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장. 변화의 징조들!-01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4장. 변화의 징조들!
삐-이!
날카로운 소리가 상황실 안을 강타했다.
삐! 삐! 삐!
신호음이 연이어 터졌다.
“뭐야?”
“센서라인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위성들이 추락하는 중입니다.”
“진짜야?”
“현재 일곱 대가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고, 나머지도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어가 가능한가?”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전부 먹통입니다.”
“허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상황실이 생긴 이래 감응센서를 탑재한 위성이 추락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인하 것일 뿐 이런 경우는 없었다.
현재 정지궤도에 있는 위성들은 특별한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첨단과학이 적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힘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에고가 장착되어 자체적인 판단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공격이 있으면 배리어를 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착된 엔진을 이용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통신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유도 없이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인 지 살펴봐라.”
“미사일로 추정되는 레이더에 관측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에너지 반응은 없습니다.
“다른 곳은?”
“예?”
“유럽이나 중국 쪽은 어떤 살펴 봐!”
“예, 예.”
당황하는 오퍼레이터 만큼이나 국토안보군 내 비밀정찰국 상황실은 패닉에 빠졌다. 도저히 수습이 될 것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
‘누군가 공격을 감행했다면 징후가 나타나야 하는데…….’
명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공격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상황실장은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핫라인을 열었다.
위성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화의 연결상태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무슨 일인가?
“감응센서를 탑재한 위성들이 추락하는 중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현재 일곱 대가 추락중이고 나머지도 조만간 추락할 것 같습니다.”
-공격을 받는 중인가?
“공격징후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원로원에 연락을 해야겠군. 자네는 상황을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플랜 A를 가동하게.
“플랜 A입니까?”
-공격징후를 파악할 수 없다면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게.
“알겠습니다.”
자신의 대답과 함께 연결이 끊어지자 상황실장은 수화를 내려 놨다.
“플랜 A를 가동한다. 혹시 모르니 플랜 B도 준비한다.”
플랜 A만으로는 뭔가 미덥지 않았다.
실장은 뒷골이 찌릿해지는 불길한 예감에 명령받은 것 이외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했다.
“예, 실장님!”
-플랜 A! 플랜 A를 가동한다. 전 요원의 원대복귀를 지시하라. 각 군에는 준 전시상태임을 통지하라. 다시 한 번 하달한다. 플랜 A를 가동한다. 전 요원은 원대복귀! 각 군은 준전시상태에 임한다. 또한 예비계획으로 플랜 B를 준비하라.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상황실 요원들에게 전해졌다.
상황실이 생긴 이래 초유의 명령이 떨어졌다. 소련이 해체되기 전에도 내려진 적이 없는 긴급 상황발령이었다.
* * *
“어! 저게 뭐야?”
“그러게.”
남산의 야경을 구경하러 왔던 연인은 밤하늘을 가른 섬광을 볼 수 있었다.
“자기야, UFO다.”
“자세히 보니까 UFO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야?”
여자가 실망한 목소리로 물었나.
“꼬리를 길게 끄는 것을 보니 별똥별이나, 위성 같은 것이 추락하는 것 같은데.”
“우와! 소원 빌자.”
“하하하, 그래.”
“그런데 자기야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밤하늘을 가르는 불꽃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남자친구가 보기에도 상당한 수량이다.
“그러게.”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 있는 것은 연인뿐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목격이 되고 있었다.
궤도를 잃고 중력에 이끌려 지상으로 추락하는 위성들 대부분은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타버렸다.
화려한 불꽃을 피워 올리며 산화하는 위성들과는 달리 에고가 탑재되어 강력한 배리어 시스템을 장착한 것들을 달랐다.
무게가 2~4톤 정도 되는 위성들이 배리어로 인해 대기와의 마찰을 견디며 산화되지 않고 지상으로 직격했다.
메가톤 급의 폭탄이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충격량이 지상으로 퍼져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위성들이 궤도상에 떠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난 사흘 동안 지상에 떨어져 피해를 입힌 위성은 천 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나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했나?”
거의 뜬 눈으로 새우다시피한 타일러 상황실장은 개략적인 상황보고를 듣고는 허탈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 삼일 동안 모두 추락했습니다. 지금 지구의 궤도상에는 어떤 인공물도 없는 상태입니다.”
“전부 추락했다는 말이군. 전부 말이야. 새로운 위성은 어떻게 됐나?”
“준비를 시켰습니다만…….”
“또 떨어지더라도 궤도상에 반드시 올려야 하네.”
“알겠습니다.”
통신은 물론, 감시와 전투까지 위성의 용도는 다양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용도는 감시다. 그 중 능력자들에 대한 정찰은 가장 큰 임무다.
능력자들의 움직임이나, 각성한 능력자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경외의 세계로부터 지구를 찾아 온 존재들까지.
적대적 세력의 움직임을 사전에 알 길이 차단됨으로서 이면세계 세력들은 지금 위험이 직면해 있는 상태다.
세상의 경계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팟이나 게이트의 발생 여부도 알아낼 방법이 전무했다.
무조건 위성을 띄워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태우기 위해 전투기가 대기 중이다. 지시를 마친 상황실장은 곧장 비행장으로 향했다.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상황실에서 뉴욕에 있는 본부까지는 적어도 3시간이 걸린다.
‘정말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구나.’
이동을 하는 동안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해야 하는데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로켓을 쏘아 올려 궤도상에 위성을 안착시킨 다는 보장이 없는 까닭이다.
전투기에 올라탄 상황실장은 앞으로 정세와 어떻게 움직여야 할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동이 끝나가는 시간, 멀리 바다가 보였다. 뉴욕에 있는 라과디아 공항을 향해 날아가던 전투기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공항으로 접근하기 곤란한 상황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지진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뉴욕지반은 거대한 암석층이라서 지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데.
-해양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로 쓰나미가 덮친 모양입니다. 라과디아 공항은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관제탑의 연락입니다.
-뉴욕국제공항은?
-그곳도 현재 마비상태랍니다.
-본부에 비상착륙할 곳은 있나?
보통은 전투기처럼 활주로를 이용해야 하지만 갑자기 해일이 덮친 비상상황이라 조종사에게 착륙할 곳을 물었다.
-직강착륙을 풀라는 말씀입니까?
-라과디아 공항에 쓰나미가 덮쳤다면 비상상황이네. 지금은 그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본부 옥상에 착륙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개발된 전투기다.
해리어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기종으로 비밀병기 중 하나지만 지금은 가릴 데가 아니었다.
-실장님,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뭔가?
-당장 워싱턴으로 오라는 전언입니다.
-본부는?
-해일경보가 난 후 본부를 폐쇄하고 곧바로 워싱턴으로 이동한 모양입니다.
본부는 지하 1킬로미터 아래 암석층에 위치한 돔 속에 있다.
현재 기술보다 20년이나 앞선 첨단과학과 마법으로 도배된 구조물이 본부다.
폐쇄되는 순간 완전히 세상과 단절되기에 쓰나미가 왔어도 피해를 입지 않을 터였다.
‘본부를 그대로 두고 모두 철수 했다는 말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어쩌면…….’
본부 안에는 근무하는 자들이 10년 동안 생활할 모든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 그럼에도 본부를 버렸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본부 폐쇄의 결정을 내릴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라면 오직 두 가지 밖에는 없었다.
이면조직 간에 전면전이 벌어졌거나, 예언처럼 전해져 오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뜻이었다.
-타일러 실장님, 어떻게 할까요?
-그럼 그리로 가게.
-알겠습니다.
조종사는 전투기의 기수를 틀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워싱턴 쪽이었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왔는데 열어 봐야 겠군.’
전면전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 다면 한 가지 사태밖에는 없기에 타일러는 자신의주머니 속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상황실을 떠날 때 가지고 나온 블랙박스로 이번 사태에 대한 단서가 들어 있었다.
타일러가 꺼낸 것은 담배갑 정도 크기의 가죽 지갑이었다.
지갑을 연 그는 안에서 작은 캡슐 하나를 꺼내더니 마스크를 벗고 삼켰다.
‘크으윽.’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캡슐이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동시에 캡슐 안에서 나온 수만 개의 나노머신이 빠르게 입안의 점막을 파고들었다.
혈관을 따라 이동한 나노머신은 곧바로 타일러의 두개골 속으로 침투해 들어간 후 내외 달라붙었다.
‘으음.’
나노머신은 오직 한 존재와 전파와는 다른 방법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일종의 통신 장치다.
로키산맥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슈퍼컴퓨터인 마더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타일러에게 제공해 주고 있었다.
나노머신을 통해 엄청난 정보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타일러는 전해지는 정보에 익숙해지기 위해 눈을 감은 후 자신의 능력을 개방했다.
-다 왔습니다.
조종사가 도착했음을 알리자 데이터 수신이 이미 끝나 있었기에 정보검색을 멈췄다.
워싱턴에 있는 임시본부에 상공이었다.
뉴욕에서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하이에나처럼 바글바글 하군.
-사태가 사태니 만큼 정보를 얻기 위해 혈안일 겁니다.
-뒤쪽으로 내리도록 하게.
-예, 실장님.
전투기가 호버링을 한 뒤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최신기종이 언론에 노출되는 상황이지만 조종사는 개의치 않고 백악관에 착륙을 했다.
고색이 찬연한 대리석으로 지어진 백악관의 뒤쪽으로 난데없는 전투기가 내려앉자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위성의 추락으로 인한 통신장애와 연이어 동부해안으로 들이닥친 쓰나미로 인해 백악관은 기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타일러 상황실장은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기자들을 피해 백악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타일러를 맞이한 것은 하비 지부장이었다.
“다들 모여계십니까?”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시는 지 클랜에서도 오셨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모이다니 일이 다급하긴 모양이었다.
“잘 됐네요. 어서 들어가시죠.”
하비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온 타일러는 심각한 얼굴로 자리하고 있는 다섯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과 네 사람이었는데 대통령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조디스도 들어야 하는 일인가?”
위원장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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