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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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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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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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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DUMMY

그 미묘한 마찰음을, 디리터는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그 남자의 거구가 너무 눈에 띄어서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에레이시아와의 어색함 때문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 남자의 입 가리개가 닫히는 순간, 디리터는 그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조금 전까지는 굶주린 방랑자였다면, 지금은 사냥감을 정한 곰과 같은 느낌이랄까? 남자의 몸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가슴이 두근두근 뛸 정도였다.


‘설마...’


산중에서 유년기를 보낸 탓에 그의 직감은 놀랄 정도로 예리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은 자신의 그런 감이 틀리길 바랐다. 다른 일행들은 모두 신경 끈 채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아닐 거야.

그 남자는 천천히 자신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설마, 지나가는 중이겠지.


“어...어이, 뭔가 이상한데...무기 뽑아.”


디리터는 칼자루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하지만 거리의 소음이 심했던 탓일까, 그의 경고는 다른 일행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그 남자의 몸집이 점점 커진다. 저런 거구인데도, 다가오는 속도가 굉장히 민첩하다!

열 보쯤 남았을까, 흘겨보던 디리터의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터덜터덜 걸어오던 남자가, 어느 순간 폭발하듯 땅을 박차며 돌진해오는 것이었다. 그는 육중한 몸집에 갑옷까지 걸치고 있었는데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조심해!! 막아!! 물러서어!”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진짜 곰이 달려들어도 이보다 더 섬뜩할까? 그들은 기겁하며 각자 무기를 뽑았다.


“뭐...뭐야, 네놈!”


디리터는 맨 뒤에 있었기에 달려오던 남자와 가장 먼저 대치하게 됐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 남자가 안개송곳니의 일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쿵쿵 울리는 기분이다. 남자는 한 손에는 타워실드를, 다른 한 손에는 충각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거대한 메이스를 들고 있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무기를 보는 순간, 디리터의 머릿속으로 알룬도의 경고가 떠올랐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도 있고, 인간이 아닌 자들도 있지.


“인간이 아니구나아!!”


공격거리를 재고 있는데, 그 남자의 방패가 순식간에 시야를 뒤덮었다. 믿기지 않게도 그는 지금까지 달려온 것도 최대 속력이 아니었다. 그는 일행과 충돌하기 직전, 다시 한 번 가속했다. 시간이 빨라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엄청난 돌진. 디리터는 검을 휘두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터어엉.

그 남자의 방패가 사정없이 디리터를 후려쳤다. 디리터는 무기를 들어 막아냈지만, 완력에 밀려 그대로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디리터가 쓰러지자, 중간에 있던 호위대가 무방비로 노출됐다. 물론 그들도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무방비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했다.

거대한 철퇴가 하늘 높이 치켜 올라갔다. 어찌나 두께가 넓은지, 그것만으로도 호위대의 얼굴에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의 표적이 된 기사는 죽음을 직감한 듯 공허한 눈으로 그 철퇴를 바라보았다.


“어....?”


디리터는 그 순간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의 귓가로 남자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용서를....”


콰지직!

두개골이 사정없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뇌수와 함께 핏물이 사정없이 땅바닥에 흩뿌려진다. 튀어나온 눈알이 땅을 구른다.

단 일격이었다. 단 한방에 기사의 얼굴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시체에서 튄 피가 에레이시아의 뺨을 적셨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머리가 사라진 기사가 스르르 무너져 내릴 즈음에야 현실을 직시했다. 자신의 뺨에 묻은 것이 그 사람의 피라는 것을, 조금 전까지 살아 움직이던,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의 피라는 것을.


“아아아아악!”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이 봄 하늘을 짓찢는다. 대낮에 벌어진 살인에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도 즉각 공황상태에 빠졌다.


“으....으아아아!!”


“사...사람이 죽었어!! 살인자...살인자다!!”


“자경단, 자경단을 불러!”


귓속이 어지러운 잡음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디리터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 남자의 움직임을 똑똑히 주시했다. 베리어스의 공격을 우습게 튕겨내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방패로 몸을 가린 남자는, 다시 공수를 전환해 메이스를 치켜 올린다.

디리터는 그대로 달렸다.


“안...돼!!”


두 번째 기사는 처음에 죽은 기사처럼 넋 놓고 있진 않았다. 그는 검을 들어 머리를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그 남자에겐 부질없는 반항일 뿐이었다.

퍼걱.

남자의 키가 너무 큰 탓일까, 그것은 수직으로 내리꽂힌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다. 철퇴는 기사의 검을 간단히 부러뜨리며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부러진 칼 조각과 함께 핏물이 튀어 올랐다. 뼈를 우그러뜨리는 그 소리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소름끼쳤다.


“으아아아!!”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명이 당했다. 호위대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 모두 적지 않은 시간을 검술에 투자해온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의 힘은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것 같은, 엄청난 괴력.

오우거와 맞먹는 거구와 그에 뒤지지 않는 완력, 그리고 그 힘을 활용한 무기 활용. 그의 철퇴에 맞은 것은 검이고 갑옷이고 모조리 부러져나간다. 그 파괴력이 충차에 버금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

고르딘 더 램(Ram).

안개송곳니의 최정예 멤버이자, 개인 / 집단전을 불문하고 무패를 자랑하는 최강의 전투 병기. 특수한 상황 없이 오로지 전면전만을 생각한다면, 그는 제폰과 더불어 안개송곳니 내에서 가장 높은 전투력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최강의 병사와 이제 막 임관한 기사들의 대결,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레이시가 디리터 쪽에 별다른 함정을 파놓지 않은 것도 고르딘의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용서를.”


또다. 그는 사람을 죽일 때마다 짧은 고해(告解)를 반복하고 있었다. 베리어스가 소리를 지르며 검을 휘둘러보았지만, 다시 그의 방패에 저지되고 말았다.

고르딘의 전투방식은 단순했다. 방어 후 공격, 방어 후 공격. 그런데, 방어는 뚫을 수가 없고 공격은 막을 수가 없다.


“용서를.”


세 번째 고해가 이어지고, 그의 철퇴가 베리어스를 향했다. 베리어스는 조금 전 공격이 실패해서인지 자세가 무너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수리로 날아오는 쇳덩이를 보며 경악했다.


“아드레노프의 작렬(Adrenoff's burst)!!"


쿠콰쾅!

순간 그가 있던 곳에 폭발음이 일었다. 디리터는 살을 에는 듯한 열기를 느끼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고르딘이 있던 자리에 불꽃과 함께 새까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뒈졌나? 씨발, 뭐 저딴 새끼가 다 있어!”


제리온이 외쳤다. 그는 양손을 모아 수인을 맺고 있었다. 그제야 디리터는 그가 마법으로 폭발을 일으켰다는 걸 깨달았다. 기사 둘이 당하기까지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캐스팅이었다.

살인에 방화에, 마을 주민들은 이제 재앙이라도 만난 듯 집안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꺅꺅대는 비명에 제리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결정타를 날리려고 하는데 비명 때문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의 머리 위로 보랏빛 구체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디리터는 화염 속에서 실루엣이 꿈틀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쩔그럭 거리는 갑옷 소리도 놓치지 않았다.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 남자는 살아있다!


“.....!”


고르딘이 화염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그는 제리온의 마법을 맞고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달궈져서 연기가 피어나는 갑옷이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를 자아냈다. 그는 제리온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제리온은 막 마법을 시전 중이라 무방비한 상태였다.


“병신아!! 피해!!”


디리터가 달려와 황급히 그를 밀쳤다. 어찌나 세게 밀었는지 제리온은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가 담벼락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그는 그대로 기절해 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지만 그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아무래도 고르딘이 이번에는 타겟을 디리터로 바꾼 모양이었다.

디리터의 기지 덕에 그의 공격은 멋지게 빗나갔다. 그의 철퇴는 그대로 흙바닥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어찌나 세게 내리쳤는지 튀어 오른 흙에 살갗이 베일 정도였다. 고르딘은 무기가 잘 빠지지 않는지 잠시 멈칫거렸다. 디리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왼발은 지지대로, 오른발은 축으로. 허리를 힘껏 젖혀 최대한 원심력을 강하게. 그가 자랑하는 필살의 회전 베기였다. 동작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먹히기만 한다면 누구든 날릴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그는 이 기술로 광휘의 결사를 벽에 처박아버린 적도 있었다.


“이거나 처먹어!”


디리터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고르딘에게 쇄도했다. 그는 황급히 방패를 들어 막았다.

쩡! 하는 쇳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그 고르딘조차 이번에는 상체가 크게 기울어졌다. 무게중심을 잡은 오른발이 살짝 공중에 뜰 정도였다.

하지만 놀란 쪽은 오히려 디리터였다. 그도 나름 힘에는 자신이 있었다. 일 합의 위력으로만 따지면 아버지와 돌크 빼고는 져본 적이 없는 그였다. 그리고 조금 전 그의 공격은 모든 체중을 실어서 가한 필살기였다. 그는 공격이 꽂히는 순간 방패가 날아가거나, 운이 좋으면 갑옷까지 뚫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르딘은 멀쩡했다. 기울어졌던 그의 몸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 역시 디리터의 공격에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순간적이지만 자신을 이토록 밀어붙일 줄이야.

그는 방패를 세워 모서리로 디리터를 내리찍었다. 그는 공격을 받고 뒤로 몇 발짝 물러났지만,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 또한 고르딘이 노린 바였다.

방패를 막은 디리터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메이스를 양손에 쥔 채 있는 힘껏 휘두르는 그의 모습이었다. 기다란 원호를 그리며 쇄도하는 메이스. 디리터는 급히 검을 눕혀 방어태세를 취했다.

고르딘의 공격이 여지없이 그를 강타했다.


“우와아아악!!”


정말 저게 사람이 내는 힘이 맞는 걸까? 디리터는 쏘아 올려진 투석처럼 허공을 가로질렀다. 스스로 뛰라고 해도 그렇게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그는 그대로 10미터를 넘게 날아가, 근처에 있던 제분소 지붕에 떨어졌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베리어스도, 에레이시아도 말을 잃고 말았다.


“끄...으아...”


디리터는 극심한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아무래도 오른 손목이 나간 모양이다. 하지만 그 남자의 공격을 받아낸 것치고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었다. 그런 일격을 받고 검이 부러지지 않은 것도 기적이었다.

그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고르딘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는 멀리 날아간 디리터에게는 신경을 끈 채 베리어스에게 다시 눈을 돌리고 있었다. 디리터는 아픔도 잊은 채 곧장 지붕 위에서 뛰어내렸다. 제리온은 기절한 데다 호위대 두 명은 이미 사망, 남은 것은 자신과 베리어스를 비롯해 세 명뿐이었다.

저벅저벅 전진하는 고르딘과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치는 베리어스, 그리고 그 뒤로 겁을 먹은 채 벌벌 떠는 에레이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디리터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뭐 하고 있어!! 어서 도망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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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45 35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27 36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24 33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92 39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300 36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7 45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61 36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83 40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7 38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31 39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74 35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3 15.03.28 1,022 36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7 40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32 46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73 47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9 42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13 45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63 51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43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8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51 46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9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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