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장. 파란의 시작-01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6장. 파란의 시작
시간의 흐름도 달랐다.
차이가 뭔지는 모르지만 알아내야만 한다.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것은 두 번의 링크가 완전히 다른 형태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시간을 가지고 알아보자. 링크가 시작된 이상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어떻게든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접속한 세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이 현재는 무척이나 한정적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 지는 경험이 더 쌓여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 후 방을 나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수련을 때문이다.
정원으로 나가 석단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여전하구나.’
운기를 시작하자 석단으로부터 꿈틀거리며 기운이 흘러들어왔다.
기운을 제어하다보니 조금 전까지 머릿속에 들어찬 의문들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힘을 얻는데 집중하자. 아직은 놈들을 상대할 만한 전력이 아니니까.’
적들은 오랜 시간동안 경외의 세계에서 힘을 끌어와 전력을 다진 자들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아직은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 * *
윤하영은 일본에서 당도해 게이트를 나오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폈다.
김명국의 지시를 받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상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저 자 자로군. 혼자 온 모양인데 의뢰로군.’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사람들 중 영접해야 할 사나이를 확인 한 윤하영이 움직였다.
혼자 왔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오히려 그 편이 나았기에 발걸음을 빨리 해 다가갔다.
“제임스 라이언씨?”
“그렇소만.”
한국에 협조를 구하러 온 제임스는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하며 윤하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경계의 빛이 역력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윤하영이라고 합니다. 김명국 국장님의 지시로 남산에서 왔습니다.”
‘으음, 이외군. 날 마중 나오다니 말이야?”
제임스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윤하영을 바라보았다.
사실 공항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가 아니었다.
서울의 모처에서 시간을 정해 만나기로 정해져 있었는데도 마중을 나온 것이다.
‘뭔가 느낌이 있다는 건가?’
영접하러 나온 의도는 분명했다. 자신들의 시선 속에 두겠다는 뜻이다.
“약속장소로는 직접 가도 돼서 마중을 나올 필요는 없었는데 이거 의외로군요. 일정을 어찌 알았는지도 궁금하고 말이죠.”
“불편을 끼쳐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귀한 손님이시다보니 신경을 쓰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어서 말이죠. 일정은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말이죠.”
하영은 한국의 정보력도 만만치 않음을 알렸다.
제임스에 대한 사항은 순전히 개인적으로 알아낸 사실이지만 기가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국장님을 만나야 하는데 윤하영씨가 온 것을 보니 바쁘신 모양이군요?”
“이만한 일에 국장님이 나서는 것도 조금 뭐한 일입니다. 원하시는 정보는 제 힘으로도 충분히 전해 드릴 수가 있는 것들이니까요.”
“으음, 그렇군요.”
“안가를 수배해 놨으니 일단 가시지요.”
“그러지요.”
제임스는 앞장서는 윤하영을 따라 캐리어를 끌고 천천히 뒤를 쫓았다.
공항 밖에는 검은색의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짐은 이곳에 넣고, 뒤에 타십시오.”
“알았소.”
윤하영의 말에 자신의 짐을 트렁크에 실은 제임스는 뒷좌석에 탔다.
윤하영은 운전석으로 갔고 시동을 건 후 곧바로 공항을 빠져 나갔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 후에 안가에 도착할 겁니다.”
“알았소. 그런데 질문에 있는데 대답을 해주시겠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뭐든지 상관없으니 물어보십시오.”
“혹시, 미스 윤이 이번 일에 파트너로 정해진 것이요?”
“그렇습니다. 원하시는 일이 사람을 찾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정보라면 제가 충분히 드릴 수 있습니다.”
“알겠소.”
윤하영의 역할을 확인한 제임스를 입을 다물고,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제임스는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하비 지부장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자들의 신경을 자극할 존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 * *
‘무슨 일이 생겼기에 저리 심각하지?’
오랜만에 호출을 받고 찾아간 제임스는 깊은 고뇌를 안고 있는 하비의 눈동자를 보며 의혹이 일었다.
“어서 오게. 자리에 앉게.”
“웬일로 저를 호출하신 겁니까?”
“급한 일이 생겼네.”
“심각한 상황인 모양이군요?”
“그래, 아주 심각한 상황이지.”
굳은 하비의 눈빛에 제임스가 자리를 고쳐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누굴 찾아야 하는 일이네.”
“높은 등급의 각성자라도 나타난 모양이군요.?”
“맞네. 아주 높은 등급이지.”
하비의 말에 제임스의 안색이 굳었다.
자신을 찾았다는 것과 하비지부장의 말로 판단했을 때 높은 등급의 각성자는 오직 한 종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부장님, 그정도의 능력자라면 이미 다른 친구들이 나갔을 것 같은데요?”
“맞네. 이미 출동을 하긴 했지. 하지만 워낙 리스크가 커서 말이야.”
“지부장님께서 그런 생각하시는 것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네. 자네가 찾아야 하는 자는 한국에 없을 확률이 크지만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보내는 것이네?”
“만약의 경우라고 하시면?”
“상황실의 분석에 따르면 새롭게 나타난 파장이 극동아시아로 수렴을 했네.”
“극동아시아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대로라면 능력자의 출현은 이곳 일본이나 중국일 가능성이 크네.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자들은 모두가 두 나라에서만 나타났으니까 말이야.”
“으음, 그렇겠군요. 요원들도 파견을 하셨다면서 제가 굳이 한국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뭡니까?”
가능성이 높은 곳을 제외하고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한국행이 의아했던 제임스가 물었다.
“다른 곳은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내 느낌상 한국을 감시선상에서 지울 수 없어서네. 수준이하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도 능력자들이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야. 무엇보다 이번에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나타났던 파동이 상당히 파격적이네. 자네도 알지 않나? 한국에서 몇 번 나타나지 않은 고위급 능력자들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말이야.”
“으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하비 지부장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수준이상의 능력자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한계를 넘지는 않는다. 그 수준이라는 것이 대부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달랐다.
대부분 수준이하의 능력자들이 나타났지만 수준 이상일 경우는 조금 달랐다.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에서 그런 능력자들이 나타난 것은 모두 세 번이었고, 그 때마다 모두 한계를 넘어섰다.
거의 SS급을 넘어서는 능력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능력자들이 북한에 한 명, 한국에 두 명이나 있다.
북한이나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단 한 명만으로도 극심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전략병기나 마찬가지였기에 강대국들이 한국에 대해서만은 자제를 하는 것이다.
아마도 하비 지부장은 그런 능력자가 나타나는 것을 우려한 것이 분명했다.
수준 이상의 능력자들이라는 전제라면 한국과 북한은 반드시 체크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이미 한국에 정보를 요구했네. 자네가 가면 웬만한 정보는 얻을 수 있으니 시간을 허비할 일은 없을 걸세.”
“지부장님, 어째서 그런 부탁을 하신 겁니까?”
“한국에 내가 정보를 요구한 것 말인가?”
“예. 비밀을 요해도 시원치 않을 텐데 말입니다.”
“자네도 어느 정도 감이 오겠지만 이번에 체크된 능력자는 보기 드문 존재네. 어쩌면 자네라도 감당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상황실의 판단이네.”
“으음, 그럼.”
초원을 누비는 사자의 능력을 타고난 제임스는 SS급이다. 전략급이라 불리는 능력자인 것이다.
그런 자신을 능가하는 존재는 오직 하나 밖에 없었기에 제임스는 신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맞네. 데미 갓, 즉 DG급의 능력자가 출현할 가능성이 거의 80%라는 것이 상황실의 판단이네.”
“그 정도 파장이라면 한국에서도 모를 리가 없을 테니 아예 그들을 이용하실 생각이시군요.”
“맞네.”
“그렇다면 이번에 파견된 요원들 모두 SS급 능력자겠군요. 한국도 그렇고, 중국이나 일본도 알아차렸을 테니까요.”
“그렇다네. 이번에 파견된 요원들은 모두 자네에 버금가는 능력자들이지.”
“꽤나 재미있겠군요. 하지만 섭섭합니다. 저를 보내시려면 중국이나 일본에 보내 주실 일이지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급한 상황이었네. 중국과 일본에는 마침 근처에 요원들이 있어서 먼저 보낸 것이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그렇다면 이야. 뭐, 알겠습니다.”
“파견된 요원들은 아직 DG급 존재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네. 단서라도 있어야 하는데 하나도 나타나지 않고 있고. 파동의 파격으로 봐서는 한국에서 나타날 가능성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네. 그러니 자네를 부를 수밖에.”
“정확히 인지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어떻게 합니까?”
“북한은 직접 탐색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걱정하지 말게. 예전부터 감시를 하고 있었던 블랙의 보고로는 능력자가 출현하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야.”
“그렇군요.”
블랙은 오래 전부터 북한에서 암약하고 있다. 제임스 자신도 가늠하기 어려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요원이다.
블랙이 맡고 있다 것과 그런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능력자가 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기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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