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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735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6.10.11 21:00
조회
186
추천
2
글자
9쪽

4화, 두 개의 약속

DUMMY

오전 9시, 거실.




"알프레드, 알프레드."



잠이 덜 깬 듯 비몽사몽한 눈가를 비비며 신문을 보고 있었던 나에게, 누군가 내 왼쪽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불렀다.



"......왜."



귀찮다는 어투로 답하며 뒤를 돌아봤다.


옆에서 미라가 동공이 흔들리면서 입술을 깨문 채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미라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지 알고 있었다. 일종의 버릇.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걸 말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경우]였다. 그 내용은 대부분 '사과'였었다.



"으...으음."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빨리 말해. 그렇게 우물쭈물 거리면 되는 것도 없어."



벌써 몇 번째 일리주는 말. 이제는 거의 고정멘트가 된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미라는 조금 안심하는 듯, 한 숨을 내쉬며 결심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오늘 밤에. 나...... 나랑 같이 잘래?"


"......허?"


"아...... 아니아니아니! 그,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줘......"



솔직히 말해 오늘 새벽에 일어났던 '괴수 대첩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완벽하게 그 예상을 깨뜨려버렸다. 그 일보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유메의 약속'에 대한 것이 더 고통스러워 그 일은 그냥 제쳐두기로 했다.



"다시 이야기해 봐."


"......에?"


"천천히, 다시 이야기해 보라고."


"아, 그...... 그거. 그게, 그러니까...... 오, 오늘 밤에 나랑 같이......."



미라는 얼굴을 붉히고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서는 물가에 있는 부들이 바람에 휘날리듯 부들거리기만 했다.


솔직히 말해, 믿기 싫어서 못들은 척 한 것이다.


'야, 우리가 나이가 몇인데 그러냐?' 같은 말을 했다가는 7일동안 미라의 볼이 바람 들어간 풍선처럼 계속 부풀 것만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고는 하지 않았다. 일단 그녀가 왜 그걸 바라는지 천천히 캐물어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래? 자다가 악몽이라도 꾼 거야?"



내가 던진 질문에 나온 대답은 부정. 미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그게 아니라는 것을 표현했다.



"뭘 잘못해서 그런거야?"



또 다시 부정. 이번에는 더 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아..... 그럼 뭐야?"



몇 번이고 계속 반복되는 그녀의 행동에 지쳐,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답답한 마음이 들어 한 숨을 쉬었다.


미라는 마지못해 입을 열며 자신의 대답을 이어갔다.



"그냥...... 알프레드랑 같이 자고 싶어."


"......어리광이야?"


"으, 으응....."



......솔직히 말해, 나도 누군가와 함께 자고 싶었다.



ㅡ10초간 눈을 감으면,


ㅡ'자각몽'을 꾸게된다.


ㅡ너만의 꿈을 꿀 수 없다.



머리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도장을 찍어낸 듯 각인이 박혀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떠올리기 싫어도 계속 머릿속에 그 문장들이 어지럽게 나뒹굴며 돌아다녔다. 그렇기에 마음속으로 '미지'에 대한 공포감이 계속해서 들었었다.


나도 조금은 '잘 때 누가 있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이 그런 말을 하면 죽을 만큼 부끄러울 것 같아 금방 포기했었는데, 이게 웬일. 미라가 같이 자자고 요청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Ok사인을 날렸다.



"좋아."


"저...... 정말?"


"정말이고 말고."


"고, 고마워. 알프레드! 헤헤헤......."



그녀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미소지으며 행복해했다. 물론, 나도 조금이나마 안심이 갔다. 오죽하면 오늘 '새벽'에 날 깨운 것에 짜증났던 감정이 한번에 해소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오늘 밤에 미라와 함께 잔다는 약속을 걸었다.


물론 새끼손가락을 걸고 손바닥 복사, 주먹인사(?)까지 하고 나서야 비로소 미라는 헤실헤실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참, 아직 어린애인가."



그렇게 독백을 하며 다시 신문을 읽으며 '일요일의 여가'를 천천히 즐기면서 반나절을 보냈다.



ㅡ그리고 마침내 그녀랑 또 다른 소녀와 약속했던 '첫 날밤'이 다가워졌다.








오후 10시, 알프레드의 방.



나는 푸른 색 계통의 잠옷을 주섬거리며 입고 잠옷 모자마저 쓰고서는 내 침대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렸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빼꼼, 미라가 자신의 방에서 가져온 베게와 함께 온갖 알 수 없는 잡동사니를 가져오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선 총총거리며 토끼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헤헤...... 오래 기다렸지?"



그대로 내 앞에 잡동사니와 베게를 쏟아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좀 많이 갖고온 것 같은데...... 설마 침대위에 올리려는 건 아니지?"


"으음...... 역시 무리려나아......"


"무리지 무리."



나는 잡동사니를 하나씩 주워 무엇인지 궁금해 보았다.



곰 모양의 열쇠고리.



"......열쇠고리? 이건 왜 가지고 온거야?"


"내 방 장식!"


"......."



인형 무더기.



"이건 안돼, 애초에 내 침대가 좁아서 이런걸 늘어놓았다간 확실하게 침대에서 떨어질걸?"


"우으...... 지금 갖다놓을게."


"아냐, 밤이 늦었으니까 내일 갖다놔."



이상한 향이 나는 초록색 초.



"초 아냐? 이건 왜?"


"냄새가 좋아서......"


"그것도 마찬가지야."



......고무 풍선?



"야, 이건 대체 뭐야."


"아, 그거 엄마가 챙겨준 건데...... 그게 뭐라고 했더라?"


"......"



나는 침착하게 이상한 향이 나는 물건을 쓰레기통에 쳐박아 손을 탁탁 털었다.


결국 미라가 가져온 것들 중 베게 이외에는 전부 퇴짜. 잡동사니들은 모두 몰아서 구석으로 치워놨다. 미라는 내가 치운 잡동사니들을 보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침대에 저것들을 늘어놓고 같이 자는거겠지.



"대충 정리되 것 같네."


"그러게......"


"그럼 슬슬 잘 준비를 해볼까."



나는 그대로 침대의 왼쪽 가장자리에 자리잡아 누웠다. 눕자마자 오늘 새벽에 일어났던 그 일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 짜증나는 기억을 지우려 해도, 그 기억은 뇌 한 자리에서 완전히 자리잡은 듯 전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키키키.'


벌써부터 그 마녀같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눈을 감는 행동'이 두려워한 것은 어릴 떄 빼고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계속 불안과 걱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이, 어느새 미라는 내 등에 붙고서 두 손으로 허리를 맞잡아 껴안았다.



"......?!"



미라의 숨결이 내 목을 간지럽히며, 자신의 몸을 부비적댔다.


등에서 온기가 느껴지며 내 마음의 한쪽 끝에서 이상한 감정이 솟구쳤다.


쿵, 쿵, 쿵.


심장까지 말썽인지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에헤헤, 알프레드......"



몸이 점점 뜨거워지며 머리 속의 감정이 과부하가 걸린 건지 어저러워졌다.


하지만 나는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이대로 계속 이어졌으면. 아니, 이런 기분을 더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허리를 감았던 미라의 팔을 풀어내었다. 그러자 미라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금방 표정을 바꿨다.



"아...... 이런 거 싫어하는구나. 미안......"



미라는 움츠리면서 몸을 돌렸다.



"......바보."



나는 피식하며 미소를 지어버렸다. 정말 이 애는 몇 년이 지나도 변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수 년동안 천천히 변해왔던 나와는 달리 정말이지 순수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대로 누운 채로 몸을 돌리고서는 나와 미라의 얼굴이 서로 마주보도록 한 뒤, 아이 다루듯 천천히, 또 천천히.



"정말, 너란 애는......."



ㅡ두 팔을 뻗어 허리를 맞잡아 그대로 당겨, 미라를 껴안아주었다.



"......!!"



미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걸 원했던거지?"


"에헤헤......"



고개를 끄덕이면서 붉게 홍조를 띈 얼굴로 졸린 듯 머리를 내 몸에 기댔다.



"피곤하면 먼저 자."


"아냐, 아직......"


"피곤한 거 다 티난다. 빨리 자."


"에헤헤...... 알프레드는 속일 수 없다니까아......"



네가 지나치게 순수해서 그런다.



"그럼, 먼저 잘게 알프레드......"


"잘 자, 미라."


"응, 알프레드......도."



미라는 천천히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그녀에 이어 나도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카운트 다운 시작.]


ㅡ10초.


작가의말

전 절대로 저렇게 못 잡니다.

더워서 못 잡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고스테일
    작성일
    16.12.26 21:18
    No. 1

    아이 어머니께서 고무풍선을 챙겨다 줄정도면 그래도 훌륭한 청년인가보군요 알프레드.. 뭐..카운터 들어갔지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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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9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사이드(1) 16.11.28 24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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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서로의 다짐 16.11.25 215 0 7쪽
28 27화, 그녀들의 마음(2) 16.11.24 216 0 8쪽
27 26화, 그녀들의 마음(1) 16.11.23 153 0 7쪽
26 25화, 다시 시작된 악몽(2) 16.11.22 135 0 9쪽
25 24화, 다시 시작된 악몽(1) 16.11.21 185 0 7쪽
24 23화, 잠깐은 평화를 16.11.19 16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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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이너 사이드 16.11.16 190 0 7쪽
20 19화, 재회(3) 16.11.15 246 0 10쪽
19 18화, 재회 (2) 16.11.14 15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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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늑대인간 16.11.11 186 1 7쪽
16 15화, 현실부정 16.11.10 230 1 7쪽
15 14화, 인간이여, 감정을 죽여라 16.11.09 288 1 7쪽
14 13화, 2명과 2명 16.11.08 368 1 8쪽
13 12화, 심연을 뚫고 16.11.07 226 1 10쪽
12 11화, 선택은 주관의 연속 16.11.05 340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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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첫 번째 악몽 (2) 16.11.03 290 1 8쪽
9 8화 16.11.02 177 2 9쪽
8 7화, '시련'속의 악몽 +2 16.11.01 286 2 8쪽
7 6화, 도피(逃避) 16.10.25 159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8 3 8쪽
»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7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2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1 프롤로그, 의미불명 +2 16.10.06 448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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