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첫 번째 악몽 (2)
"......허이고. 뭐야, 그게 끝? 또 나한테 떠넘긴거야?"
황당했다. 머리에 과제가 또 한 덩이 쌓여갔다. 지금 나에게 처했던 문제도 풀지 못해서 심각했는데, 풀리기는 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 천천히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아."
나는 또 다시 한 숨을 흘러보내며 고개를 떨궜다.
"......응? 뭐지?"
고개를 숙이니 내 발치 근처에 무언가 떨어져 있어, 손을 뻗어 주워봤다. 무언가 쓰여져 있는 쪽지 같았다.
나는 쪽지를 풀어 펼쳐보았다.
「인시드에게,
이걸 보고 있다면 내가 보낸 노트가 너에게 온 것이겠지. 글은 잘 읽었으라 믿어.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둔감한 면도 있으니까 이야기해줄게. 네가 읽은 그 이야기는 네가 지금 있는 악몽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내가 조금 각색해서 쓴 거야. 음음, 그래도 중요한 부분은 모두 남겨놨으니까.
어쨌든 너는 이제부터 '악몽이 일어난 이유'를 풀어야해. 그렇지 않으면 잘 때마다 계속 반복될 거라구? 물론 도망쳐봐야 소용없어.
아무리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너는 언젠가 그 악몽 안에 잠재되어 있는 '검은 조각'을 나에게 가져와야 할 거야.
아, 책이 날아간 건 이해해 줘, 아직 글을 덜 썼거든. 조금 황당스러울 지 모르겠지만 너랑 내가 접촉하는 것은 이렇게 글을 교환하면서 대화하는 수 밖에 없을 거야. 이런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을 찾는 건 시간 낭비일 정도니까 말야. 그럼 인시드, 날 위해서 힘내줘♥
Ps. 매일마다 책이 너에게 오는 시간은 정오 쯤 될거야.
Ps2. 아, 혹시나 말하는 건데, 절대로 '죽지마'. 알았지?
-꿈의 마법사, 유메 씀.」
"이런 천하의 망할 사디스틱 마녀 같으니."
뭐가 꿈의 마법사냐, 뭐가 힘내(하트)냐. 내 눈에는 그저 마녀로밖에 안 보이는데.
나는 그 쪽지를 마구 구겨버리며 저 멀리 던지고서는 땅바닥에 풀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리고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무릎에 박아 한 숨만 내쉬었다. 이런 곳에 온 직후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졌었다. 그저 평범하게 살던 나에게는 이런 '신비스러운 일' 같은 걸 믿기도, 당하기도 싫었다. 그냥 현실로 돌아오고 싶었다.
이 곳에 있을 수록, 이 곳이 현실인지, 아니면 꿈인지 구별이 안가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알프레드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인지...... 누가 나에게 답을 주었으면 좋겠지만, 이 곳에는 그런 것을 대답해 줄 사람이 없었다. 정말 아무나 붙잡고 이 답답함을 누군가에게 모두 쏟아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등이라도 두드려줬으면......
툭툭.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뒤에서 누군가가 등을 두드렸다.
"......응?"
나는 고개를 들어 누가 있는지 돌아보았다.
그 떄, 내 눈에 보인 것은 왼 눈이 파여 머리에 피가 스며든 늑대 한 마리ㅡ.
"크르르르ㅡ!"
"으아아아아악ㅡ?!!!"
그 늑대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늑대를 피해 뒷걸음을치다 주변에 돌이 널려있는 것을 보고는 작지만 꽤나 묵직한 돌덩이를 그 늑대를 향해 전력으로 던졌다.
"이거나 먹어라!!"
퍼억,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날 덮치려는 늑대의 손에 돌덩이를 명중시켰다.
"악!!"
"......악?"
하지만 늑대에게서 난 소리는 뭔가 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래, 마치 사람이 말을 하는 것 처럼......
"임마! 사람한테 돌을 던지면 어쩌자는 거냐!"
"......어?"
늑대가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자세히 보니, 늑대는 머리와 몸에 구멍이 난 채 죽어있었다. 죽은 늑대의 뒤에 누군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꽤나 큰 체격에 다부진 팔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좀 삭은 듯한 얼굴이 영락없는 아저씨였다. 그런 아저씨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아팠었는지 돌덩이에 맞았던 손을 이리저리 털었다.
"으윽, 애가 던진 돌 치고는 꽤나 매섭구만. 꼬마가 길목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길래 놀려주려 했는데."
......아직도 난 꼬마인건가?
그 아저씨는 투덜거리면서 바닥에 떨어뜨린 늑대를 주워 등에 맸다. 아무래도 사냥꾼인 것 같았다. 그러고선 나에게 일러주는 듯 말하며,
"꼬마야, 길목에서 그러고 있다가 이 늑대보다 더 큰 '늑대인간'이 널 잡아먹을 지 모른다~"
"와하핫!"거리는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멀어져가는 사냥꾼 아저씨.
아저씨가 간 후, 난 이렇게 생각해냈다.
'난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저렇게 한심해 보였던 어른은, 나의 '직업 상사' 이후 처음이었다.
☆
해가 떨어지다 결국에는 서쪽 산이 해를 삼키며, 동쪽에서 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아,"
나는 한 숨을 쉬며 계속 가던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일단 정오가 될 때 까지 쉴 만한 곳이 필요한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을까 바지에 손을 대보았다.
"어? 이 바지에 주머니가 없네?"
그러고보니, 나는 여태까지 내 모습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냥 어린애로 유지되어 여기에 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옷차림이고 하며, 머리카락이 유난히 꼬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불안한 생각이 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 문제를 되짚기 전에,
"......진짜 이 곳에 쉴 수 있는 곳 없나? 빛도 없고, 엄청 깜깜한데......"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있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내 바램과는 달리 아무리 찾아봐도 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뒤에서 무언가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
DANGER. DANGER.
내 머리위에 비상등이 켜졌다. 빨리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급기야는 머릿속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내 발걸음은 조금씩 빨라져만 갔다. 그러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바로 등골을 타고 올라와 급기야 무작정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탁,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무언가가 내 발에 걸렸다.
"으아악?!"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런데, 어째선지 나는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구르기 시작했다.
데굴데굴.
"&%)@$($ㅡ!!"
온갖 괴성은 다 지르며 미친듯이 구르다, 무언가에 물컹한 것에 부딪히며 그대로 멈췄다. 부딪친 곳이 물컹해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큰 상처로 남을 뻔했다. 일단 물컹한 것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켜보았다.
"아야야...... 으윽!"
하지만 일으키는 도중, 등이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구르면서 등이 다 까진 것 같았다.
눈물이 핑 돌며 불타는 듯 몸이 뜨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하게 있을 곳을 찾는게 먼저......
"크르르르ㅡ."
ㅡ콰직. 무언가가 뒤에서 나에게 뛰어들어 내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어?"
잠깐 동안은,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조금씩 목 주위로 뜨뜻한 액체가 타고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 으, 아아아아......"
나는 어딘가 고장난 스피커처럼 삐그덕거리는 신음만을 흘러보냈다. 어떤 것이 내 목을 물었지? 대체 누가ㅡㅡㅡ
"■■■■■■ㅡㅡㅡㅡ!!!"
뒤에서부터 울리는 포효는 서서히 들리지 않게 되면서.
그대로 쓰러져, 바닥에 고이는 핏물을 보며, 그대로 서서히 눈을 감아버렸다.
[카운트 다운 시작].
ㅡ10초.
- 작가의말
이번 작가의 말은 아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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