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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

셧 아이즈(Shut-eyes)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사칙연산
그림/삽화
사칙연산
작품등록일 :
2016.10.06 18:44
최근연재일 :
2017.03.31 23:29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3,691
추천수 :
63
글자수 :
251,057

작성
17.01.12 22:07
조회
144
추천
0
글자
8쪽

37화, '허무'

DUMMY

콰아앙ㅡ.


굉음이 울리는 것에 따라 공간이 흔들리며 그에 따라 균열이 일어 벌어지기 시작했다.



"......파우스트."


"왜? 드디어 자신이 갈 길을 정한 거야?"


"......너에게 여러가지로 많은 것을 배웠어. 나는 지금까지 '목표'가 없었다는 걸."


"그랬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



침묵, 무언가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그것이 내뱉어지는 것은 커녕 오히려 안으로 꽁꽁 싸매들어갔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편한 기분이 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던 굉음이,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 때문일까, 그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표정이 바뀌면서 나를 향해 물어보는 것 같았다.



"......? 어이, 알프레드. 왜 그래?"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무언가 무너지는 굉음에, 파우스트의 목소리가 묻혀버렸다. 그는 점점 표정이 심각하게 변모하며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고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



이상했다. 내가 말하고 있는데, 분명히 내가 입을 열고 목소리를 내뱉고 있는데 들리지 않았다. 내 시선은 무언가 추욱 쳐지는 듯 아래를 향하며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무언가 편해진 것 같은 묘한 느낌마저 들었다.



"......!! 야, 야! 알프레드! 정신 차려!"



다급해보이는 그의 표정이 보였다. 왜 저렇게 다급한 걸까? 나는 분명 내 '포부'를 이야기했을 텐데.


그가 나를 향해 오른손을 뻗어보지만, 그 손은 여러 방향으로 균열이 가며 부숴져버렸다.


어라, 왜 그의 손이 부숴지는 거지? 이제 나는 이런 꿈에서 깬 다음 둘과 함께 적을 물리쳐야하는데......



"......제기랄!"



그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다른 한 팔이라도 써서 나의 어깨를 향해 뻗어내었다.



"알프레드으으으!!"



붕괴되는 이 곳에 외치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왼손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균열이 그의 팔, 어깨, 몸 전체로 퍼져 산산조각 나버렸다.



".......아!!"



뒤늦게 들린 그의 목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어 부숴져가는 그의 손을 잡아내려 했다. 하지만...... 이미 부숴져버린 손은 바스락거리며 사라지며, 작게나마 들렸던 그의 목소리마저 들려오지 않았다. 오직, 이 공간이 부숴지는 폭음만이 들려왔다.



......


서서히, 모든 것이 부숴져간다.


내가 서있는 바닥도.


괴상하게 섞인 하늘도,


나 자신의 마음도.



"......"



딛을 곳이 사라진 발은 곧 푹 꺼지기 시작했다.


시선이 거꾸로 뒤집어지면서 내 몸뚱이는 아래로 떨어졌다. 빠르지 않지만,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점점 아래를 향해 떨어져간다.


차라리 이게 '최선'이었으면, 이걸로 끝이였으면 좋겠다.



"하, 하하하."



어째선지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하하하하하하."



절망의 웃음,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나에게.


이제는 아무것도 비추어져 있는 나에게 무언가를 빼앗아가려는 걸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마, 겉잡을 수 없는 '폭소'에서ㅡ



"하하하하...... 끄윽...... 으흑......"



ㅡ비로소 흐느낌으로 바뀌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파우스트가 이야기하는 '목표'를, 다시금 깨달았을 때, 이미 그 곳에는 '희망'도, '절망'도 아닌 '허무'만이 가득차고 있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나는 대체, '누구'를 따라야 하는 걸까.


......



-미케-



"으음......"


"......"


"냐아아......"


"......으아아!"



갑자기 유메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어.



"냐아악! 왜 갑쟈기 소리를 지르고 냔리야?!"



나는 귀를 뒤늦게 틀어막으며 소리쳤지. 그러자 유메는 짜증나다는 표정으로 알프레드의 등을 걷어찼어.



"?! 지금 뭐햐는 짓이냐!"


"벌써 20분째야! 지금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친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거냐!"



나와 유메의 눈에서 불꽃이 튀길정도로 노려보았어. 얼마 후, 유메는 '흥!'하며 콧방귀를 뀌고선 뒤를 돌아봤어. 삐친 건가? 그런 건가?


하지만, 유메의 말도 일리는 있어.


쉬고 있던 알프레드가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어.


20분 전, 나는 분명 쉴 때 동안은 유메와 휴전하기로 했고. 알프레드는 많이 지친 건지 벽에 기대고선 그대로 잠든 것 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어.


5분이 지나고, 유메가 가자고 외칠 때 나는 자는 것처럼 보이는 알프레드에게 가 깨우려 했어. 그런데 알프레드가 식은땀을 심하게 흘리면서 끙끙 거리니까 차마 깨울 수가 없어서 조금만 더 쉬다 가자고 유메에게 말했어.


또 다시 5분이 지나고, 유메는 내 옆에서 시간이 없다고 마구 갈궈대면서 시끄럽게 굴었어.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알프레드를 깨우려 몸을 흔들었는데......


힘 없이 풀썩 쓰러지면서 엎어지고 앉아있었어.



"으극.......!"



이를 악물면서 짜증을 표출해내는 유메였지만, 나는 유메를 막아서면서 고개를 저었어.


'건들지 마'라고.


결국 유메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풀썩 앉았어.


그리고 지금, 유메는 참지 못하고 알프레드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있었어.


......지금, 알프레드는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아파하는 것 같아.


여기에 두고 가면 괜찮을까, 싶었지만 유메는 '저 녀석은 꼭 있어야해!'라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어.


그래도 저 상황을 그냥 두었다가는.......


콰직, 콰지직!



"아."



안 보는 사이 유메가 굽으로 알프레드를 지근지근 밟고 있었다.



"냐아아?! 뭐하는 거냐아!!"


"보면 몰라? 깨우려고 하는 거잖아!"



꾸득, 꾸드득. 정체불명의 울림이 그의 몸에서 울려오며, 유메는 계속해서 밟아대고 있었다.



"냐아아! 그만둬! 이제 그만 밟으라고!"


"그만둘 수 없어! 이제 남은 시간도 없다고!"


"냐악! 지금 알프레드에게 나는 소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네가 죽이고 있잖아!"


"잠 깨는 데는 고통요법이 특효야! 더는 기다릴 수도 없단 말야!"


"뭐가 특효야! 깨기 전에 영원한 잠을 잘 것 같은 비주얼이잖아!"



나와 유메는 서로 씩씩거리며 바라보았어.



"어쨌든, 나는 인시드랑 같이 가야해. 그 분에게로."


"왜 꼭 데려가야 하는 거야?"



유메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침묵.



"......적당히 좀 해!"



나는 결국 유메에게 소리치고 말았어.



"알프레드를 왜 데려가야 하는지 끝까지 숨기려는 거야?"


"넌 그저 '알프레드'에게 딸려오는 옵션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도와주든 말든 상관없다고. 그런 애한테 내가 뭐하러 그런 걸 알려줘?"


"......하, 하하. 그래서 알려주지 못하겠다는 거야?"


"그래, 알려줄 이유조차 없어."


"......"



스윽, 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어.



"흥, 결국 이렇게 나오는 건가."



순간, 내 손이 멈춰섰어. 자의가 아니야. 무언가가 내 팔을 강하게 짓누르는 것 같이 무거웠어.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 아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마."



유메의 눈이, 요염한 붉은 색으로 타오르고 있었어.



"으...... 으윽......!"



유메의 말 하나 하나가, 내 귓속으로 들어가 마구 헤집어지는 것 같았어.



"자, 그대로 가만히 있어. 인시드만 깨우면 바로 갈 거니까말야."



유메는 키킥 웃어대며 뒤로 돌아 알프레드에게 다가가려 하자.



ㅡ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어.



지잉.



분명히 들렸어, 저 녀석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울리는 소리가......


ㅡ설마 그것이, '첫 대면'일 줄은.


아니, 다시 만나는 것일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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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종막, '세계' (7) +2 17.03.25 1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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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종막, '세계' (4) +2 17.03.22 124 1 9쪽
61 종막, '세계' (3) +2 17.03.21 126 1 10쪽
60 종막, '세계' (2) +2 17.03.20 155 1 8쪽
59 종막, '세계' (1) +2 17.03.18 7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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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외전, 그녀의 과거(하편)(1/2) +2 17.03.16 222 1 8쪽
56 외전, 그녀의 과거(중하편) +2 17.03.15 106 1 8쪽
55 외전, 그녀의 과거(중상편) +2 17.03.14 161 1 7쪽
54 외전, 그녀의 과거(상편) +2 17.03.13 117 1 8쪽
53 50화, 이미 끝나버린 공연. +2 17.03.11 105 1 8쪽
52 49화, 되살아나는 감정 +2 17.03.10 129 1 8쪽
51 48화, 혼돈, 파괴 그리고...... +2 17.03.09 108 1 7쪽
50 47화, +2 17.03.08 134 1 9쪽
49 46화, 연극 <파우스트> +2 17.03.07 183 1 8쪽
48 45화, 세 번째 +2 17.03.06 214 1 7쪽
47 44화, 탐욕 +2 17.03.04 125 1 9쪽
46 43화 +2 17.03.03 124 1 7쪽
45 42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2) +2 17.03.02 249 1 7쪽
44 41화, 맹인은 꿈을 꾸는가?(1) +2 17.03.01 152 1 7쪽
43 40화, 선택 17.02.06 183 0 7쪽
42 39화, 나와 나 17.01.27 213 0 11쪽
41 38화, 호의 17.01.18 191 0 7쪽
» 37화, '허무' 17.01.12 145 0 8쪽
39 36화, 악마와 늑대 17.01.06 113 0 8쪽
38 35화, 준비 (3) 16.12.20 321 0 8쪽
37 34화, 준비 (2) 16.12.17 443 0 7쪽
36 33화, 준비 (1) 16.12.15 208 0 7쪽
35 32화, 고백(Go, Back) 16.12.12 216 0 7쪽
34 32화, 유메의 무대<더 스테이지> 16.12.03 201 0 7쪽
33 31화, 착각과 오해 - 알프레드 사이드 16.11.30 20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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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9화, 착각과 오해 - 미케 사이드(1) 16.11.28 248 0 8쪽
30 외전, 그녀는 지금 16.11.26 13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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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그녀들의 마음(2) 16.11.24 21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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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이너 사이드 16.11.16 190 0 7쪽
20 19화, 재회(3) 16.11.15 245 0 10쪽
19 18화, 재회 (2) 16.11.14 158 0 8쪽
18 17화, 재회 +2 16.11.12 212 1 7쪽
17 16화, 늑대인간 16.11.11 185 1 7쪽
16 15화, 현실부정 16.11.10 229 1 7쪽
15 14화, 인간이여, 감정을 죽여라 16.11.09 288 1 7쪽
14 13화, 2명과 2명 16.11.08 367 1 8쪽
13 12화, 심연을 뚫고 16.11.07 225 1 10쪽
12 11화, 선택은 주관의 연속 16.11.05 339 1 16쪽
11 10화, 현실......? 16.11.04 282 1 9쪽
10 9화, 첫 번째 악몽 (2) 16.11.03 290 1 8쪽
9 8화 16.11.02 176 2 9쪽
8 7화, '시련'속의 악몽 +2 16.11.01 286 2 8쪽
7 6화, 도피(逃避) 16.10.25 158 2 14쪽
6 5화, 캣 앤 알프레드 +1 16.10.17 197 3 8쪽
5 4화, 두 개의 약속 +1 16.10.11 186 2 9쪽
4 3화, 조건 +2 16.10.08 201 4 8쪽
3 2화, DREAM +1 16.10.07 312 4 10쪽
2 1화. 그의 (평소)생활 +1 16.10.06 403 4 9쪽
1 프롤로그, 의미불명 +2 16.10.06 447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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