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장. 변환계 능력자-01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1장. 변환계 능력자
능력자들을 나누는 종류는 모두 세 가지다.
첫 번째가 강화계다.
주로 육체를 사용하는 능력자들이다.
인간을 초월한 육체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들로 무투가나 검술가 계열이 많다.
두 번째가 정신계다.
알기 쉽게 분류하면 마법적 능력을 가진 자들을 말한다. 마법사나 초능력자들이 이에 해당 된다.
세 번째가 변환계다.
강화계와 정신계 능력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자들이다. 워낙 괴상한 능력이 많아서 특정하기가 곤란한 자들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블랙처럼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오기 전에도 한 번 봤었다.
그때는 저자가 육체를 진짜로 변환시킨 것인지, 아니면 환상계 능력을 쓰는 지 헛갈렸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저 검은 기운이 실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강력한 물리력을 동반한다는 것도.
“기억에도 없는데 날 알 다니 재미있는 놈이군.”
“겪어보면 재미있을 거다. 오늘 네 놈은 태어나 처음 겪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크하하하하!”
재미있다는 것 같은 광소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놈의 능력은 가공스럽기 그지없으니까 말이다.
자신은 타격할 수 있지만, 상대는 그렇지 못하다.
놈에게 어떤 공격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 공기를 뚫는다고 해서 타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퍽!!
“컥!”
답답한 비명과 함께 검은 기운이 흩어졌다. 갑작스러운 타격에 몸을 숨긴 것이다.
“꽤 아프지?”
“크으, 넌 뭐냐?”
있는 곳을 들키기 싫은 듯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린다.
“날 모른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알려 줘야지 내가 누군지 말이야.”
놈에게 한 대 타격을 가하는 순간 확신 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가 타키온 덕분이다. 천주에서 얻은 에너지체 덕분이기도 하다.
에너지체들이 타키온을 성장시켰다.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나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해 놈의 능력을 꿰뚫어 볼 수 있어서다.
놈은 찰나의 순간에 신체구조를 변화시킨다.
미세한 파동이 감지되면 신체의 분자구조가 완전히 바뀌어 공기나 안개처럼 변해 버리는 것이다.
놈을 타격하거나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놈의 인지능력을 벗어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한다. 놈이 알아차리는 순간 이미 변환계 능력이 발휘된 후 여서다.
퍼퍼퍼퍼퍽!
허공중에서 격타음이 울린다.
몸을 완전히 숨어버린 놈에게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악!”
듣기 좋은 비명소리다.
그동안 놈이 많이 들었을 소리를 되돌려 주는 것이라서 그런지 기분도 상쾌하다.
‘미칠 노릇일 거다.’
검은 안개처럼 신체를 변화시켰는데도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중이다. 더군다나 어떻게 공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니 환장하겠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심을 해야 한다. 놈이 진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할 테니 말이다.
우우우웅!
공기가 묵직해 진다. 파동이 시작됐다.
자신의 신체이외에 다른 것을 변환시킬 수 있는 능력!
놈이 가진 진짜 힘이다.
숨을 쉬기가 곤란하다.
예향도 마찬가지다. 내상을 입은 탓인지 더 힘들어 보인다.
‘젠장!’
공기뿐만이 아니다.
땅이 걸쭉한 죽처럼 변했다.
늪지처럼 만들어 빠트려 죽일 생각이다.
‘어쩔 수 없나.’
자신의 외계에서 작용하는 접점을 멀티트랜스하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역장을 펼쳐 반경 100미터 안의 비밀통로 안을 모두 변환시켰다.
제기랄! 내가 놈을 너무 얕본 모양이다.
“네놈을 죽일 것이다.”
역시나 울리는 목소리다.
이번엔 허공이 아니다. 공기와 땅속이다.
자신을 주변 환경과 일체화 시킨 것 같다.
이런 정도의 변화능력은 시간을 거슬러 오기 전에도 보지 못했다.
첫 번째 사용했던 힘만으로 개 맞듯이 쳐 맞다가 도망을 쳤으니까.
‘역시 특급능력자다.’
반드시 놈을 제압해야 한다.
놈이 가진 능력은 경계를 넘는 자들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내 계획에 변수가 될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저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인지 반드시 알아내고 말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예향의 목숨이 위태롭다. 내 흔적이 온 사방에 새겨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의지가 일자 사방으로 의지체가 퍼진다.
동굴에서 흡수할 때보다 훨씬 미세한 크기로 놈이 변환시킨 주변 환경 속으로 스며들었다.
트랜스폼에다가 역장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눈치를 채지 못했다.
‘조금 있으면 모두 끝난다. 네놈이 즐겨 변하는 것처럼 만들어 주마.’
타키온을 품은 분자단위의 에너지체들이 놈이 펼친 역장 속으로 스며들었다.
파파파파팡!
작은 폭발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에너지체가 폭발하며 놈이 펼친 정신계 역장 안으로 타키온을 투사했다.
“크아아아악!”
정신계 에너지가 타키온과 융합을 시작하자 놈이 비명을 지른다. 물질계에 간섭했던 의식이 가닥가닥 끊어지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아직 멀었다.
이정도 타격으로 놈을 제압할 수는 없다.
“크으, 네놈이!”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자다. 어느새 의식을 거두어들이고 역장을 풀었다.
놈의 모습이 보인다. 온전한 사람의 형태다.
숨쉬기가 편하다.
늪지로 변해버린 땅은 제 모습을 찾았다.
예향은 몸이 반쯤 땅속에 잠겨 있었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퍼퍼퍽!
가슴에서 통증이 올라온다.
예향에게 잠시 눈길을 주기만 했는데 놈의 공격을 허용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를 타격하다니 보통의 움직임이 아니다.
충격량도 상당하다. 마치 해머로 가격을 당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강화계는 아닐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수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육체능력자도 이만한 파괴력을 갖지 못하니 말이다.
‘매영에 속했던 자였구나.’
놈이 어떻게 나에게 타격을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암살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영의 매자로서도 수련을 한 모양이다.
도깨비 같은 움직임으로 상대의 시야를 속이고, 강화능력에 못지않은 힘으로 공격을 하는 놈이다.
그런데도 한 눈을 팔다니 전적으로 내 실수다.
슈-슛!
손과 발이 마치 기관총처럼 뿜어져 나온다.
콰직!
신형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 있기는 하지만 파괴력이 생각보다 놀랍다.
놈의 손이 한 번 스칠 때마다 콘크리트가 떼어지니 말이다.
피하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서 손속을 섞었다.
퍼퍽!
파파파팍!
둔탁한 소리가 통로 안을 울렸다.
손과 발은 물론이고 전신이 같이 움직이며 투로를 형성하고 있다.
블랙의 움직임은 자유분방했지만 경이로울 정도로 위력적이다. 타키온과 융합한 에너지로 만든 배리어에 손상을 지속적으로 주고 있으니 말이다.
팡!
가슴으로 밀고 들어오는 양손바닥을 밀어쳐 거리를 벌렸다.
“우욱!”
선혈을 입으로 토하며 죽일 듯이 바라보는 블랙의 기세는 아직 죽지 않고 있었다.
“크으,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군. 나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든 것은 네가 처음이다.”
“칭찬인모양인데 아직까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으음.”
눈빛에 의혹이 감돈다.
전대 매영의 수장의 딸과 인연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해를 할 수 없는 모양이다. 당연하다 저자와의 악연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있었던 일이니까.
저놈 때문에 시간의 끝을 잡기 위해 더욱 힘든 여정을 걸어야 했다.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늦어졌다.
“혼란스러울 거다. 하지만 그 혼란은 네가 자초한 일이다.”
“무슨 소리냐?”
“여기서 네가 하고 있는 일!”
“헉!”
“네놈의 배후에 있는 놈들이 노리는 것이 경계를 막는 것 아니었나? 아시아 대륙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말이다.”
“어디서 나온 것이냐?”
내가 진짜 목적을 알고 있으니 소속이 어디인지 궁금할 만도 할 것이다.
자신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것은 유럽의 큰 이면조직들 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궁금하겠지만 참아라. 어차피 넌 알고 싶어도 알 수 없을 테니까.”
이제는 끝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팟!
놈의 주변에 역장을 펼쳤다. 움직임을 제한하고 놈의 머리에 타키온을 집중시켰다.
원래는 타키온만 사용해야 하지만 자칫 경계를 흔들 수 있어서 지금까지 에너지체와 융합해 사용해 왔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숨에 블랙의 의지를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뭔가 심각함을 느낀 것인지 블랙의 눈빛이 변했다. 동귀어진을 각오한 눈빛이다.
나름대로 비장의 수를 마련하는 모양이지만 반항은 소용 없다. 이미 공간을 격해 타키온이 뇌리로 침투했으니 말이다.
“끄어억!”
된 비명소리와 함께 블랙이 무릎을 꿇었다.
더할 나위 없이 커진 동공과 두 눈으로 흐르는 핏줄기가 고통이 어떤지 말래주고 있었다.
‘역시 다른 종류다.’
생각대로 블랙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두 가지 형태였다.
하나는 나도 잘 알고 있는 곳의 에너지고 다른 하나는 처음 느껴보는 에너지다.
블랙은 나와는 같은 경외의 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와도 링크가 된 것이 분명했다.
‘그 세계가 또 다른 평행차원인지, 이 차원의 다른 곳인지가 문제가 되겠군.’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가지고 있는 다른 에너지가 강화계와 정신계능력을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확하게 감지하기가 곤란하다.
‘이런!’
뭔가 파고 들어온다.
내가 보내고 있는 타키온을 따라 거슬러온 뭔가가 급격히 방어벽을 무너트리고 내 의지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블랙의 몸이 무너지고 있다.
쌓아놓은 모래성이 바람에 무너지는 것처럼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내 의식도 가물거린다.
‘어째서…….’
또 다시 링크가 시작되는 것 같다.
접점이 전혀 없었는데 링크가 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로는 이런 종류의 링크를 하는 능력자는 없었다.
링크가 계속 될수록 불안해 진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의심이 드니 말이다.
이상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마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변의 상황이 정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링크에 대해서 아무것도 파악한 것이 없는데 뭔가 다른 것 같아 걱정이다.
예상외의 상황은 나에게는 독이나 다름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걱정을 덜 하는 것은 이번에 현상계에서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타키온과 새롭게 에너지를 융합할 수도 있고, 음양술을 알게 됐으니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변함이 없군.’
카모르 밀림지대는 여전하다.
푸르다 못해 검은 수해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거기다가 끊임없이 일렁이는 마나의 유동도 변함이 없다.
유체이탈을 했다가 다시 자신의 육체에 들어오는 영혼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시아니온의 육체에 안착했다.
‘변했나?’
육체의 안착이 끝나자마자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탄의 눈물이라는 독으로 인해 육체적 무력감은 여전했지만 훨씬 선명하게 외기를 느낄 수 있다.
영혼에 이어 육체적인 융합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이제 나와 시아니온이 하나의 존재라는 뜻이었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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