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장. 기사의 죽음-03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타타타탁!
출혈이 많아 어지러웠지만 브로신은 달리는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는 순간 자신에게 찾아 올 것은 죽음뿐이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투투툭!
“제길!!”
카모르밀림지대의 경계선을 얼마 남겨 두지 않는 지점에서 녹색원숭이들이 열매가 떨어지듯 나무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달리는 걸음을 멈추면 포위되어 버리기에 브로신은 달리면서 품안에 있던 비검들을 꺼내 들었다.
피핏!
브로신이 뿌린 비검들이 파공음을 내며 원숭이들에게 날아갔다.
퍼퍽!
날카로운 기세를 읽은 원숭이들이 자리를 피하자 브로신이 던진 비검이 땅으로 박혀 들었다.
마나가 심하게 왜곡되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브로신은 주저하지 않았다.
“차앗!”
기합과 함께 빠르게 원숭이들이 있던 자리까지 파고든 브로신은 땅에 박힌 비검들을 빼들고는 그대로 신형을 띄웠다.
‘됐다.’
경계가 지척이었기에 다시 포위망을 구축하는 원숭이들의 머리를 뛰어 넘어 빠져 나가려했지만 원숭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퍽!
원숭이들의 머리를 타넘으려는 순간 나무 위에서 녹색원숭이 한 마리가 튀어 나와 브로신의 허리를 강타했다.
“크…윽!”
신음과 함께 붉은 피를 흩뿌리며 날아가는 브로신은 내장을 뒤흔드는 충격에 이미 의식을 잃고 있었다.
“크아아아!!”
바닥을 구르는 브로신을 보며 자신의 공격이 성공한 것을 자축하는 원숭이의 포효가 밀림에 길게 메아리쳤다.
“꽥! 꽥!”
“꽤괴괴괴괙!”
포효 같은 괴성에 맞추어 다른 원숭이들도 소리를 질러댔다.
나무위에서 브로신을 공격한 원숭이가 포효를 소리를 멈추자 다른 원숭이들도 소리를 멈추었다.
공격을 가했던 녹색원숭이가 무리의 우두머리였던 것이다.
“키키키키!”
우두머리 원숭이의 입에서 기쁨에 겨우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 먹이 사냥에서 많은 수하들이 죽었지만 인간의 고기를 얻었으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얼마 전에 자폭해 수많은 수하들은 죽인 먹이와는 달리 이상한 기운의 움직임이 없으니 이번 것은 괜찮은 것 같았다.
“카아아!”
고함을 지르는 우두머리 원숭이의 눈이 번들 거렸다.
그것은 탐욕의 눈빛이었다.
괴성을 질러대던 우두머리가 브로신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포식의 시간이었다.
“꽤괘괙!!”
“꽥! 꽥!”
나름 고생스러운 일이어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인간의 고기는 원숭이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스스슥!
“크크, 지랄 들 하는구나.”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사나이의 음성에 브로신에게 다가가려던 우두머리가 걸음을 멈추었다.
본능이 보내오는 위험스러운 경고에 우두머리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나타난 사나이를 쳐다보았다.
“네놈은 아직도 인간을 먹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크르르르!”
잘못을 지적하는 사나이의 말에 우두머리의 입에서 적대적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브로신에 대한 권한은 먹이를 사냥한 녹색원숭이들에게 있었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철저히 지배하는 카모르밀림의 법칙이 그러했다.
그동안 자신이 사냥한 먹이를 노리는 몬스터들을 철저히 응징해 왔다. 우두머리로서는 자신의 앞을 가로 막은 사나이는 응징을 해야 할 대상이었다.
녹색원숭이들의 괴성에 사나이의 입고리가 비틀어졌다.
“후후, 내게 이빨을 보인단 말이지. 이제는 잊어버린 모양이군. 하긴, 한동안 오지를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군. 그럼 알게 해 주어야겠지.”
파파팟!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나이가 우두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퍽!
둔탁한 소리가 우두머리 원숭이의 머리에서 흘러나왔다.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사나이의 주먹이 우두머리 원숭이의 머리를 가격한 것이다.
“캐…액!”
비명소리와 함께 우두머리 원숭이가 공중에 떠오른 후 멀리 나가 떨어졌다.
퍼퍼퍽!
쓰러진 우두머리가 일어서려는 찰나 어느새 다가온 사나이는 다시금 주먹과 발을 휘둘렀고,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밀림에 울려 퍼졌다.
“크아아악!!”
고통과 분노에 괴성을 질러가며 사나이를 공격해 보려고 했지만 원숭이의 노력은 소용이 없었다.
사나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공격을 피하며 연신 우두머리 원숭이를 두들겨 팼다..
“꽤꽥!”
“꽥! 꽥!”
우두머리가 연신 쳐 맞는 것을 보자 다른 원숭이들이 사나이를 향해 달려들며 공격하려 했다.
휘이익!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오자 사나이가 원을 그리며 빠르게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고, 그와 동시에 그의 발과 손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퍼퍼퍼퍼퍼퍼퍽!
“끄악!”
“칵!”
“컥!!”
녹색원숭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나가떨어지며 사나이의 주변공간이 일시에 비어버렸다.
나가떨어졌던 원숭이들이 잠시 후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우두머리를 팼던 사나이를 쳐다보았다.
“끼이이…….”
원숭이들의 눈빛이 조금 전 까지 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원숭이들은 사나이의 몸에서 위험한 기운을 읽을 수 있었다.
사나운 기색을 보이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공포의 빛이 어려 있었다.
사나이의 몸에서는 흘러나오는 것은 무척이나 익숙했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의 사냥감이 되었던 인간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었다.
카모르의 최상위 포식자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기운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나이를 많이 먹은 원숭이들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오줌을 지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이제야 눈앞에 있는 사나이가 누구인지 생각이 난 것이다.
“후후, 이제 정신들이 돌아온 모양이구나. 그래도 버릇은 들여야겠지.”
사나이는 원숭이들이 더 이상 덤벼들 생각을 하지 않자 다시금 우두머리에게 다가가 다시 구타를 시작했다.
퍼퍼퍼퍽!
“끄끄끅!”
괴로운 신음이 우두머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 안은 채 반항할 생각도 안하고 맞으면 맞는 대로 그저 신음만 흘려댈 뿐이었다.
우두머리가 더 이상 반항의 기색이 보이지 않자 사나이가 손을 멈췄다.
“죽기는 싫은 모양이구나.”
“끼끼끼…….”
사나이의 말에 우두머리가 아픈 몸을 이끌고 배를 바닥에 대고는 엎드렸다.
그것은 다른 원숭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이제는 알아차린 것이다.
오래 전 밀림을 떠났던 최상위 포식자가 이제 다시 카모르로 돌아왔음을 알게 된 원숭이들이 공포에 떨었다.
원숭이들을 굴복시킨 사나이는 브로신에게 다가갔다.
“쯧! 쯧! 꼴이 말이 아니로군. 일단은 응급처치를 한 뒤에 빨리 돌아가서 치료부터 해야 되겠군.”
혀를 찬 사나이가 품에서 조그마한 병을 꺼내더니 뚜껑을 열고는 살이 뭉텅 떨어져나간 브로신의 상처에 내용물을 쏟았다.
붉은 액체가 피부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며 거품이 일어났다.
치이이익!
최상급 포션을 사용해서인지 살이 파인 곳에서 거품과 함께 피가 멈추더니 흰 연기가 피어났다.
이어 상처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빠르게 상처가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으음, 응급처치는 이정도면 됐고, 나머지는 어르신 치료하시겠지. 네놈만 이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게 됐군.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사나이는 브로신을 어깨에 들쳐 멨다. 피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 이상 언제 다른 몬스터가 다가올지 몰라서였다.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번거로움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파파팟!
이제는 목적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사나이는 빠르게 카모르밀림의 중심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사나이가 자리를 떠났지만 우두머리 원숭이는 몸을 일으킬 줄 몰랐다.
방금 전 자신을 구타한 사나이가 어떤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장내에서 사라졌어도 감히 몸을 일으킬 생각을 하지 못했다.
* * *
팟!
브로신이라는 자를 업은 사나이가 사라진 후 링크가 끊겼다.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현상계로 돌아왔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눈을 뜨고 천곤의 운용을 마쳤다.
푸른 장막이 사라지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경외의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와 링크 된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이지?”
이번 연결은 엄밀히 말해서 링크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존재들의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링크가 되지 않으면서 경외의 세계로 넘어가다니 의문이 아닐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의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번 링크를 통해 두 사람이 가진 능력 대부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링크에서 레폰드의 능력의 경우 마치 그가 된 듯 완벽하게 흡수했고, 브로신이라는 자의 능력도 거의 흡수했다.
완벽하게 능력을 흡수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브로신이 죽음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경우가 다른 자들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어째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반드시 알아봐야 한다.”
경외의 세계에 대한 정보는 아주 일부만 알고 있다.
넘어갔다 온 자들이 남긴 단편적인 정보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흐른 건가?”
벌써 해가 뜨는 모양인지 창문이 밝아오고 있었다. 학교에서와는 달리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이 분명하다.
시간의 흐름도 달랐다. 차이가 뭔지는 모르지만 알아내야만 한다.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것은 두 번의 링크가 완전히 다른 형태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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