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장. 할아버지의 친구-04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국방위원장을 찾으려면 놈의 기운을 먼저 찾아야 한다.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상당한 기운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북쪽에 밀집해 있다.
그 가운데 은밀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음습한 기운이 똬리를 틀 듯 자리해 있다.
제임스라는 자와 맞먹는 에너지다. 분명 놈이 있는 곳이 분명하다.
“갑시다.”
“알았다.”
혁명열사릉을 지나 화성동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길을 따라 움직였다. 중간 중간 은밀히 비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경호가 상당하군.’
비트 말고도 초소도 있었다.
국방위원장이 거주하는 지역답게 곳곳에 곳곳에서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중이다.
-호위총국에서 나온 자들이다.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자들인 것 같습니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그들에게 있어 국방위원장은 어버이 같은 존재라 발각이 된다면 죽기 살기로 우리를 죽이려 할 거다.
-곤란해지기 전에 어서 갑시다.
은밀히 움직여 목적지로 들어서기 직전에 보이는 하천을 마주하고 숲에 숨었다.
-이대로 안까지 들어갈 거냐?
-그렇습니다.
-이쪽으로 가면 위험하다.
-능력자로 보이는 이들이 요소요소에 숨어있지만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가 아니다. 호위총국 소속의 군인들을 피하는 것은 쉽지만 그 사이에 매영(魅影)들이 있다.
-매자가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그들이라면 우리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시간을 끌 수 있다. 그 사이 안에 기별을 넣을 수도 있고.
-그렇겠군요.
이면조직의 대표적인 전위세력이 암살자들이다.
중국은 암자(暗者), 한반도는 음자(陰者), 일본은 인자(忍者)라 불리는 이들이다.
한반도에서는 이들을 부르는 이름이 더욱 세분화 되었는데 치열한 쟁투가 계속되던 삼국시대에 정립이 되었다.
삼국시대는 각 나라별로 특색에 따라 신라는 암자, 백제는 음자로, 고구려는 매자로 불렸다.
매자는 단순한 암살자들이 아니다.
도깨비 사람이라는 뜻답게 이들은 환영술을 잘 쓸 뿐만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강력한 육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투술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다.
-골치 아프게 된 것 같습니다.
-몰래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비밀통로라도 있는 겁니까?
-그래. 따라와라.
예향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우리는 경계구역을 우회에 다른 곳으로 같다. 움직이는 방향은 형제산 구역 쪽이었다.
산을 내려와 시가지로 나온 우리는 그림자가 져서 어두운 곳을 이용해 은밀히 이동을 했다. 워낙 지나다니는 인적이 없어 목적지까지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는 푸른색의 지붕이 인상적인 건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이곳이다. 이곳에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다.
-정말입니까?
-그렇다. 국방위원장이 영상감시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서 경보장치만 설치되어 있다. 그것만 뚫으면 안쪽까지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을 거다.
-다행이군요. 경보장치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전자장치는 간단하게 처리가 가능하다.
강력한 전류가 한번 지나가면 대부분의 전자장치는 고물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퍽!
콘크리트와 땅이 접하는 부분에 손을 꽂아 넣었다.
두부처럼 부서지는 모습에 예향이 놀란 것 같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내부에 있는 철근은 움켜쥐고 기운을 흘려 넣었다.
파직!
음양이 충돌하듯 기운이 충돌하며 전하를 쏟아냈다. 건물을 중심으로 강력한 전류가 퍼져 나갔다.
곳곳에 설치된 기계장치들의 회로들이 타버렸다.
-됐습니다.
-따라와라.
예향의 안내에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후 계단 밑에 있는 창고 같은 곳으로 가자 지하로 내려가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이곳을 아는 것은 매영 뿐이다. 원래는 주석을 위해 사용하려고 만든 거라고 했다. 지금 국방위원장은 안다고 해도 절대 사용하지 않을 곳이다. 비행기하고 지하공간을 병적으로 싫어했으니까.”
“사용하지 않는데 왜 폐쇄하지 않은 겁니까?”
“이 비밀통로는 만든 건 매영이다. 오직 매영의 수장만이 알고 있고, 알고 있던 사람도 죽었다.”
매자들의 수장만 알고 있는데 예향도 알고 있다면 결론은 하나다.
매영의 수장가 예향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다.
‘일부러 매자와의 만남을 피한 것이 틀림없다.’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음에도 비밀통로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매자와의 싸움을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점점 더 예향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매자집단인 매영, 그중에서도 수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경보장치만 있고, 영상감지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가 있구나.’
CCTV 같은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정보가 새 나갈까 우려해서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통로는 미로로 이루어져 있다. 영상을 통해 이동로를 파악할 수 있어서 아예 설치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다 왔다.”
“그런 것 같군요.”
2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거의 2시간에 걸쳐 움직였다.
상당히 긴 미로다. 피난통로로 만든 것 같은데 이래서야 도망을 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국방위원장을 만나볼 생각인 거냐?”
“그 자가 있는데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위험합니다.”
“괜찮다. 그자가 특급능력자라고는 하지만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없다.”
블랙 모르게 국방위원장을 만나봐야 한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계획의 큰 줄기 안에는 그가 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위험하다싶으면 처음 우리가 도착한 곳으로 도주하면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든지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알았다. 내가 먼저 나갈 테니 5분 뒤에 움직여라.”
화장실로 통하는 비밀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예향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놈이 알아차렸구나.”
예향의 움직임이 분주해 졌다. 블랙 이라는 자가 예향을 찾아낸 것 같았다.
두 사람은 파공성도 없이 빠르게 움직이며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비밀 문을 열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빛을 왜곡시켜 몸을 감춘 후 처음 블랙과 예향의 기운이 마주친 곳으로 향했다.
지금 두 사람은 소리 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1시간을 버텨 줄 수가 있다고는 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기에 국방위원장의 침실을 찾았다.
블랙이 머물고 있던 곳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맞았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국방위원장을 볼 수 있었다.
머리에 손을 얹고 음양사에게서 배운 음양술을 펼쳤다.
푹!
손바닥을 통해 천주가 있던 동굴 속에서 얻었던 에너지체가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블랙이 정신계열의 방어벽을 쳐둔 모양이다.
일종의 기운이라 면역체계가 작동할 리 없는데도 불구하고 의식체에 안착하지 않았다.
-부숴라!
챙!
강력한 의지를 싣자 에너지체가 정신결계를 유리처럼 산산이 조각냈다.
의식을 보호하지만 동시에 세뇌도 가능한 정신결계다. 이제 블랙의 암수는 제거했으니 이제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모여라!
생각에 따라 에너지체가 다시 응집한 후 처음과 같은 모양이 됐다.
-받아들여라!
국방위원장의 의식 속으로 안착을 시켰다.
‘이제 타키온만 흡수시키면 내 생각대로 따라 올 거다.’
뇌 전체에 퍼진 에너지체에 타키온을 흘려 넣었다. 거의 경외의 세계를 넘을 때 필요한 에너지 만큼이다.
‘됐다. 이제 깨워야 한다.’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다. 내 존재를 인식시켜야 한다.
-깨어나라.
“으음.”
신음 소리와 함께 국방위원장의 눈이 떠진다.
“내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해라. 그리고 내 기운도. 언젠가 널 찾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김정은은 어디 있지?”
“스위스에 있습니다.”
“그럼 김여정은?”
“이층 자기 방에서 자고 있을 겁니다.”
“알았다.”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는 다음에 봐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될지 모르겠군.’
일단 후계자를 보좌한 김여정을 만나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 다시 자라. 숙면을 취하고, 앞으로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상태를 회복해라.”
“알겠습니다.”
국방위원장이 침대에 누워 잠이 드는 모습을 보며 2층으로 향했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후 막후에서 그를 도왔던 김여정도 세뇌대상이다.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김여정은 작은 여자 아이였다. 이제 14세로 미영이와 동갑이다. 겨우 중학생일 된 나이다.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국방위원장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완전한 세뇌는 아니다. 나를 오빠와 같은 혈육으로 여겨질 정도로 친밀감만 높였다.
‘안되겠군.’
예향이 기운이 많이 흐트러졌다. 1시간은 버틸 수 있다고 하더니 밀리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블랙이라는 자도 보러 왔으니 만나봐야겠다.
사-삿!
최대한 빠른 속도로 예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이곳으로 들어올 때 사용했던 비밀통로 안이었다.
“아악!”
“제기랄!”
버틸 수 있다고 하더니 당한 모양이다.
들어오는 동안 기억한 대로 비밀통로를 따라 비명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비명소리가 잠잠해지고 통로에 짙게 어둠이 물들어서 그런지 마음이 급했다.
-조금만 더 버텨요.
텔레파시를 보내고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 * *
꺼져 가던 투기가 찬영의 텔레파시로 인해 깨어났다.
내상이 심하기는 하지만 얼마 동안은 어떻게든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으으.”
안간 힘을 다해 내기를 돌리니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발버둥치지 마라.”
“씹어 먹을 놈!”
“워! 워! 입이 거칠군. 아가씨가 그래서야 쓰나.”
“그동안 네 행방을 찾느라 꽤 힘들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제 발로 찾아오다니. 후후후!”
“으으으, 네놈은 더 강해졌구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검은 기운만 일렁일 뿐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전과는 다른 경지에 들어선 것이 분명했다.
“하하하, 모두가 네 아비 덕분이다. 그놈이 가진 기운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죽일 놈!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어차피 죽으면 썩어 없어 질 것들이다. 그럴 바에는 나에게 적선하는 것이 훨씬 나은 일이지.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네 년도 네 애비와 같은 길을 갈 테니.”
“천벌을 받을 놈 민족을 배신한 것도 백 번을 죽어 마땅한 일이거늘!”
“후후후. 그래, 이제 갈길 이 머지않았으니 앙탈을 부려 봐라.”
검은 기운 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기운이 넘실거리며 예향에게 접근하고 있을 때 찬영은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만!”
난데없는 소리에 검은 기운이 출렁인다. 조금은 놀란 모양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후후후, 널 아주 보고 싶어 한 사람이다. 블랙!”
“날 알다니…….”
“아주 잘 알지. 아주 잘!”
드디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자를 만났다.
시간을 거스른 끝에 원래보다 15년을 먼저 말이다.
4권. 끝.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