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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683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6.11.18 23:50
조회
248
추천
0
글자
7쪽

22화, 늑대, 「현실」

DUMMY

"......"



그가 눈썹을 찡그렸다.



"무슨 의미야?"



클클거리며 웃었던 얼굴이 어느새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나를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너와 나는 '같은 사람'. 그러니까 너도, 나도 똑같은 알프레드라는 거야."


"하, 하하......"



그는 내 대답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하하......."



뭐라 할 대꾸도 없이,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헛웃음은 곧 폭소로 변하며, 그의 웃음소리가 화장실을 채워가며 마구 울려대었다.



"하아...... 그랬다는 거지?"



그는 너무 웃어 숨이 찼는지 헐떡이다가 한 숨을 쉬고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뭐 좋아, 알프레드. 인정해야할 것은 인정해야겠지."


"......"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그.



"네 말대로야."


"......!"



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희노애락이 뒤섞인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질문했다.



"그, 그렇다면...... 대체 왜 날 죽인거야?"


"음,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사정이 있어."


"'사정'? 네 사정때문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올라 목소리가 올라왔다.



"일단 진정 좀 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대체 뭐야, 뭐냐고! 네가 정말 '나'라면......!"


"「현실」로 돌아가고 싶었겠지."



<나>니까 <나>에 대해 안다.


그런 뉘앙스가 풍겨저나오는 말투였다.



"현실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뭐......?"


"극단적으로, 혹은 우발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아냐...... 아냐......!"


"아니, 이 말이 맞아, 나는 「현실」을 알고 싶어서 너를 죽였던 거야."


"그딴 개소리를 누구보고 믿으라는거야!!"



-콰앙.



나는 오른 주먹을 그를 향해 내질렀다. 주먹은 그를 비추고 있는 거울에 부딪히면서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면대 아래로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주먹은 살갖이 찢어져 깨진 유리창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숨이 가빠지고, 뇌수가 끓는 것처럼 머리가 뜨거워져왔다.


내가, 나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녀석은 혼란스러운 나에게 계속 이야기를 걸어왔다.



"네가 그러지 않았어도, 내가 했어."



그러면서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바뀌면서 나를 떠보는 듯 말을 걸어왔다.



"그래도, 그 덕분에 너도 「현실」구경은 했잖아?"


"닥쳐......"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고, 평화로운 가정에, 평범하게 일을 했었잖아?"


"닥치라고......"


"아아, 그런데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버리고 말았지."


"닥치라고 했잖아!!"



나는 결국 대성통곡했다.


따뜻한 눈물이 내 눈에서 뚝뚝거리며 떨어졌다.



"네가 알고 싶어 했잖아? 널 죽인 이유."


"......"


"이 정도 까지 알았으면 내가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있잖아?"



깨진 유리조각 속에서, 그의 얼굴이 여러 방면으로 비추어졌다. 수많은 시야가 나를 향해 꽃혀왔다.



"허,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네."



계속되는 그의 압박에 나는 결국 넋을 잃고 말았다.






-미케-



"냐아......"



나는 손을 툭툭 털며 주변을 둘러보았어. 희었던 내 방이 종이 태워지듯 그을음과 타는 냄새가 가득했어.



"......"



나는 쓰러져있는 유메를 바라보았어. 일단은 재워(?)놓긴 했지만, 감히 내 방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사람 하나 잡아가려고 물불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꼴이란......


쓰러져있는 유메를 제대로 눕혔어. 아까부터 '그 녀석'의 냄새가 저 애에게서 풀풀 풍겨져 나와 이상하다고 여겼어.


물론 나쁜 짓인 건 알고 있지만, 유메의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냄새의 근원을 찾아내려 했어.



"찾았다."



유메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던 것은 다름 아닌 작은 자루였어.



"킁킁......"



일단, '그 녀석'의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보려 자루의 냄새를 맡아보았어.



"크으......!"



냄새를 맡자마자 진하게 풍겨져나오는 '기분 나쁜 냄새'. 분명 '그 녀석'의 것이었어. 나는 그 냄새를 맡자마자 탄성을 내면서 코를 콰악하고 막았어.



"그래도 일단, 무엇이 들어있는 지는 알아야겠지."



조심스럽게 자루의 끝에 묶여있는 매듭을 풀었어. 그러자 자루가 힘없이 풀리며 자루 안에 있었던 물건의 정체가 드러났어.



"뭐...... 뭐야, 이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자루 속에 들어있던 물건을 바라보았어.



"까만데...... 엄청 까매. 그것보다, 안 좋은 느낌을 자꾸 풍기는데...... 뭔가 보석같기도 하고...... 냐야, 안되겠어...... 냄새가 너무 심해......"



냄새때문에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이상한 기운을 풍기는 조각 같은 것을 다시 자루에 담아 매듭을 지어 원래상태로 만들어놓았어.



"유메라는 애...... 대체 뭘 하고 다니길래, '그 녀석'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팔짱을 끼면서 생각해보았어.


......



"아우, 모르겠다."



한 숨을 쉬며 손에 들고 있던 자루를 바라보았어.



"이걸 어떻게 한다......"



가지고 가기에는 딱히 놓을 곳이 없고, 이상한 느낌이 들고, 냄새도 무척 심했어.


알프레드라면 어떻게 할까. 분명 그라면 가지고 가겠지?


......잠깐.



"맞다! 알프레드!"



싸우다보니, 먼저 내려보냈던 알프레드가 생각나지 않았었어.



"으냐아...... 일단 이건 여기다 두고 가야겠다......"



냄새나는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구멍이 뻥뻥 뚫린 문을 향해 달려갔어.


일단 알프레드를 만나면 제대로 사과해야겠네......








-알프레드-



......나는 지금까지 무얼 위해 달려온거야?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말들 중 하나가 나에게 질문해왔다.


무엇을 위해 달려왔냐고 묻는다면, 나는 금방이라고 답을 해줄 수 있다.



'그런 건 없어.'



누가 들으면 황당한 답안이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럼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는 뭔데?'


나는 그런 질문에 대해서,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평범하게', 사회의 톱니바퀴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뭔가를 하고 뿌듯하게 느꼈던 적은 '계획에 대한 성공'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그랬던 나였는데......



"야, 너 설마 죽었냐?"



잠깐동안 넋을 잃었던 나를 바라보면서 걱정하는 저 녀석은 나와 완전히 달랐다.


태도, 행동, 가치관, 말투. 모든 면에서 상반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목적'만큼은 완전히 동일했다.



"......안죽었어."



ㅡ「현실」로의 복귀를.



"그리고, 이제야 모든 걸 알게 되었어."



ㅡ모순된 세계에서의 탈출을.



"이제 되돌릴 수 없으니까."



나는 이제 예사로운 인생에서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좋아, 좋은 마음가짐이야."



깨진 거울 속에서 '늑대'는 미소를 지으며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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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최종화, 눈을 감고서 +2 17.03.28 152 1 8쪽
66 종막, '세계' (8) +2 17.03.27 133 1 9쪽
65 종막, '세계' (7) +2 17.03.25 122 1 7쪽
64 종막, '세계' (6) +2 17.03.24 103 1 7쪽
63 종막, '세계' (5) +2 17.03.23 131 1 8쪽
62 종막, '세계' (4) +2 17.03.22 124 1 9쪽
61 종막, '세계' (3) +2 17.03.21 126 1 10쪽
60 종막, '세계' (2) +2 17.03.20 155 1 8쪽
59 종막, '세계' (1) +2 17.03.18 7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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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외전, 그녀의 과거(하편)(1/2) +2 17.03.16 222 1 8쪽
56 외전, 그녀의 과거(중하편) +2 17.03.15 106 1 8쪽
55 외전, 그녀의 과거(중상편) +2 17.03.14 161 1 7쪽
54 외전, 그녀의 과거(상편) +2 17.03.13 117 1 8쪽
53 50화, 이미 끝나버린 공연. +2 17.03.11 104 1 8쪽
52 49화, 되살아나는 감정 +2 17.03.10 129 1 8쪽
51 48화, 혼돈, 파괴 그리고...... +2 17.03.09 108 1 7쪽
50 47화, +2 17.03.08 134 1 9쪽
49 46화, 연극 <파우스트> +2 17.03.07 183 1 8쪽
48 45화, 세 번째 +2 17.03.06 213 1 7쪽
47 44화, 탐욕 +2 17.03.04 125 1 9쪽
46 43화 +2 17.03.03 12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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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1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1) +2 17.03.01 152 1 7쪽
43 40화, 선택 17.02.06 183 0 7쪽
42 39화, 나와 나 17.01.27 213 0 11쪽
41 38화, 호의 17.01.18 191 0 7쪽
40 37화, '허무' 17.01.12 144 0 8쪽
39 36화, 악마와 늑대 17.01.06 11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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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4화, 준비 (2) 16.12.17 443 0 7쪽
36 33화, 준비 (1) 16.12.15 208 0 7쪽
35 32화, 고백(Go, Back) 16.12.12 216 0 7쪽
34 32화, 유메의 무대<더 스테이지> 16.12.03 201 0 7쪽
33 31화, 착각과 오해 - 알프레드 사이드 16.11.30 200 0 7쪽
32 30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알프레드 16.11.29 172 0 7쪽
31 29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사이드(1) 16.11.28 248 0 8쪽
30 외전, 그녀는 지금 16.11.26 13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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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이너 사이드 16.11.16 189 0 7쪽
20 19화, 재회(3) 16.11.15 245 0 10쪽
19 18화, 재회 (2) 16.11.14 158 0 8쪽
18 17화, 재회 +2 16.11.12 211 1 7쪽
17 16화, 늑대인간 16.11.11 185 1 7쪽
16 15화, 현실부정 16.11.10 229 1 7쪽
15 14화, 인간이여, 감정을 죽여라 16.11.09 288 1 7쪽
14 13화, 2명과 2명 16.11.08 367 1 8쪽
13 12화, 심연을 뚫고 16.11.07 225 1 10쪽
12 11화, 선택은 주관의 연속 16.11.05 339 1 16쪽
11 10화, 현실......? 16.11.04 282 1 9쪽
10 9화, 첫 번째 악몽 (2) 16.11.03 289 1 8쪽
9 8화 16.11.02 176 2 9쪽
8 7화, '시련'속의 악몽 +2 16.11.01 286 2 8쪽
7 6화, 도피(逃避) 16.10.25 158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7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1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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