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장. 변화의 바람-02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자신 안에 잠재해 있는 헤라크티의 권능을 믿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 *
미리안에게 제안을 하고 승낙을 받았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했기에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자, 다들 들어가서 자세를 잡아.”
“시아니온 말 들었지. 어서 들어가자.”
“알았어 대장.”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을 하고는 연못 속에 들어가 자신들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시작은 마그람들이 본격적으로 소통을 시작하면 할 거야. 모두 내게 의식을 집중해. 고통을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말이야.”
“알았다. 시아니온.”
미리안이 대표로 대답을 해왔다.
-그럼 시작 할게.
-그래.
모두들 나와 의식을 동조하기 시작했다.
얼마 있지 않아 마그람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그람이 달라붙는데도 모두가 봄날 따뜻한 햇볕아래 잠을 자듯 평온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아이들과 동조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의식 속에서 깨어난 헤라크티의 권능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마그람을 조율하면서 고통이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은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많은 양의 마그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후후후.’
마치 온천욕을 하듯 편안하게 마그람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미리안의 우려와는 달리 매우 성공적이었다.
11명의 아이들이 나를 향해 의식을 집중했지만 별다른 위험이 없이 각자 많은 양의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모두가 헤라크티의 권능 덕분이다.
‘이렇게 계속하면 예상보다 빨리 마그람이 자리를 잡은 것 같구나. 그나저나 모두가 비슷한 모습이라니…….’
나머지 아이들에게도 마그람의 진체가 의식 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모습이 가넬리의 것과 달랐다.
중심부에는 칠흑보다 더 짙은 검은 어둠이 바깥쪽에는 마그람의 색깔과 같은 회오리가 생겼다.
나는 아이들과는 달랐다. 다른 모습의 진체가 생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
흑과 백의 구체의 문양이 기이한 모습으로 엉겨갔고, 바깥쪽의 고리들은 두께가 두꺼워져 마치 링처럼 변해 버렸다.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까지 빛의 고리, 그리고 고리들의 가장 안쪽과 바깥쪽에 생긴 보이지 않는 투명한 고리들
모두 아홉 개의 고리가 선명하게 제 존재감을 내 뿜었다.
‘안쪽의 구체는 나와 미리안, 나머지는 고리들은 아이들의 마그람과 속성이 같다. 빛의 속성을 따른 것인가? 음양이 부딪쳐 빛이 생기고,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과 그 바깥의 빛으로 구성되는…….’
내가 살고 있는 현상계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체계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이다.
외할아버지에게서 가르침을 받았을 때 세상의 구성 원리에 대해 상세하게 배웠다.
그때 설명을 들었던 것과 비슷한 모습에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거창한 것일 리가 없지. 마그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체계를 안정한 상태에서 보유할 수 있는 체계일 거다. 구체와 원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니까. 천천히 알아가자. 천천히…….’
아직 마그람에 대해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하가지는 확실하다.
이곳은 다른 세상이다. 현상계와 같은 종류의 인식은 섣부른 판단이다. 잘못된 인식의 오류를 낳을 수 있기에 생각을 접기로 했다. 앞으로 천천히 알아가도 되니 말이다.
헤라크티의 권능을 사용해 아이들을 관조하고 조율하는데 심력을 기울였다.
마그람은 실체화된 에너지가 아니다.
그보다는 물질과 반물질을 오가는 정신에너지다. 고통이 없어지자 마그람을 의식에 축적하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불어나는 눈덩이처럼 축적되는 양이 점점 많아졌다. 가히 기하급수적이라고 할만큼 커졌다.
그럴수록 태풍은 더욱 견고해지고 조밀해졌다.
태풍의 중심에는 세상을 파괴하고도 남을 엄청난 힘이 담겨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빠르게 힘을 흡수해가자 마그람들이 제 색깔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색이 바랬다.
창조의 문이라 불리는 연못 속에 들어 온지 20일이 지났을 무렵 마그람은 색을 잃어버렸다.
아이들에게 모두 흡수된 된 탓이었다.
“이제 모두 끝난 것 같다.”
“와아!!”
“끝났다!!”
아직까지도 고통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었다.
전신을 부숴버릴 것 같은 고통도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리자 모두들 기뻐하며 환호를 지르고 있다. 공포감에서 해방되기도 했지만 마그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석 달을 예상한 일이다. 고통도 없이 빠른 시간에 마그람을 흡수한 탓인지 시간이 많이 절약이 됐다.
“고마워, 시아니온.”
“자식! 모두 네 덕분이다.”
“고마워!”
아이들은 나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괜히 쑥스럽다.
“고마워! 시아니온. 우리 모두 네게 고마워하고 있다.”
미리안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마워한다. 나를 바라보는 표정도 무척이나 부드럽다.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네가 있어서 아이들이 무사히 이번 시련을 견뎌 낸 것 같다. 고마워!”
살며시 나를 안아 준다.
“아, 아니에요.”
아이들의 고마움과는 조금 다른 종류다.
마그람을 얻은 것보다 동생들이 무사하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훨씬 중요한 일인가 보다. 대장이라고 아이들이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를 완전히 받아들일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좋은 동료들을 얻은 것 같다. 서로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동료를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아이들은 외할아버지의 강요와 같은 약속으로 인해 나를 자신들이 섬겨야 할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로인해 불만들이 많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 같이 나를 인정하고 있다. 어째서 내가 자신들과 운명으로 이어진 동반자인지를 모두 깨달은 것 같다. 마그람들이 나로 인해 균형을 찾았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 의식에 자신들의 정신을 집중하며 아이들은 놀라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조화와 조율의 힘을 느낄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나에게 의식을 집중하면서 서로간의 교감할 수 있었기에 일부나마 헤라크티의 권능을 얻기도 했다.
정신영역에서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권능이다.
일종의 집단지성과 같은 시너지 효과가 앞으로 아이들과 나에게 일어날 것이고, 그것은 우리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니야, 시아니온 네 덕분에 우리는 아주 큰 것을 얻었어. 평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할 것을 말이야.”
“맞아! 고맙다. 시아니온.”
다들 고마워한다. 마그람의 힘을 얻은 것이 결코 나만의 힘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고통을 참으며 견뎌 온 아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뭘! 다들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지. 모두들 수고했어.”
“하하하하!”
“맞아! 맞아!”
내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동반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호호호, 이제 다들 나가자.”
“영감탱이는 우리가 이렇게 빨리 끝냈을 줄은 모를 테니 어디 가서 맛있는 거나 먹을 까?”
수련에만 열중했지만 이제는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지 이가온이 나가기에 앞서 제안을 했다.
그동안 마그람이 주는 힘으로 인해 음식 같은 것은 섭취하지 않아도 됐었다. 그동안 창조의 문안에 있느라 아이들은 음식물을 섭취한지가 거의 6개월이나 지났다. 이가온의 제안에 모두를 입맛을 다셨다.
“꿀꺽!”
독물만을 먹어 온 나도 아이들과 마찬가지였기에 시장기가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군침이 절로 넘어 간다.
“쩝! 군침 도네. 나는 좋아. 대장은 어때?”
너클이 찬성하며 나섰다.
“하지만 그 영감탱이가 바깥에서 지키고 있을 텐데 걸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미리안은 분명 외할아버지가 창조의 문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수련이 빨리 끝났다는 것을 외할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분명히 다른 수련을 시키려 할 것이기에 망설인 것도 같다.
‘한번 살펴봐야겠군.’
미리안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헤라크티의 권능을 이용해 이미 바깥쪽을 살폈다.
“내가 살펴봤는데 괜찮아, 바깥쪽에는 아무도 없어.”
“여기는 결계가 쳐져 있어서 알기 어려울 텐데 그것도 느낄 수 있는 거니?”
미리안이 궁금한지 물어온다.
“신경을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그런 것이 느껴져. 어째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그람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헤라크티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비밀이었기에 마그람 때문이라고 돌려 말했다. 마그람을 흡수하며 내 능력을 보았기 때문인지 미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시아니온이 밖에 아무도 없다고 하니 모두들 나가자. 오늘은 오랜 만에 그레이트센터피드를 잡아서 구어 먹어 볼까? 큰 놈 한 마리면 우리 모두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대장! 정말 그놈으로 할 거야?”
미리안의 말에 뇌전의 힘을 가진 유니안이 반문했다.
그레이트센터피드는 대륙에서는 무척이나 찾아보기 힘든 희귀 몬스터다. 몬스터 중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종인 그레이트센터피드는 지네처럼 생긴 몬스터로 무수히 달린 발로 인해 밀림 속의 몬스터중 제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바위조차 부숴버리는 강력한 입, 그리고 전신에는 자이언트 오우거조차 스치기만 해도 단번에 즉사시켜 버릴 수 있는 맹독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마디마디 꺾어진 몸은 너무도 유연해 공격방향을 예측할 수 없어 밀림속의 몬스터 중에 제일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런 몬스터를 잡아먹겠다는 미리안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유니안이 반문한 것이었다.
“호호호, 전에는 그놈 새끼들만 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게 된 힘이라면 다 큰 놈들이라도 잡을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오랜만에 포식 좀 해보자!”
“야호!!”
신이 났는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까다롭지만 맛은 최고인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준비들 해라.”
아이들은 각자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 자신들의 소지품들을 챙겼다.
“미리안.”
소지품과 무기를 챙기러 가는 미리안을 불렀다.
“왜?”
“나는 이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아.”
“같이 나가지 않고?”
내가 같이 하지 못한다는 말에 미리안이 강한 의문을 표시한다.
“앞으로 수련을 위해 해야 할 것이 있거든. 나 혼자서 해야 하는 일이라. 지금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으음, 알았어. 아이들한테는 우리를 도와주느라 힘을 다 써서 좀 쉬어야 한다고 말해 둘게.”
“사정이 있어서 말해주지 못해 미안해.
"아니야. 우리는 이제 동반자 인걸. 말해 줄 수 있으면 벌써 이야기 했겠지. 나는 괜찮아. 하지만 다음에 꼳 이야기 해줘야 한다."
"알았어. 고마워.”
남들이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지만 미리안은 굳이 아는 척하지 않고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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