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월중천(赤月中天)(143)
천마 위소군은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두 명의 각 자 배분 십팔나한에게로 천마검을 옮겼다.
그 바람에 각 자 배분 십팔나한 각연과 각참은 천마검의 오초를 받아내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그렇게 각연, 각참도 베어버린 천마 위소군은 검을 거두자마자 산문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잠시 쳐다봤다.
그런데 보여야 할 사숙 천관정이 보이지 않아 순간 의구심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싸움판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놨다.
서민은 그때 왼손에 쥐고 있는 유엽표의 싸늘한 예기를 손끝으로 느끼면서 천마 위소군이 조금만 더 다가오기를 기다리다가 달려드는 마교도 하나를 먼저 베어 넘겼다.
그때 소림사 동, 서, 북에서 벌어진 싸움은 서서히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우선 소림사 동쪽에서는 소림사 각영, 각민, 각상과 지운이 마교 혈마왕 양상곤과 냉마왕 고일원, 장강 수로채 부채주 장석명, 조정해를 맞아 선전을 펼치다가 마교 귀살대의 기습으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마교 혈마왕 양상곤과 냉마왕 고일원도 그 운이 다했는지 순간 방심하다가 금풍검 서무상, 군자검 금철현, 벽린검 한현에게 일검을 허용하여 한 많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장강 수로채 부채주 장석명은 녹파도 홍법상과 접전 끝에 동귀어진했으며, 금마도 진근, 수라쌍도 주민순도 마교 귀살대의 표적이 되어 숨이 끊어졌다.
다만 개방 방주 강금홍과 아미파 장문인 보혜는 마교가 이런 대규모 싸움에서는 향상 살수를 동원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방비를 철저했기에 귀살대의 암습에는 당하지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문도들을 추스르며 마교도를 막아내느라 죽음보다 더한 고초를 겪고 있었다.
소림사 북쪽 상황도 비슷해 소림사 각지, 각정, 각혜, 지산은 이미 마교 귀살대에 죽임을 당했고, 그런대로 마교도를 막아내고 있던 장제 백기문, 장존 남일, 도존 좌훈, 백옥검황 용윤석 역시 한 명 한 명 귀살대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개방 주개 고순용과 자연검 종철진, 태을검황 장만홍, 태을검제 안범, 봉산검황 조무운은 남은 소림사, 개방, 점창파 문도들과 자신들의 제자를 독려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마교도를 막아내고 있었다.
소림사 서쪽은 상황이 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소림사 각문과 각림, 뇌우검 차태군이 귀살대의 암습을 받아 죽고, 형산파 장문인 한등 역시 귀살대 대주 홍한규의 암습에 숨이 끊어졌다.
그와 반대로 개방의 한문과 해남파 장문인 오병의, 소림사 각무, 각고는 천마 위소군의 오 제자 양예석을 협공해 죽였고, 격진검 왕걸, 탕마검제 민쌍은 혈천검대 대주 연중의를 협공해서 죽였다.
또한, 공축도 전왕, 흑룡도 남기, 도왕 하금은 형산파 장문인 한등을 죽인 귀살대 대주 홍한규를 기습해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대주 홍한규가 협공 당하자 귀살대 대원들이 그를 구하려고 움직이자 소림사 각무, 각고와 해남파 장문인 오병의, 장문인을 잃은 형산파 문도는 다른 마교도보다 귀살대주 홍한규를 구하려고 접근하는 귀살대원들부터 먼저 공격했다.
그런데 그런 판에 마교 혈천검대원들이 가세해서 그런 귀살대원들을 도우려고 했다.
그리되자 소림사 서쪽 싸움은 마치 상대편의 수장을 죽이기 위해 벌이는 싸움 같은 양상으로 흐르고 말았다.
“핑!”
천마 위소군이 열 걸음 정도 더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서민이 유엽표 하나를 뿌리는 동시에 파천검에 파천신공 절의 묘리를 실어 그를 공격해 가면서 다시 유엽표 하나를 더 뿌렸다.
그리고는 전광석화와 같이 왼손으로는 청천검을 뽑아들었다.
제법 실력이 있는 어린놈이 교도들을 베는 것을 본 천마 위소군은 그를 베려고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향해 유엽표 두 개를 던지면서 달려들자 희미한 미소를 짓고는 천마검으로 날아오는 첫 번째 유엽표를 후려쳐 버렸다.
“쾅!”
그러자 이런 요란한 폭음도 잠시 유엽표와 천마검이 충돌한 그 반탄력에 휘청거리면서 두 걸음이나 밀려난 천마 위소군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경악하고 있을 틈도 없이 다시 하나의 유엽표가 더 날아오자 첫 번째 유엽표처럼 천마검으로 후려치지 않고, 왼손에 쥔 검집으로 후려치면서 공력을 십성으로 끌어올렸다.
“쾅!”
다시 한 번 폭음이 터지고, 자신이 다시 두 걸음이나 밀려나자 천마 위소군은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코앞으로 다가온 서민의 파천검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미 그 파천검에는 검강이 맺혀 환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헉!”
그 바람에 이렇게 다급한 외침을 발한 천마 위소군은 날아오는 검탄을 쳐낼 생각도 하지 않고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하려고 했다.
두 개의 유엽표를 뿌리고, 검탄까지 쏘아낸 서민은 천마 위소군이 몸을 틀어 검탄을 피하려 하자 이미 예상했다는 듯 왼손에 들고 있던 청천검을 날려 보냈다.
바로 어검술을 전개한 것이다.
“쾅!”
그 순간 서민의 검탄이 땅에 작렬하자 이런 소리가 터졌고, 가까스로 그 검탄을 피해 몸을 튼 천마 위소군은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는 청천검을 발견하고는 검집으로 후려치려고 했다.
그런데 순간 청천검이 방향을 바꾸어 허공으로 떠오르고, 파천검에서 또 한 번의 검탄이 터져 나오자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옆으로 몸을 굴렸다.
이른바 나려타곤이었다.
“쾅!”
천마 위소군이 나려타곤 수법으로 옆으로 구르면서 검탄도 피하고, 청천검의 공세에서도 벗어나자 서민이 청천검을 왼손으로 잡아채고는 이렇게 일갈했다.
“대마교의 천마라는 놈이 나려타곤이라니 부끄럽지도 않으냐?”
“갈! 이 찢어 죽일 놈!”
“위소군, 어찌 그따위 실력으로 이십 년 전 황산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본좌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네놈이 어찌, 어찌, 그 일을, 네놈은 누구냐?”
이 물음에 서민이 즉시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그러자 검탄 공격과 그것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몸을 날린 천마 위소군을 따라 움직인 덕분에 주위 십장 안에는 마교도도 개방 방도도 소림승도 없었고, 그 십장 밖에서는 싸움이 한창인지라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정각은 서민이 있는 곳에서 두 번의 요란한 폭음이 터지자 그가 드디어 천마 위소군을 상대한다고 생각했다.
하여 검탄 소리가 들려온 곳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싸움의 향방을 가늠했다.
그러자 소림사 방장 지현과 개방 부운걸개 장송이 겨우겨우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 보였고, 새로 가세한 천마 호위대와 마인의 공격에 권성 명근홍과 장황 강창한도 죽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교에서 살아남아 싸우는 교도는 이백여 명, 정파 쪽에서는 장백파 문도 삼십여 명, 의천문 문도 이십여 명, 초씨 세가 가솔 일백여 명 남은 것을 빼고는 소림사, 개방, 화산파 문도 모두를 합해봐야 일백여 명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하니 자신은 이제 설렁설렁 싸우면서 장백, 의천문, 초씨 세가 가솔을 보호하면, 마교와 소림, 개방, 화산은 양패구상할 것이 자명했다.
그때 자신의 마음도 모르는 부운걸개 장송의 이런 개문식이 정각의 귀로 파고들었다.
“천하무구!”
부운걸개 장송은 마교 암흑마선 조호근과 원로원 고수의 협공에 타구봉법의 절초들을 연달라 펼쳐내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이미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니 조호근과 원로원 고수의 협공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펑!”
자신이 극성으로 펼쳐낸 천하무구를 비웃기라도 하듯 조호근이 쉽게 막아내는 바람에 이렇게 폭음이 터지고, 그때를 노리고 마교 원로원 고수의 검이 다가오자 장송은 다시 한 번 타구봉법 봉타쌍견을 펼쳐내 조호근을, 항룡십팔장 돌여기래의 일장은 원로원 고수에게 쏟아냈다.
그러자 조호근의 검과 장송의 타구봉, 마교 원로원 고수의 검과 장송의 항룡십팔장 돌여기래의 장력이 충돌하면서 폭음이 두 번이나 터졌다.
그리고 그 여파로 말미암아 한 소리 답답한 신음을 토해낸 장송이 뒤로 밀려나면서 조호근과 원로원 고수를 쏘아봤다.
그때 화산파 검황 고용문과 장문인 금현, 매화검존 이단양은 장송이 바로 옆에서 조호근과 원로원의 고수에게 협공 당하자 자신들을 막는 마교 원로원의 다른 고수를 뿌리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들 다른 마교 원로원의 고수 둘도 그들을 따라갔다.
그 순간 장송에게서 타구봉법 사타구배의 일초와 항룡십팔장 시승육룡의 개문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고, 그 뒤를 따라서 곧 조호근의 혈령마검 혈령혈우(血靈血雨)의 개문식과 원로원 고수의 단혼마검 항봉단천의 개문식도 연달아 터졌다.
그러자 검황 고용문과 금현, 이단양의 이십사수매화검법의 개문식도 동시에 터졌고, 그들을 따라온 마교 원로원 고수 둘의 단혼마검 등의 개문식도 터졌다.
이렇게 되자 여덟 명이 동시에 펼치는 검초가 연신 검광을 토해냈고, 타구봉이 바람을 갈랐으며, 장력이 한바탕 휘몰아쳐 그들이 싸우는 곳에는 마치 일진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윽!”
그리고 그 여덟 명의 집단 격돌 결과 가장 먼저 이런 신음을 토해 낸 것은 화산파 매화검존 이단양이었다.
그는 원로원 마교도의 단혼마검 참룡단혼의 일초에 가슴이 반으로 갈라져서 그렇게 신음을 토해낸 다음 무너져 버렸다.
그다음 신음을 토해낸 것은 화산파 장문인 금현이었다.
그 역시 원로원 마교도의 혈천검법 혈우만천의 일초에 허리가 양단되며 신음을 토해냈으나 금현의 이십사수매화검법 매화만개의 일초에 그 원로원 마교도도 목이 반쯤 잘려나갔으니 그는 신음을 토해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 둘은 양패구상했고, 그다음 신음을 토해 낸 것은 부운걸개 장송이었다.
그는 조호근의 검에 기사혈이 찔려 답답한 신음을 토해낸 다음 서서히 무너졌으나 조호근 그도 역시 장송의 타구봉에 천돌혈을 맞아 답답한 신음을 토해냈으나 죽지는 않았다.
그다음 신음의 주인공은 검황 고용문이었다.
그는 장송을 공격하던 원로원 마교도의 혈령마검 혈령혈우의 초식을 매화토염으로 막았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그 바람에 자신의 천돌혈을 원로원 마교도가 찌르자 순간 신음을 토했으나 그때 장송의 항룡십팔장 시승육룡의 일장이 그를 덮치자 마지막 사력을 다해 그의 기해혈을 찔렀다.
그렇게 기해혈이 파괴된 원로원 마교도가 마지막으로 답답한 신음을 토해냈다.
“조 대협, 남 장로, 저놈을 막으시오.”
정각이 그때 조무와 남일해를 불러 천마 호위대 대주 유석을 가리키고는 부운걸개 장송을 죽인 조호근에게 다가갔다.
이즈음 정각의 무공은 서민의 말처럼 그의 사부 지광을 넘어 서민의 사부이자 자신에게는 사백이 되는 지현이 황산 천도봉으로 갈때의 그 수준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랬으니 이 초도 필요 없이 단 일 초 만에 여지없이 마교도 한 명을 죽였고, 암흑마선 조호근도 그의 삼 초를 받아내지 못하고 목이 떨어졌다.
“크윽!”
그렇게 간단하게 암흑마선 조호근의 목을 베어버린 정각은 마교 원로원의 남은 고수와 마의선 천관정이 이끌고 온 마인을 상대해 그들이 더는 소림승, 개방 방도, 화산파 문도, 초씨 세가 가솔, 장백파 문도, 의천문 문도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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