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 두 세상이 다르지 않다.-07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말씀드리지 않은 것을 아시는 것도 놀랍지만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더욱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살펴보니 공간이 확장된 것 같습니다. 누님.”
“호호호, 그것도 알아봤구나.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확장공간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 같더라. 공간의 크기로 볼 때 아마도 대한민국 전부를 이 공간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대함민국 전체를 담을 수 있다는 겁니까?”
어머니의 말씀에 우리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신 것 같다.
‘어머니가 얼마나 아시고 계시는지 모르겠구나.’
어머니는 확실히 내가 만든 공간을 이해하고 계신 것이 분명하다. 외삼촌에게 설명을 하시는 어머니가 무척이나 이질적이라 기분이 이상하다.
“나중에 겪어 보면 너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도 다 파악한 것은 아니니까.”
“누님도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혹시?”
“맞다. 네 조카인 찬영이의 능력등급은 S다. 같은 등급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아버지 보다 더 뛰어날지 모른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으음, 그러면 성공을 한 것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도 설마 했는데 말이야.”
“휴우, 성공하다니 정말 의외군요.”
외삼촌이 나를 보며 한숨을 쉰다. 안도의 한숨인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웃음인지 헛갈린다.
“호호호, 이제 내 놔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겠네요. 누님. 안 그러면…….”
“두들겨 맞겠지!”
“역시, 그렇겠지요. 누님 성격이라면. 어린 시절처럼 이 나이에 복날 개 맞듯 두들겨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죠.”
어머니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외삼촌은 체념한 듯 보였다. 두 분 사이에 뭔가를 걸고 내기를 한 것 같은데 궁금해 미치겠다.
“이제 꺼내라.”
“예휴, 할 수 없네요.”
외삼촌은 어머니의 재촉에 허공에 몇가지 수인을 그렸다.
번쩍!
섬광과 함께 뭔가가 나타났다.
‘저건?’
받침대도 없이 허공에 떠 있는 것은 석판이었다. 예전 외삼촌이 내게 주셨던 흑야만상도와 같은 재질의 석판이다.
“찬영아, 전에 내가 주었던 석판을 꺼내 봐라.”
“예, 외삼촌.”
너무도 궁금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면공간에서 흑야만상도를 꺼냈다. 외삼촌처럼 수인도 그리지 않고 그냥 허공에 손을 집어넣어 꺼내는 모습에 다들 놀란 표정이다.
“아공간?”
“개인에게 딸린 왜곡공간이라니?”
어머니와 외삼촌이 나를 보며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다.
“지금 급한 것이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아참! 찬영아, 그것을 이 석판에 마주보게 하고 대칭으로 맞춰 봐라.”
정신을 차린 외삼촌이 내게 말했다.
외삼촌이 꺼낸 석판에도 별자리가 새겨져 있었다. 외삼촌 말대로 내가 꺼낸 석판을 별자리가 그려진 쪽을 마주하게 하고 허공에 세웠다.
“이제 됐으니 양쪽 석판에 내피를 뿌려라. 내가 꺼낸 석판에는 왼쪽 손의 피를, 그리고 찬영이 네가 꺼낸 석판에는 오른 손쪽의 피를 뿌리면 된다. 많이는 말고 한두 방울 정도면 충분 할 거다.”
외삼촌 말대로 하기 위해 양손 엄지손가락에 기를 이용해 피부를 뚫었다. 방울방울 붉은 피가 엄지손가락 지문이 있는 부분에 맺혔고, 나는 그것을 양쪽 선판에 묻혔다.
스르르르르…….
피가 묻자 양 쪽 석판에서 검은 기류가 흘러나오더니 천천히 서로를 향해 이동을 했다.
천천히 석판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입체영상처럼 변해 버린 두 석판이 하나가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찬영아, 네가 가지고 있던 석판에 새겨진 별자리는 모두 외우고 있느냐?”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 번 봐라. 뭐가 달라졌는지.”
“어디 보자. 전과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천천히 석판을 살폈다. 거울에 비친 것처럼 대칭으로 새겨져 있던 별자리는 대부분 같은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틀린 부분도 꽤나 되었다.
“총 서른셋이나 다른 자리에 별자리가 새겨져 있네요.”
“그렇다. 이곳 가이아의 대지와 연결된 평행차원과 다른 차원의 공간좌표들이 바로 지금 새롭게 나타난 별자리들이다. 중요한 것이니 모두 외우도록 해라.”
“알았어요. 외삼촌.”
삼촌말대로 별자리를 외웠다. 기존에 외웠던 것들 이외에 새롭게 생겨난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별자리를 외웠으면 양쪽을 분리한다고 생각하며 양손으로 석판을 잡아라.”
외삼촌 말대로 석판을 양손으로 잡았다.
스르르르르…….
석판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분리되더니 양손으로 스며들었다. 정확하게는 내 육체와 일치화가 끝난 천곤에게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조금 전에 합쳐졌던 석판들은 이제 네 소유가 됐구나.”
“외삼촌 이게 흑야만상도입니까?”
“그래, 열 개의 보물 중에 최고라고 알려진 흑야만상도가 맞다.”
“별자리를 새겨 놓은 것이 최고라니 의아하네요.”
“후후후, 경외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너도 잘 알지?”
“S급 능력자라도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압니다.”
“흑먀만상도는 그것을 아주 쉽게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나 이곳 가이아의 대지와 연결이 된 차원들에 한해서는 이웃집을 방문하는 것처럼 쉽지.”
“그럼.”
“그래, 한마디로 말해서 백도어라고 할 수 있다.”
“으음.”
“그것뿐만이 아니다. 흑야만상도의 소유자는 연결된 차원의 기운도 쉽게 다룰 수가 있게 되지. 흑야만상도를 이루는 석판들은 일종의 에너지 집합체인데, 태초에 생성된 카오스와 같은 종류라 어떤 에너지든 융합이 가능하니 말이다.”
“완전 사기 아이템이네요.”
“그렇기는 하지. 소유자를 더할 나위 없이 강하게 만들어 주니까. 하지만 그냥 가진다고 해서 그런 강함을 얻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조건이요?”
“그중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넌 어떻게 해서 다시 부활한 것이냐?”
“헉!”
외삼촌의 질문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의 표정도 의문으로 가득 차 있어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 분명하다.
-한, 흑야만상도에 대한 정보는?
-저로서도 전무 합니다. 네트워크가 완성되었지만 어디에도 흑야만상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대로 말씀을 드려야 하는 건가? 사실 생각해보면 천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기는 했다.’
경계를 직접 넘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역사상 몇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최소한의 조건이 ㄴ급 능력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겨우 일급능력을 가졌음에도 경계를 넘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신기를 얻고 능력을 얻어가며 누군가 내 운명에 간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경외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운명의 안배와 이곳에서 얻었던 기연들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겪었던 것들이 외가식구들과 어머니가 관여해 만들어진 안배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말해 줄 생각이 없느냐?”
“아닙니다. 말씀 드리지요. 일단 다른 사람들은 물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
팟!
가족들으 제외한 다른 이들이 공간에서 사라졌다. 한이 다른 층으로 이동을 시킨 것이다.
“에고의 성장이 놀랍구나.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텐데.”
“한이라고 합니다.”
“진명은 부여 한게냐?”
“아직입니다.”
“빨리 부여하도록 해라. 그래야 너를 더욱 강하게 해줄 테니 말이다.”
“예, 외삼촌.”
“그럼 들어보자. 네 부활의 스토리를 말이다.”
외가와 어머니의 안배라고는 하지만 모든 것을 알려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의 인과율이 관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끝을 잡았다고는 해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도 많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호호호, 됐다.”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어머니가 말리셨다.
“누님.”
“그만 둬라. 정호야. 그것이 어떤 것이 든 찬영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인과율의 영향을 받을 테니 알아서 좋을 것 하나 없다.”
“하지만, 아…….”
“그만! 이렇게 우리 가족이 무사하고, 대변혁에 맞추어 안전한 곳도 마련했으니 나는 그것이면 됐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내가 말씀을 드릴 테니까, 너도 그만 하도록 해라.”
“휴우, 알겠습니다.”
어머니의 단호한 태도에 외삼촌도 한숨을 내쉬며 수긍을 하셨다.
“고맙다. 그리고 찬영이에게 흑야만상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줘라. 앞으로 이용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이제는 찬영이가 주인이니.”
대답을 한 외삼촌이 나를 바라보신다.
“찬영아!”
“예, 외삼촌.”
“흑야만상도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연결된 좌표에 있는 차원들에서 진명을 가진 존재들을 이곳 가이아의 대지로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
“그들 차원에서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을 이곳으로 부를 수 있다는 말이다.”
“신을 부른다고 그들이 응하겠습니까?”
“응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소환되어 이곳에서 내 뜻대로 그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다.”
“그런 황당한 일이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가능하다. 원래 연결된 좌표들은 이곳 가이아의 대지와 하나였던 곳들이니 말이다.”
“뭔가 비밀이 있군요?”
“그래, 그 비밀이 네가 알아야 하는 것이지.”
“들려주십시오, 그 비밀이 뭔지 말입니다.”
“알았다. 너도 알아야 하니까.”
외삼촌은 나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곳에서 벌어졌던 놀라운 이야기를 말이다.
세상을 만들기 전에 태초의 존재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실험하기 위한 공간을 만든 후 그곳에서 자신을 닮은 프로토타입의 생명체를 제작하고는 살펴봤다.
태초의 존재가 만든 실험공간은 단순한 곳이 아니었다.
프로토타입의 생명체들이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엄청난 크기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물질적인 곳이 아니라 태초의 존재만이 조정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공간이었다.
행성급의 크기와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태초의 존재의 연구실이자 실험장을 가이아의 대지라 불렀고, 프로토타입의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었다. 가이아의 대지에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태초의 존재는 그곳에서 실험의 결과들을 얻어나갔다.
첫 번째 실험이 끝난 후 태초의 존재는 우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차원을 달리하며 비슷한 우주를 수도 없이 만들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거대한 세상이 만들어 진 것이다.
각 우주 안에는 수많은 별들을 만들어졌고, 각 차원 별로 가이아의 대지에서 번성하던 생명체들과 변수들을 나누어 옮겼다. 실험실에 만들어진 모델이 씨앗처럼 심어진 것이다.
실험공간에 만들어진 피조물들이 세상으로 퍼졌고, 그것이 바로 인간과 생명의 시작이었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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