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장. 파란의 시작-02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블랙은 오래 전부터 북한에서 암약하고 있다. 제임스 자신도 가늠하기 어려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요원이다.
블랙이 맡고 있다 것과 그런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능력자가 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기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렇게 전략급 요원들을 직접 파견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극동아시아는 장막에 가려진 것입니까?”
“다른 곳은 감시하기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극동아시아는 자네가 알고 있는 것 같이 장막에 가려 있어 아직은 어렵네. 누가 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지장치들로는 전혀 탐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보호막이 쳐져 있으니까 말이야.”
“정말 의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강력한 장막을 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우리도 계속해서 찾고 있지만 누가 친 것인지는 아직 모르네. 다만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라는 것이 분석요원들의 중론일세.”
“예전의 것이라, 분석요원들의 판단이 그렇다면 누가 친 것인지 찾는 것은 어렵겠군요.”
“그렇네. 무엇보다 파동이 이는 동안 한 번도 장막이 깨지거나 흩어지지 않았다는 거네.”
“장막이 흩어지지 않았는데 DG급의 능력자가 나타나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로군요?”
제임스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장막이 쳐져 있는 상태에서 DG급의 능력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장막은 극동아시아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능력자의 탄생을 억제한다.
세 번의 파격으로 특별한 능력자가 탄생한 것도 장막이 흩어진 상태에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우리도 그래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네.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을 했으니 말이야. 장막으로 인해 특별한 능력자들이 탄생하지 않았기에 그동안 놔두었었지.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네. 무려 데미 갓의 출현이니 말이야. 그런 존재의 출현이 어쩌면 그 장막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 상활실의 판단이기도 하고 말이야.”
“으음, 상황실에서 난리가 났겠군요?”
“상당히 혼란스러웠네. 측정이 되지 않아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는 대처 능력이 떨어지니까 말이야.”
“그런데 한국에 부탁하신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능력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링크된 존재가 각성을 하지 않았다면 일반인과 구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성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능력자를 찾아낸다는 것은 상대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한계를 가지니 말이다.
다른 능력자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은 자신과 동등하거나 하위의 존재라야만 가능하다.
하위의 능력자들은 상위의 기운을 감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측정 된 파장은 DG급이다. 신에 근접한 능력을 간직한 존재가 출현한 것이다.
DG급에 근접한 자신이라 할지라도 감지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한국 정보부에 부탁한 것이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다.
“한국을 우습게 여기지 말게. 능력감지가 어려울지는 몰라도 그들이라면 대상을 압축할 수는 있을 테니 말이야.”
“무슨 말씀입니까?”
“상황실에서 조사해야 될 범위를 압축했네.”
“사실입니까?”
파동의 행방이 오리무중으로 빠졌음을 알고 있기에 제임스는 얼굴에는 놀람이 스쳤다.
“사실이네. 나이는 16세에서 20세 사이이고, 부모가 능력자일 확률이 90%가 넘는다고 하네.”
“예상외군요. 그렇게 어린 나이에 링크가 되다니 말이죠.”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링크가 되는 연령대는 30대 초반이 제일 빠른 축에 속했다.
자신 또한 마흔 살이 다 되어서야 링크를 경험 했기에 제임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초유의 일이네. DG급이 나타난 것도, 어린 나이에 링크가 된 것도 말이야. 하지만 염려할 것은 없네. 어차피 이번에 계측된 존재는 예상을 해 왔던 것이고, 링크되는 존재들이 그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만…….”
링크가 되는 존재들이 어떤 식으로 그렇게 되는 지는 오랫동안 연구가 되어왔다.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링크 된 존재들의 탄생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피의 인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혈연에 의해 이어진 존재만이 링크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절대적인 원칙이었다.
특이능력을 소유한 자들의 가계를 전부 조사한 결과, 조상 중에 능력자가 있었다.
메시아가 나타난 이전은 모르지만 그 이후에 태어난 자들은 전부 그랬다.
“원칙이 변하는 일은 없을 걸세. 그건 절대적인 것이니까. 이번에도 마찬가라고 분석이 끝났네. 새로 나타난 파장 속에 기존에 감지 됐던 여러 유형의 파장이 나타났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제가 한국에 가는 거군요?”
“맞네. 한국에 존재하는 능력자들은 대부분 파악이 끝났네. 한국 정부의 협조도 약속을 받았으니 자네는 그들을 조사하면 될 걸세.”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훨씬 손쉽겠군요.”
“맞네. 한국에 도착하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 조사대상을 압축하고, 면밀히 살펴 주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능력자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혹시라도 각성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 쪽으로 끌어 들이도록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관찰만 하게.”
“지부장님, 우리가 찾아야 할 존재가 각성을 했다면 들킬 수도 있습니다.”
DG급이라면 자신을 상회하는 존재이기에 제임스는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겠지. 설사 그렇다고 해도 섣불리 움직이지 말게. 당부하지만 새로 나타난 존재와는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되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자네의 정체가 밝혀지면 무조건 항복하게.”
“항복이라니요?”
“진짜로 각성을 했다면 문제가 커지네. 그와 싸움을 시작하면 그건 전쟁이 될 수밖에 없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력이라면 어찌 됐던 제압은 할 수 있겠지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상황실장의 판단이니 말이야.”
“으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친분을 다지라는 것이기에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자네만 믿고 있겠네.”
“으음.”
하비가 말하는 뜻을 알기에 제임스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 * *
하비 지부장과의 대화를 생각하던 제임스는 고개를 흔들며 눈을 감았다.
‘으음, 골치 아프군. 찾는다고 해도 난감하니 말이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를 않으니…….’
한국 정보부의 도움을 얻어 대상을 찾는다고 해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각성한 DG급이 자신을 믿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큰 문제였다.
‘다른 자들을 제외하고 나를 이곳에 보낸 것은 내 출신 탓이었군. 무조건 적대시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제임스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구한말 하와이로 이주한 한인 중 한 명이 바로 제임스의 증조할아버지였다.
‘어차피 한국에 나타난 확률은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모르니까 어느 정도 준비는 해야 될 거다.’
섣불리 어떻게 할 존재가 아니었다. 미지의 존재와 만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 했다.
‘정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국이니 이드르이 정세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우선, 접촉점이 있어야 했다. 한국 사람의 정서를 더욱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긴 제임스를 룸미러로 지켜보던 하영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일일 것 같구나.’
김명국의 협조 명령을 받고 본때를 보여주고자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CIA요원들을 살핀 하영이었다.
제임스를 찾은 후에 그동안 그가 상당히 중요한 임무에 투입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하영이다.
프로파일러로서도 상당한 실력을 보유한 하영이다.
김포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후부터 제임스를 살폈었다.
하영은 제임스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의미를 찾았고, 은연중에 나타나는 행동으로서 상황의 중요함을 인식한 것이다.
생각에 잠긴 제임스와 그를 힐끔 힐끔 살피는 하영의 시간이 계속됐고, 어느새 차량은 서울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영이 모는 차는 서울로 들어선 후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세곡동 인근의 안가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꽤 빨리 도착했군요.”
“평일이라서 도로가 막히지 않더군요.”
“수고했소.”
“들어가시죠. 머무시는 동안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갖추어져있는 안가입니다.”
“알겠소.”
차에서 내린 제임스는 윤하영의 안내를 받아 안가로 들어갔다. 긴장할 만도 하건만 마치 자신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표정이라 윤하영이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것은 안가로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으로 들어 온 제임스는 자신이 가져온 가방을 탁자에 놓더니 편안하게 소파에 앉았다.
“운전하느라고 피곤할 텐데 앉는 것이 좋겠소.”
‘이 사람 뭐야? 이건 마치 자기 집에 온 거 같잖아?’
“아, 알겠습니다.”
“그래, 김국장과의 약속은 변동이 없는 것이오?”
제임스는 차분히 약속에 대해서 물었다.
“예정대로 7시에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직접 모시고 갈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럼, 그동안은 좀 쉬면되겠군. 내가 머물 방이 어디요?”
“이층으로 올라가시면 첫 번째 방입니다.”
“그렇군. 아까 들어 올 때 보니 상당수의 경호원이 있던 것 같은데 그들은 어디서 머무는 것이오?”
느닷없는 질문에 하영이 흠칫했지만 이내 대답을 했다.
“별채가 따로 있습니다. 참고로 제임스씨의 경호를 위해 다섯 명의 요원들이 안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하하, 내 안전을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고맙소.”
“그럼 쉬십시오. 시간이 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알았소. 그만 쉬러 올라가겠소.”
제임스는 2층으로 올라갔고, 하영은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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