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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704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7.03.23 22:38
조회
131
추천
1
글자
8쪽

종막, '세계' (5)

DUMMY

"......끄응."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배경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깥 창문을 보니 이제 곧 어두워질 것 같았다.

주변은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 병실 안에 있었다. 슬그머니 옆에 있던 침대를 바라보았다. 깔끔히 정리된 이부자리와 함께 간호사가 놓고 간 듯한 차트가 올려져있었다.


"오늘 퇴원한 건가...... 난 언제 퇴원하지?"


그 때, 병실 바깥에서 두런거리며 말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라고 생각한 순간, 세네명의 사람들이 병실 안으로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아는 이의 얼굴이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동료들이었다. 한 명은 케이크를, 또 한 명은 꽃다발을 들고 왔다. 슬쩍 왼쪽 벽에 걸려있는 전자 달력을 보았다. 달력은 '월요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오늘 월요일 아니었어?"


"동료가 다쳤는데 한 번이라도 보러 와야지."


"그렇죠. 우리 선배님은 워낙 일만 하셔서...... 언제 쓰러질까 무서웠다니까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거 때문에 얼마나 놀랐다고요."


"그러게나 말야. 정말 세상 일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니까."


왠지 비꼬는 듯한 선배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그 세상일 때문에 제가 이 꼴이거든요?"


그 때, 후배가 당황해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 케이크에 꽂혔는지 모를 초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 아앗...... 초 다 타겠어요! 선배, 일단 이 촛불부터 꺼주세요!"


"아? 뭐, 으응."


후배가 촛불을 가까이 대자, 나는 입으로 불어 껐다.


"그보다, 웬 케이크야? 오늘이 무슨 날도 아닌데?"


"아, 정말로. 일에 관련된 것만 기억한다니까. 오늘 네 생일인지도 몰라?"


"......엉?"


나는 벙찐 얼굴로, 다시 한번 고개를 옆으로 돌려 달력을 보았다.

5월 5일.

달력이 내 생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


"이래서 사람이 인간성이 있어야 한다니까."


"그렇죠? 이런 분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우리 말고는 없을거니까요."


"너희들, 나 지금 비꼬는 거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둘을 쏘아보았다.

그 때, 선배가 분위기를 바꿔보려 손뼉을 짝짝 치더니, 입을 열었다.


"자자, 먼저 케이크 컷팅식부터 해줄래?"


후배들이 병실 침대에 달려있는 식탁을 꺼내더니, 케이크를 놓아두고선 플라스틱으로 된 칼을 나에게 쥐어주었다. 나는 일단 선배의 말대로 케이크를 사람 수에 맞추어 5조각으로 잘라내었다. 그러자 선배는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후배들은 그 소리에 맞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서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축하의 의미가 담겨있는 멜로디가 들려왔다.

솔직히, 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면 좋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동료들의 얼굴을 보니, 그저 웃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 직장 동료들이 떠나자 아줌마가 들어와서 물어보았다.


"알프. 저 애들, 누구니?"


"같은 회사 사람이에요."


"흐음, 그러니?"


아줌마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더니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죠?"


책의 앞면을 보니 아동틱한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아줌마의 이름이 '지은이' 부분에 쓰여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쓴 동화책이야."


"몇 달동안 쓰시지 않으시더니 이번에 제대로 느낌을 잡으셨나보네요."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이 아줌마의 소원이니까."


그러고보니, 평소에도 아줌마는 가끔씩 도서관이나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셨다. 아이들은 희망에 가득 찬 이야기를 들으면서 커가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분이시다. 어렸을 때도 미라와 같이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자리에 들거나, 하늘에 수놓은 별을 보면서 듣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아줌마는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읽어보고, 나중에 어땠는지 말해주렴."


"마침 읽을거리도 없었는데 잘 됐네요. 이 병실에는 TV도 없어서 맨날 잠만 잤거든요."


"그래? 아 참, 내일 오후에 스텔라 부모님께서 오신다고 했어. 그리고 네 얼굴 보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들으며 물었다.


"네? 스텔라가요?"


"응, 아무래도 여기보다는 혼잡하지 않은 작은 도시로 이사간다고 했다는구나."


"......"


"어머, 알프. 안색이 안 좋아진 것 같네. 설마 스텔라가 떠난다는 소리 때문에 그런거야?"


"그, 그럴리가요. 일 하느라 바빠서 별로 못 만나는 애에게 무슨......"


나는 아줌마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줌마는 그저 미소를 짓고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그래도 마지막으로 볼 지도 모르니까 잘 대해줘. 스텔라도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니까."


"......네, 알겠어요."


어디선가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총 9번 울린 종소리는, 시간이 9시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보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나는 일단 집에 가 볼게. 알프는 편히 쉬고 있어."


"네, 조심히 가세요."


아줌마는 가방을 챙겨들더니,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 그러자 병실의 불이 꺼지면서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 꼬맹이가 이사를?"


나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기며 천장을 바라보고선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 애가 가면 조금은 쓸쓸하려나?"


휘적휘적, 손가락을 의미없이 휘두르면서 생각에 잠겼다.


"미라도 많이 아쉬워할 텐데. 아니, 혹시 몰라. 떼를 쓰면서 서로 이사 못가게 막던지."


휘적거리던 손을 그대로 내려놓으며 오른손에 들려있던 책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선 창문을 바라보았다.


전구의 빛이 보이지 않는 풍경과 별을 수놓은 듯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풍경은 마치, 예전에 보았던 그 별하늘 만큼 아름다운 것 같았다.

그보다, 심심해졌다. 볼 것이 별하늘 밖에 없으니 할 짓이 없었다.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만큼 오늘은 늦잠을 잤다는 이야기였다.


"......"


나는 몸을 일으키고선 침대 옆에 있는 전등을 켜고 선반 위에 놓여진 동화책을 들어 한 장씩 넘겨 읽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피로해진 눈을 깜빡이면서 시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2시, 그러니까 꼭두새벽이라는 뜻이었다.


"얼마나 몰입해서 읽은 건지 원."


이번에 아줌마가 쓰신 글은 지금까지 들려줬던 이야기와는 달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인공'을 내주었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마음 속에서 강해져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강인해진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고난을 스스로 이겨낸다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글. 왠지 익숙한 느낌이......."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을 파헤쳐보았지만, 딱히 얻은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시간이 늦었고 잠도 서서히 오기 시작하니 잠을 자기로 했다. 책을 덮는 순간, 책갈피를 끼우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 짜증이 났지만, 어디서부터 읽어야할 지 기억나겠지.

나는 전등의 불을 끄고선, 이불을 어깨까지 덮어 잠을 청했다.

.

.

.

.

...






"......!"


작가의말

현실에서 꿈으로 다시 돌아온 알프레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7.03.23 23:03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8 사칙연산
    작성일
    17.03.23 23:22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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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에필로그, 별하늘의 꿈 +4 17.03.29 130 1 11쪽
67 최종화, 눈을 감고서 +2 17.03.28 153 1 8쪽
66 종막, '세계' (8) +2 17.03.27 133 1 9쪽
65 종막, '세계' (7) +2 17.03.25 122 1 7쪽
64 종막, '세계' (6) +2 17.03.24 104 1 7쪽
» 종막, '세계' (5) +2 17.03.23 13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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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종막, '세계' (3) +2 17.03.21 12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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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종막, '세계' (1) +2 17.03.18 7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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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외전, 그녀의 과거(하편)(1/2) +2 17.03.16 222 1 8쪽
56 외전, 그녀의 과거(중하편) +2 17.03.15 106 1 8쪽
55 외전, 그녀의 과거(중상편) +2 17.03.14 161 1 7쪽
54 외전, 그녀의 과거(상편) +2 17.03.13 117 1 8쪽
53 50화, 이미 끝나버린 공연. +2 17.03.11 105 1 8쪽
52 49화, 되살아나는 감정 +2 17.03.10 12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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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1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1) +2 17.03.01 15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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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39화, 나와 나 17.01.27 213 0 11쪽
41 38화, 호의 17.01.18 19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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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다시 시작된 악몽(2) 16.11.22 13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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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잠깐은 평화를 16.11.19 16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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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이너 사이드 16.11.16 190 0 7쪽
20 19화, 재회(3) 16.11.15 245 0 10쪽
19 18화, 재회 (2) 16.11.14 158 0 8쪽
18 17화, 재회 +2 16.11.12 212 1 7쪽
17 16화, 늑대인간 16.11.11 185 1 7쪽
16 15화, 현실부정 16.11.10 229 1 7쪽
15 14화, 인간이여, 감정을 죽여라 16.11.09 288 1 7쪽
14 13화, 2명과 2명 16.11.08 367 1 8쪽
13 12화, 심연을 뚫고 16.11.07 226 1 10쪽
12 11화, 선택은 주관의 연속 16.11.05 339 1 16쪽
11 10화, 현실......? 16.11.04 282 1 9쪽
10 9화, 첫 번째 악몽 (2) 16.11.03 290 1 8쪽
9 8화 16.11.02 177 2 9쪽
8 7화, '시련'속의 악몽 +2 16.11.01 286 2 8쪽
7 6화, 도피(逃避) 16.10.25 158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8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2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1 프롤로그, 의미불명 +2 16.10.06 448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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