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월중천(赤月中天)(146)
서민이 소림사 동쪽으로 들어서자마자 몇 명의 장강 수로채 수적이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서민의 일 초 지적도 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천마검에 목이 달아났으니 참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천마 위소군에게서 다시 노획한 천마검을 파천검 대신 무기로 사용하면서 서민은 한발씩 움직일 때마다 마교도를 베어 넘기면서 상황을 파악했다.
그때 조무와 남일해를 비롯한 장백파 문도들은 그의 좌우로 벌려서 서민을 호위하며 역시 같은 방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놓았다.
“살수들을 조심하십시오!”
조무와 남일해에게 이렇게 말한 서민이 십여 장 정도 더 나아갔을 때, 개방 방주 강금홍과 아미파 장문인 보혜를 비롯한 개방과 아미파 문도 이십여 명과 벽린검 한현이 마교도 일백여 명에 포위당해 공격당하는 모습이 서민의 눈에 들어왔다.
하여 벼락처럼 달려간 서민이 천마검을 흔들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천마 위소군은 본좌의 손에 죽었다. 그의 천마검이 여기 있으니 그를 따라 죽고 싶은 자는 나서라!”
“......”
“그를 따라 죽기 싫으면 모두 검을 버려라!”
“개소리. 어디서 가짜 검을 가져와서는. 저자를 죽여라!”
이렇게 소리친 것은 마교 혈마왕 양상곤의 혈마대 대주 공백이었다.
그리고 그의 명령에 마교도가 서민을 일시에 공격했고, 그 바람에 서민이 나타나서 잠시 숨을 돌린 개방 방도, 아미파 문도, 벽린검 한현이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백파 문도들에 서민도 있었다.
그 바람에 반의 반 각도 지나기 전에 일백여 명 마교도 중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서민이 개방 방주 강금홍과 아미파 보혜, 벽린검 한현에게 남은 문도들을 추슬러 경내를 지원하라고 부탁했다.
정각이 소림사 서쪽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벌어지던 각파 수장을 죽이기 위한 싸움은 그 끝을 보였다.
그러나 그사이 정파 쪽에서는 소림사 각무와 지광, 개방 한문, 격진검 왕걸, 탕마검제 민쌍, 공축도 전왕, 흑룡도 남기가 죽었고, 마교와 녹림 쪽에서는 귀살대 대주 홍한규와 녹림 검문 채주 한명종, 조서 채주 고한철이 죽었다.
“대사, 오 장문인, 하 도왕 남은 인원을 수습해 경내를 지원하시오!”
마교도를 짚단 베듯 베면서 자신들에게로 다가온 정각의 이 말에 소림사 각고와 해남파 장문인 오병의, 도왕 하금은 망연자실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각고가 이렇게 물었다.
“산문은 어찌 되었소?”
“대사, 산문은 이미 끝났소! 그러니 이곳과 북쪽 그리고 경내만 정리하면 될 것이오!”
“하면 이겼다는 말이오? 천마는?”
“천마는 이미 사형께서 베었소!”
이 말을 들은 소림 각고와 해남파 장문인 오병의, 도왕 하금이 놀란 눈으로 정각을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렇게 물었다.
“참말이오?”
“그럼 내가 지금 거짓말을 말한다는 것이오.”
“그건 아니지만······.”
“쓸데없는 의심은 하지 마시고, 속히 경내나 지원하시오. 그럼!”
“참말인가 봅니다. 가십시다. 하 장문인. 도왕.”
“.....”
소림사 각고가 이렇게 말하자 도왕 하금과 해남파 장문인 오병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북쪽으로 달려가는 정각과 의천문 문도들을 잠시 바라봤다.
“흥!”
진주 언가 가주 언한의 검을 옆으로 흘리면서 마교 대호법 이당이 이렇게 코웃음을 토해내자 언한이 일갈을 토해내고는 전신 공력을 실은 검을 곧추 세웠다.
언한이 그렇게 제법 매섭게 다가오자 이당도 방심하지 않고, 단혼마검의 참룡단혼을 펼쳐 그의 검을 마주쳐 나갔다.
그러자 검과 검이 충돌하면서 폭음이 터졌고, 이어서는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나서 서로를 노려봤으나 언한의 입가에는 가는 선혈이 흘렀다.
그 순간 이당이 번개처럼 다시 그를 덮쳤다.
그러자 언한도 지지 않겠다는 듯 다시 한 번 전신 공력을 검에 실어 마주쳤다.
그렇게 다시 두 자루 검이 부딪히며 폭음이 터졌고, 이당이 한 걸음 뒤로 밀려났지만, 언한은 연신 뒤로 밀려났다.
그에 언한이 천근추 수법으로 밀려나는 신형을 바로 잡아보려 했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고, 그 사이 이당이 재차 검을 쳐오자 검을 땅으로 박아 넣으면서 뒤로 밀려나는 신형을 바로 잡고는 일권을 쳐냈으니 바로 언가권 중 가장 위력이 강한 붕천일권(崩天一拳)이었다.
“펑!”
그러자 이번에는 이당의 검과 언한의 일권이 부딪히며 다시 폭음이 터졌다.
그러나 검을 땅에 박아 넣고 밀려나는 신형을 바로 잡고 일권을 쳐낸 언한은 폭음이 그치기 무섭게 눈앞이 아득해졌다.
자신의 일권을 막아낸 이당의 검이 다시 덮쳐왔기 때문이다.
“갈!”
하여 일갈을 뱉어내며 스스로 전의를 북돋우고, 다시 한 번 붕천일권을 쳐냈다.
언한의 일권이 다가들자 이당은 앞처럼 검으로 권을 쳐내지 않고, 대신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 피해버렸다.
그리고는 단혼마검 참곤단생의 일초로 그를 덮쳤다.
이당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떨어져 내리면서 공격해 오자 언한이 다시 일권을 쳐내려고 했으나 두 번의 붕천일권에도 이당이 아무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자 땅에 박아 놓은 검을 황급히 빼 들고는 두 발로 땅을 박차면서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런데 그때 마교 원로원 고수 하나가 다가들자 언한은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 황망하게 그를 향해서 붕천일권을 쳐내고, 이미 백회혈로 다가온 이당의 검을 막으려고 일검까지 쳐냈다.
“큭!”
그러나 자신의 검을 유유히 피해 다가온 다음 백회혈 대신 어깨 견정혈을 파고 들어간 이당의 검이 오른쪽 옆구리를 통째로 잘라버리면서 빠져나가자 이런 신음과 함께 무너졌다.
그때 소림사 경내로 들어온 소림사 방장 지현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장경각과 지객당, 나한전은 전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타 있었고, 마교 원로원 교도들과 각 자 배분 고승들이 싸우는 것은 물론 마교 대호법 이당과 그의 호위대가 진주 언가 가솔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
하나 그런 지현과는 달리 함께 경내로 들어온 소림승과 개방 방도, 화산파 문도들은 이렇게 함성을 지르고는 곧바로 마교도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이게, 뭔 개 같은 일, 설마······.”
마교 대호법 이당은 그 순간 이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황망했다.
그러나 곧 지현이 불진으로 쳐오자 순간 검을 들어 막으면서 이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 판단이나 해보려고 했지만, 그럴 여유를 주지 않고 달려드는 지현과 소림승에게 그만 둘러싸이고 말았다.
“마교도를 죽여라!”
한소리 외침과 함께 개방 방주 강금홍과 아미파 장문인 보혜 등이 들이닥친 것은 그때였다.
그 바람에 이당은 생각이고 뭐고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고 말았다.
이들이 왔다는 것은 곧 이들이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천마 위소군의 명령을 받아 소림사의 서, 북, 동을 돌아보고 승리를 확신했기에 경내로 들어와서 진주 언가 가주 언한을 상대했다.
그런데 그사이 전세가 바뀌어 자신들이 진 것이다.
마교 대호법 이당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소림사 방장 지현의 불진을 피해 허공으로 솟아오르면서 호각을 세 번 불었다.
바로 퇴각 명령이었다.
“삑삑삑!”
대호법 이당의 퇴각 신호에 그의 호위대원들이 가장 먼저 몸을 빼 허공으로 솟아오르자 마교 원로원 교도들도 달려드는 소림승을 뿌리치고 장내를 벗어났고, 기타 여기저기서 싸우던 마교도, 녹림도, 수적들도 무더기로 도망을 쳤다.
그렇게 마교도들이 도망쳤지만, 소림승과 진주 언가, 개방, 화산파, 아미파의 누구도 그들을 쫓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불부터 꺼라! 제자들은 속히 불부터 꺼라!”
소림사 방장 지현도 마교도를 쫓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제자들에게 전각에 붙은 불부터 끄라고 소리쳤다.
그때 서민은 소림사 동쪽에 도착해 싸움판부터 살펴봤다.
그러자 살아있는 정파 고수는 소림사 각도와 몇 명의 소림승, 자연검 종철진, 몇 명의 개방 방도들뿐이었다.
개방 주개 고순용을 비롯해 태을검황 장만홍, 태을검제 안범, 봉산검황 조무운은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고, 장강 수로채 총 채주 조태성과 도마왕 좌운 역시 죽어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천마 위소군의 십제자 주장후와 이백여 명에 달하는 마교도와 장강 수로채 수적들은 다른 곳과는 달리 도망도 치지 않고, 자연검 종철진과 각도 등 소림승, 개방의 남은 인원을 빙 둘러싸고 협공을 펼치고 있었다.
“갈!”
하여 일갈과 함께 천마검을 고쳐 잡은 서민이 이리 베고 저리 찌르면서 마교도와 수적들 속으로 뛰어들자 조무와 남일해도 장백파 문도들과 함께 마교도와 수적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뛰어들어 교도를 베는 서민의 무위에 주장후는 그 순간 대경실색했다.
그리고 그가 들고 있는 검이 바로 사부의 천마검이 아닌가.
“헉! 그렇다면. 으악!”
한 소리 괴성과 함께 주장후가 검을 앞으로 뻗어 서민에게 날아간 것은 그때였다.
어검비행과 같았지만, 실은 동귀어진이었다.
주장후가 그렇게 동귀어진하겠다는 양 검을 앞세우고 날아오자 서민이 코웃음을 터트리고는 천마검을 일도양단의 기세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한줄기 검강이 터져나가 주장후의 머리에서부터 사타구니가 있는 회음혈(會陰穴)까지 갈라버리고는 사라졌다.
“쿵!”
그 바람에 둔탁한 이 소리와 함께 천마검에 두 쪽이 난 천마 위소군의 십제자 주장후의 몸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에 정파의 자연검 종철진, 각도 등 살아남은 소림승, 개방 방도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마교도들은 참담해 검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그러니 서민과 조무, 남일해에 장백파 문도 등의 상대가 되었겠는가.
거기다가 정각과 의천문 문도, 초씨 세가 가솔까지 지원을 와서 싸움에 가세하자 이백여 명의 마교와 장강 수로채 수적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경내로 가자!”
소림사 동쪽 싸움도 그렇게 끝나자 서민이 정각 등을 이끌고 경내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때 소림사 경내 싸움은 이미 끝나 있었고. 소림승 등은 불을 끄고 있을 때였다.
“도와라!”
하여 정각에게 불 끄는 것을 도우라는 지시한 서민은 마교의 잔적을 찾는다는 핑계를 대고 소림사 경내를 유유히 둘러봤다.
그러자 장경각은 이미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고, 지객당과 나한전은 형체만 남아 있었으며, 약왕전과 천왕전은 불타는 중이라 소림승들은 모두 그곳에서 불을 끄고 있었다.
‘하하하! 장경각이 다 타버렸다. 장경각이 다 탔어! 마교 놈들과 내 생각이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참으로 우스운 일이로구나!’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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