친구들 생각하는 마음도 그렇고, 이렇게 곤란한 일을 겪으면서도 나한테 그런 말까지 해주는 것도 그렇고. 사실 반대로 네가 나였다면 나는 너한테 엄청 화를 냈을 거야.”
애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을 것 같아.”
“얘는 정말, 바로 그렇게 인정하면 어떡하니?”
송이는 애리의 팔을 살짝 밀치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둘이 웃고 있는데 송이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송이는 진동소리에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민정이 문자야.”
“왜?”
송이는 민정에게 문자를 보내며 말했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동진이가 민철이한테 갔다는데.”
“뭐라고? 어쩌려고······.”
“그러게 말이야.”
송이는 마저 문자를 보내고 그림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어떡해요? 동진이가 민철이한테 갔데요.’
‘동진이가 왜? 아이, 일 복잡하게 만드네. 여기 학교에는 경비원 아저씨가 없나?’
‘그러게요. 보안관 쌤이 있는데······. 왜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순찰 돌고 있나보네.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에요? 보안관 쌤이 안 나타나면요? 그때는요?’
‘나도 답답해. 나라도 당장 가서 한바탕하고 싶은데, 내가 그럴 수가 없잖아. 이런 몸이라······.’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게 맞는 거예요? 그러다 민철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동진이도 민철이한테 갔다는데.’
‘에이, 걱정 마. 보니까 맞고 다닐 아이로는 안 보이던데. 교복 입었을 때는 몰랐는데 운동복 차림으로 보니까 오우, 근육이 장난 아니더라. 나도 참 좋았는데······ 아! 그래.’
‘뭐요?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요?’
‘생각났어, 내 몸의 근육들이. 그래, 민철이 몸을 보니까 내 몸의 근육들이 생각나네. 그래, 내가 운동하면서 봤던 배근육과 팔뚝 근육들······. 이두박근과 삼두박근까지. 근데 왜 내 얼굴은 생각이 안 나는 거지?’
‘난 또 뭐라고. 그게 지금 중요해요? 여기까지 우리를 끌고 왔으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말해줘야죠. 무작정 여기서 기다리라고만 할 거예요? 동진이랑 민철이가 크게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이제 와서 이러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을 안 듣고 거길 간 게 누구더라?’
‘뭐라고요? 그래서 이제와 나 몰라라 하겠다는 건가요?’
‘야아, 너 임송이······. 정말 여자는 알 수가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너 누구세요?’
‘지금 그런 농담이나 할 때예요? 민철이랑 동진이가 위험할 수 있다고요. 괜히 우리 때문에 지금······.’
그림자는 송이의 말을 잘라 말했다.
‘정확히 너······ 아니, 됐다. 괜찮을 거야. 민철이 그냥 당하고만 있을 애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교내에서는······.’
이번엔 송이가 그림자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끊었다.
‘됐어요, 또 같은 말이면. 다른 방법을 내놓으라고요, 형사라면서요?’
‘이럴 때나 형사지? 나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지. 자기 마음대로 다 해놓고, 이제와 나보러 뒤처리하라는 거잖아. 너의 그 변죽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아휴, 머리가 다 아프다.’
‘그림자가 무슨?’
‘얘가 또 이러네. 야, 내가 보통 그림자야? 너 자꾸 그럴 거야?’
‘알았으니까, 빨리 방법을 찾아보시라고요.’
‘지금으로는 숨어 있는 게 최고의 방법이야. 나서서 걔네들이 너희들 얼굴을 보게 되면 너희들을 계속 괴롭힐 거라고. 기정이도 위험할 게 당연할 거고. 일단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자. 민철을 믿어보고. 걔도 무슨 생각이 있어 그렇게 나섰을 거 아니야. 동진이도 민철이가 걱정 돼 간 것 같기는 한데 걔 성격상 쉽게 나서진 못할 거야.’
‘결국, 방법이 없다는 말을 그렇게 길게 늘어놓은 거네요. 알았어요, 치.’
송이는 그림자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뭐······ 아이고, 참. 나도 모르겠다.’
그림자는 입을 꾹 다물고는 송이의 몸에 딱 붙어 사라졌다.
***
“야, 민철아! 너, 이 자식······ 오랜만이다.”
일진들 사이로 강석진이 걸어 나왔다. 민철은 석진에게 한발 다가섰다.
“아이, 자식. 남의 학교에 오면서 똘마니들까지 데리고 왔냐, 후지게.”
“후져? 아, 새끼······ 여전하구나.”
“그렇지, 나야. 너는 좀 어때? 근데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나 보러 온 건 아닌 것 같고. 쥐새끼들 잡으러 왔다던데 무슨 일이야?”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고. 우리는 잠깐 밖에 나가서 얘기나 할까?”
석진은 민철에게 어깨동무하며 일진 애들에게 고갯짓을 해보였다. 그의 지시에 일진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민철은 어깨동무를 풀며 일진들을 불러 세웠다.
“에이, 아니지. 거기 잠깐만. 석진아,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건 아니지? 남의 학교에 와서 이러면 안 되는 거야. 특히나 내 앞에서 말이지.”
석진은 고개를 살짝 비스듬히 꺾으며 비웃었다.
“왜? 네가 이 학교 짱이라도 되는 거야? 내가 알기로는 아닌 걸로 아는데.”
“아, 자식은. 유치하게 짱 놀이는. 그래, 네가 일동고에서 일진인 거 알아, 짱인 것도. 근데 우리 학교에서는 아니잖아. 너도 알잖아, 내가 어떤 놈인지. 조용히 학교 다니고 싶은데······ 건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말이야.”
“그게 아니잖아. 그냥 조용히 비켜주면 된 일이야. 왜 예민하게 그래?”
일진들 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민철의 말에 심사가 뒤틀린 동진의 입에서 험상궂은 욕설이 말끝에 나왔다.
“그 입은 여전히 더럽구나. 오해 마라. 괜히 이상한 소문 날까봐 그러는 거니. 일동고 일진들이 우리 학교에 왔는데 그냥 들여보냈다고 소문이 돌면 내가 뭐가 되겠어? 너희들처럼 짱 놀이는 아니지만 내 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겨서 말이야. 그러니까 나를 봐서라도 그냥 가주면 좋겠는데, 석진아.”
“아이, 새끼······. 그래, 남자는 존심이지. 알았다. 우리가 너 못 본 걸로 할 테니까 걱정 말고, 가봐.”
“이렇게 보는 애들도 많은데 얘들 앞에서 존심 상하게, 그건 아니지. 내 생각해서 그냥 가라, 네가.”
“이 새끼가 끝까지······ 야, 중딩 때 석진이가 아니라고, 내가. 내 얘기 못 들었어? 아니, 들었다면서? 내가 일동고 짱이라고. 여기 금남고 짱하고도 잘 알고. 너 이렇게 나오면 학교생활 힘들어진다.”
“지금 나 겁주는 거냐? 아니, 협박인가?”
“그건 네가 알아서 듣고. 비켜, 새끼야. 야! 뭐해? 들어가서 쥐새끼들 찾아!”
석진의 말에 일동고 일진들이 일제히 움직이려는데 민철이 그 중 한 일진의 목덜미를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야! 내 말이 말 같지 않냐? 한 발짝만 더 움직여. 얘, 목 아작 난다.”
목덜미를 잡힌 일진은 소리도 못 지를 정도로 아파하며 잔뜩 얼굴이 일그러졌다. 일진들은 어쩌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석진만 바라봤다.
“아이, 민철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 지금 우리랑 맞짱이라도 뜨겠다는 거야?”
“왜? 내가 못할 거 같아? 너희들 정도는 한주먹도 안 될 것 같은데. 석진아, 나 몰라?”
“이게 정말 죽고 싶나······. 야! 내가 말했지. 중딩 때 내가 아니라고. 뭐해? 저 새끼, 밟아!”
석진의 외침에 일진들이 일제히 민철에게 달려들었다. 목덜미를 잡고 있던 일진을 달려오는 일진을 향해 밀쳐내듯 발로 걷어찼다. 그 일진은 앞으로 벌러덩 넘어지며 달려오는 일진과 부딪혀 쓰러졌다.
민철은 자신에게 덤비는 남학생들을 한 명씩 손쉽게 쓰러뜨렸다. 마치 급소를 잘 알듯 한방씩 때려 눕혔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석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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