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아직 전기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았을 시절, 어느 마을의 한 이름 모를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시간이 날 때 마다 짚이 잔뜩 쌓여있는 마구간 안에서 짚을 침대 삼아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빛이 나고, 새들은 지저귀고, 바람에 나뭇잎들이 노래를 부르는듯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있었다. 얼마 후, 그의 형이 기지개를 펴며 집 밖으로 나와 괭이를 들고 밭을 향하는 것도 보였다. 왠지 모를 권태감에 눈꺼풀이 슬슬 무거워지며 하품을 흘러보냈다.
"기분 좋은 햇살...... 오늘은 일 해야 하지만 저 해가 가만두지 않는걸."
소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들어 하늘에 원을 그려보았다.
"그럼 조금만 잘까...... 형이 깨워주겠지."
소년은 그렇게 마구간 안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
"......어?"
눈을 뜨고서 한 첫 마디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낡은 판자 집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기가 다른 것을 보니 아무래도 또 다른 곳으로 온 것 같았다.
이번에는 또 유메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내가 있는 곳이 '꿈'인가, '현실'인가. 수많은 의문이 풀릴 생각을 하지 않고 난폭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일단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다 휘청이며 쓰러져버렸다.
"......윽."
마치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시야가 어지럽게 물결치고 있었다.
어지럼증에 손으로 머리를 감싸다, 등 뒤에 무언가 까칠거리는 느낌이 났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니, 그 곳에는 짚이 잔뜩 쌓여있었고, 내가 일어난 자리에 움푹 파여있었다.
머릿속이 조금 잠잠해지니 슬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 곳이 어디인지 알기 위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
급조한 듯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 같은 지붕과, 푸르르거리며 말이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쌓여있는 짚과 주변에는 밭으로 가득했다.
"여긴 마구간이네."
다음으로 마구간 뒤를 살펴보았다. 저 멀리 산이 보이는 곳 까지 쭈욱 나와있는 평지, 가까운 곳에는 작은 집과 창고가 있었다.
"시골인가?"
하지만, 요즘 시골이라 하기에는 너무 옛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에 잠긴 사이.
툭.
"아야."
하늘 위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 머리를 박고선 땅으로 떨어졌다. 대체 무엇이 떨어졌나 싶어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그 곳에는 '검은 노트'가 하나 놓여있었다.
"노트? 이게 왜......"
나는 의문을 품으며 그 노트를 한 손으로 짚는 순간.
"ㅡㅡㅡㅡ?!!!!"
빠직거리며 검은 전기 같은 것이 튀어 찌릿거리는 느낌에 재빨리 그 노트에서 손을 떼었다. 그 노트는 바닥에 툭 떨어지면서 펼쳐지며, 눈이 부실정도로 강한 빛을 내었다.
"크윽......!!"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 고개를 돌렸으며, 빛이 잠잠해질 때도 아직 눈이 부셔 눈가를 손으로 비볐다.
"깜짝 놀랐네."
아직도 손이 덜덜 떨렸지만, 이제 끝났다는 생각과 함께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그 노트를 바라보았다. 앞면에는 뭔가 '책 이름' 같은 것이 쓰여있었다.
「늑대인간」
그 노트는 바람에 의해 핑크빛이 바랜 표지가 펄럭거리고 있었다. 이 꿈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라는 마음으로 무릎을 쭈그려 앉아 노트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노트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고, 만지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런 책은 아무리 과학과 대입해보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때, 문득 누군가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중얼거렸다.
"이런 짓을 할 만한 애는 한 사람 밖에 없지."
ㅡ유메, 그 망할 고깔모자. 이런 걸 보여줘서 뭘 하려고.
그 때, 노트가 나에게 끌어당겨지는 듯 날아와 생물인 것 마냥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노트? 살아 움직이잖아?!"
그 노트는 촤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페이지를 넘기다 첫 장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노트는 나에게 아앙을 떠는 듯 자신의 페이지를 촤르륵거리며 (나름대로) 애교를 펼치고 있었다.
"......나보고 널 읽어달라고?"
책이 날아온 것도 신기했지만, 책이 스스로 읽으라고 권하다니. 이것도 이것대로 말세였다. 책이 끄덕거리는 듯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댔다.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읽으란 거야."
첫 장에 쓰여져 있는 것은 글씨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는 문자가 쓰여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노트에서 은은한 기운이 감돌더니 문자가 빛을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첫 장의 문자가 노란 빛을 내며 떼어지고, 고쳐지고, 조립되는 것이 반복되면서. 이내 내가 현실에서 쓰던 글자로 번역되어 글이 다시 쓰여졌다.
"......알았다 알았어. 노트인데 참 가지가지 한다."
나는 한숨을 쉬며 노트의 첫 장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 어느 옛날에. 보름달이 되면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인간이 있었습니다. 그 늑대인간은 원래 인간이였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한 상업을 하고 있었던 인간이였죠. 어느 날, 그 남자는 자신이 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했던 사업이 시대의 흐름이 바뀌어 가치가 떨어지자 그대로 망해버려 도산 될 위기에 처해버렸습니다,』
"뭐야, 옛날 이야기 치고 너무 현실적인 것 같은데."
나는 첫 글자를 보았을 떄, 그저 옛날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꽤나 현실적이었다. 이런 걸 쓴 사람이 누굴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남자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내 평생을 바쳐온 사업이었는데......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그렇게 한탄하며 후회하고 있는 사이, 그의 상회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잠겨있던 문을 열어 문을 두드린 누군가를 환영해주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붉은 말 상회입니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주름기가 가득하고 연륜이 깊어보이는 인상을 하고 있는 어느 한 노파였습니다.
"물건을 조금 보러 왔는데......"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먼저 안으로 들어오시죠!"
남자는 손님을 과하다 해도 좋을 만큼 과장스럽게 움직이며 노파를 안으로 모셨습니다.
"......흐음."
노파는 그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들어봐 천천히 살피더니 내려놓고서는 입을 열었습니다.
"이것들, 전부 사겠네."
그 말을 듣자 그 남자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몸을 떨었습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정말이구 말구,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네."
"가, 감사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자네가 내 말에 따라준다면...... 말일세."
"따...... 따르라니, 대체 무엇을?"
"뭐, 간단한 일이네. 내 일에 하루만 동참해주게나."
콜록거리는 노파를 보며 남자는 한 켠에 의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일생 일대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정말 바보같다는 짓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습니다.
"좋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아아, 그 전에. 무엇이든 할 자신은 있나?"
평소의 그라면 한 번쯤은 넘어가야할 문제였지만, 눈 앞에 거금이 보이는데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네. 저는......"......(글이 끊겨져 있다.)』
"뭐, 뭐야. 이건 미라네 엄마가 말해주는 그런 동심이 가득한 이야기가 아니잖아. 게다가......"
나는 노트를 한 장 넘겨보았다. 하지만 그 곳에는 빈 '백지'만 남아있었다.
"글도 끊겨있고 말야...... 대체 이런걸 나에게 왜 보여주는 거야? 유메가 나에게 주는 지령 같은 건가?"
나는 중얼거리면서 노트를 덮었다. 그러더니 그 노트는 마치 자신이 새가 된 것 처럼 갑작스럽게 푸드덕거리며 내 손을 떠나갔다.
"ㅡ?!"
그리고서는 한번 크게 날갯짓을 하더니 그대로 하늘 위로 높이 날아가버렸다.
"야, 야! 잠깐만 기다려!!"
깜짝 놀라 재빨리 노트를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이미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유메...... 대체 나보고 뭘 하란거야!!!"
ㅡ8화, 첫 번째 악몽. 식인귀들의 사정.
- 작가의말
노트는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등장해야 제 맛이죠. (데x노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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