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장. 세상을 유지하기 위하여-02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밀림 안에서 가장 큰 공터는 창조의 문이 있는 유적이 있는 곳이다. 외할아버지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터라 뭔가 자신들끼리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필요했을 테고 아마도 이곳인 것 같다.
‘상당한 크기고, 나무들 자체가 방벽을 유지하도록 한 것을 보면 상당히 오랜 전부터 관리해 온 장소 같은데. 후후후, 재미있군. 자신들만의 아지트라는 건가?’
카모르 밀림지대에서도 그나마 넓은 축에 속하는 공터인 것 같다. 이정도 공터가 밀림의 침입을 받지 않고 유지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의 손길이 닿은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이 전부 내려서자 미리안이 지시를 내렸다.
“키로니, 이것들을 집어넣을 창고를 만들어라.”
“알았어 누나.”
말이 끝나자마자 키로니는 흙을 움직였고, 반지하의 거대한 창고가 만들어졌다.
“이가온!”
“알았어.”
이가온이 키로니가 흙으로 만든 창고를 향해 손짓을 했고, 거대한 불길이 일었다. 창고를 통째로 구운 것이다.
“이가온, 열기를 회수해라.”
“알았어, 누나.”
흙이 녹을 때쯤 미리안의 지시에 이가온은 열기를 모두 회수했고, 창고는 돌처럼 단단하게 변했다.
“가넬리하고, 네피언은 창고 안을 정화하고 온도를 낮추도록 해.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알았어.”
둘이 나와 손을 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감싸고 있던 마그람이 일부 떨어져 나와 창고에 머물렀다.
‘바람을 순환시켜 물을 증발시키고 그것으로 기온을 떨어트리는 건가? 으음, 아니군. 두 마그람이 서로 융합을 하면서 전혀 비슷하지만 다른 속성이 되는 구나.’
창고에 머물고 있는 마그람들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냉기를 뿜어낸다. 물 속성이 바람의 속성에 도움을 받아 새로운 형태로 변해 버린 것이다.
‘서로의 마그람을 합칠 수도 있고, 대단하군.’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수련을 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서둘러라. 상하기 전에 손질을 해야 한다. 다리하고 껍질을 분리한 후 고기만 창고에 넣어라.”
“알았어요.”
“와, 빨리 하자.”
아이들이 서로 도우며 그레이트센터피드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마그람을 이용하는 것이라 해체는 금방이었다.
내장까지 싹 발라진 고깃덩이들이 창고로 옮겨졌다. 워낙 많은 양이라 오랜 기간 동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자 내장은 누가 손을 볼래?”
발라낸 껍질 위에 쌓여 있는 내장을 보며 미리안이 말했다.
“내가 할 게.”
“나도.”
앞으로 나선 것은 가넬리와 네피언이었다. 어차피 둘의 조합이 제일 좋았지만 미리안은 스스로 나서주기를 바란 것 같았다.
“그래, 부탁하자. 제일 맛있는 부위니까 잘 손질해줘.”
“걱정하지 마.”
몇 몇 아이들이 마른 장작을 구해 왔다. 주군이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나에게는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다.
장작에 불이 붙고 나자 이가온이 불의 기운을 돋았다.
화르르르르르!!
“껍질을 올려놔!”
“알았어.”
그레이트센터피드의 껍질이 올려졌다.
‘철판요리 같잖아?’
모닥불 위에 올려 진 껍질의 모습 딱 철판구이다.
“내장을 올리고, 다리들은 모닥불 안으로 집어 넣어라. 타지 않게 조심하고.”
미리안의 지시에 아이들이 움직였다. 내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껍질 위에 올려 졌고, 허벅지만한 다리들이 통째로 장작 속으로 들어갔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이구나. 그렇게 맛있는 건가?’
하나같이 군침을 삼키는 모습이었다. 지네 같이 생긴 몬스터를 구워먹는다는 것이 생소했는데 아이들의 눈빛에 나도 기대감이 생겼다.
식욕을 자극하는 고기 익는 냄새가 진동하자 미리안이 손을 휘저었다.
스르르르!
미리안의 손짓을 따라 잘 익은 내장이 내 입 앞으로 왔다.
“먹어봐.”
“쩝!”
두툼한 내장을 입에 넣었다.
‘오오! 괜찮은데!’
씹히는 식감이나 육질이나 맛이 최고급 한우의 곱창을 먹는 것보다 더 좋았다.
내가 먹은 후 아이들도 먹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식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염동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각자가 가진 기운을 이용해 내장을 먹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몸에 붙도록 했구나.’
마그람을 수족처럼 사용하는 것에 놀랐었는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런 식으로 사용해 왔다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질 수 없지.’
기운을 외부로 끌어내 물리적 성질을 갖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타키온과 결합된 내 기운은 의지에 반응하는 것이 남다르니 더욱 쉬웠다.
둥실!
내장 부위별로 여러 조각들을 한꺼번에 떠올라 일렬로 허공을 가로지는 모습에 아이들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쩝! 쩝!”
“푸훗!”
입 앞에 일렬로 세워 놓고 하나씩 씹어 삼키는 모습에 미리안의 웃음을 토했다.
“제법인데?”
“우걱! 타겠어요. 우걱!”
“이러다가 시아니온이 다 먹어버리겠다. 먹자.”
아이들이 먹는 것에 집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쩝! 쩝!”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먹고 있는 중이었다. 몬스터가 이토록 맛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쫀득한 살들은 특유의 풍미와 향으로 식욕을 계속 자극하고, 입안에 감도는 느낌은 먹어본 것 중 가히 최상이었다.
“맛있니?”
“쩝!쩝! 마있어.”
입 안 가득 살들이 들어 있는 터라 말을 제대로 말을 할 수 었었다.
“호호호.”
“아직 많이 있으니 너무 욕심내지 마라.”
입 안 가득 고기가 들어차 있어 고개만 끄덕였다. 이해는 했지만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계속해서 욕심을 내고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익은 내장 덩어리들이 허공에서 내 입안으로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놓기 직전일 정도의 환상적인 맛으로 인해 모두 욕심을 내고 있었다.
“쩝!”
내장을 다 먹은 입맛을 다셨다. 너무 부족한 느낌이다.
“조금 가다려 봐. 이번에는 다리니까.”
아쉬운 느낌은 잠시였다. 내장을 다 먹은 후에는 다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 또한 먹는 방식이 비슷했지만 조금은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껍질과 육질 사이를 기운으로 벌리고 게의 다리 살을 빼먹는 것처럼 잡아 당겨 조금씩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굉장한 맛이었다.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살의 올이 하나하나 실처럼 풀리며 육즙과 함께 입 안을 황홀하게 했다.
아이들이 12명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다 먹을까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엄청난 양의 고기였지만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대단하구나.’
내장을 먹을 때는 너무 활홀한 맛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는데 위에 들어가자마자 녹은 살들이 곧바로 녹아 흡수되고 있었다.
위에서 녹고 밀려나가듯 빠르게 장을 지나는 동안 완전히 사라져 없어졌다. 잔여물도 남지 않고 전부다 말이다.
‘계속 먹고 싶다.’
소화가 되면서 거의 대부분 기운으로 전환되어 내부에 쌓이는 탓에 배가 부를 이유가 없었다. 계속해서 먹고 싶어졌다.
다리 다음에는 살덩어리였다.
다리를 먹기 전에 이미 내장을 먹고 남은 껍질위에 두툼한 살덩어리들이 올려 져 있었다.
다리를 다 먹어 치우자 대부분 익어 또 다른 풍미의 육향을 풍기고 있었다.
‘저건 또 어떤 맛일까’
내장과 다리가 전혀 다른 형태의 맛을 선사했다. 살덩어리는 어떤 맛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슈슈슈슈슛!
바람의 칼날이 허공에 나타났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칼날들이 살덩어리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동시에 부드러운 바람이 일며 불기운이 닿지 않는 단면을 껍질 쪽으로 돌려놓았다.
모두 가넬리의 솜씨였다.
가넬 리가 먹기 좋게 만드는 사이에 아이들이 숲으로 들어가 뭔가를 가져왔다.
‘코코넛인가?’
이이들에 손에는 현계에서 볼 수 있는 코코넛과 비슷한 것이 들려있었다. 크기가 거의 맥주를 담는 술통만 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완전히 코코넛이었다.
작은 아이는 하나를 큰 아이들은 두 개 씩 모두 열두 개를 들고온 것을 보면 인원수를 맞춘 것 같았다.
‘그냥 코코넛은 아닌 것 같다. 혹시나 술인가?’
은은히 풍겨오는 향기 속에 주향이 깃들어 있었다.
“그레이트센터피드의 살덜어리들은 풍미가 너무 세서 코너트하고 같이 먹지 않으면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가 없다. 한 모금씩 마시면서 고기를 먹어봐. 새로운 세상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폭! 폭!
미리안의 설명을 하면서 코너트라고 불리는 것에 손가락으로 두 개의 구멍을 뚫었다.
“꿀꺽!”
양손으로 들고 안에 들어 있는 액체를 마셨다.
‘술이지만 술이 아니다.’
잘 익은 과일주 같은 맛이지만 알코올은 없는 것 같다. 코너트의 과즙을 마시고 그레이트센터피드의 고기를 기운으로 끌어 올려 씹기 시작했다.
“쩝! 쩝! 와우!!!”
내장과 다리의 맛과는 비교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맛이 진했다. 그냥 먹는다면 너무 센 풍미 때문에 질릴 수 있을 정도로 진한 맛이었다.
코너트 과즙과 고기를 번갈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나와 같이 번갈아 먹고 마셔댔다.
‘흡수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고기가 위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리더니 코너트 과즙과 합쳐져 곧바로 기운으로 전환되어 흡수되었다. 흡수된 기운은 곧바로 전신으로 퍼져 온몸을 감쌌다.
‘먹는 폼이 마그람을 취할 때 했던 가부좌 자세와 비슷하더니 이것 때문이었구나.’
내장과 다리는 지금을 위한 예행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환되는 기운의 양이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랐다.
‘굳이 의식을 하고 일부러 기운을 돌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전신으로 흡수되니 먹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비록 마그람에 비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기운이었기에 기연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맛있게 구어 진 그레이트센터피드의 살을 정신없이 먹었다.
“이제 그만!”
껍질 위에 있는 고기들이 대부분 비워지자 미리안이 소리를 쳤다.
‘더 먹고 싶은데…….’
아이들과 같이 먹는 것을 멈췄다. 처음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는 양이었지만 그래도 어른 서넛은 충분히 먹을 양이 남아있었기에 식욕을 참기 어려웠다.
먹어도 계속 허기가 졌다. 실제로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부족한 마그람의 기운을 채우려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먹고 싶어졌던 것이다.
우리 모두 허기로 인해 정신을 놓고 고기를 먹었다. 미리안이 말리지 않았으면 창고에 저장해 놓은 고기들을 꺼내 모두 먹어치울 판이었다.
“너무 과도하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양은 충분하니 사나흘은 포식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더 이상의 욕심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모두 알아들었지?”
“네!!!!”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을 했다.
‘이럴 때는 꼭 엄마 같군. 맛과 기운의 마력에 빠져 있던 아이들을 단번에 휘어잡다니 말이야.’
미리안의 능력은 조화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 넘치는 것은 덜어낸다. 개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 간의 마그람도 적절히 간섭해 조화가 되도록 한다. 상당히 유용한 능력이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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