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림자의 정체는? 1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상복을 입은 송이는 빈소 앞에 절을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어찌된 일이지 울음소리가 목에서 나오지 않았다. 믿겨지지 않는 아빠의 죽음에 울음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절을 올리고 움직일 기력도 없어 그 자리에 철퍼덕 앉아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손으로 가슴을 치며 울먹였다. 접객실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던 그녀의 엄마, 강경애는 빈소에 있는 송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빈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빈소 앞에 엎드려 울고 있는 송이에게 강경애는 다가갔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저기 상주자리로 가서 있어.”
송이는 울먹이며 일어서려다 다시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잡아줄 생각이 없는 듯 그대로 서서 냉냉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는 거야? 어서 일어나서 저기로 가라고. 그리고 더 크게 울어. 그것 밖에 못 울어? 아빠가 죽었는데. 빈소에서 울음소리가 크게 나야한다고. 그래야 아빠가 편히 갈 수 있다고. 알았어? 그러니까, 더 크게 울어. 내 몫까지, 어? 임송이.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송이는 겨우 기어서 상주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엄마의 말대로 크게 소리 내어 울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마음만큼 크게 울음소리가 목에서 나오지 않았다. 송이의 가슴에 응어리진 무언가 때문인지 목이 꽉 막힌 듯 마음껏 큰소리로 울지도 못했다.
“더 크게 울라고! 우는 것도 못해? 너··· 아휴, 내가 정말 못살아. 너 때문에 아빠가 편히 못가도 난 몰라, 알아서 해.”
송이의 엄마는 그렇게 짜증을 내더니 다시 접객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던 송이의 그림자가 말을 걸어왔다.
“송이야, 저 여자 뭐야? 네 엄마 맞아?”
송이는 자신의 처지가 서러웠지만 아빠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에 한없이 죄송스럽고 가슴이 터질 듯 아파왔기에 그림자의 말에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정말 네 엄마냐고? 아니, 병실에서도 너한테 막하던데··· 그리고 네가 아빠를 죽였다고 하던데,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도 자기 딸한테 어떻게 그렇게 막말을 할 수 있어? 정말 이상하잖아. 저 여자, 네 친엄마 아니지, 그렇지?”
그제야 송이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으며 그림자를 바라봤다.
“아니요. 친엄마예요.”
“정말? 아휴, 친엄마데 저런다고? 맙소사···”
“나도 어쩔 땐 정말 모르겠어요. 친엄마인지, 계모인지. 차라리 계모였으면 좋··· 아, 아니에요. 내가 왜 이런 말까지···”
“왜? 괜찮아, 나한테는 말해도 돼. 내 말은 너한테만 들린다고. 그러니, 걱정 말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나한테 다 말해. 저런 엄마랑 살면서 못 볼 꼴 다 당했겠어. 그거 속에 담아두면 나중에 병 돼. 속 시원하게 다 말하고 풀어야 병이 안 된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다 말해. 해결은 못해줘도 들어는 줄 수 있으니까.”
“그런가요? 이런 내가 불쌍해서 그림자를 내게 보내준 걸까요?”
“보내줘? 누가? 하느님? 부처님?”
송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빠가···”
송이는 아빠라는 말을 내뱉은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졌고, 이번엔 엄마의 말대로 울음소리까지 크게 터져 나왔다. 빈소가 크게 울릴 정도였다.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강경애의 얼굴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번졌다.
“일부러 그렇게 크게 울 필요 없어. 그러다 금방 지쳐서 쓰러진다고.”
하지만, 송이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처지를 아빠가 이해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울음소리가 크게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림자는 곧 그런 송이의 마음을 느꼈는지 송이의 등을 보듬어주었다.
그림자의 손길이 느껴졌는지 송이는 잠시 울음을 멈추고, 그림자를 쳐다봤다.
“고마워요, 아저씨.”
“뭐야? 설마, 내 손길이 느껴진 거야?”
“아니요. 그림자를 어떻게 느껴요? 저를 보듬어주는 그림자 모습이 보여서요.”
“아, 보였구나, 나 또··· 그래,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잃은 슬픔··· 아니,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슬픔감정은 나도 느껴져. 그래서 너의 마음을 알 것도 같고. 설마, 내가···”
“왜요? 누군지 기억이 돌아온 거예요?”
“그건 아니고, 혹시 내가 네 아빠가 아닐까?”
“아빠요? 아, 아니에요. 우리 아빠는 그렇게 허스키한 목소리는 아니세요. 그리고 풍채도 아저씨보다 저를 더··· 제가 아빠를 많이 닮았거든요.”
“아, 그래. 그럼 그것도 아니네.”
“그럼, 내 그림자가 아니라면··· 아빠가 보내준 천사··· 뭐 그런 걸까요?”
“천사? 에이··· 아, 그래. 그렇게 생각해, 좋게.”
“그래도 될까요? 정말 아빠가 날 위해···”
“그럴 수도 있지. 그래, 내가 송이의 수호천사일수도.”
“수호천사요? 왠지 기분이 나아지는 느낌이에요. 정말 아빠가···”
“또 울겠다.”
송이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에요. 그것보다 왜 그림자의 목소리가 저한테 들리는 걸까요?”
“천사라며? 수호천사니까 그렇다고 생각해.”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이게 꿈은 아니니··· 제 정신이 이상한 걸까요? 그러면, 병원진료를 받아봐야···”
“아니야. 아까, 병실에서 의사랑 간호사도 날 봤어.”
“아저씨를 봤다고요? 그러면 어떡해요?”
“괜찮아. 다행히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어. 나도 눈치라는 것이 있어서 내가 보이는 듯해, 네 옆에 딱 붙어서 안 움직였거든. 그랬더니, 그냥 넘어가더라고. 그러니까, 정신이 이상한 건 아니니까, 그런 걱정은 말고.”
“그럼,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는 거죠?”
“그렇다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조심해야 해. 아, 내가 말이야. 하하.”
송이는 그제야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살폈다. 그때 접객실의 한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송이의 엄마를 급하게 부르더니, 빈소를 가리키며 뭐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저기 아주머니가 본 것 같아요. 어쩌죠?”
“어? 어, 괜찮아. 누가 그림자랑 말한다고 생각하겠어. 그냥 혼잣말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야. 괜히 찔려서 이상한 소리 말고.”
“알았어요. 엄마가 와요.”
“어, 알았어.”
그림자는 송이 옆으로 딱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너 뭐하는 거야? 큰소리로 울기나 하라니까, 실성한 사람처럼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 사람을 귀찮게 해? 뭐야? 저기 아주머니가 네가 좀 이상하다고 그런데요? 뭐냐고? 왜 그래?”
“아니에요. 그냥··· 혼잣말을··· 아빠한테···”
송이는 주눅이 들어서인지 말까지 더듬거렸다.
“이그, 그런 거면 속으로 해, 속으로. 속으로 해도 다 들을 수 있으니, 귀신은. 쓸데없는 짓 말고, 크게 울라고. 정말, 시키는 거나 제대로 해.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뭐하나 도와주는 게 없어. 아이고, 내 팔자야···”
송이의 엄마는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치며 다시 접객실로 나갔다. 송이는 소리 내어 크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하네, 저 엄마. 아가씨, 저 여자 분명 친엄마 아닐 거야. 유전자검사 한번 해봐. 분명, 엄마가 아니라고 나올 거야. 아이, 내가 다 열 받네. 이거 완전히 아동학대라고.”
송이는 살짝 뒤돌아 엄마가 있는지 보고,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림자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아동학대라고 하셨어요? 내가 무슨 아동이라고, 나는 지금 17살이라고요. 그런데 무슨···”
“모르는 소리를··· 아동복지법에서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라고 나와 있어. 그러니까, 넌 아직 아동이야. 그러니까, 아동학대로 신고하라고. 그러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6조에 보면 아동학대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를 제한할 수 있고,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접근하는 행위도 제한할 수 있다고 나와 있어. 그러니까,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저런 여자 곁에서 떨어지라고, 알겠어?”
“아저씨는 어떻게 그걸 다 아세요? 정말 천사··· 아니지. 그럼, 공무원이었던··· 아, 정말 귀신이신 거예요? 아저씨.”
“귀신? 내가? 그런가? 난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빈소에서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송이의 엄마가 다시 들어와 또 한소리를 하고 나갔다. 송이는 깜짝 놀라, 엄마 눈치를 보며 다시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 뒤로 그림자가 말을 걸어와도, 대답하지 않고 울기만 했다.
송이는 엄마에게 쓸모없는 자식이고 싶지 않아, 엄마의 말을 따라야만했다. 그동안 송이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 엄마의 말이라면 뭐든지 해야 했고 해왔기 때문이었다. 송이가 자신의 말에 더는 대답하지 않자, 그림자도 말을 걸지 못하고 옆에서 송이의 그림자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빈소로 한 남자가 들어와, 향로에 향을 올리고 절을 올렸다. 그리고 상주자리로 와 송이와 맞절하며 말을 걸어왔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 돌아가신 임승택씨의 따님 되시죠?”
“네. 맞아요.”
“저는 금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박동식 경위라고 합니다.”
“경찰이요?···”
“네. 임승택씨 사건으로 온 것은 아니고요. 임송이씨 되시죠?”
“네··· 그럼 무슨 일로 저를···”
“화재 현장에서 임송이씨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된 남자를 기억하십니까?”
“남자요? 누구를 말씀··· 아, 근데 죄송한데요. 제가 집에서 있었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요.”
“그날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그날 다가 아니고요. 제가 왜 집에 있었는지··· 그러니까, 집에 왜 갔는지, 집에서 제가 뭘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말이죠. 그런데 남자라니요? 혹시, 그 남자가 범인인가요? 아니, 아빠는 자살··· 설마, 누가 아빠를 죽인 건가요?”
“아, 아닙니다. 임송이씨. 그게 아니라···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박동식 경위는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송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경찰관님. 그 남자는 누굴 말씀하시는 거예요? 우리 아빠, 정말 자살이 맞나요? 아니에요, 아빠가 왜요? 우리 아빠가 그럴 리 없어요.”
“죄송합니다. 그 사건은 제가 담당하고 있지 않아서 자세히 모릅니다. 다만, 임승택씨의 자살 사건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니, 아닙니다. 정말 그날 집에서의 기억은 전혀 없으신 겁니까?”
박 경위는 임승택씨의 뇌물수뢰 건에 대해 말하려다 말고, 송이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그날 일을 다시 물었다. 하지만, 송이는 그의 질문을 듣지 못한 듯 혼잣말처럼 흐느끼며 말했다.
“아빠가 정말 자살이라고···”
“저기, 임송이씨. 죄송하지만 잘 좀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그날 집에서의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겁니까?”
“아, 네. 죄송해요. 정말 기억이 전혀 안 나요. 제가 왜 그 시간에 학원에 가지 않고, 집으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빠가··· 저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고···”
“임승택씨가 송이씨 때문에 죽어요? 임송이씨 때문이라니··· 아닙니다. 사고였어요. 제가 알기로는 임승택씨가 자살을 하려고 가스를 틀고, 수면제를 먹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모르게 가스가 폭발을 한 거죠. 어디선가 불꽃이 튀듯 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 말아요. 임송이씨 잘못이 아닐 겁니다. 아, 저는 그만 가봐야겠네요. 그럼.”
박 경위가 시계를 보고 급히 빈소를 나가자, 밖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송이의 엄마가 빈소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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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리소설
- 작가의말
다음 5화는 금일 밤 10시 05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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