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장. 생존시대-01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7장. 생존시대
신기를 전부 사용했지만 나로서도 절대 손해가 나는 일은 아니다.
시스템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같은 수준의 신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있게 되었다.
원형의 복제는 물론이고, 개질(改質)을 통해 새로운 신기도 만들어낼 수가 있다.
“다른 능력자들이 보면 미친 짓이라고 하겠지만 아까울 것이 하나도 없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도 원주인과 단절시켜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인과를 끊음으로서 완전귀속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말이다.
신기의 귀속은 내 거점을 요새화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영성을 갖고 있는 초월자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불허했다. 새로 구성된 신기들은 본래의 기운과 대척점에 있는 기운을 배척하도록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물의 완성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유기적인 네트워크의 완성이 내게 주는 감회는 무척이나 깊은 일이다.
최소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오롯이 나만의 세계를 창조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이제 에고시스템만 가동이 되면 끝난다.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 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미각성자를 인도하는 작업을 한 후에 파김치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히려 작업을 끝마치고 나니 더 팔팔해졌다.
그동안 얻은 신기를 사용하면서 원주인들의 능력을 일부나마 카피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제작자의 입장에서 신기를 만들고 동기화 시킬 수 있게 되니 내 존재 의미가 달라졌다.
나도 신성(神性)이라는 것을 가지게 됐으니 말이다.
초월자가 되거나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신성이 있어야 한다.
둘 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성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지만 걱정이 든다. 너무 쉽게 신성을 얻었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내게 신성이 깃든 것은 스스로가 개척한 일이 아니다.
지금 이곳이나 브리턴이나 누군가의 치밀한 안배 속에 이루어진 일인 것이다. 누군지 모를 존재들에게 쓸려 다닐 수 있기에 걱정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점점 바뀌고 있는 것 같아서 두렵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될까봐서다.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 시작을 했다.
내 계획의 끝에 가족이라는 존재가 없을 까봐 무섭다.
아니, 부모님과 미영이가 나란 존재를 잊을 까봐 겁이 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이제부터는 생존자체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세상이 될 테니까.”
이미 대변혁은 시작됐다. 이 세계의 능력자들과 맞서 싸워야 하고, 차원과 차원간의 생존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내 존재에 대한 의미는 그 이후에나 찾아야 할 것이다.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승리하는 것이니 말이다.
* * *
쾅!
“이이이!”
미련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뜻을 잘 이어가던 아들이 병신이 되어 돌아왔다.
현무의 주인이 된 이후 이처럼 분노하기는 처음이었다.
“누가 개입한 것이오?”
“아직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답을 한 이는 곽노원의 심복이자 협력자라고 할 수 있는 이장영이다.
말투가 묘하게 어눌한 면이 있는 것은 그가 일본의 태양회에서 파견을 나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태양회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장영의 진정한 뿌리는 한반도였다. 임진왜란 당시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넘어간 조선인이 그의 선조였다.
이장영의 선조는 일본으로 넘어간 후 자신의 뿌리를 철저히 감췄다. 그의 가문 사람들은 대를 이어가며 신분을 세탁했고, 비밀리에 가문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태양회에서 현무에 파견한 목적은 곽노원의 감시였지만 이장영은 중도에 노선을 바꿨다. 곽노원을 감시하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패에 매료된 때문이다.
이장영과 그의 가문은 야망을 감춘 이들었다. 곽노원의 비밀스러운 패를 감지한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협력을 제시했다. 오랫동안 일본 쪽에서 비밀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던 이장영이 속한 가문 차원의 제의였다.
이자영의 가문이 보유한 힘과 함께 한반도의 지분을 보장한다는 제의는 곽노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신의 세력을 흡수하려는 윤가와는 다른 차원의 제의였기 때문이다.
협약한 대로 곽노원의 휘하로 들어간 이장영은 현무문의 총사역할을 자처했다. 동맹이 형성되자 이장영은 자신의 역량을 다해 태양회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태양회의 비공식적인 지원이 시작되었고 현무문은 완전히 다른 단체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태양회의 지원뿐만이 아니었다. 이장영은 자신의 가문에서 제공되는 비공식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서 힘을 키워오던 이장영의 가문은 제국주의가 팽창하던 시절에 상당한 저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양회에 소속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이장영의 가문은 이전부터 파악한 비밀들을 풀었고, 그것으로 아무도 모르게 상당한 전력을 구축했던 것이다.
이장영은 가문이 확보한 것을 지원했고, 그중에서 가장 커다란 지원은 신기였다.
곽노원과 그의 진정한 충복들은 이장영이 지원해준 신기의 혜택을 받아 강력한 무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능력자로 각성을 하고 완벽한 이면세계의 조직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한반도는 물론 일본 쪽에서도 아직까지 현무문은 청부단체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이장영의 수단은 무척이나 치밀했다.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추어진 후, 대변혁이 시작되자 이장영은 태양회와의 연결을 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곽노원이 키워오던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였다.
‘도대체 누가 개입을 한 것인가? 철혈윤가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하지는 않았을 텐데…….’
비밀스럽게 움직였지만 실패했다. 새로운 에너지원이자 능력자의 성장을 위한 촉매가 될 수 있는 물질은 향후 정국을 좌우할 무엇보다 중요한 패였다.
신물질을 확보하기는커녕 어떻게 실패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었기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장영은 물론 곽노원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총사, 그 아이가 발견된 곳에도 단서가 없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곽호성이 발견된 곳은 자택 근처였다. CCTV에도 잡히지 않는 곳이라 누가 데려다 놨는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었다.
더군다나 곽호성이 의식을 잃고 있고, 현무대원들의 생사조차 알 수가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에서 저렇게 된지도 모른다는 것이요?”
“그자의 연구소에서 사고가 났다고 예상은 됩니다만, 그것도 불확실 합니다.”
“무슨 소리요?”
“연구소로 사람을 급히 보냈습니다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누가 강제로 점거라도 하고 있다는 말이오?”
“그것은 아닙니다. 결계 같은 것이 쳐져 있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합니다.”
“혹시, 철…….”
“문주님!”
이장영의 외침에 곽노원이 입을 다물었다.
아직 제5열이 정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철혈윤가의 치밀한 행사로 볼 때 직접 보낸 간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이미 윤가와 척을 지고 있다는 상황이 아직은 알려져서는 곤란 것을 곽노원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하오.”
“그들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만 아직은 확정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알겠소. 그나저나 그 자식의 행적은 파악이 됐소?”
“소문주님께서 강준호 박사 가족의 신병을 확보하고 연구소로 간 것은 보고를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로 간 이후부터는 강박사와 가족들의 행적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다른 이면조직에게 납치된 상황이라고 해도 신호가 올 텐데 전혀 감지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강준호 박사의 몸속에는 신호기가 부착되어 있다.
어떤 경우라도 신호를 보내는 종류이며, 보내는 신호도 신체파장과 동일한 유형이기에 능력자들에게 들킬 염려도 없었다.
그런데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당연히 강준호 박사와 가족의 행방도 오리무중이었다.
모두가 찬영의 조치 때문이지만 이장영은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고, 연구소에도 들어갈 수 없는 상태라 정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으음, 그 자식의 가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 큰일이군. 좀 더 서두르는 건데.”
얼마 전, 연구소에 잠입시킨 자로부터 실험이 성공하고 프로토타입의 물질이 만들어졌다는 보고가 들어왔었다.
곧바로 결과물을 회수하려 했지만 개방상태에서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윤가의 감시망이 눈을 번득이고 있어 일정을 늦춘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 몰랐기에 곽노원은 자신을 자책했다.
“신호가 끊어졌다면 그들이 스위치를 껐을 수도 있지 않소?”
곽노원은 주체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물었다.
“아무리 그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적인 기계장치가 아니니 말입니다.”
“아직 확증이 없다 뿐이지 제일 확률이 높은 자들이요. 감시는 둔 것이오?”
“이미 붙여 두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들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그런 형태의 결계를 사용한 적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이장영은 곽노원의 오판을 경계했다.
“총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뭔가 짐작이 가는 것이 있는 것이요?”
“아무래도 다른 이면조직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 정도 결계라면 특급능력자만이 펼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으음.”
말이 특급능력자지 쉽게 상대할 자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특급능력자는 아무 조직이나 보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곽노원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문주님,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이제부터는 그것을 어떻게 얻을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상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가 아니요?”
“누가 나선 것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습니다.”
“무슨 말이오?”
이장영이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 곽노원이 물었다.
“이번 일의 배후는 강박사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정보를 파악하고 있고, 상당한 세력을 갖춘 이면조직 정도로 한정할 수 있습니다.”
곽노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소. 그렇다면 범위가 매우 좁아질 것 같소. 총사의 의견이 그렇다면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 생각이요?”
“정보조직을 전부 가동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조금 곤란한 상황입니다. 문주님.”
“무슨 말이오?”
안 된다는 말을 잘 하지 않은 총사의 대답에 곽노원이 물었다.
“이미 대변혁이 시작 된 이상, 정보가 새나갔다면 어느 조직이든 그를 노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연구소에는 현무대원들이 진입을 할 수 없는 결계가 쳐져 있습니다. 현무대원들의 능력으로 볼 때 상당히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이 개입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장영의 설명을 들은 곽노원의 안색이 굳어졌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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