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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699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6.10.08 17:50
조회
201
추천
4
글자
8쪽

3화, 조건

DUMMY

"......조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물어보았다.


예상하고는 있었다. 나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한 개의 <조건>을 걸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만 상대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던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의문의 소녀. 무엇을 바라는 지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처음 만난 애가 원할만한 물건을 아는 것도 어렵지만, 이 여자애의 미소에서 의미심장한 것을 느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천천히 내 어깨를 타며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왼쪽 검지 손가락을 올려 '1'이라는 것을 표현하며 <조건>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그래, 내가 원하는 걸 한 가지 들어주면 네가 들었던 소원을 취소해줄게!"



제안이 아니라 협박 수준이었다.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치가 떨렸다. 선택지는 단 하나, 그녀의 '조건'을 수행하는 것 뿐이었다. 나는 그러한 생각을 마음에 품으며 일단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일단 말을 툭 하고 내뱉어보았다.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우응......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니까 조금 막막한걸. 너에게 시킬 수 있을 건 많은 것 같은데, 이걸 고를까, 저걸 고를까...... 그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는 느낌?"


"......"



악취미, 그녀는 그 한 가지의 <조건>을 가지고 나를 마구 가져다 놀고 있었다. 요리사가 재료를 가지고 무슨 조리법으로 지지고 볶을지 생각 중인 것만 같았다.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정해! 날 가지고 뭘 하든! 뭘 시키든! 제발 좀 정하란 말야!"



그래서 그녀에게 그대로 내 생각, 답답함을 그대로 표출해버렸다.


그러자 곧 유메는 뾰족한 모자에 가려졌던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째려보더니, 그대로 허공에 무언가를 움켜잡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숨이 턱하고 막히면서 호흡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커....커억...?!"


"......하아, 널 위해서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그냥 좀 가만히 닥치고 있어서 그대로 흘러갔으면 이런 머리 아픈 짓도 안하고, 얼마나 좋아?"



조금씩 흐려지는 시야에서, 잠깐동안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비추어졌다. 그 모습은 첫 만남 당시, 중구난방스러운 입방정을 가지고 있던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악랄함'. 그 눈을 보는 순간 내 몸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듯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언가, 수많은 감정들이 나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



침묵.



"아앙ㅡ? 이번엔 뭐야. 그런다고 진짜 입 다무는거야? 뭐어, 그래. 그러는 편이 나아."



유메는 킥킥거리면서 끌어오는 듯한 동작을 취하더니, 목이 잡힌 채 그대로 그녀의 손으로 끌려오며 턱이 잡힌다. 내 얼굴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일그러졌다. 그런 나의 얼굴을 그대로 그녀의 얼굴과 맞닿아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끌어오더니, 그대로 붉게 반사된 눈빛과 함께, 그녀는 입을 열었다.



"너, 내 수하가 되라."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히는 도중에도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예?"



방금까지만 해도 죽일 듯이 위협한 애가 누군데, 수하가 되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갑작스레 일어난 그녀의 폭탄발언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꼬아서 말하자면, 경이로운 힘을 가진 '마법사 님'께서, 왜 처음부터 나에게. 그것도 친히 이렇게 얼굴까지 마주대고.



"뭐, 네가 말했잖아. 조건만 내바치면 뭐든 Ok. 뭐, 억지로 축약한 것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녀는 잡고있었던 내 목을 놓아주며, 그대로 애꿎은 나를 침대에 내팽겨쳐버렸다.


탄력좋은 매트리스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공이 된 기분이라 자존심에 상처가 갔다. 그러든 말든 그녀는 자신의 눈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너는 이제 '10초간 눈을 감는다'라는 행동으로 내가 있는 세계로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어."



입꼬리가 찢어질 듯 벌어지며 큭큭 웃어대는 것이, 마치 정말 '미친 것만' 같았다. 유메는 실실거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뭐, 이미 만난 순간부터 그렇게 되는 것이지만 말야. 키키키......."


"......그렇게 된다니? 이해를 전혀 못하겠어."


"아앙ㅡ? 그렇게 얘기해줘도 못 알아 처먹은 거야?"



두 문장밖에 이야기 안했으면서, 내가 이 세계에 대해 알기라도 하냐, 아오 이게 진짜. 등등 수많은 욕과 짜증이 밀어닥치면서 입에 있던 댐이 지금 한 순간 흔들렸지만 겨우 버텨내었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왔다. 마치 두 맹수가 서로 싸우려다 한 맹수가 위협싸움에서 졌을때의 그 행동처럼 지금은 그녀에게 대들수도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유메는 곧 땅이 꺼지듯 한 숨을 내쉬며 엄지로 검지를 잡더니 그대로 고리모양을 만들어내고는 내 이마에 조준하더니,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ㅡ따악.



"&#@&%ㅡ!??!?!?!"



아프다. 더럽게 아프다. 그저 손가락을 튕긴 것에 맞았을 뿐인데. 맞은 곳에서 크레이터가 일었나 착각할 정도로 강하게 맞아 뒤로 자빠지며 이마를 마구 비비면서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러댔었다.



"역시, 답답한 놈이야. 두 번 말하기 귀찮으니, 메뉴얼 식으로 설명해줄게."


"[10초간 눈을 감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을 때] 너, 알프레드 클라우드는 '자각몽'을 꾸게 된다. 다만 이제 잘 때마다 꾸는 꿈들은 전부 너 혼자만의 꿈이 아니며 또한 그런 꿈을 꿀 수 없다...... 이제 이해 됐어?"



해괴한 설명이긴 했지만, 맞은 것 덕분에 머리가 상쾌해져 대충은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그럼 나 혼자만의 꿈을 꾸지 못하면, 도대체 어느 꿈을 꾸게 되는거야?"


"그건 직접 알아봐."



심플하다. 너무나도 심플한 답이었다.


그 때, 그녀가 무언가를 덧붙이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악몽의 근원을 없애고, '검은 조각'을 나에게 가져와."


"검은 조각?"


"그 사람의 스트레스, 힘겨운 기억, 부정적인 감정이 모두 들어있는 집합체ㅡ. 그걸 회수해오는 것이 나의 수하, 네가 할 일이야. 인시드."


"......인시드?"



나는 자신을 칭하는 것 같은 이상한 칭호를 중얼거리다, 그녀가 키킥대고 웃어대며 말을 이어갔다.



"키키키. 그래, 좋은 이름이지? 이제부터 나는 널 인시드라고 부를거야."



얼토당토 않은 별명으로 나를 불러대며 놀리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완벽한 악취미였다. 유메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둘둘 말다 푸는 동작을 반복하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럼, 오늘 밤인 '첫 날밤'에 다시 만나자구. 인시드."



유메는 그 말을 끝마치자, 그녀의 형체는 천천히 모래사장에 드리워진 하얀 안개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아무도 없는 해변 안에 남은 것은 나 혼자였다.


그렇게, 천천히 두 손을 머리맡에 갖다 대더니, 그대로 자신이 쓰고 있던 수면 안대를 벗으며 눈을 조금씩 떠보았다.


ㅡ찌르륵.


청명한 새소리와 함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전깃줄에 있는 참새들이 각자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슬쩍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오전 8시 20분.



어느새 해가 뜨지 않은 황혼을 지나 이미 아침이 된 것이었다.



"......제기랄."



나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전혀 상쾌하지 않은 일요일 아침을 반겼다.


작가의말

보는 순간 묻지마 계약에 주의하세요.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억 하며....


죄송합니다. 4편을 기대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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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고스테일
    작성일
    16.12.24 22:39
    No. 1

    알프레드는 반드시 하인이 되는 마의 이름이로군요ㅠ
    그래도 유메의 하인이라니까 그나마 즐거울듯합니다. 근육질의 마초남 하인보단 낫죠 뭐...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사칙연산
    작성일
    16.12.25 15:17
    No. 2

    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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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38화, 호의 17.01.18 192 0 7쪽
40 37화, '허무' 17.01.12 145 0 8쪽
39 36화, 악마와 늑대 17.01.06 11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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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그녀들의 마음(2) 16.11.24 215 0 8쪽
27 26화, 그녀들의 마음(1) 16.11.23 153 0 7쪽
26 25화, 다시 시작된 악몽(2) 16.11.22 13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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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도피(逃避) 16.10.25 158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7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 3화, 조건 +2 16.10.08 202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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