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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690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6.11.16 22:34
조회
189
추천
0
글자
7쪽

20화, 이너 사이드

DUMMY




-알프레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가 내 옆에 누워있는 듯 숨결이 느껴졌다.



"......"



눈을 떠 옆을 돌아보니, 미라가 내 왼팔을 베개삼아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미......라?"



잠에서 방금 깨어나 목이 잠겨있어 그륵거리는 가래끓는 소리가 같이 나왔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가 내 옆에 누워있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니 새카만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 기다려보니 주변에 있던 형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며 나에게 가장 익숙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 방 안에서 미라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돌아온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안심하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내가 현실로 돌아온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 잠이 덜 깬 것인지 눈꺼풀이 무거웠으며, 언제라도 곧 잠에 들 것만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다시 잠에 들었겠지만, 지금은 왠지 '잠을 자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두어번 정도 현실과 꿈을 경험해보니 깨달은 점이 있었다. '눈을 감으면'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꿈을 돌아다닌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꿈에 나오는 '꿈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이 때, 나는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영향을 받으면,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내 몸에 반영이 되는 것 같았다.


'마음과 형체가 구별없이 하나로 일치된 상태'라고 할까?


처음에 꿈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 곳이 꿈이라면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때. 나는 그것들을 '거짓' 또는 '허상'이라고 믿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꿈이라고 해도 '그게 꿈이야?'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실감이 났었다.


그 이후, 처음 받은 '느낌'을 기억한 내 몸은, '트라우마'라는 거부반응을 만들어내면서 지금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쯥...... 으윽, 팔저려."



몇 시간동안 머리에 깔려 있었으면 어깻죽지부터 손끝까지 저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오른팔로 미라의 머리를 들어올려, 재빠르게 왼 팔을 뺀 뒤에 대신 내가 베고 있었던 베개를 베어주었다.



"......이래두면 되겠지?"



나는 유유히 침대에서 나와 화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유난히 창 밖에 시선이 가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가로등의 인공적인 빛이 달빛대신 방 안을 내리쬐고 있었고, 도로에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쉼없이 달리고 있는 차들이 보였다.



"......음."



그렇게 창 밖을 몇 분 바라보다 눈곱 때문인지 눈을 감을 때마다 따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세수라도 해야겠다."



나는 창문을 뒤로한 채, 화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쏴아아.



수도꼭지를 비틀자 냉수가 시원한 소리를 내며 세면대에 쏟아져내렸다.



'......'



거울 앞에 비춘 얼굴은 몇 주 동안 썩어 문드러진 얼굴로 변한 듯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그런 꿈들이나 꾸는데 잠을 잘 잘 수나 있겠어?"



나는 거울을 보면서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냉수를 받아 얼굴을 적셨다.


새면대에 받아진 물이 내 얼굴에 묻어있던 이물질들과 근심을 씻어내며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세면대 앞에 달려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젖은 얼굴에서 물이 턱선을 타고 내려와 뚝뚝 떨어졌다.


이제, 나는 꿈 속에서 정신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되짚어보았다.



'먼저, 나는 미케가 던진 약상자에 맞았었고, 미케는 당황해하면서 나를 도닥여줬지...... 그리고선 갑자기, 방 왼편에서 소리가 들려온 다음......'



유메가 나타나서 나를 잡아가려 했었다.



'나는 유메를 보자마자 미케의 손을 잡고 방 끝에 있는 문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고, 뒤에 있었던 유메는 나를 향해 불덩이를 날렸어.'



그리고선 무의식적으로 미케를 꼭 껴안고는 옆으로 굴러 피했었다.



'결국 방문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면서 미케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했었지.'



하지만, 미케는 유메와 '싸울 것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선 미케가 하는 말이...... '미안해, 알프레드.' 였나? 그리고 그 뒤로는......"



......머릿속에 있던 필름이 끊긴 듯, 그 뒤부터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으윽."



머리에 망치에 맞은 듯한 두통이 지끈거려와 얼굴을 찡그렸다.



"......어라? 잠깐만."



어느 순간 한 줄기의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내 머릿속에 있던 두 가지의 논리가 부딪히며 하나의 로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첫 번째,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내 방에 있었지만, 최근 들어 들어간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두 번째, 지금까지 느껴왔지만, 정신을 잃을 때 마다 간 기억이 없는 곳, 혹은 가는 길을 모르는 곳에서 깨어난다.


두 논리가 마치 톱니바퀴의 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 한 가지의 '의문'이 생성되었다.



"ㅡ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거지?"



-지지직.



갑자기 전등이 미친듯이 점등하면서 화장실 안이 밝고 어두워지는 것을 반복했다.



"......뭐지? 전등이 나갈려고 하나?"



나는 고개를 젖혀 전등을 바라보며 의문을 표현해냈다. 그렇게 몇초간 심하게 깜빡거리더니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화장실을 밝혔다.



"아, 돌아왔다."



나는 내심 안심하며 무심코 세면대를 보는 순간ㅡ.



"......"



거울 앞에 비추어진 모습을 보고서는 나는 곧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은 결코 사람의 형체가 아니었다. 듬성한 회색 털과, 코부분이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 얼굴 구조. 머리 위에 쌍으로 달려있는 동물귀가 이루어진 생명체.


ㅡ늑대인간(Werewolf)이었다.



"으, 으아아!!"



나는 놀란 마음에 급히 뒷걸음을 치다 화장실 문에 부딪히며, 그대로 다리가 풀려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뭐지......?! 내 모습이 왜 늑대인간으로 보이는 거야......?'



나는 공포심에 후들거리는 다리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는 늑대인간이 내 표정을 따라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천천히 거울에 손을 대어보았다. 물때 묻은 유리에서 차가운 느낌이 들며, 내 쪽에서는 '사람의 손'이. 거울 쪽에서는 '늑대의 앞발'이 서로 맞닿고 있었다.



"내가 헛 것을 보는건가......"


"아니ㅡ. 헛 것이 아냐."


"......!!"



거울에 비추어진 늑대인간은 내 행동과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울이 아니라 '창문'인 것 마냥, 독자적으로 내 말에 대해 '말'을 걸어왔다.


늑대는 놀라하는 나를 보고는 곧 표정이 바뀌며, 나의 이름을 말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클라우드 알프레드'."


작가의말

'A state in which mind and form are united with each other.'


'마음과 형체가 구별없이 하나로 일치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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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추가 엔딩, 미쉘 +2 17.03.30 154 1 9쪽
68 에필로그, 별하늘의 꿈 +4 17.03.29 130 1 11쪽
67 최종화, 눈을 감고서 +2 17.03.28 153 1 8쪽
66 종막, '세계' (8) +2 17.03.27 133 1 9쪽
65 종막, '세계' (7) +2 17.03.25 122 1 7쪽
64 종막, '세계' (6) +2 17.03.24 103 1 7쪽
63 종막, '세계' (5) +2 17.03.23 131 1 8쪽
62 종막, '세계' (4) +2 17.03.22 124 1 9쪽
61 종막, '세계' (3) +2 17.03.21 126 1 10쪽
60 종막, '세계' (2) +2 17.03.20 155 1 8쪽
59 종막, '세계' (1) +2 17.03.18 72 1 8쪽
58 외전, 그녀의 과거(하편)(2/2) +2 17.03.17 194 1 9쪽
57 외전, 그녀의 과거(하편)(1/2) +2 17.03.16 222 1 8쪽
56 외전, 그녀의 과거(중하편) +2 17.03.15 106 1 8쪽
55 외전, 그녀의 과거(중상편) +2 17.03.14 161 1 7쪽
54 외전, 그녀의 과거(상편) +2 17.03.13 117 1 8쪽
53 50화, 이미 끝나버린 공연. +2 17.03.11 105 1 8쪽
52 49화, 되살아나는 감정 +2 17.03.10 129 1 8쪽
51 48화, 혼돈, 파괴 그리고...... +2 17.03.09 108 1 7쪽
50 47화, +2 17.03.08 134 1 9쪽
49 46화, 연극 <파우스트> +2 17.03.07 183 1 8쪽
48 45화, 세 번째 +2 17.03.06 214 1 7쪽
47 44화, 탐욕 +2 17.03.04 125 1 9쪽
46 43화 +2 17.03.03 124 1 7쪽
45 42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2) +2 17.03.02 249 1 7쪽
44 41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1) +2 17.03.01 152 1 7쪽
43 40화, 선택 17.02.06 183 0 7쪽
42 39화, 나와 나 17.01.27 213 0 11쪽
41 38화, 호의 17.01.18 191 0 7쪽
40 37화, '허무' 17.01.12 144 0 8쪽
39 36화, 악마와 늑대 17.01.06 113 0 8쪽
38 35화, 준비 (3) 16.12.20 321 0 8쪽
37 34화, 준비 (2) 16.12.17 443 0 7쪽
36 33화, 준비 (1) 16.12.15 208 0 7쪽
35 32화, 고백(Go, Back) 16.12.12 216 0 7쪽
34 32화, 유메의 무대<더 스테이지> 16.12.03 201 0 7쪽
33 31화, 착각과 오해 - 알프레드 사이드 16.11.30 200 0 7쪽
32 30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알프레드 16.11.29 172 0 7쪽
31 29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사이드(1) 16.11.28 248 0 8쪽
30 외전, 그녀는 지금 16.11.26 132 0 8쪽
29 28화, 서로의 다짐 16.11.25 214 0 7쪽
28 27화, 그녀들의 마음(2) 16.11.24 215 0 8쪽
27 26화, 그녀들의 마음(1) 16.11.23 153 0 7쪽
26 25화, 다시 시작된 악몽(2) 16.11.22 134 0 9쪽
25 24화, 다시 시작된 악몽(1) 16.11.21 184 0 7쪽
24 23화, 잠깐은 평화를 16.11.19 160 0 8쪽
23 22화, 늑대, 「현실」 16.11.18 249 0 7쪽
22 21화, 타불라 라사 16.11.17 157 0 8쪽
» 20화, 이너 사이드 16.11.16 190 0 7쪽
20 19화, 재회(3) 16.11.15 245 0 10쪽
19 18화, 재회 (2) 16.11.14 158 0 8쪽
18 17화, 재회 +2 16.11.12 212 1 7쪽
17 16화, 늑대인간 16.11.11 185 1 7쪽
16 15화, 현실부정 16.11.10 229 1 7쪽
15 14화, 인간이여, 감정을 죽여라 16.11.09 288 1 7쪽
14 13화, 2명과 2명 16.11.08 367 1 8쪽
13 12화, 심연을 뚫고 16.11.07 225 1 10쪽
12 11화, 선택은 주관의 연속 16.11.05 339 1 16쪽
11 10화, 현실......? 16.11.04 282 1 9쪽
10 9화, 첫 번째 악몽 (2) 16.11.03 290 1 8쪽
9 8화 16.11.02 176 2 9쪽
8 7화, '시련'속의 악몽 +2 16.11.01 286 2 8쪽
7 6화, 도피(逃避) 16.10.25 158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7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1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1 프롤로그, 의미불명 +2 16.10.06 447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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