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 두 세상이 다르지 않다.-04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태양회에서 조차 100여 년을 추적한 끝에 찾아낸 것이라 갈피를 찾을 수 없었다.
흑야만상도에 대한 일을 극비 중의 극비였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철혈윤가의 시선을 피했다. 혈안이 된 태양회의 한국지부장인 신이치의 이목도 따돌리고 진행시킨 일이다.
그런데 상대는 모든 것을 눈 아래 두고 있었다. 겁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놈이라는 말인가’
한반도를 지배하는 두 조직에서 암약중인 이들에게 정보를 얻었다. 힘들게 심어 놓은 제5열들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것을 보면 그곳 소속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최대한 빨리 제압을 하자.’
일반대원들이 보안요원으로 위장해 출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들을 피해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혼자만 온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특히나 텔레파시를 보내도 위쪽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앞에 있는 찬영에게 제압을 당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슈슈슈슝!
슈슈슈슝!
판단을 내림과 동시에 흑응은 양손을 휘둘렀다. 손가락 끝에서 강기의 칼날이 튀어나와 찬영을 향해 날았다.
강기를 날릴 수 있는 일을 특급능력자라도 모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까-가가가강!
찬영이 내민 주먹이 찰나 간에 전면에 배리어를 만들어냈다. 강기와 배리어가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흑응은 매가 날듯이 신형을 날리며 양손을 휘둘렀고 다시 강기가 찬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흑응이라는 이름답게 아주 빠른 속도였지만 찬영은 차분히 대응을 했다. 강기를 쳐내고 다음 공격을 대비했다.
훗날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될 흑응은 공격방법은 두 가지다. 양손을 사용하는 조법과 다리를 사용한 각법이다.
특히나 각법은 흑응이 잘 내보이지 않는 비기였는데 세상에 나타날 경우 반드시 하나의 목숨을 취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내가 조심하는 것은 바로 이 각법이다.
하늘에서 내려 꽂혀 먹이를 사냥하는 매처럼 번개같이 날아오는 흑응의 다리는 아주 무서운 힘을 내포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호신강기를 무력화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잘못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스스스…….
찬영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브로신에게서 탈취하듯이 배운 어쌔신의 비기가 펼쳐진 것이다.
한 줌의 어둠만 있어도 몸을 숨기고 당사자도 모르게 목숨을 앗을 수 있는 저쪽 세상의 비기가 펼쳐진 것이다.
‘어디지?’
흑응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매의 시야보다 더 논이 좋은 흑은은 어둠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완벽하게 사라졌다.’
은신을 꿰뚫어 보는 사야를 가졌음에도 찬영의 모습을 찾을 수 없자 약간 당황하던 흑응은 전신에 호신강기를 둘렀다.
팟!
슈슈슈슈슈슈슈슛!
날개 짓을 하는 것처럼 양팔을 벌린 흑응의 신형이 1미터가량 떠오르더니 360도 회전하며 그의 다리가 사방을 헤집었다.
공격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앞으로 전진 해 오며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퍼퍼퍼펑!
연이어 공기가 파열되는 소리가 연이어 복도를 울렸지만 흑웅의 공격에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수장고로 들어가는데 지나쳐야 할 복도는 바닥에서 천정까지 높이가 5미터가 약간 넘었다.
복도의 폭은 6미터 정도로 공간을 완전히 장악하고 빠져 나갈 구멍이 없게 일련의 공격을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마치 허깨비인 것처럼 모습이 사라진 후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회피한 거지? 도대체 정체가…….’
자신의 비응살각을 간발의 차이로 비껴 갈 수 있는 상대는 없다고 생각해 온 흑응으로서는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으음, 일 초도 되지 않은 시간에 다리를 백 번 이상 날리다니 대단한 자다.’
놀라기는 찬영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100번이상이지 능력자라고 해도 한계를 벗어난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강기를 두르고서도 이 정도의 공격을 선보일 수 있다면 지금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었다. 어디……’
기본적으로 암살자의 능력을 갖춘 자다.
가공하다고 알려진 비기가 이 정도일리가 없다고 생각한 찬영은 흑응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슛!
에너지를 실체화 해 공격을 날렸다. 기운이 퍼지는 것을 막고 투명한 상태로 만들었기에 보이지 않는 공격이었다.
쾅!!
흑응의 발길질에 에너지구체가 터져나갔다.
‘헉!’
폭발 직후, 아주 미세한 기운이 심장가까이 다가온 것을 느낀 찬영은 신형을 이동시켰다.
‘상대가 자신을 공격하면 공간을 가로질러 기운을 쏘아 보낼 수 있구나. 감춰진 비기가 다리로 펼쳐진다고 알려진 것이 속임수 일 줄이야.’
암습이나 다름없는 공격은 손으로 이루어졌다.
다리로 하는 비응살각이라는 공격도 비기라고 할 만큼 아주 놀라운 것이었는데 진짜는 손으로 하는 것이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파팟!
공간이동이 있기에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서 찬영은 다시 한 번 공격을 날렸다. 확인을 하기 위해서다.
콰콰쾅!
흑응의 발길질에 따라 투명한 에너지 구체가 동시에 터져나갔다. 폭발음과 동시에 찬영이 공간이동을 했다.
흑응의 은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 * *
흑응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하는 것인지 느껴진다. 한이 가진 분석력을 같이 사용하기에 선명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역시, 내가 쏘아 보낸 것이었기에 반탄되어 나를 공격해도 에너지 배리어가 반응을 하지 않았었구나.’
에너지구체가 폭발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기운을 되돌리는 일종의 반탄 기술을 아주 은밀하게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제법 재미있는 기술이다.
-한, 카피 했나?
-운용경로와 에너지 배열을 전부 확인했습니다.
-현무대에게 가르칠 거니까 잘 정리해둬.
-알겠습니다.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적을 공격을 아주 은밀히 되돌리는 기술이다. 조금만 손을 본다면 쓸모가 많을 것이다.
‘후후후, 어디 이것도 그럴 수 있나 볼까?’
레폰드가 살아가는 세계는 마법과 오러가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은 곳이다.
배리어를 치고 상대에게 되돌리는 기법은 흔한 축에 속했다. 마법사는 말할 것도 없고, 레폰드 또한 마스터에 이른 검사로 마법공격을 되돌리는 검술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돌려주는 기법을 가진 마법사와 기사들을 상대하기 위한 살법 또한 수도 없이 존재했다. 브로신도 그런 살법을 가지고 있었다.
스으으…….
그다지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은 기운이 은밀하게 흑응을 향해 나아갔다.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것인지 흑응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파파파파팟!
강기를 사방으로 날린다. 공격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침착한 자로군. 회피를 위한 공격을 하다니…….’
만만히 볼 자가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로 인해 보통사람이라면 잘 보이지 않는 공격을 퍼부어댄 후 미끄러지는 것처럼 신형을 뒤로 날려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그냥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군.’
아직도 내 공격은 진행 중이다. 흑응이 날린 강기의 기세를 타고 넘어 지금도 은밀히 접근 중이다.
금계독립의 자세로 멈춰 선 흑응도 그런 것을 느낀 모양이다.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마력장 그물을 사용할 생각이군. 하기야 내 공격을 방어하려면 저게 최선이지’
상대의 기운을 타고 넘는 살법이다.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한 절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흑응이 사용하려고 하는 마력장 그물처럼 말이다.
마력장 그물은 경외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응축해 만들어진 일종의 마법아이템이다.
이렇게 사방이 차단된 공간에서 사용하게 되면,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살상무기다.
마력장 그물과 내가 날린 기운이 부딪쳤다.
콰쾅!
쏴아아아아!
브로신은 속성력을 아주 잘 사용했는데 화염과 바람의 기운을 잘 다뤘다. 화염의 속성을 부여한 기운이 터지며 마령장에서 발생하는 마력을 끌어안고는 흑응을 향해 몰아쳤다.
투명한 에너지구체와는 달리 공간 전체를 뒤덮는 것이라 절대로 반탄이 어려웠다.
불길 너머로 다급한 표정의 흑응이 보였다. 화염을 막기 위해 호신강기를 펼치는 것 같지만 잘 막을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성공이군.’
역시 이곳의 기운과는 다른 탓인지 흑응이 펼친 호신강기를 단번에 녹이고 파고든다.
“크아악!”
뒤로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는 흑응의 모습에 화염의 속성을 거두어 들였다.
‘잠깐뿐이었는데도 전신에 화상을 입었군.’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심한 화상이 흑응의 전신에 가득하다.
“제압해라. 한!”
-알겠습니다.
신녀의 선물들이 아주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외삼촌의 사무실에서 제압한 인턴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빠져 나갔다.
-제압을 완료했습니다.
“고생했다.”
한이 쓴 신녀의 선물은 천 개에 가까웠다. 인턴을 수십 배 능가하는 정신 방어벽과 깨달음 때문인지 무척이나 광활한 무의식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흑응이 쓰러진 것을 확인한 후 금고털이의 이지를 제압했다. 금고톨이를 제압하는데 필요한 신녀의 산물은 단 하나뿐이었다.
“한, 저 안에 외삼촌이 계신건가?”
-다수의 생체반응이 포착됩니다.
“열수 있겠지?”
-연락을 취한 뒤 열기를 권유 드립니다.
“안쪽에서 침입자를 대비한 준비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바보가 아닌 이상 문을 뚫고 들어오는 자들을 그냥 돠눌 리는 없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상관이 없을 것 같으니 결계를 풀어 봐.”
-그러시다면…….
-코드를 풀고 싶나?
-그렇습니다.
한의 대답에 설렘이 있는 것 같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코드를 푼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지능을 높이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그래, 해봐.
결계는 일종의 암호화 된 코드다. 일반코드와 비교해 글자로 만들어진 기호가 아니라 에너지로 만들어진 점이 다르고, 강력한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코딩을 해석하고 연결고리 사이에 다른 코드를 집어넣으면 결계는 해제 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침투한 생체조직이나 컴퓨터가 무력화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에 의해 에너지로 구현된 바이러스가 빠르게 결계에 파고들었다.
중요 부분마다 파고든 바이러스는 원래의 코드를 빠르게 대처해 나갔다.
‘처음 하는데도 상당히 빠르군. 이 능력을 키운다면 나중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이면조직들 대부분이 결계를 이용해 근거지를 보호한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정도 속도라면 상당히 빠른 것이다.
아니, 특급능력자도 풀지 못한 것이니 무지막지한 속도라고 할 수 있다.
한이 경험만 더 쌓는다면 이면조직이 사용하는 결계들이 특별하기는 하지만 충분히 해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코드를 해체한 후에 다시 다른 코드를 사용하는 결계를 만들 수 있나?
-충분히 가능합니다.
-내가 펼친 것을 응용해서 이곳을 더 강화시킬 생각인데 준비를 좀 해둬.
-알겠습니다. 금방 해체가 끝나니 바로 결계를 칠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줘.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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