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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687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6.10.06 18:51
조회
402
추천
4
글자
9쪽

1화. 그의 (평소)생활

DUMMY

어느 도시에서의 일요일 새벽 한 시. 바깥은 굵은 빗줄기가 맑은 빗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물기가 묻은 창문으로 반사된 가로등의 불빛이 비추어지며 만들어진 풍경은, 가히 대중매체에서나 보던, 그런 멋지고 아름다운 드라마를 장식해주는 그런 풍경이 아닐수가 없었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머그컵을 들고 있는 나는 바깥에 대한 감상에 잠시 빠지며 일부러 쓴 맛이 진하게 나도록 탄 커피를 마셨다.



"하아......"



나는 한 숨을 쉬며 그 풍경에 대해 점수를 남겼다.


10점 만점의 4점. 별 2개.



"오늘이 일요일만 아니었으면 10점 만점이였는데. 하늘이 날을 잘못 잡았네."



내 이름은 클라우드 알프레드. 평범하게 공부하며, 평범하게 대학을 나와, 평범한 중소기업으로 들어가, 평범하게 일을 하며 월급을 받는. 그야말로 평범의 아이콘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의 모든 것은 평범했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에서는 아무리 평범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나라도 지금은 '평범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버렸다.


한 숨을 쉬며 사무실 안을 힐끗 쳐다보았다. 사회에서 밥 좀 먹었다고 설치는 상사가 갑자기 날 불러 남겨준 자신이 처리해야하는 서류더미가 내 자리에 한가득 쌓여있었다.



"젠장할, 빌어먹을."



모두 퇴근하면서 불이란 불은 죄다 꺼진 어두컴컴한 사무실 안에서 자신에게 서류를 떠넘긴 그 상사를 생각하면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하아, 일단 끝내야 집에 가던 말던 하지......"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꺼져있던 스탠드의 전등을 켜, 쌓여있는 서류를 한 장씩 집어 확인하였다.



"......"








새벽 3시.



“······이제야 끝났네. 아이고 어깨야.”



나는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며 누가 깰까 방 안으로 간신히 들어갔다.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논스톱으로 기계처럼 일만 해서 그런지 서며 잘 것 같아 조금만 더 힘을 내며 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회복시켜줄 마법의 가구, 침대가 있었다.


이 순간 만큼은 침대를 발명해낸 누군가를 계속해서 찬양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흐릿한 정신 속에서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으며 휘청휘청,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좋아. 고지가 눈 앞이다······”



시야가 계속 물결치는 듯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고 온 몸이 바늘에 푹푹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며, 극심한 피로감 때문에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뻔했지만 앞으로 몇 발짝 걸어가 침대 위로 그대로 엎어져 그대로 잠을 청했다.



“......쿨.”





일요일 오전 6시, 평소대로라면 깨야할 시간이지만 어제 일어났던 그 서류더미 대란 덕분에 피로감이 쌓인 나는 몸의 섭리에 맞춰 수면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꿈에 잠겨있는 시간마다 족족 수면을 방해하는 두 명의 마수가 있었으니······



“아직 자고 있지?”


“응, 그런 것 같아. 언니.”


“좋아, 그럼 한번에 가는 거다?”


“오케이!”



쿵. 쿵. 쿵. 쿵.


마수들은 크다 큰 발소리를 내며 천천히 침대를 향해 다가오더니.



“”캬오오오오!!””



큰 소리로 포효하면서 나를 향해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크허억?!!!”



침대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느껴진 통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뛰어든 것을 그대로 당해버린 내 배는 마수들의 무게와 지구의 중력을 더한 엄청난 충격이 뇌 속까지 뼈저리게 전해지면서 그대로 잠에서 깨어버렸다. 한 마수는 그의 윗옷의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내 배를 마구 비비기 시작했고, 또 다른 마수는 내 오른쪽 귀를 입술로 물어 야릇하고도 오싹한 기분이 들게 하면서 나를 괴롭혔다.



“끄아아아아악!!”



나는 소름끼치는 감각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내 몸을 마구 탐하는 두 마수들과 실랑이를 펼치며 침대 위에서 버둥거리다, 둘의 머리를 잡아 침대 위에 머리를 꾹 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허억...... 허억······”


“으윽······ 분하다!”


“아으······ 알프레드! 머리 아파!”



······익숙한 목소리였다. 나는 둘의 얼굴을 확인해보았다.



“분하다! 겨우 인간 한 명에게!”


“에헤헤······”


꼬마 애 한 명이랑, ······다 큰 어른 한 명.


꼬마 애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아까워했고, 어른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 했다. 대체 어디서 쑥스러워 해야하는 타이밍인데.


그 둘이 누구인지 안 나는 헛웃음을 내뱉고는 둘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또 너희들이였냐!?”



이제 보니 나를 습격한 것은 마수가 아니라 그냥 일요일마다 꼭 잠을 뺏어가는 상습범들이었다.








미라와 스텔라. 큰 쪽이 미라, 23세. 작은 쪽이 스텔라, 12살이다. 미라는 나와 동갑에 11살에 같은 학교로 나와 그대로 계속 같은 학교를 다녔다. 그녀는 시험을 칠때마다 점수가 좋지 않아 재시험을 받는건 일상이면서, 좋게 말하면 순수, 나쁘게 말하면 바보여서 여러가지 일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만큼 미라가 다치거나 주변 물건들이 박살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평범한 잔디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 까지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어른들을 도와준답시고 더욱 일을 어렵게 만들어버리고. 가령 케이크를 만든답시고 오븐을 박살낸다던가, 어르신이 애지중지하시는 물건을 집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박살낸다던가......


이쯤 되면 파괴신이 그 애의 몸을 빌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결론은 미라와 엮이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은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부숴졌다.


장난도 무척이나 좋아해 아침마다 나를 '장난'으로 꺠우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그 장난이 나에게는 고통이면서 게다가 일요일마다 이런 짓을 하니, 내 기준으로서는 미쳐 돌아갈것만 같았다. 그래도 미라에게는 화낼 수도 없는 것이, 미라는 나를 깨워서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에 그랬던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그 애가 그렇게 말했다.


분명 평범한 애였지만, 첫 만남부터 쭉, 12년간 나를 봐오면서 한결같이 그렇게 대해주는 것에, 나에게도 뭔가 이상한 감정이 돌았었다.


그런만큼 나에게도 그녀는 조금 특별한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에헤헤☆”



미라는 자신의 머리를 콩 쥐어박으며 나에게 애교를 부린다. 무르기, 아무래도 봐달라는 뜻인 것 같았다.



“······”



나는 미라가 정신을 못 차린 걸까 정말로 걱정이 되어 침대에 얼굴을 맞닿고 있는 미라의 머리를 지그시 눌러줘 시원하게 머리 마사지를 해주었다.


꾸욱, 꾹.



“꺄아아아! 아파! 아파!”



미라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허우적거렸다.



“아프라고 하는 거야! 철 좀 들어라!”


“아앗! 엄마가 위험하다! 아빠! 그만둬!”



이 애는 또 연극인지 상황을 모르면서 알 수없는 말을 내뱉었다.


......잠깐만.



“야, 꼬마! 누가 네 아빠야?!”


“에헤헤······ 알프레드가 아빠, 내가 엄마······.”



미라, 도대체 스텔라에게 뭘 알려준 거야?!




그렇게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뒤,


나는 그 둘에게 반성의 감정이라도 넣어주려고 무릎을 꿇게 만들어 잘못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야, 니들.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오전 6시!””



이 애들, 알면서도 깨웠네. 일단 차분하게 둘에게 왼쪽 외벽에 있는 시계를 가리켰다.



“저 시계를 봐.”


“시계를?”


“스텔라가 알아! 6시야.”


“내가 어제 몇 시에 돌아왔어?”


“으음......"


“으으...... 스텔라는 모르겠어."



꼬마는 내가 온 시간을 모른다. 분명 날 깨우자고 미라가 스텔라를 꼬드겼겠지.


고민하는 두 애들 중 미라가 먼저 생각난 것인지 손까지 들면서 말했다.



"아! 새벽 3시에 왔다고 했어. 엄마가 그렇게 말했거든."


“그래, 그럼 내가 새벽 3시에 바로 잤다고 쳤을 때, 난 몇 시간 잤어? 맞추면 특별히 이번에는 소리지르지 않을게.”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은 ‘3시간 밖에 못 잤으니, 오늘만이라도 좋으니까 좀 자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애들은 아무리 잘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면 못알아 듣는 법이지. 예전에도 이런 방법으로 '협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타협을 했지만, 답답한 마음에 그 둘에게 소리지른 것이 실수였지, 금방 사탕 뻇긴 꼬마 애처럼 울면서 방으로 뛰쳐나갔고, 그 소리에 깬 어르신에게 내가 혼난 적이 있었지. 그때 왜 나만 혼나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두 바보들의 귀를 열게 하려면 이런 식으로 돌려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 시간연산이 끝난 바보 둘은 입을 열면서 동시에 말했다.



“3시간이야!"



야이, 너희들은 죄책감도 없냐. 그렇게 꺄르륵거리면서 상큼하게 답하지 말란 말야.



“좋아. 시간은 알고 있으니까 혼내지는 않을게.”



눈치 없는 꼬마애가 그 말을 듣자 바로 나에게 붙으며 대답했다.



“그럼 우리랑 같이 놀자!”


“나가.”



단호하게, 검지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작가의말

잠 잘때 깨우지 마세요.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고스테일
    작성일
    16.12.24 22:11
    No. 1

    대답이 상큼해서 귀여운 아이들이군요..!
    잘때 누가 건들면 제 2의 인격이 튀어나오기도 하지요 하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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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도피(逃避) 16.10.25 158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7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1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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