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의미불명
수많은 관객들 사이로 지나가며 천천히 무대로 향하는 한 소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대본 종이를 슬쩍 보더니 그대로 쫙쫙 찢어 하늘로 던지며, 단상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흐음, 이야기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
보통 이야기를 시작하면 말야, 이상한 사건사고가 잔뜩 일어난단 말야. 이상하지 않아? 응?
뭐, 그런 것이 우리가 아는 주인공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탄생하는 거야.
어느 평범한 주인공은 어느새 믿음직스러운 용사가 되어있었고, 어느 주인공은 전쟁의 영웅이 되었으며, 어느 주인공은 '히로인'이라는 연인과 행복하게 살며 알콩달콩한 생활을 하고, 어느 주인공은 어느 한 부류에서 세계제일이 되어버리고 말야.
뭐, 어찌보면 불공평할 수도 있겠지. '나에게 저런 기회가 있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말야.
물론 너희도 이런 주인공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그 '기회'를 네가 잡을 수 있으면 말이지? 크크크.
아아, 화내지는 마. 놀린 건 아니니까. 원래 기회라는 게 잡기도 어려우면서, 심지어는 잘못 잡으면 순식간에 치명적인 칼날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도 말야 그런 '기회'가 없어도. 너희들 모두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을 써나가고 있잖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이해한 사람은 잠깐 조용히 하고 있어, 특히 거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조용히 있어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주지!
흠흠, 이제야 조용해졌네.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잘 알아두길 바래.
그건 말야, 바로 '꿈'이지.
그래, 꿈! 너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꿈 말야. 물론 그 속에서는 네가 '주인공'이라는 걸 모르지. 모두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말야! 판타지에 나올법한 괴생명체들도, 기적같은 상황들도, 일어났던 일을 다시 되새겨보는 것도 모두 꿈! 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야.
그래서 그런 걸 느껴볼 수 있는 방법이... 아차. 입방정이 너무 심했네. 이건 못들은 걸로 해줘. 너희들에게 쉽게 알려줄 수는 없으니까 말야, 크크.
자자, 지루한 서론은 이 쯤 마치자. 그건 그렇고 궁금하지 않아?
내가 왜 이 말을 꺼냈냐면 말야. 다음으로 할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여서 그래!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힌 이야기니까 말야. 으음? 내가 누구냐고? 좋은 질문이야!』
그녀는 무대 위에서 마녀나 쓸 것 같은 모자를 쓰며 당당하게 관객들에게 자기소개를 한다.
"나는 꿈의 마녀, 유메라고 해! 앞으로 너희들에게 내가 만났던 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해주려고 해."
유메라고 하는 마녀는 허공으로 손가락을 튕겨 딱 하는 소리가 나더니, 스포트라이트 대용으로 쓴 천장에 대롱대롱 묶어둔 낡은 손전등의 불이 켜지며 단상을 비추었다.
"......!!!"
"거기 너! 자꾸 시끄럽게 하는데 조용히 좀 해! 좋아, 다들 눈을 감고. 이야기를 천천히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해봐. 분명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어질거야!"
그녀는 빛이 비추고 있는 단상 위에 올라가 두꺼워보이는 책을 내려놓으며 사람들이 모두 있는 지 바라보았다.
"모두 여기 집중! 그럼 시작할게."
손뼉을 짝짝 치며 단상 위로 분위기를 집중시켰다.
"나와 그 남자의......"
관객들 중 한 명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며 출구로 급하게 뛰어나갔다. 유메는 그런 관객을 향하여 광기어린 미소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ㅡ<필연적인 사랑>의 이야기니까!"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사칙연산입니다.
딱히 쓸 말은 없지만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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