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장. 천곤의 정체-03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내말이 맞는지 대수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 창조주는 자신을 닮은 존재를 만들어 내기를 원했다. 완벽하게 자신과 닮은 존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을 했었고 말이다.”
“제 짐작이 맞았군요.”
“그렇다. 하지만 그런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진짜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창조주였다.”
“창조주가 문제를 남겨요?”
세상을 창조한 존재답게 무결점의 존재가 바로 창조주다. 그런데 문제를 남기다니 이상했다.
“창조주도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창조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만든 것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었고, 그로인해 불특정 다수의 인과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불특정 다수의 인과라면 창조한 것들이 제멋대로 돌아간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다들 스스로 존재하기 위해 격을 높이지. 바로 창조주처럼 말이다. 문제가 된 것은 창조주가 남긴 것들 때문이다. 창조주는 자신의 실험실을 무수히 옮기고는 했었다. 자신이 경계를 지은 차원을 넘어서까지 말이다. 사실 그것 때문에 정해 놓은 인과율이 깨지고 세상의 경계가 무너지게 되었다. 그로인해 격이 있는 존재들은 창조주가 되는 법을 깨닫게 되었지. 창조주를 한 것을 따라하면 오롯이 스스로 서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로인해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자유를 가진 수많은 생명들이 처절하게 소멸해갔지. 그 때 보다 못한 헤라크티가 나섰다.”
“질서를 잡기 위해 나섰다는 겁니까?”
“그렇다. 브리턴과는 달리 육체와 영혼을 지녔던 태초의 인간인 헤라크티는 이미 창조주에 버금가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헤라크티는 창조주처럼 인간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상의 경계를 다시 설정했다. 헤라크티가 간신히 경계를 다시 지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소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새로 경계를 지은 이가 헤라크티란 말이 새삼스러웠다. 창조주가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정도의 능력이라면 베르카가 멸망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죠?”
“베르카가 그렇게 된 것은 헤라크티가 창조주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것은 인간을 창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이어서 대부분의 권능을 잃어야 했지.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윤회였다. 격만 유지된다면 권능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윤회였으니까. 그렇지만 문제는 헤라크티의 이런 움직임을 다른 존재들이 짐작하고 잇었다는 것이다.”
“윤회에 접어든 후 공격이라고 했나요?”
“아니, 그것보다 더 지독했다.”
“어떻게 했기에…….”
“그들의 음모는 그 이전부터 진행이 되고 있었다. 헤라크티가 지은 경계를 비틀어 권능이 빨리 약해지도록 만든 후 윤회가 시작이 되자 바로 봉인을 해 버렸다. 창조주의 세상에서 거의 소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어야 했지. 그럼에도 세상은 유지될 수 있었다. 차원의 경계를 설정해가던 헤라크티가 이상이 있음을 알고 그들이 모르게 안배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 안배가 저군요.”
“그렇다. 길고긴 세월 동안 기다려 왔던 시간이 되었다. 이제 네가 그것을 이어받겠느냐?”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가족이 지키는 것도 힘든 마당에 차원을 유지하고 인간을 지켜야 한다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헤라크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말이다. 이제 마지막 안배인 열쇠를 찾아 네 안에 있는 신성을 깨운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알았어요. 그럼 한가지만 물을 게요. 신성을 찾으면 인간임을 잊어버리는 건가요?”
가족과 알콩달콩 살코 싶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는 되고 싶지 않았기에 물었다. 인간으로서 브리턴인같은 존재들을 상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말하지 않았더냐? 헤라크티는 영혼과 육체를 지닌 최초의 인간이었다고 말이다. 그것도 창조주에 버금가는 권능을 지녔던 존재라고. 어쩌면 네가 인간임을 잊지 않아야 격을 지닌 존재들을 물리치고 세상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인간으로서 그런 존재들을 막아낼 수 있다는 대수장의 말이 마음에 든다.
“좋아요. 까짓것 한 번 해 보죠. 어차피 싸울 준비를 더 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럼 우리를 인식해 다오. 죽음에서 부활한 존재로서 널 위한 모든 것을 바칠 테니.”
“그런데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어째서 이런 희생을 하는 거죠?”
브리턴제국과의 전쟁에서 일부러 목숨을 내놓은 것도 그렇고, 안식하지 못하고 세상을 위해 준비를 해 온 이들이다. 이들이 어째서 이런 희생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희생이 아니다. 다시 살아가는 것이지. 아주 오래 전 세상이 무너진 후 베르카는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다.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그런 비참한 삶을 말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창조주의 인과율에 의해 다시 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존재를 무참히 꺾어 버리는 그런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가 않다. 그것이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우리느 새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살고 싶다. 창조주의 인과율대로 말이다.”
‘베르카는 선택 받은 종족이다. 그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수장을 비롯한 저 존재들은 모두 일정한 격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로인해 창조주의 인과율을 어느 정도 깨닫고 있기도 할 것이다.
인간으로서 격을 키운 존재들에 대한 창조주의 인과율은 간단했다. 윤회를 거듭하며 내면을 갈고 닦아 격을 높이면 창조주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창조주로서 거듭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게 된다. 편법으로는 정대 도달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베르카일족은 알고 있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럼 잘 부탁할 게요.”
승낙의 표시로 손을 내밀었다. 대수장이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번쩍!
마주 잡은 손에서 섬광이 터녀 나왔다.
그와 함께 나를 둘러 싼 유령군단이 대수장처럼 형체를 찾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내가 이곳 둥지의 주인이 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을 영광을 위하여!!”
대수장이 맞잡은 손을 번쩍 들며 소리를 질렀다.
“위하여!!!!!”
사람의 모습을 되찾은 베르카 일족이 한 손을 치켜들며 함성을 질러댔다. 새로운 부활이었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라. 둥지의 주인이 되었으니 에고 또한 너를 따를 것이다. 아직 미약한 아이이니 네가 가지고 있는 에고가 잘 돌봐야 할 것이다.”
“알았습니다.”
당부를 건네는 대수장을 뒤로 하고 의지를 일으켰다.
의식세계를 빠져 나온 나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거대한 황금의 벽을 볼 수 있었다.
스르르르!
눈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사방으로 뾰족한 가시를 내뻗은 투명한 수정체가 빙글빙글 돌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저것이 이곳의 에고로군. 한과는 달리 실체를 가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에고의 정신이 실체화는 내게는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아직 그만한 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이름이 뭐냐?
-태어나 아직까지 이름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마스터께서 지어주시면 됩니다.
-으음, 그래. 넌 누리라고 짓자.
-마스터 일체화된 에고의 이름이 한누리가 아닙니까?
에고가 즉각 의문을 제기했다.
-넌 누리라 불릴 것이고 그 아이는 한이라 불릴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휴우!
진명을 누리로 정한 것은 이유가 있다. 한과 누리는 나와 일체화 되어야 능력을 전부 활용할 수 있다. 그러러면 진명을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
한은 이미 진명인 한누리로 나와 하나가 되었지만 헤라크티의 안배로 남겨진 누리는 아니었다. 그대로 하나가 된다면 능력을 사용하기는커녕 한에게 흡수되어 소멸되고 말 터였다.
유일한 방법은 이름을 나누어 가지는 것뿐이었다. 한 누리라는 진명을 한과 누리로 나누어 가짐으로서 서로 하나이되 다른 의지를 가진 존재로 나와 같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너와 나는 일체화 될 것이다. 그 아이는 이미 진명을 받은 상태로 나와 일체화가 되었다. 너도 알 것이다. 다른 진명을 받고 일체화가 된다면 너의 소멸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진명의 일부분을 너에게 주는 것이다. 그것도 한이 허락을 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제가 종속이 되는 것입니까?
-아니다. 너와 한은 동등한 존재다. 너는 한과 같은 형태로 나와 일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한은 나에게 있어 첫 번째이니 반발해서는 안 된다.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내게로 와서 나와 하나가 되라. 이제 세상으로 나갈 시간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에고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마 쪽으로 다가온 에고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물질과 반물질을 오가는 형태의 것이라 그러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너의 이름은 누리! 진명을 나누어 나와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함께 할 것이다. 받아들이겠느냐?
-누리라는 이름을 받아 마스터와 하나가 되겠습니다.
화-악!!
의식이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와 함께 인식을 해야만 느껴지던 정보들이 내 것처럼 느껴졌다.
‘전해 받은 정보들이 이제서야 내게로 안착이 됐다.’
누리와 일체화가 되는 과정에서 약간 들뜬 상태였는데 안정을 되찾는 것이 느껴졌다. 정보들이 어우러지며 하나의 기억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정보들의 단계별로 그 행간에서 진행된 깨달음도 확연히 다가온다.
‘이것이 진정한 격인가? 전보다 격이 상당히 높아 진 것 같구나.’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전에는 단절된 느낌이었는데 가만히 있어도 의식 밖의 상황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에고인 한이 당황하고 있는 것도 느껴진다.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신성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신기를 얻었을 때도 그렇고, 대수장을 만났을 때도 신성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격이 높아졌다고 신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조금 더 인간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진정한 인간이 무엇이기에…….’
인간으로서 신과 같은 이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느낌이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성과는 전혀 다른 인간의 본성은 격에 있어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어찌되었거나 기분이 좋은 느낌이다. 한과 누리는 잘 어울일 것이다.’
누리와 하나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포만감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가 볼까?’
끊어졌던 의식을 세상과 연결시켰다.
-마, 미스터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러운 연결에 한이 묻는다. 전해오는 의지의 떨림을 보니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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