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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703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6.11.07 16:00
조회
225
추천
1
글자
10쪽

12화, 심연을 뚫고

DUMMY

"......이 곳에는 어떻게 들어온거야?!"



목이 말라 비틀어져 부숴질 지경이였지만, 이 상황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어째서 이 곳에 있는 건지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고맙다는 말은 됐어! 일단 이 곳부터 빠져나가자!"


"아니! 내 말은! 크헉?!"



내 말을 못 알아들은 미케가 갑자기 왼 손으로 내 손목을 꽈악하고 잡았다. 우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러 군데 금이 갔던 손목뼈들이 뽀드득거리며 가루로 갈리는 소리가 났다.



"끄아아아아악ㅡ?!!!"


"혀 깨물지 않게 조심하고! 자, 간다!"



미케는 허공을 밟더니, 그대로 발에 추진기가 달린 듯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크윽...... 웃기지 마라!"



뒷편에서 날아갔던 형체가 분노에 일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체의 주변으로 붉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하며, 바람에 쓸려나가듯 커다란 크기로 퍼져나와 나와 미케를 쫒아오기 시작했다. 그 안개는 곧 손과 같은 형상을 취하더니, 그대로 우리를 휘어잡으려 했다.



"그 어린 양을, 당장 내게 돌려놓아라ㅡ!!"


"저 형체, 아직 힘이 약한 것 같네......! 알프레드! 절대로 뒤돌아보지마!"



미케는 이를 꽈악 깨물며, 온 힘을 다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 미케가 향하는 곳을 바라보니 저 멀리에서 '흰 빛을 내는 균열'이 어렴풋이 보였다.



"가라아ㅡ!!!!"



그 순간, 미케가 포효와도 같은 기합을 넣더니 나를 갑자기 앞으로 당기고선, 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나를 그 균열 속으로 던져넣었다.



"ㅡ곧 쫒아 갈 테니 기다려!"


"............!!!"



내가 균열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의 시야에서 미케와 붉은 형체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며, 천천히 흰 빛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에게 선택지가 주어졌을 떄, 나는 고민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택지'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고, 얼마나 고통받을 수 있는 지 깨달았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이지선다'의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어느 쪽도 고를 수 없어 그저 '편하게 죽을 수 있다면' 이라고 생각했었다.


ㅡ미케가 오기 전 까지는.



"......"



어째서 그녀가 날 도와줬는지 아직 이해를 못하겠다. 그녀가 오고서 말할 일이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그녀에게 몇 번이고 절을 해야할 것 같았다.


어느 한 쪽을 고르든 '큰 것'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자신을 희생해서 나를.......



"누가 희생당했다는 거야?"


"......!!"



어디선가 미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목소리가 난 곳을 찾아보고 있었다.



"정의의 용사는 어디 가지 않는다구, 그보다 어딜 둘러보는거야? 냐아......"



내 왼편에서 숨결이 느껴졌다. 옆을 돌아보니, 미케가 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내 몸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



"일단 치료는 했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붕대를 감아주는 거야. 다 나을 때까지는 그냥 놔둬."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무언가의 감정이 올라오더니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죽을 뻔했던 날 구해준 그녀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나에게 질책하며 천천히 입을 열어 '감사'에 대한 말을 전하려고 했다.



"저, 저기. 고, 고마......"



미케가 입으로 테이프를 뜯어 정성스럽게 팔에 붙여주고는,



"자, 응급처치 완료."



짜악.



"ㅡ?!!!"



테이프를 붙인 부분을 손으로 짜악하고 칠 때 까지는.



"아악!!"



그런데 하필 친 곳이 미케가 손목을 꽈악 쥐었던 곳이라 아팠다. 더럽게 아팠다.



"엄살 심하네......"


"엄살 아니거든?!"



나는 미케의 말에 딴지를 걸며 눈을 깜빡거렸다. 눈이 아린 것을 보니, 눈을 뜬 채 기절해버렸던 것 같았다. 그게 가능한 지 궁금했었는데, 직접 느껴보니 정말 이상했었다.



"으윽......!!"



나도 모르게 눈을 지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눈물이 소금 결정으로 변해 눈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이래서 애들이란, 참 힘들단 말야."


"사돈 남말하지 마, 난 어른이라고."


"그 몸으로 어떻게 설명할건데. 진짜 웃기네."



그 소리를 듣고는 다시 목을 당겨 몸을 바라보았다.


......또 몸이 작아져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나는 '이 모습'이 꿈 속의 모습인 것 같았다. 분명 어른인데 아이 취급당하는건 (절대로 키가 작아서가 아니라)자존심 때문에 정말 싫었다.


그렇지 않아도, 온 몸에는 미라처럼 붕대가 꽁꽁 싸매여있는 모습이었다. 대체 얼마나 다친걸까......



"냐아. 어쨌든 몸은 괜찮아? 괴로웠을텐데......"



미케의 물음에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한 숨을 쉬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런데, 미케의 손의 감촉이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를 감싼 듯한 까칠함. 자세히 보니, 미케의 오른손에 붕대가 칭칭 감겨져있었다. 소매때문에 어디까지 이어진지 모르겠지만, 한 팔을 완전히 감싼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 팔은 뭐야?"


"냐아, 몰라도 돼."



방금 만 것 같은 깨끗함과, 미케의 볼에 붙어있는 반창고를 보니 아무래도 '그 형체'와 싸운 모양이었다.



"......"



이 어린 아이에게 이렇게 많은 은혜를 입어도 되는 걸까. 왠지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자, 치료도 해줬겠다, 이제 질문시간을 가져볼까?"


"어, 뜬금없이?"


"뭐가 뜬금없다는 거야. 물론 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 하겠지만 난 지금 어린 아이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네 대답이 참 궁금하거든? 그 때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그러고 보니 미케는 나에게 물어볼 것이 많을 것이다.



"줄자 가지러 갔더니 어느 순간 뿅하고 사라졌더라고? 일단 그것에 대해서랑......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지."



순간 심장이 철렁해졌다. 도망치려 해도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치료된 것이 아니라서 하지 못했다. 미케가 천천히 얼굴을 들이대며 압박을 주었다.



"말해주지 않으면 참 곤란한데 말야."



미케의 까칠한 고양이 혀가 천천히 내 볼을 타고 지나갔다. 이상한 느낌과 함께 잔상처들이 쓰려왔다.


역시 회유는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한 번 피하면 계속 다른 것으로 덮어야하기 때문이었다.



"......"


"......"



둘 사이의 침묵이 이루어졌다. 미케는 눈을 깜빡이며 한 숨을 쉬고선 의자에 등을 붙여앉았다.



"냐아, 뭐. 지금은 많이 혼란스러울 거니까 이해는 할 수 있어."



갑자기 미케가 내게서 얼굴을 치우며 어디선가 의자를 가져오더니 다리를 꼰 채로 앉았다.



"나보다는 네가 말할 것이 많아 보이니까ㅡ"



첫 만남에도 느꼈었지만, 어려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정신적으로는 매우 성숙했다. 마치 할머니가 어린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듯,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뭐든 물어봐. 나에게 말이지?"


"......"



'이 곳은 대체 어디야?', '네 정체가 뭐야?',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았어?', '왜 날 돕는 거야?'


여러가지 말풍선이 떠오르지만, 어느 것을 먼저 물어봐야 할지 고민되었다. 설령 잘못 질문했다가 추궁당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미케는 대답을 하지 않는 나를 답답하게 여기며 미간이 찌푸려지며 인상을 썼다.



"냐아, 기회를 줬잖아? 뭐든 물어보라구...... 편하게!"


"편하......게?"


"그래, 고양이가 편하게 햇살 속에서 기지개 펴는 것 처럼 말야!"



미케는 자신의 가슴을 쾅쾅 치며 답답해했다. 칠 곳이 있으면 말이다.



"......그럼 말할게."


"그래, 뭐든지."


"네 '진짜 이름',"


"뭐......?"


"'미케'라는 이름 말고, 진짜 이름이 뭔지 알려줘."



미케는 김이 팍 샌듯, 귀가 추욱 쳐지며 꼬리를 돌돌 말고 있었다.



"냐아, 왜 갑자기 그런걸 물어보는지 이유를 말해줄래?"


"서로 통성명."


"그게 이유야?"


"응. 솔직히 말해서 날 도와준 은인인데 진짜 이름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을까?"



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미케를 바라보았다.



"......기분 나쁘네."


"대체 어디가?!"


"뭐, 됐어."



미케는 손목에 턱을 괴며 말했다.



"미케일라 미쉘이야."


"미케일라 미쉘......"



나는 미케가 말한 '본명'을 다시 한번 읆조렸다.



"그래도, 미케라고 불러."


"어, 왜? 미쉘이라고는 안돼?"


"애칭으로 불러 애칭으로!"



소리를 버럭 지르는 미케. 어째선지 그녀에게서 그립고도 익숙한 느낌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잠깐이라도 '평화'를 즐기고 싶었다.


그래, 잠깐이라도......



"그래, 그럼 이제부터 잘 부탁할게. 미케."



나는 붕대가 감겨있는 왼 손을 미케에게 뻗으며 부들거리는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아무튼...... 나, 나야말로......."



덜덜 떨리는 내 손을 미케가 맞잡아주어 악수를 하였다.


왠지 모르게 오랜 인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이렇게, 나와 미케의 두 번째 만남이 되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내일도! 전 글을 씁니다.

아이고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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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최종화, 눈을 감고서 +2 17.03.28 153 1 8쪽
66 종막, '세계' (8) +2 17.03.27 133 1 9쪽
65 종막, '세계' (7) +2 17.03.25 1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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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종막, '세계' (5) +2 17.03.23 131 1 8쪽
62 종막, '세계' (4) +2 17.03.22 12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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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종막, '세계' (2) +2 17.03.20 155 1 8쪽
59 종막, '세계' (1) +2 17.03.18 7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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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외전, 그녀의 과거(하편)(1/2) +2 17.03.16 222 1 8쪽
56 외전, 그녀의 과거(중하편) +2 17.03.15 106 1 8쪽
55 외전, 그녀의 과거(중상편) +2 17.03.14 161 1 7쪽
54 외전, 그녀의 과거(상편) +2 17.03.13 117 1 8쪽
53 50화, 이미 끝나버린 공연. +2 17.03.11 105 1 8쪽
52 49화, 되살아나는 감정 +2 17.03.10 129 1 8쪽
51 48화, 혼돈, 파괴 그리고...... +2 17.03.09 108 1 7쪽
50 47화, +2 17.03.08 135 1 9쪽
49 46화, 연극 <파우스트> +2 17.03.07 18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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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3화 +2 17.03.03 124 1 7쪽
45 42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2) +2 17.03.02 250 1 7쪽
44 41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1) +2 17.03.01 152 1 7쪽
43 40화, 선택 17.02.06 183 0 7쪽
42 39화, 나와 나 17.01.27 213 0 11쪽
41 38화, 호의 17.01.18 19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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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0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알프레드 16.11.29 172 0 7쪽
31 29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사이드(1) 16.11.28 248 0 8쪽
30 외전, 그녀는 지금 16.11.26 132 0 8쪽
29 28화, 서로의 다짐 16.11.25 214 0 7쪽
28 27화, 그녀들의 마음(2) 16.11.24 216 0 8쪽
27 26화, 그녀들의 마음(1) 16.11.23 153 0 7쪽
26 25화, 다시 시작된 악몽(2) 16.11.22 13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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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잠깐은 평화를 16.11.19 16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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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타불라 라사 16.11.17 157 0 8쪽
21 20화, 이너 사이드 16.11.16 190 0 7쪽
20 19화, 재회(3) 16.11.15 245 0 10쪽
19 18화, 재회 (2) 16.11.14 158 0 8쪽
18 17화, 재회 +2 16.11.12 212 1 7쪽
17 16화, 늑대인간 16.11.11 185 1 7쪽
16 15화, 현실부정 16.11.10 229 1 7쪽
15 14화, 인간이여, 감정을 죽여라 16.11.09 288 1 7쪽
14 13화, 2명과 2명 16.11.08 367 1 8쪽
» 12화, 심연을 뚫고 16.11.07 225 1 10쪽
12 11화, 선택은 주관의 연속 16.11.05 339 1 16쪽
11 10화, 현실......? 16.11.04 282 1 9쪽
10 9화, 첫 번째 악몽 (2) 16.11.03 290 1 8쪽
9 8화 16.11.02 177 2 9쪽
8 7화, '시련'속의 악몽 +2 16.11.01 286 2 8쪽
7 6화, 도피(逃避) 16.10.25 158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8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2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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