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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734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7.03.21 23:58
조회
126
추천
1
글자
10쪽

종막, '세계' (3)

DUMMY




-알프레드-



"으음, 그럼 이제 뭘 해야지?"


"일단 이 쓰레기부터 정리하자 냥."


미케가 손가락으로 찢어진 천조각마냥 휘날리는 형체를 가리켰다.

아무리 봐도, 저게 우리를 그런 사건에 휘말리게 만든 진범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뭐야 그 눈은?"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알프레드는 화나지도 않나보구냥. 몇 일전에 내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저 녀석에게 피떡이 될 뻔했는데 말이양."


"......응? 무슨 소리야?"


이 먼지....... 아니, 이 녀석에게 내가 그렇게 당한 적이 있던가? 머리를 천천히 굴리면서 기억을 되짚어보기로 했지만, 그 전에 미케가 입을 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마음 두는 타입은 아니구냥. 다시 봤어."


"사람 얼굴 가지고 마음대로 심리 읽지 마! 지금 이 녀석을 언제 만났는지 생각하고 있는데......"


미케에게 딴 죽을 걸고선 다시 형체를 바라보는데, 여기서 본 한 가지 형체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된다면 이 상황이 더욱 더 말이 안되는데. 일단은 그 녀석에 대해 살짝 잊기는 했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왠지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냐아? 저기 마침 쓰레기통이 있네? 저기다 버리면 되겠다!"


미케는 꼬리를 흔들거리면서 수북히 쌓인 형체를 한 움큼 잡았다. 그러자 형체는 비명을 지르면서 부들부들 떨어내었다.


"알프레드도 도와."


"으윽, 만지기는 좀 싫은데......"


힐끗, 남은 형체덩어리를 보맜다. 질척거리는 것이 만지기에는 내 몸이 거부를 하니, 만질 수가 없었다. 아니, 만지기가 싫었다. 절대로 저건 손대고 싶지 않았다.


"자, 잠깐만!"


"냐아? 아직 살아있었네?"


"비명을 지른 순간부터 이미 살아있는 거거든?!"


"먀아ㅡ. 입 하나 꼼짝 못하게 다시 잘게잘게 찢어버릴까냐?"


찌이익, 미케는 잔뜩 악의적인 포스를 내뿜으면서 들고 있었던 형체의 입같이 보이는 것을 찢어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스톱! 타임! 타임!"


형체는 비명을 질러대면서 몸부림을 쳐댔다. 게다가 같은 몸인지 멀리 떨어져있는 형체덩어리도 덩달아 움직이면서, 끔찍한 비주얼을 표출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정말 속이 안좋아지는 광경이었다. 나는 입을 가리면서 미케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나 속 좀 비우고 오면 안될까?"


"안돼! 감히 여기가 어디라흐갸갸갸갸갹?!!!"


찌이이익, 형체가 나를 노려보면서 소리 쳤다. 하지만 그 외침은 오래가지 않고 곧이어 비명으로 바뀌어 공간을 메워내었다.






"......"


"냐아, 일단 알프레드 말에 따랐을 뿐인데, 이렇게 조각조각 나있는 애를 뭐 하러 살려두는 거야?"


"정보를 좀 얻었으면 해."


"흥, 이 몸은 너희들에게 줄 정보 따위는 없다. 차라리 이 몸을 죽여라!"


뻔뻔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다. 아직까지도 기를 세우다니, 역시 자기 과신이라는 것은 심각한 중증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미케가 그 형체의 입을 들고 있었다.

찌이익,


"끄아아아악!!"


"미케, 그만해. 이제 낼 비명도 없어보이는데."


"뭔가 이 자식 짜증나서, 계속 비명을 지르게 해야만 내 속이 풀릴 것 같다냥."


"그만하라면 그만해. 보는 내가 다 아프니까."


"......알았어."


미케는 볼을 부풀리면서 형체가 덩어리진 곳으로 입 부분을 던져주었다. 그것은 잠시 꿈틀대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면서 이쪽을 향해 민달팽이처럼 기어오고선 입을 열었다.


"젠장...... 이 몸이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해야하는 건지 원......."


눈으로 보이는 부분이 나를 향하더니 투덜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저 몸은 내가 빼앗았어야 했는데."


"내가 묻고 싶은 것이 그건데."


마침,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이 형체가 말한 대로였다. 어째서 이 형체는 내 몸을 가지려고 할까? 처음 만났을 때도, 이 녀석은 나에게 제안을 걸어왔다. 이대로 알 수 없는 곳에서 떠돌 것인지, 아니면 도움을 받아 살아나서, 자신의 뜻대로 따를 것인지.

나는 그 때 정말 죽는 줄 알았지만, 미케가 구하러 와주었다. 어떻게 해서 이 쪽으로 왔는 지는 모르겠지만.


"......뭐라?"


"내 몸을 가지고 싶은 이유, 알려줄래? 미케도, 유메도 그렇고, 어째선지 파우스트도 모두들 날 노리는 것 같아서 말야."


"......"


응? 왜 말을 하지 않는거지? 게다가 그 동안 새어나왔던 입에서도 목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된다면 이야기가 전혀 진행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구슬려서 알아내야 할 것인데.


"냐아, 난 널 구하고 싶어서 그런 것 뿐이냐. 딱히 다른 이유는 없어."


"아, 그러셔요....... 확실히 미케에게 도움을 참 많이 받았지. 내가 어디에 있든 곧잘 찾아내고 말야."


"그 녀석은 왜 그런지 몰라도...... 파우스트는 딱히 널 노리는 것 같지는 않았어."


날 노리지 않았다...... 아직 이 단계에서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리는 있을 만한 말이다. 파우스트는 지금까지 나와 둘이 있을 때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도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와주는 쪽으로 날 이끌어주었다. 물론 이끌어주는 방법이 좀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아까부터 이 녀석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체 무얼 숨기는 걸까. 그렇다고 해서 미케가 그랬던 것처럼 고문해서 꺼내는 것은 뭔가 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난 그냥 이때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휘말리기만 했다.

그러니 이제 알아야한다.

이 '세계'의 진실과, 사건의 진상을.


"냐아, 그보다 이 녀석 끈질기네."


"흐음......"


그보다, 제일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 유메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파우스트는 어디있는 지 모르니.

그 때, 그 형체가 입을 열었다.


"......말하겠다."


"응?"


"이 몸이 왜 네 몸을 원하는지, 말하겠다. 어처피 이제 모두 끝날 테니까."


갑자기 모든 것을 놓은 것처럼 의욕이 없어보이는 그 형체는 지금까지 꾹꾹 숨겨놓은 것을 모두 토해내기 시작했다.




"먼저, 나는 다른 이들에게 '교만'이라는 명이 붙었고, 나의 밑에 있는 자들을 하나 하나 관리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나는 실질적으로 강한 '힘'을 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는 모두를 조종하기가 어려웠고, '모든 것은 내 뜻대로 따라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내 지위를 이용해서 몇 명의 유능한 녀석들을 데려와 온갖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모두 시도해보았지만 결과는 실패. 그럴 수록 내 심기는 점점 불편해지고, 그것이 극에 달하자 나는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이는 녀석들의 머리를 뒷굽으로 터뜨렸다. 그럴 때마다 녀석들은 점점 떨기 시작하면서, 일에는 집중하지도 못하고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방법을 생각해내려 했다."


"결과는 보는 바, '탐욕의 마녀' 유메를 제외한 모두가 나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유메가 그들을 처리했다. 그녀는 그럴 때 마다 하는 말이 이랬다."


'저런 녀석들에게 희망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신' 님이 계속 옆에 있는 한, 이 '유메'는 분명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신'. 한낱 생물들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자를 칭하는 말이니 이 얼마나 기쁠 수가 있겠나?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치켜들어주니 저절로 그렇다고 생각하는 내 모습이, 지금와서는 정말 우둔했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구나."


"그 결과로 나는 유메가 발견해 낸 '검은 조각'으로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힘에 의존할 때 마다 몸이 붕괴되기 시작하더군. 그 결과가 보시다시피, 이런 꼴이다."


"아니, 그건 미케에게 갈기갈기 찢겨서......."


"......"


"알프레드, 회상할 때는 건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야."


"아, 요즘 딴죽을 못걸었더니 자동으로. 뭐,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붕괴된 몸을 대신할 몸으로 날 택했다는 거 아냐?"


교만의 말을 들으니 실마리가 서로 퍼즐조각이 되어 맞추어지듯 연결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해 낸 자는 유메가 아니야. 보시다시피 나도 아니다."


순간, 사고의 흐름이 막혀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식이 돌처럼 굳은 것인지, 퍼즐을 풀고 있을 때 검은 페인트를 뿌린 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올 즈음, 어지러운 머리를 짚으면서 그 형체를 바라보았다.


"그럼 대체 누구인데?"


"'검은 조각'의 본 형태, 오직 '질투'라는 이유로 6명의 인생을 타락시킨 이......"


그 순간, 하늘에서 검은 번개가 교만의 형체를 지져버리면서, 그와 함께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착지하는 한 여자아이는, 끊어져버린 그의 말을 이으면서, 커다란 챙이 달린 마녀모자를 올린 채 나를 바라보고선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선 말한다.


"ㅡ바로 나, 엔비 스텔라를 뜻하는 말이다!"


"......어?"


보통, 이 때라면 놀랄만도 했다. 하늘에서 누군가가 교만을 지져버린 채, 등장해버렸으니. 하지만 내가 놀란 이유는 다른데에서 있었다. 그녀는 유메와 같은 풍의 옷을 입고있었지만 순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두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가려진 챙에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닮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대로 붙여넣은 듯 완전히 똑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현실에 존재하는 나의 사촌동생의 얼굴.

ㅡ'비앙카 스텔라'의 얼굴이.


작가의말

저는 교만보다 실질적으로 질투가 더 무섭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7.03.22 00:38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8 사칙연산
    작성일
    17.03.22 01:12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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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도피(逃避) 16.10.25 159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8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2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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