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장. 거점 요새화-02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확신을 더하기 위해 아버지가 하셔야 일의 할 방향 정도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능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말하면 에너지를 사용하는 힘이에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에너지는 아니지만요. 제가 호가보한 원천기술과 접목할 수만 있다면 아버지가 만드신 에너지 발생장치는 우리 가족을 지켜 줄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아버지, 해 주실 거죠?”
“당연한 일이다. 너와 미영이는 네 전부니까. 너희 엄마도 그렇고.”
가족에 대한 애착, 그걸 빼면 아버지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가족을 지키는 일이자 아버지의 연구의욕을 자극하는 일이다. 어떤 것이 만들어질지 자못 기대가 크다.
“일단 제가 준비한 것들을 알려드릴게요.”
“그래, 뭘 알아야 준비를 하지.”
“고마워요.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신 것 같아 안심이다. 부모님이 전적으로 도와주신다면 내계획의 완성도는 꽤 높아질 것이다.
“말 해 봐라.”
“신화시대의 신들의 능력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설명을 해주세요. 그래야 대응할 수 있는 무기들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하마.”
“그리고 외삼촌을 불러 주세요. 전화기 같은 것은 절대 사용하지 말고 연락을 하세요. 아마도 우리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알고 있었구나.”
어머니가 새삼스럽다는 듯 나를 보신다.
“외삼촌이 신기를 찾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에요. 고고학적 발굴의 경우 신기는 대부분 현장에서 빼돌려지니까요. 그리고 쟁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제일 먼저 희생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외삼촌은 저에게로 오셔야 되요.”
어머니와 같은 이들이 많다. 능력자들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이능을 갖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능력을 지니지 못했지만 천재의 범주에 드는 이들이 만든 모임이 있다. 이민조직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비밀리에 결성된 모임이다. 외삼촌은 그 모임의 수뇌부중 한 명이다.
“알았다. 외삼촌에게는 연락을 하도록 하마.”
“자 이제는 이곳부터 안전하게 만들어야겠어요. 이곳이 우리릐 거점이니까요.”
“결계를 칠 생각이니?”
“결계는 이미 쳐 두었어요. 이제는 다른 것을 해야지요.”
“다른 거라면…….”
“이곳을 요새화한 후에 이정표의 중앙접점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이정표라면 공간게이트를 말하는 거니?”
“맞아요. 어느 때보다 빨리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런 다음에 어떻게 할 생각이니?”
“사람들을 모아야지요.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 능력자들을 말이죠.”
“대부분 조직에 속해 있고, 소속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부심이 넘치는 이들이라 순순히 우리에게 합류하지는 않을 텐데 가능하겠니?”
“제가 모으려는 사람들은 미각성 능력자들이에요.”
“미각성 능력자들을 찾을 수 있는 거니?”
“운이 좋게도 찾을 수 있었어요.”
“얼마나 되니?”
“대략 백 명 정도에요.”
“하지만 이곳은 공간이 부족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준비를 해 두었으니 말이죠.”
충호형이 마련 한 안가 주변에는 단독주택 9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간을 끝을 잡고 난 후, GN은행에 있는 자금으로 진행한 일 중 하나가 이 주변의 주택들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분양형 전원주택으로 지어진 집들이라 가격이 꽤 나가는 것들이지만 3채만 팔린 탓에 쉽게 사들일 수 있었다. 3채도 인근 주택들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서 였는지 약간의 웃돈을 주고 매입할 수 있었다.
물론 집주인들의 명의는 다 달랐다.
10채인 주택이 차지하는 대지는 대략 10,000제곱미터로 내 계획을 추진하기에 충분한 면적이다.
주변 주택들이 모두 내 소유이며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한 것임을 어머니에게 말씀 드렸다.
“으음, 아무리 능력자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어머니, 제가 비밀이 많은 것은 알아요. 하지만 오직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이런 준비를 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신이 되는 것 같은 쓸데없는 일에도 절대 관심이 없다는 것도요.”
“알았다. 널 믿으마.”
“그리고 아버지. 연구실은 이곳 지하에 만들어질 거예요.”
“가능하겠니?”
“전 공간계열의 능력이 있어요. 지하에 연구공간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죠. 연구실이 완성되려면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리니까, 일단 아버지가 연구하실 자료들을 드릴게요.”
“알았다.”
아버지의 눈빛이 빛난다. 이제부터 연구할 것들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그래, 찬영아.”
“말해 봐라.”
“어느 정도 무력이 갖추어 지면 우린 세상에 나갈 거예요.”
“그래야겠지. 숨는 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 언제쯤 나갈 생각이니?”
“이 년에 정도 준비가 필요해요.”
“그 안에 준비가 끝날지 모르겠구나.”
“가능해요. 저보다 일찍 준비한 이들은 없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니?”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대변혁이 일어난 상태에요. 원래는 15년 후에나 일어날 일이지요.”
“그럼 그들은 아직 준비를 하지 못했겠구나.”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오래 전부터 예언이 된 일이라서 어느 정도는 되어 있을 거예요.”
“천만 다행이구나.”
“아니에요. 가지고 있는 저력이 있어서 준비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얼마나 걸릴 것 같니?”
“빠르면 삼년, 늦으면 오년 정도요.”
“그렇다면 우리가 조금 빠르다는 이야기구나.”
“그렇지도 않아요. 우리가 상대해야 할 자들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니까요.”
“투쟁의 방법이 바뀐 거니?”
“맞아요. 1차 대변혁 당시 승리한 자들은 대부분 집단이었어요. 개인으로 그 지위에 오른 이들은 몇이 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신화들은 집단지도체제를 가지고 있으니 네 말이 맞겠구나.”
“대변혁이 예상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능력자들은 조직화되기 시작했어요. 특별한 능력자를 정점으로 집단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지요. 유일신은 되지 못하겠지만 승리자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전 이곳을 요새화한 후에 단독으로 움직이려고 해요.”
“무슨 말이니?”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반도 만들어야 해요. 말씀 드렸다시피 경계가 허물어지더라도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는 그리 많이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맞는 이야기다. 머리만 바뀔 뿐일 테지.”
능력자들의 수는 일반인에 비해 아주 극소수다. 그 때문에 세상은 언제나 대중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최상위 존재들의 개념이 인간에서 신으로 바뀔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자들과 수단이 변할 뿐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지금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찬영아. 너 혼자 가능하겠니.”
“충분해요. 아버지.”
“여보, 찬영이 정도면 그리 큰 위험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께서도 곧 돌아오실 거구요. 비록 세력은 없으시지만 그 어떤 이면조직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강한 분이세요.”
“장인어른이 그 정도시라면…….”
어머니의 압박이 있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승낙을 하셨다. 이로서 큰 제약을 벗어던졌다.
“미각성자들을 이곳으로 모아야겠어요. 텔레파시를 이용할 생각이니까 절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알았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시작했다. 기존의 가부좌와는 다르게 마그람과 소통할 때의 자세를 취했다.
제임스라는 자들 통해 확인한 미각성자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지금 세상이 변해가는 사정을 알려 줬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와 올바른 각성방법, 그리고 이곳으로 오는 방법을 의식 속에 새겨 넣었다.
모두 다 오지는 않은 것이다. 자신의 뜻에 따라 선택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곳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 갈 것이다.
선택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조치도 취했다. 우선 이곳에 대한 정보가 지워지도록 했다. 하드디스크를 복원하는 것처럼 기억을 복원할 수 없도록 철저히 지웠다.
다른 조치도 취했다.
자유의사를 존중해 주었지만 그대로 각성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올바르게 각성할 수 있는 방법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더 높은 권능의 능력자에게 휘둘려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할까봐 취한 조치였다.
거의 사흘에 걸쳐 인식작업을 해야 했다. 한반도 전역과 만주와 연해주까지 처리해야 해서다.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권능이 높은 능력자의 손이 타기 전에 조치를 취했으니 말이다.
‘힘들구나.’
마지막 미각성자를 인도하고 나자 맥이 확 빠진다. 수지 않고 너무 많은 정신력을 쓴 탓이다.
눈을 뜨자 안방에는 아무도 없다. 혹시나 몰라서 자리를 피해준 모양이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찬영아, 수고했다.”
안방에서 나오자 어머니가 보인다. 초췌한 내 모습이 안쓰러운 얼굴로 등을 두들겨 주었다.
“아니에요.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인 걸요.”
“일단 밥부터 먹고 쉬도록 해라.”
“예, 어머니.”
어머니 말씀대로 음식냄새가 풍기는 부엌으로 갔다.
예향이 초조한 표정으로 부엌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어서 와서 드세요. 혹시나 몰라서 호두죽을 준비했어요.”
사흘 동안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을 배려한 모양이다.
식탁에 앉으니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호두죽이 먹음직스러웠다. 정신력을 많이 소모한 탓에 뇌에 좋은 호두는 최적의 음식이라 할 수 있었다.
많이 허약해진 상태라 조심스럽게 죽을 먹었다.
“양이 작기는 하지만 지금은 이것만 드세요. 두 시간 있다가 고기죽을 끓여 들을 게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예향의 배려가 고마웠다.
천천히 씹듯이 죽을 먹었다.
“잘 먹었어요. 조금 잘 테니까 조금 있다가 깨워주세요.”
“알았어요.”
속을 조금 채웠더니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좀 눕고 싶었다.
예향에게 부탁을 하고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천천히 의식을 가라앉히며 눈을 감았다. 잠든 것이 아닌 반수면 상태로 자연스럽게 접어든다.
휴식을 취하며 이번 사태를 정리했다. 예상과는 다른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다.
‘너무 빠르다. 분명히 원인이 있을 거다.’
회귀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대변혁이 시작되는 시간은 2015년이다.
시리아에 전투용병으로 파견을 갔을 무렵으로 나는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변혁을 맞았다.
내가 시리아에 간 것은 UN과의 계약 때문이었다.
미국의 용병기업에 속해 있던 나는 당시 UN평화유지군 군사고문으로 파견을 나가있었다.
파견목적은 평화유지군에게 테러에 대응방안에 대한 교육을 하는 교관이었다.
판견 이후 교육에 대한 계약이 슬슬 끝나갈 무렵, 내가 교육하던 부대에 작전명령이 떨어졌다.
이슬람 과격파들이 고대유적을 파괴하는 하는 것을 막으라는 지시에 따라 부대가 이동을 했다. 유네스코의 협조 요청에 따라 교관이었던 나도 함께 유적지로 가야만 했다. 나만큼 경험이 있는 자가 없었기에 취해진 조치였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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