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착각과 오해 - 알프레드 사이드
유메는 볼을 놓아주면서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는 그녀의 행동이 급변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주인님, 갑자기 왜 이 하수인을 챙겨주는 거야?"
"읏, 하수인이 알 권리는 없어. 입 다물고 팔이나 쫙 펴봐."
유메는 나를 향해 마법진을 그려내더니 그대로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생성해두었다.
"......? 방금 뭘 한거야?"
"네 몸에 있는 걸 빼야지. 일단 회수차원에서 말야."
유메는 내 심장을 향해 손을 뻗어내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그 손을 피하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쑤욱.
몸이 헤집어지는 느낌과 함께 유메의 손이 내 몸을 통과하고 있었다.
나는 약한 신음을 흘리며 더 이상 보기 싫어서 눈을 꼭 감았다.
"어허, 인시드. 눈 떠."
유메가 어린애를 훈계하듯이 내 볼을 툭툭 치면서 자꾸만 내 눈을 뜨게 만들어냈다.
나는 유메의 압박에 결국 눈을 뜬 채로 몸이 헤집어지는 것을 보고 말았다.
"아, 으..... 아아아......"
"뭐, 느낌이 별로였어도 봐, 네 몸 안에 있던 작은 조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에게 어깨를 툭툭 건드려주며 유메의 손에 놓여져있는 물건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손에는 검정색의 '덩어리'같은 것이 손에 들려있었다.
"......?"
"이게, 내가 처음에 넣어주었던 조각이였던 거야."
"저, 저게......?"
"그래, 네 마음의 영향이 이렇게 만들어 둔거야."
"......"
"많이 달라졌어, 인시드."
유메는 나를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마치 대견한 어린아이를 보는 어른의 눈빛으로 말이다.
일단 이 상황에서는 웃어야겠지.
잠깐만......
지금 유메가 내 몸에서 조각을 빼내었다는 것은, 일이 끝났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나는, 현실로 돌아갈 수 있나?
"......하, 하하. 그럼 난 이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어?"
"응? 무슨 헛소리야?"
"......어?"
"나는 하수인에게 명령하는 것으로서, 고작 '한 개'의 일을 해낸 것 뿐인데? 내가 바라는 것은 뭐든 들어준다는 전제 하에 너를 '하수인'으로 부리겠다고 했었잖아."
"......그렇다는 건?"
"네, 유감입니다. 설령 현실로 돌아가도 잠들면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온다는 말씀이지요-"
"......"
유메가 자리에서 빙글거리며 놀리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 손으로 어깨를 툭툭 쳐준다.
"걱정 마, 인시드. 순하게 대해줄 거니까? 키키키."
저 짜증나는 특유의 웃음소리, 몸이 움찔거리며 핏기가 가실만큼 주먹을 꽈악하고 쥐어진다.
돌아갈 수 없다고? 웃기지 마, 그럼 내가 그 동안 했던 고생은......
......아, 쟤가 다 해먹었구나. 끈질기게 계속 쫒아오면서 결국 잡혀서 이지경이였지.
그 동안의 일들을 생각하면 다 저 녀석과 연루되어 있었다. 하지만 뿌리치면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아."
"자아, 여기서 한가지 희소식을 전해드리죠-!"
희소식이라고 해도, 뭔가 하려나 라는 생각만 들 뿐,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말해봤자 나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네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구. 이런 세계에서 영원히 작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방금 저 입에서 나온 말로, '가능성'이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나의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 으읍?!"
"자자, 그건 무대에 가면 설명해 줄 거니까! 일단 따라와줘!"
나는 유메의 손으로 입이 틀어막힌 채, 등을 떠밀리면서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그 때, 검은 실루엣에 '눈 부분'만 빛이 반사된 것인지 반짝이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실루엣에게서 엄청난 '감정'이 느껴졌다.
"찾았다."
'찾았다?' 무엇을 찾았다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그 실루엣을 바라보는 순간, '사라졌다' 라고 해도 좋을 속도로 내 옆에 있었던 유메를 향해 다가오고선,
파앙- 하는 파열음과 함께 주먹을 날렸다.
"ㅡㅡ?!!!"
불시에 날아오는 주먹을 맞고 뒤로 자빠지는 유메, 그 실루엣은 갑자기 내 손을 잡으면서, 복도 밖으로 끌고나왔다.
나는 팔을 빼보려 이리저리 힘을 주었지만 사슬에 채워진 것 같은 단단함에 뺄 수가 없었다.
"뭐, 뭐야?! 왜 나를......!"
"......냐아! 미케야!"
"미케?! 살아있었던 거야?"
목을 살짝 돌리며 후드를 벗는 그것, 후드에서 나온 것은 에메랄드 빛의 머리카락과 고양이 귀.
미케일라 미쉘, 애칭 미케.
유메에게 당한줄로만 안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있었고, 또 다시 나를 구해주려 뜀박질을 하고 있었다.
얼추 발을 맞추며 달려가려고 하지만, 발에 있는 깊은 상처 때문인지 절뚝거릴 수 밖에 없어, 스피드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다친 발을 삐끗하며 그대로 힘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으악!"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녀에게 잡힌 상태, 게다가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아, 졸지에 다리를 질질 끌면서 복도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야야야! 잠깐 스톱! 나 쓰러졌어!"
"냐아......! 다리까지 다친 거야?! 어쩔 수 없네......."
미케는 내 다른 한 손도 잡아 강하게 어깨 위로 손을 끌어올리면서 안아주었다.
"꽉 잡아! 저 녀석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하니까!"
"어떻게 도망치려고?"
"내가 들어왔던 곳이 있으니까. 그 쪽으로 가면 어떻게든 될거야!"
"그, 그보다 유메에게 당하지 않았던 거야?!"
"물론 당했지! 하지만 누군가가 날 도와줘서 다행히 살 수 있었어......!"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대체 누가?!!!"
"냐악!!"
그러자, 갑자기 미케가 중심을 못잡고 비틀거렸다. 그 때문에 업히고 있었던 나도 중심을 잃어, 하마터면 둘 다 달리고 있던 도중 바닥을 구를 뻔했다.
나는 어떻게든 왼쪽의 중심을, 미케는 오른쪽의 중심을 필사적으로 잡아 겨우 넘어지는 것을 면했다.
""휴우......""
나와 미케는 서로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알프레드."
"으, 응."
"......내 앞에서 크게 소리치지 말라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그런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마음 속 깊이 반성하면서 미케를 꼬옥 안았다.
그래도, 이대로 빠져나가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ㅡ
-터엉.
그렇게 만만하게 될 리가 없었다.
- 작가의말
연참대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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