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장. 밝혀지는 비밀-04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잘못된 결과는 절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벌어지는 순간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기에.
인과율을 건드린 결과가 여러 가지가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블랙홀이다.
블랙홀을 넘어 화이트홀로 나올 수도 있겠지만 통과가 불가능하다. 블랙홀에서 작용하는 중력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는 신 이외는 없는 까닭이다.
블랙홀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 소멸될 수밖에는 없다.
신들이 남긴 신물들이라면 이런 인과율을 회피할 수 있다. 신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인 마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정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타키온이다.
그것도 마정처럼 한 번 쓰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
경계를 넘을 준비를 하면서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타키온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안정성만 높일 수 있다면 다른 능력자가 평생에 한 번, 경계를 넘는 것이 수시로 가능하다.
우연히 방법을 알아내고 안정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천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천운은 내가 천곤을 얻은 것이다.
경계를 넘어갔다 온 탓에 에너지가 가득 차면서 천곤의 본 모습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천곤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현계에서 지각력이 필요하다.
“타키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사념으로 의지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도 몰랐을 줄이야. 후후.”
타키온을 이용하면 공간에 대한 간섭은 가능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통제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타키온은 일반물질과 다르다. 사념을 통해 의지를 부여하면 타키온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가 있다. 사념이 각인이 되면 타키온은 지성을 가질 수 있는 반정신체로 변한다. 물질과 정신체의 경계에 선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때 타키온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강아지와 같다. 각인이 완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각도 없다. 특별한 훈련을 거쳐야만 나를 주인으로 인식하고 내 의지에 따르게 된다.
내가 경계를 넘기 전까지도 곽노원은 아버지로부터 빼앗은 타키온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실험을 계속했었다.
현상계의 최첨단 과학과 경계의 너머에서 온 마학으로 안정화를 시도했으나 아버지가 이뤄놓은 것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놈은 이런 비밀을 알지 못했기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내가 얻은 타키온은 아주 일부였다. 아버지가 곽노원 몰래 남기 신 것이었다. 의지를 부여한 타키온이 있었기에 난 경계를 넘을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제 저걸 들을 전부 내 소유로 만들면 되는 것인가?”
아버지의 손에서 만들어진 타키온은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전부다. 내 의지로 종속시키고 가져간다면 기억이 봉인된 아버지로서는 만들 방법이 없다.
타키온은 우연이라는 손님이 가져다 준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원통형의 실험기구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체온이 느껴져서인지 타키온이 내 손을 마주하고 원통에 달라붙는다.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와 마찬가지인 상태라 강력한 의지로 사념을 만들어 타키온에 심었다.
타키온에게 의지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전달됐는지 녹광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념이 파고들어 점점 세력을 넓혀갔다. 녹광이 사라지고 투명한 모습이 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와라.
출렁!
유동하는 타키온이 원통을 타고 넘어 밖으로 나왔다.
꿀렁거리며 계속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처음 놀러 나온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키온이 퍼지며 부드럽게 전신을 감싼다.
타키온은 물질이면서 물질이 아니다.
경외의 세계와 연결이 되지 않는 한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물질이다.
-이리 와서. 내 안에 머물러라.
안정화된 타키온은 인체와 결합해도 무해하다.
전신을 둘러 싼 타키온들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내 사념과 동화가 된 터라 거부의 반응은 없었다.
타키온을 흡수하자 몸 안의 기운들이 요동을 친다.
파동과 비슷한 유형의 것이었기에 타키온이 흡수하려는 움직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의지를 풀어야 한다.’
현상계를 떠나기 전에 콩알 크기의 타키온을 흡수했었다. 덕분에 두 가지 특수한 능력이 생겼다.
전자파를 의지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감출 수 있는 능력이다.
타키온에는 숨겨진 기능이 있다.
어떤 파동이든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고, 그 에너지가 세계와 세계를 경계를 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윤대혁은 세상의 경계를 넘는데 마정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타키온이다. 경계의 막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부르르르!
진동이 가시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 것을 보니 타키온을 완전히 흡수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마음대로 활동을 해도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그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테니까.
“어느 정도 끝난 것 같으니 나가보자. 오래 있다가는 부모님께 들킬 수도 있으니…….”
안배를 모두 마쳤으니 자리를 떠야 할 때다.
지하실에서 올라와 밖으로 나왔다. 보안장치를 다시 작동시키고 곧장 제압해 놓은 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땅속에 반 쯤 파묻혀 누워 있는 자의 상태를 살핀 후 곧장 들쳐 멨다.
좌표를 익은 후 곧장 이동을 했다.
팟!
이동한 곳은 집 근처의 야산이다. 놈을 심문해야하기 인적이 드문 장소가 좋았다.
의식을 제압해야 해서 짚어 놓은 수혈을 풀어 놈을 깨웠다.
“으으음.”
신음을 흘리는 놈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강력한 의지가 놈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었다.
“컥!”
답답한 시음과 함께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지만 봐줄 생각이 없는 상태라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어차피 더미와 같은 상태로 만들 생각이다.
현무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밀려들어 온다.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모르는 정보들도 상당수였다.
말단 조직원이라서 그런지 내밀한 정보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꽤나 쓸모가 많아 보였다.
-지금부터 넌 내 의지에 따른다. 앞으로 너는…….
정보를 모두 일고 암시를 걸었다. 내가 주인이라는 것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서였다.
놈을 제거하는 것은 쉽지만 아직은 곽노원이 알아차려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세뇌시키는 것이 끝났으니 제 자리로 돌려놓으면 알아서 보고를 할 것이다.”
충격을 받은 놈의 몸을 회복시켰다. 상당한 양의 기운이 소모되었지만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다.
작업이 다시 아버지 연구소 근처로 공간 이동을 했다. 놈이 숨어 있던 곳에 놔두고는 곧바로 집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 * *
제임스는 얼마 전에 자신에게 건네 진 정보들을 훑었다.
‘특별한 건 없군. 역시, 북한 쪽인가?’
중국이 죽의 장막이라면, 북한은 철의 장막이라 불린다. 철저하게 통제된 상황이라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특히나 능력자에 대한 정보는 정말이지 알아내기가 극악할 정도다.
다른 곳과는 달리 한반도 주변에는 암흑의장막이 쳐져 있어 인공위성에 탑재된 탐지기로도 검색이 되지 않아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내에 데미 갓급의 능력자가 없다면 북한일 확률이 높은데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했다.
‘일본 태양회에서 쪽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첩보가 있으니 혹시나 얻어 걸리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한국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없지만 돌아가는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은 상태다.
일번에서는 태양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국에 있는 잠회의 움직임도 포착이 된 상태다.
만에 하나라도 그것이 데미갓급의 등장으로 인해서라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에 제임스는 한국에 더 남아 있기로 했다.
똑! 똑!
생각을 정리하자 노크소리가 들였다.
‘끈질기군.’
자신을 보좌하기 위해 한국 정보부에서 배정한 윤하영이 분명했다.
상황판단 능력이 특급 능력자에 중하는 여자라 여간 골치가 아프지 않았지만 거리를 둬서도 곤란했다.
“들어와요.”
윤하영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요?”
“더 필요하신 것이 없나 해서 왔습니다.”
“괜찮아요. 필요한 건 다 얻은 상태니까.”
“그렇군요.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윤하영이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밖으로 나갔다.
‘역시, 만만치 않은 여자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정보를 얻는데 실패 한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라 입맛이 씁쓸했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몇몇은 직접 확인을 해야 하니 감시가 느슨해지면 한 번 밖으로 나가 보자.“
특이사항을 보이는 이들이 몇 명 있기는 하지만 데미갓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국에서 준 정보는 아직 살펴 볼 것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의 정보는 얻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서면으로 본 정보 보다는 직접 확인하는 것이 성미에 맞는 제임스였다.
제임스는 탁자 위에 놓인 서류들을 그대로 놔두고 침대에 누웠다. 특이한 소견을 보이는 이들을 직접 확인을 하려면 잠을 청해야 했다.
* * *
-잠이 들었군.”
제임스가 있는 방의 전경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바라보던 김명국이 말이 이어폰을 통해 들여왔다.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아직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제임스가 능력을 사용할 것 같은가?
“그러겠죠. 그의 성향상 특이 소견자들에 대해서 직접 확인하고 싶을 테니까 말입니다.”
-제임스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려진 것이 없으니 감시를 철저히 하게.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하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특급능력자라고는 하지만 우리 감시망을 벗어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수고해 주게.
“예, 국장님.”
김명국과 통화가 끝나자 윤하영은 이어폰을 빼내고는 모니터를 유심히 살폈다.
“저자의 눈 쪽으로 화면을 확대해 봐요.”
“알았습니다.”
하영의 지시에 모니터 요원이 화면을 조작해 제임스의 얼굴을 크게 비웠다.
‘으음,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분명하군.’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지만 눈꺼풀 아래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유체이탈인가?’
정신만 따로 이동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사용되었음이 분명해보였다.
“파동감지장치를 작동시켜요. 저자를 중심으로 파동이 어디까지 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미국 등 몇 몇 강대국만 보유한 것이 파동감지장치다.
기술력이 따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는 터라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북한과 대치중인 상황이다. 한 대를 만드는데 거의 3조원에 달하는 돈이 필요한 것이 파동감지기다.
파동감지기를 만들 바에야 첨단 무기를 제작하는 것이 훨씬 났다는 것이 오래 전 고위층의 판단이었다.
덕분에 한국은 파동감지기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른 파동감지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으면서 측정효과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파동감지기가 이틀 전에 완성이 되었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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