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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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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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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8)

DUMMY

그날 저녁, 윈프레드는 어김없이 안트로서의 연구실을 찾았다. 로샤단이 섬에 도착한 때부터 방문했으니 오늘로 딱 일주일 째였다.

해가 떨어지자 마을 울타리엔 간격마다 횃불이 밝혀지고, 주요 망루에는 마을 최고의 저격수들이 배치됐다. 트롤이 습격한 날이라 그런지 병사들의 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숲에서의 습격과 마을로 쳐들어온 녀석들까지 모두 합쳐 14마리, 부상병 하나로 끝난 게 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이 육지에서 건너온 이방인들 없인 불가능했을 거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버지, 들어가겠습니다.”


끼이익. 기름칠을 하지 않아 썩을 대로 썩은 문고리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돌담이나 잡초가 무성한 정원에서 증명된 것이지만 안트로서는 도무지 집을 가꾸지 않았다. 200이 다 된 노인네에게 뭘 더 바라겠냐마는, 연구실 안은 차라리 폐가라고 칭하는 게 더 어울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 연구실 중앙에 안트로서가 있었다.


“너도 참 지치지도 않는구나.”


“아버지 아들이니까요.”


푸른 머리의 노인은 피식 웃으며 창 너머 떠오른 달을 바라보았다. 칼로 자른 듯 반듯이 나뉜 반달이었다. 초승달이 되려면...대략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 것이다. 잠시 한가로운 침묵이 이어졌다. 안트로서는 창밖에 시선을 둔 채였고, 윈프레드는 그런 아버지를 가만히 응시했다.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아버지 쪽이었다. 그는 매일같이 찾아와 열변을 토하던 아들이 침묵을 지키자 불편한 듯 입을 열었다.


“뭐냐. 왔으면 뭔가 행동을 취해야지.”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는 건 아버지답지 않아요. 슬슬 루도에게 답을 내려주셔야죠.”


엿새 동안 지겹게 들은 그 부탁이었다. 이제는 좀 더 요령 있게 돌려 말할 수 있을 텐데도 윈프레드는 여전히 단도직입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을 고수했다. 안트로서의 이마에 진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너도 참 극성이구나. 세르딕의 졸개 따위에게.”


그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여전히 로샤단을 매도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윈프레드는 아버지의 어조가 전에 비해 확연히 누그러져 있음을 눈치챘다.


“다 보셨잖아요. 오늘 그들이 없었다면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을 거예요. 아르유도 그들 덕에 목숨을 건졌고요.”


“그래서, 귀한 손녀를 구해줬으니 나더러 은혜라도 갚아달라는 거냐? 그놈들이 없었어도 아르유는 내가 지켰어.”


“빚진 정도를 매겨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아버지. 세르딕을 핑계로 루도를 만나지 않겠다는 억지는 그만두셨으면 좋겠어요.”


안트로서의 표정이 순간 노기를 띠었다가 사라졌다. 그는 과장되게 헛기침을 하더니, 책상 서랍을 뒤적이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그가 꺼내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아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할 구실을 찾은 것뿐이었다.

윈프레드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겉모습이 동안이다 뿐이지 그도 이제 일흔을 넘긴 나이였다. 그간 마찰도 많았던 만큼, 그는 누구보다 안트로서를 잘 이해하는 가족이었다. 그가 루도를 피하는 이유가 비단 세르딕과 람카디스 때문이 아니라는 걸 진즉에 알아챌 정도였으니까.

벌어진 마루 틈새로 땅강아지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었다. 녀석은 자기가 나온 구멍을 찾지 못해 바닥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안트로서는 방황하는 땅강아지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윈프레드가 말했다.


“루도는 아버지의 답변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거라 믿고 있어요. 못 견디게 무서울 텐데도, 그 녀석은 그 나름대로 결심을 한 상태죠. 그래서 루루도 이리로 보낸 걸 테고요. 그러니 아버지도 슬슬 결단을 내려주셔야죠.”


“뭐라고?”


“루도 만큼이나 아버지는 두려우신 거잖아요. 루도의 미래는 곧 이 섬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만약 루도가 선대 펠아람의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면 이 섬은 가장 먼저 절대소거의 표적이 될 테니까요.”


“그걸 알면서 나더러 녀석을 도우라는 거냐?!”


“아버지, 아버지가 그 아이를 돕든 안 돕든, 언젠가 펠아람은 각성할 겁니다.”


“....”


신의 아이는 그 사용 여하에 따라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권능을 지니고 있다. ‘펠아람의 저주’에 사람들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굳이 저주가 아니라도 신의 아이는 얼마든지 타락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위정자에게 있어 신의 아이는 골치 아픈, 제어할 수 없는 병기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 저주받은 신의 아이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배가 없인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섬에 고립된다고 하면 어떨까? 제아무리 막강한 권능을 지니고 있다 해도 바다 건너로 공격을 가할 순 없는 노릇, 결국 그 힘도 그가 고립된 섬 외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된다.

사람의 목숨이 숫자로 셀 수 없다는 말은 위정자들에겐 통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섬 하나쯤은 기꺼이 바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통이 터지는 점은, 그 대상이 된 주민들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수긍한다는 것이다.

이름 모를 백만을 위해 희생될 삼백 명의 사람들. 루도가 저주받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순간, 그는 영영 섬을 떠나지 못한다. 어쩌면 자신이 학살자라는 충격에 그 즉시 각성이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안트로서가 루도를 꺼려한 진짜 이유였다. 그러나 윈프레드가 언급했듯이 그대로 놔둬도 펠아람의 아이는 언젠가 각성하게 된다. 물론 그를 모른 척 육지로 추방하면 섬은 온전하겠지만, 안트로서도 그 정도로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배회하던 땅강아지가 그 소리에 놀라 혼비백산 달아났는데 그게 마침 운 좋게 구멍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안트로서가 말했다.


“너, 언변이 꽤 늘었구나. 코흘리개 찔찔이였던 놈이...”


“...저, 사람으로 치면 이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요.”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늙은 두 부자는 서로를 보며 말없이 웃었다. 촛불조차 켜지 않았지만 쏟아지는 차오른 반달 덕인지 연구실 안에는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고즈넉한 침묵 속에서, 안트로서는 책상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규칙적으로 모서리를 두드리던 그는 어느 순간 손톱이 빗나가 어긋난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 그놈들 데려와라. 쳇, 루루 녀석 때문에 없던 화가 굴러들어오는 구만.”


***



다음날, 일행은 안트로서를 설득했다는 말에 서둘러 그의 연구실로 향했다. 물론 그가 도움을 준다는 게 꼭 낭보라곤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동안에도 다들 침묵을 지켰다. 루도는 굳은 얼굴을 한 채 가장 앞장서서 걸어갔다.

일주일 만에 방문한 안트로서의 연구실은 전과 다름없이 허름하고 지저분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그가 마법을 이용해 돌담에 쌓인 바위를 마구 던졌었는데, 돌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제리온은 대마법사니 마법을 이용해 금세 복구시켰을 거라 했지만, 디리터는 늙은이 혼자 낑낑대며 담을 쌓는 상상을 하며 키득거렸다.

문 앞에 도달하자 루도가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저기, 루도입니다. 부르시길래...”


“들어와라.”


삐거어억. 요란하게 울리는 문소리가 왠지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들려서 일행은 한 번 주춤거렸다.

집안은 쓰다 만 양피지가 바닥에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보얀 먼지가 피어오르는 전형적인 마법사의 - 마법사에 대한 일행의 인식이 그랬다 - 보금자리였다. 그리고 연구실 중앙,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처럼 책이 넘치는 위태위태한 책상 가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응?”


“누구야, 저건?”


노인은 아망초 가문이 그렇듯 하늘색 머리카락에 목 언저리까지 내려오는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말이 노인이지 중년 신사가 수염을 기른 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은 얼굴이었다. 동안인 윈프레드와 비슷한 연배로 보일 정도? 하늘색 머리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트로서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건방진 새끼들, 내가 안트로서다.”


그가 침을 탁 뱉자, 어디선가 양피지가 날아와 이를 받아냈다. 일행은 멍한 눈으로 양피지가 알아서 꼬깃꼬깃 접혀 사라지는 광경을 구경했다. 디리터가 안트로서를 보곤 무심코 입을 열었다.


“멀쩡하게 생겼네? 두꺼비 아니었어?”


“씨발, 내가 이러니 말을 섞고 싶겠냔 말이지.”


디리터는 졸지에 너무도 수준이 낮아 상대할 가치도 없는 저능아가 되고 말았다. 애초에 마법에 조예가 있는 건 제리온뿐인 지라, 다른 멤버들은 괜히 말 걸었다가 욕먹겠다는 생각이 들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안트로서는 일행을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모두의 시선이 루도를 향했다. 루도는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뒤 입을 열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저주받았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예?”


루도는 잠시 상황을 이해 못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 특히 제리온은 안트로서가 일부러 빼는 거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안트로서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한 것뿐이었다.


“신의 아이를 판별하는 마법 같은 게 있겠냐? 그런 게 나오려면 일단 신의 아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한단 소린데, 2차 소환이 500년 전이니까, 넌 내가 500살이나 처먹은 거 같냐?”


“아니요...”


“그럼 답 나왔잖아. 난 내 무지에 당당하다. 펠아람의 저주를 확인하는 능력 같은 거, 나는 없어.”


그는 딱 잘라 말했다. 그 너무나도 당당한 발언에 일행은 뭐라 하소연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가 신의 아이를 판별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9클래스의 마법사라는 이력과 윈프레드가 소개해줬다는 요소가 묘한 기대감을 품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안트로서가 이토록 고압적인 자세다 보니, 일행도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다면 애초에 이곳까지 일행을 부른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제리온은 온몸으로 「이 영감 뭐야?!」라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때 윈프레드가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문밖에서 대화내용을 다 들었는지 표정이 다소 어두워져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모르신다는 이야기는...”


“거 자식, 눈치 한 번 빠르네.”


윈프레드가 친절히 ‘는’자에 악센트를 넣었기 때문에 루도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긴장된 어조로 물었다.


“저기, 그럼 당신 말고 다른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뜻인가요?”


안트로서는 그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눈을 반짝이는 소년에게 그다지 희망적인 답을 줄 수 없음이 안타까워서였다.


“있다. 재수 좋게도 이 섬에 살고 있지.”


“그, 그게 누군데요?”


“실버 드래곤 케리아돌이다.”


“우와, 씨발!!”


제리온이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다른 이들은 드래곤이라는 명칭만 들었을 뿐, 그게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했다. 때문에 안트로서의 발언에 제리온과 윈프레드는 경악한 반면, 나머지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리아돌이 여기 살고 있었단 말이야? 아니, 그보다 드래곤한테 가라니, 가서 알맞게 죽으라는 소리잖아.”


안트로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알아서 잘해봐라. 난 확실히 말해줬다. 케리아돌은 이 섬 맞은편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까.”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정색하고 나섰다. 칼잡이들에겐 「드래곤을 만나봐라」라는 말보단 「숲을 가로질러 섬 맞은편으로 가라」는 말이 더 섬뜩하게 들렸다.

전날에도 뼈저리게 느낀 거지만, 에메랄드 섬의 전체면적 중 사람이 사는 지역은 극히 일부고, 나머지는 전부 숲이나 늪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숲에는 트롤은 물론이거니와 갖가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순찰일지에서 읽었던 무지막지한 괴물들 - 날개 달린 사자나, 거대 구렁이 등 -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리네는 몸을 떨었다.


“거기를 뚫고 가라고? 우리끼리?”


“뚫고 가는 게 문제가 아니야! 드래곤이라고. 아하, 이 퍼렁괴물이 우릴 죽이려고 수작 부리는 거구만!”


좁은 연구실 안에 가지각색의 목소리가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고막이 얼얼해질 정도였다. 자신을 향한 질문이 수도 없이 꽂혔으나 안트로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흥분이 가라앉자 일행은 안트로서의 얘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이칼롯이 아무 말 없이 루도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러쿵저러쿵해도, 가고 안 가고는 모두 루도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목숨을 무릅쓰고 간다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아니면 그냥 이곳에 남아 시간을 보내는 선택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는 루도의 결정을 따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소란이 진정되자 루도가 안트로서에게 물었다.


“그 케리아돌이라는 사람에게 가면 되는 거죠? 알려줄 건 그것뿐이에요?”


“...하나 더. 케리아돌의 둥지는 초승달이 뜰 때에만 출입이 허락된다. 출발할 거면 2주일쯤 기다렸다 가도록 해.”


“좋아, 난 그 사람을 만나러 가겠어.”


루도는 단숨에 결정을 내렸다. 그의 발언에 이칼롯을 제외한 동료들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물론 그들이 그렇다고 그의 선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다만, 너무도 자명한 고생길에 다들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안트로서는 할 얘기가 끝나자 그 즉시 의자를 돌려 일행을 외면했다.


“난 분명히 말했다. 그럼, 나가봐.”


“아...아버지! 잠깐만요.”


윈프레드가 화들짝 놀라 그를 불렀다.


“뭐냐?”


“그게 끝이에요? 케리아돌에게 가라는 게?”


“끝이다. 뭐 불만 있냐?”


“그게...너무 날로 드시는 거 같아서...”


“뭐 임마!!”


안트로서는 화가 나 의자 다리를 홱 돌렸다. 물론 바퀴가 달려있거나 소음처리가 된 물건은 전혀 아니었기에, 강렬한 마루 긁는 소음에 모두 어깨를 떨었다. 안트로서가 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하지만 윈프레드 또한 수십 년간 아버지를 상대해온 바, 그런 시선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괴팍한 아버지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래도 명색이 업솔루트 레벨이신데, 임프로브드 디텍팅(Improved detecting)이라도 한 번 써보시죠?”


“마, 그건 신성력이나 영체 감지에 적합한 마법이 아니잖아. 애비 무능하다고 놀리는 거냐?”


“그래도, 뒷걸음치다 쥐 잡을 수도 있다고, 무언가 걸릴지도 모르잖아요?”


“언제부터 그렇게 대충 사는 놈이 된 거야!!”


“대충 사는 게 아니라, 아버지의 능력을 믿는 거죠.”


“입에 발린 소리 하지 마라! 네놈이 언제부터 날 그렇게 대우해줬다고.”


“그래도 아르유의 생명의 은인들인데...하다못해 지름길이라도 알려주시는 게 맞잖아요.”


“내가 무슨 도로 닦는 인부냐?! 지름길을 알게!!”


두 부자는 옥신각신해대며 한참을 다투었다. 말다툼은 주로 안트로서가 욕설을 내뱉고, 윈프레드가 그런 그를 달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거의 10분여 가량의 언쟁 끝에,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안트로서는 그의 제의를 승낙했다.


“제엔장, 내가 이런 어중이떠중이들한테 마법까지 보여줘야 돼?!”


그의 명령에 따라 일행은 1열 횡대로 가지런히 섰다. 안트로서는 수인을 맺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신의 아이가 이런 거에 감지될 정도면 진즉에 굴비 엮듯 엮어서 이 섬으로 보냈겠지! 빌어먹을 아들놈이 늙은 애비를 착취해먹는고만, 썩을 젠장.”


연구실을 나가려다 졸지에 붙잡힌 일행은 아무 죄도 없이 안트로서의 욕설을 감내해야 했다. 뭐, 여기서 루도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굳이 숲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거라 누구도 불평을 늘어놓진 않았지만 말이다.

욕설이 절반인 캐스팅이 끝나자 안트로서는 툭 내뱉듯 마법을 시전했다.


“임프로브드 디텍팅.”


그의 손에서 생성된 무형의 파장이 일행의 몸을 관통했다. 형태도, 소리도, 냄새도 없었지만 루도는 ‘무언가가’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이건.”


파장이 사라지자 안트로서의 눈동자가 그로서는 드물게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응?”


“뭐지.”


아무런 효과도 없을 거란 그의 예상은 완벽히 어긋났다. 루도와 이칼롯, 제리온에게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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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4.15 19:06
    No. 1

    혼비백산 달았는데->혼비백산 달아났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사치
    작성일
    15.05.02 13:36
    No. 2

    작가님 안트로서가 실버드래곤 이라고 설명 했는데
    루도가 자꾸 그 사람 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는게 별것아닌 옥의 티 처럼 보여요. 저의 개인적인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09 16:48
    No. 3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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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2) +2 15.04.07 756 33 11쪽
114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1) +2 15.04.07 1,041 29 18쪽
11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4) +1 15.04.07 996 29 14쪽
11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3) +4 15.04.06 1,000 32 15쪽
11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2) +1 15.04.06 994 29 15쪽
11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1 15.04.06 973 28 16쪽
109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0) +1 15.04.06 1,012 28 13쪽
108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9) +2 15.04.06 903 31 12쪽
107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4 15.04.06 865 29 12쪽
106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7) +3 15.04.05 995 26 12쪽
105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6) +1 15.04.05 899 29 10쪽
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90 31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805 29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96 28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7 30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33 29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73 34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7 32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90 26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91 26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84 28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28 26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49 33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97 29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51 27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48 30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80 32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72 35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52 34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16 34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24 36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54 35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84 32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19 38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88 34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25 37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28 39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44 34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23 40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30 34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53 34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50 35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7 39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93 35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26 44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7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45 35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27 36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24 33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92 39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300 36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7 45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61 36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83 40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7 38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31 39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74 35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3 15.03.28 1,022 36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7 40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32 46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73 47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9 42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13 45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63 51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43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8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51 46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9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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