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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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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7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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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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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22쪽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4)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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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 번더크. 그 이름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막 리크나이츠가 건국되고, 삼국 간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무렵이었다. 부유한 귀족의 자재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마법에 특출난 소질을 보였다. 당시엔 마법에 대한 규제도 없었고 또 워낙 세상이 흉흉한 때라 마법사, 특히 전투마법사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수도 라키시스에 위치한 왕립 마법학교엔 마법사를 지망하는 청년들로 매일같이 북새통을 이뤘다.

그런 경쟁구도에서도 어린 그람의 능력은 괄목할 정도였다. 그는 6살이라는 최연소의 나이로 마법학교에 입학했고, 15살엔 이미 5클래스 경지에 도달했다. 학교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그곳을 졸업한 그람은, 18살의 나이로 왕실 마법친위대에 입단했다. 이 또한 종전에 있던 기록을 갈아엎은 것이었다.

정식 마법사가 된 후에도 그람의 행보는 승승장구였다. 리크나이츠와 브리토리스가 맞붙은 중요한 전선마다 그람이 있었고, 비록 지휘관은 아닐지라도 그의 마법은 리크나이츠 병사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가 25살의 나이로 마법친위대의 단장이 되었을 땐, 모두가 역사에 남을 천재 마법사가 탄생했다며 축하했다.

물론, 젊은 나이에 권력과 명예를 손에 쥔 그였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고민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는 리크나이츠 최고의 마법사였지만 그건 ‘공식’적인 지위일 뿐,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람 스스로도 느끼는 바였다.

나타니엘(「금지 마법-정신계」편 참조)과 타이달루크(「금지 마법-사령계」편 참조). 두 늙은 마법사는 이미 왕국 내에서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모두가 그람을 천재라고, 최고의 마법사라고 추켜세워도 두 마법사가 있기에 그저 입 바른 칭찬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존재, 아득히 먼 태양과도 같은 존재. 그람에게 있어 그들이 그랬다. 그들은 마도학의 불모지라 불렸던 정신계와 사령계 학파를, 그것도 혼자만의 힘으로 9클래스까지 일궈놓은 사람들이었다.

둘은 그람이 친위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일선에서 물러나 후진양성 및 개인연구에 힘쓰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들이 마법협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했다. 그람 역시 그들이 현역이었다면 자신이 마법친위대 단장이 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거라고 평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두 늙은 마법사를 음해하거나 시기한 것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고, 이를 두 마법사에게 사사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했다. 그는 이제 실력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존경받았고, 나타니엘과 타이달루크도 그를 후대를 이끌어갈 재목이라며 기대했다. 그야말로 황금과도 같은 시절이었다.

그것이 재앙의 징조일 줄 누가 알았으랴.

리크나이츠력 17년, 국경을 수비하던 은빛 기사단이 전멸하면서 위태위태하게 유지되던 브리토리스와 리크나이츠 간의 균형이 깨졌다. 당시 브리토리스 군대는 특이하게도 드레이크(Drake), 오거(Ogre) 등 짐승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운용했는데, 이에 리크나이츠 병력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이에 대해서 여러 추측이 있지만, 현재로선 정령술에 의한 집단 테이밍이나 소환 마법의 일종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생도는 「소환마법-고급」편을 참조하기 바란다.)

당시 그람이 이끌던 마법친위대는 클라리스 공주(「리크나이츠, 신의 권능을 타고난 일족」참조)의 호위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람은 임무에 실패했고, 클라리스 공주는 브리토리스 병사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만다.

그 후 브리토리스는 여세를 몰아 리크나이츠 남부 지방까지 진격하지만, 불세출의 영웅 리카르고에 의해 패퇴하여 카잘산맥 북쪽까지 쫓겨나게 된다. 기이한 점은, 클라리스 공주가 살해당하고 나서 1년여간 그람의 행적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임무 실패를 자책하여 은거했다는 견해와, 공주를 살리기 위해 타이달루크와 함께 사령계 연구에 몰두했다는 견해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뾰족한 증거가 없다. 이 1년간의 공백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안갯속에 감춰져 있으며, 이를 알아내려면 그람 본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리크나이츠력 19년. 자색의 기사(Knight of violet)에 의해 왕국의 3분의 1이 초토화되던 때였다. 타이달루크, 안다바리엘(마법친위대 단원으로 추정. 자세한 사료는 남아있지 않음)과 함께 나타난 그는 매우 초췌한 몰골에 핏기가 없었으며, 눈가엔 기미가 잔뜩 껴 있었다고 전해진다. 다시 나타난 그는 더 이상 국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타이달루크와 함께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색의 기사와 리카르고가 벌인 엠-에스타(Em-Estah)전투에서 사망했는데, 특이한 점은 죽은 뒤에 언데드(Undead)로 부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다른 언데드와 달리 생전의 기억을 온전히 가지고 있었으며, 이성이 있었고, 별도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였다.(이에 대해서도 많은 설이 있지만, 현재로선 그의 스승 타이달루크가 사령계 마법으로 그를 되살려냈다는 의견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마법 역사에 있어 유일무이한 대사건으로서, 협회에선 그를 리치(Lich)라 규정하고 그를 연구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 되살아난 그람은 초기에는 그럭저럭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 마법협회의 연구에도 제법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리크나이츠력 21년, 브리토리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정신계와 사령계 학파를 이단으로 규정함에 따라 그람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 그는 졸지에 이단자의 제자가 되었고 ‘금지된 마법’의 파편으로서 협회에 쫓기는 몸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람은 순순히 잡히지 않았으니, 이는 점차 유혈사태로 번지게 되었다. 그러다 그를 쫓던 사냥꾼 무리가 몰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왕실에선 그를 ‘이단자’ 및 ‘특급 범죄자’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람의 행보에 대해서는 알려지는 바가 없다. 그는 세간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를 목격했다는 정보는 지난 500년간 꾸준히 지속되어왔다. 중요한 것은 그가 500년이 넘게 마법을 수련했다는 것이며, 언데드의 특성상 살아있는 모든 것을 증오한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마법협회의 명단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생전에 그는 ‘유린(蹂躪)의 창’이라는 호칭이 있었지만 지금은 협회에 의해 변경된 상태다. 현재 그의 호칭은 ‘죽지 못하는 자’이며, 흔히들 ‘죽지 못하는 그람’이라고 부르곤 한다.


-마법협회 인물 대사전, ‘죽지 못하는 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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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이이이익!

돌풍이 내는 포효 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나뭇가지며 돌멩이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때 아닌 재앙에 휩쓸린 날벌레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이다. 순식간에 형성된 질풍의 기류, 하지만 그것은 어딘가로 이동하는 일 없이 일행이 있는 주변만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 난리에 불구하고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 걸로 봐선 마을 주민들은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격류의 한가운데, 소년이 있었다. 마리네도, 알룬도도 돌풍에 휩쓸려 균형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소년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선홍빛을 띤 과일들이 돌풍의 대열에 합류했다. 조금 전 소년이 데루루피아를 붙잡기 위해 허공에 흩뿌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왼손에는 여전히 나머지 과일들을 쥔 상태였다.


“난 당신을 모르고, 당신과 싸워야 할 이유도 없어. 그러니까 내가 그쪽을 죽여야 할 상황을 만들지 마.”


소년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자신을 노리는 얼음 창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초연한 태도. 그 명백한 주객전도의 발언에 그람조차 흠칫 어깨를 떨었다. 소년이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다.


“...알고 모르고는 중요치 않다. 네가 펠아람의 아이라는 진실만이 남을 뿐.”


소년의 이맛살에 살짝 주름이 졌다. 아무래도 그람의 말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소년은 그람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창들을 응시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로 해. 그러니까 이 사람들부터 내려놔.”


“펠아람의 아이가 대화라니, 우습군. 네 선대(先代)는...”


“알았으니까, 내려놔!”


드드드득. 데루루피아를 감싸고 있던 바람의 벽이 차례차례 상쇄되기 시작했다. 소년이 완력으로 그녀의 발목을 잡아끈 것이다. 풍벽의 저항 따위 우스운 듯, 소년은 데루루피아를 온전히 땅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람의, 9클래스 마법사의 마법을 이토록 간단하게 풀어버리다니!

그람이 만든 바람은 이제 데루루피아에게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소년의 손이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흩날리는 머리칼을 진정시키며, 소년과 그람을 번갈아 봤다.


“....”


“내려놔. 말로 하자고. 네 번 말했어.”


그람은 자신의 부러진 네 번째 손가락을 응시했다. 조금 전 소년의 힘에 저항하다 비틀린 것이리라. 그는 소년의 제안이 부탁에서 명령으로, 명령에서 경고로 바뀌고 있음을 알아챘다.

데루루피아가 다시 두 사람을 중재하려 나섰다.


“이봐요! 말로 하자잖아요. 못 배운 사람처럼 멍청하게 굴지 말아요. 이 아이를 자극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거 몰라요?!”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 몇 초의 순간, 분명 바람 소리로 귓가가 멍멍할 지경인데도 마리네는 일대가 한없이 고요해졌다고 생각했다. 그 긴장된 정적 속에, 소년과 그람의 눈은 무얼 교환하고 있는가?

그람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의 부러진 관절도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엇...”


그의 손이 떨어지자 일대를 휘감던 바람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덕분에 2~3미터 정도 뜬 채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던 마리네는 갑작스럽게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우왓!”


그는 공중에서 재빨리 몸을 틀어 다리부터 착지에 성공했지만, 경사진 논두렁인지라 균형을 잡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렀다. 소년은 그걸 보고는 냅다 몸을 돌렸다. 아직 십여 개의 얼음 창이 자신을 노리는 상태인데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막 흙을 털며 일어나는 마리네를 향해 외쳤다.


“마리네, 괜찮아?”


마리네는 선뜻 대답하려다가, 그가 루도가 아님을 깨닫고 애매하게 답했다.


“아...네, 뭐...”


소년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마리네의 안위를 살피는 사이, 데루루피아는 그람을 설득하고 나섰다.


“일단...마법을 풀어줘서 고마워요. 저기 위에 뜬 얼음도 어떻게 좀..”


하지만 그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


“착각하지 마라. 이야기를 들어본 후 죽이기로 결정했을 뿐이니까.”


“죽인다고요? 당신과 계약했을 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잖아요! 그게 당신의 목적이에요?”


“각성자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그것도, 펠아람의 아이를.”


“그...건...”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은 그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눈앞에 보이는 소년이 루도가 아닌 펠아람의 아이라니, 이토록 각성이 빠를 줄 누가 알았겠으랴. 이곳에서 로샤단을 만나고, 그들을 에메랄드 섬으로 보내는 계획은 모두 루도가 각성하지 않았을 것을 전제하고 있었다. 루도가 이미 각성했다면, 따위의 가정은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소년이 펠아람의 아이라면 자신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만약 그가 저주를 받았다고 한다면...그녀는 세차게 도리질했다.


“판단은 내가 한다. 물러나라, 아망초.”


“....”


소년은 다시 그람과 마주했다. 논두렁을 올라올 때 마리네가 도망가자고 귀띔했지만, 소년은 그저 나직이 웃을 뿐이었다. 알룬도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데루루피아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의 칼끝은 그람도, 소년도 향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둘 다 향하고 있는 걸지도.

뼈만 남은 팔이 다시 루도를 향했다. 그에 따라 얼음의 창들이 금방이라도 쏘아질 것처럼 허공을 떠돌았다. 그가 손짓만 하면 십여 개의 창은 즉시 소년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그람이 말했다.


“소년, 네가 깨어난 이상, 나는 너를 죽일 수밖에 없다.”


소년은 무표정했다. 화를 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웃음 짓지도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도 최대한 무심해지려고 노력했다.


“당신이 날 죽여야 하는 이유가 있어?”


“네가 신의 아이, 그것도 펠아람의 아이니까.”


소년의 턱이 미세하게 비틀렸다.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빨을 사정없이 깨무는 중이었다.


“왜지?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네겐 나라 하나를 뒤엎을 정도의 능력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넌 사라져야 할 존재지.”


“단지 그뿐이야?”


뒤편에 선 마리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등지고 선 소년에게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였고, 어깨가 가느다랗게 떨렸으며, 목젖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아마 연신 침을 삼키고 있는 것이리라.

뒤에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그는 무언가 울분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소년이 말했다.


“난 살인을 저지를 생각이 없어.”


“그 다짐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모르는 거지. 중요한 건 너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거다.”


“...난 예비 살인마니까 그냥 여기서 죽으라고? 제기랄, 개소리 집어치워!”


소년의 언성이 처음으로 올라갔다. 그는 여전히 이를 악물며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그람을 보는 눈동자는 서서히 분노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데루루피아는 소년의 일갈에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설마 혹시...하는 마음에 돌아보니 알룬도는 이미 땅을 박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네가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붙잡았다. 어이없어하는 그에게 마리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잠깐 기다려 봐요.


소년은 흥분을 간신히 억눌렀다. 악문 어금니 사이로 잇소리가 새어나왔다.


“내가 세상을 멸망시킨다고? 힘이 있으니 죽어야 한다고? 그런 논리면 당신은 왜 살아있지? 그딴 것 없어도, 사람을 죽일 놈은 살인을 저질러. 칼 한 자루만 있어도, 목을 따는 것 따윈 식은 죽 먹기야. 그래놓고도 죗값을 치르지 않은 채 떳떳이 거리를 활보하는 놈들이 넘쳐난다고. 그런데, 왜 항상 나지? 왜 내가 죽어야 하지?”


소년의 목소리엔 증오와, 울분과, 회한이 묻어났다.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위협받기가 수차례,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람카디스와 카토르가 죽고, 로샤단 단원들도 죽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안개송곳니는 누구도 단죄하지 않았고, 생존을 위협받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다. 그 부조리에 소년은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이젠 생명의 은인이라 여겼던 마법사마저 자신이 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젤리카는 어땠지?

너무 주먹을 쥔 탓인지 들고 있던 딸기며 토마토가 퍽퍽 터져나갔다.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리는 과즙은, 얼핏 보기엔 붉은 피처럼 보였다. 소년은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


“당신이 5년 전 우리를 도와준 것에 대해서는 고마워하고 있어. 하지만 억측도 정도껏 해. 레이시도 그랬지만, 난 살인에 취미 없고 미치지도 않았어. 당신과 싸울 이유는 더더욱 없고. 펠아람의 저주? 웃기지 말라고 해.”


저물어가는 태양은 이제 절반 정도 모습을 감춰가고 있었다. 소년은 이대로 대화를 끝내길 원했다. 그람과 이야기할수록 평정을 잃어가는 자신이 싫었고, 또 자신을 향하는 두려움의 시선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이래서 감추려 한 건데, 이래서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은 건데...

하지만 그람은 아직 할 말이 남은 모양이었다. 그의 앙상한 손가락은 여전히 소년을 향한 채였다.


“그럼 하나 묻지. 10년 전 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없앤 건 왜지? 그게 미치지 않고 벌일 수 있는 일인가?”


“...그건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정도가 심했던 건 인정하지만, 난 그때 겨우 7살이었다고.”


그람의 어깨가 살짝살짝 들썩였다. 아마 소리 없이 웃는 것이리라. 해골만 남은 얼굴이 웃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쳐왔다.


“재밌는 대답이구나. 어쩔 수 없었다라...미래에 또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넌 어떻게 할 거지? 펠아람의 아이야.”


아드득거리는 잇소리가 뒤에 선 일행에게도 들려왔다. 소년은 이제 눈앞의 마법사와는 대화할수록 자신이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걸로 충분하잖아? 그만 하자고. 다시 말하지만, 난 미치지 않았어. 저주 따위도 받지 않았고. 그러니 이만 돌아가.”


“대답해라. 또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쩔 거냐.”


그람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는 대답을 듣기 전엔 길을 비키지도, 소년을 곱게 보내줄 생각도 없었다. 소년은 잠시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 아니, 루도의 손이다. 루도는...지금쯤 편히 쉬고 있겠지. 소년은 마음을 다잡았다.


“난, 살아남을 거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아남을 거야. 그게 내 대답이다.”


소년의 발언은, 팽팽하게 유지되던 대치상황에 종결을 고했다. 그람의 퀭한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그게 네가 죽어야 할 명백한 이유다.”


그람의 검지가 땅바닥을 향했다. 그 순간, 그의 뒤에 떠있던 얼음 창들이 순식간에 날아와 소년을 덮쳤다. 어떤 것은 정수리를 노리고, 어떤 것은 측면에서, 어떤 것은 복부를 향해. 하나하나가 급소를 향한 데에다 그 속도 또한 화살에 필적할 정도였다. 그 쇄도가 어찌나 빨랐는지 데루루피아는 창들이 소년을 덮친 후에야 뒤늦게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하지만 마리네와 알룬도는 똑똑히 목격했다. 창이 막 가속이 붙던 그 순간, 소년이 믿을 수 없는 스피드로 움직이는 것을 말이다. 소년은 자신과 가까이 있던 데루루피아와 마리네를 황급히 밀치고 그대로 땅을 박차 그람에게 돌진했다. 그 속도가 너무도 경이적이어서 마리네는 그가 달려간 건지 날아간 건지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소년은 날아오는 얼음 창으로 뛰어드는가 싶더니 눈을 감았다 뗐을 땐 이미 그람의 뒤편까지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마리네는 놓쳤지만, 알룬도는 소년이 그람의 목을 자르려다 막판에 검을 물리는 장면까지 포착해냈다.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쨍, 쨍강! 쨍강!

얼음의 창들은 맥없이 땅에 꽂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 파열음 사이로 흙모래가 쓸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소년이 멈추는 순간 땅과 엄청난 마찰이 일어난 것이었다.

카카카카칵! 흙먼지가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다. 육두마차가 지나갔더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마리네가 접근하는 모래 연기를 보고 손을 휘휘 저었다. 하지만 연기는 생각만큼 쉬이 사라지질 않았다. 그는 실눈을 뜬 채 소년의 행방을 좇았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람! 루도! 루도!”


“뒤다! 그람의 뒤에 있어!”


알룬도가 다급하게 외쳤다. 마리네는 그가 가르쳐준 대로 그람의 어깨너머를 살폈다. 하지만 연기에 가려 소년의 모습은 식별할 수 없었고, 보랏빛 물체가 번쩍이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거리는 한 40미터 정도 될까? 찰나의 순간에 이동하기엔 절대 불가능한 거리였다.

그런데, 저 보라색은 뭐지?

연기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그람이었다. 그 역시 흙먼지에 시야가 가린 듯, 이리저리 소년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소년을 발견하자 그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마리네도 그람과 비슷한 타이밍에 소년을 찾아냈다. 그는 소년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년을 본 순간, 조금 전 보랏빛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그는 뒷걸음질쳤다.


“헉...”


“아...펠아람...”


숨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온몸을 싸고도는 위압감과 공포. 마리네는 이런 경험을 예전에도 겪은 적이 있었다.

보랏빛 눈동자. 소년의 눈이 짙은 보라색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마리네는 한참을 뒷걸음질친 후에야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도망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신을 추스르고 보니 데루루피아는 이미 다리가 풀린 상태였고, 알룬도는 입술을 깨문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 정도인데, 그가 노려보고 있는 그람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소년은 더 이상 감정을 절제하지 않았다. 그는 폭풍 같은 분노를 여실히 드러내며, 그람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의 눈동자가 더욱 더 짙은 자색을 띄어갔다.


“나에게, 이 이상!! 힘을 쓰게 하지 마!!”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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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38 퉁실퉁실
    작성일
    15.04.07 08:40
    No. 1

    참.. 몸은 공유하더라도 루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뭔가 씁쓸하네요. 빨리 몸건강히 회복해서 몸주도권을 잡아야 할텐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斷劍殘人
    작성일
    15.04.07 17:56
    No. 2

    댓글이 너무 없네요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사치
    작성일
    15.04.08 08:09
    No. 3

    그러게요..예전에도 이랬던거같은데.. 댓글이 너무 없네용.보는 제가 더 섭섭해요ㅜ 재밌게 읽으신 분들 한줄이라도 감상 남겨주시면 작가님에게 큰 힘이 될거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4.08 15:43
    No. 4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뭐 쓰려고 하면 스포일러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슈호프
    작성일
    15.04.09 00:22
    No. 5

    일반적인 연재속도보다는 훨씬 빠르기 때문에 댓글 남길 타이밍도 없을거예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악배
    작성일
    15.04.09 09:03
    No. 6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감자칩같은 작품이네요. 뜯으면 멈출 수가 없엉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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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09 14:11
    No. 7

    건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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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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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람의 계승자 - ep.4 - 불쾌한 소년, 유쾌한 소녀(1) +3 15.04.16 770 27 19쪽
146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10) +5 15.04.15 739 36 18쪽
145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9) +3 15.04.15 765 29 19쪽
144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8) +3 15.04.15 749 31 17쪽
143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7) +3 15.04.15 802 27 21쪽
142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6) +4 15.04.14 738 30 18쪽
141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5) +2 15.04.14 817 28 17쪽
140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4) +6 15.04.14 735 27 15쪽
139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3) +1 15.04.14 718 29 18쪽
138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2) +3 15.04.14 725 30 17쪽
137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1) +3 15.04.14 732 24 17쪽
136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完) +3 15.04.12 825 25 15쪽
135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5) +3 15.04.12 656 23 17쪽
134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4) +2 15.04.12 666 25 17쪽
133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3) +1 15.04.12 657 27 19쪽
132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2) +3 15.04.12 753 25 21쪽
131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1) +1 15.04.12 880 25 17쪽
13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1) +6 15.04.11 969 30 16쪽
129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0) +1 15.04.11 939 26 19쪽
128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9) +2 15.04.11 976 25 21쪽
127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8) +2 15.04.11 979 25 19쪽
126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7) +2 15.04.11 836 28 18쪽
125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6) +1 15.04.11 837 23 21쪽
124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5) +1 15.04.11 931 29 18쪽
123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4) +3 15.04.09 1,051 33 25쪽
122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3) +3 15.04.09 973 25 19쪽
121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2) +4 15.04.09 744 25 13쪽
12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 +1 15.04.09 1,013 25 17쪽
119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6) +3 15.04.09 940 28 16쪽
118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5) +2 15.04.09 825 30 15쪽
»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4) +7 15.04.07 1,139 35 22쪽
116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3) +2 15.04.07 936 31 17쪽
115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2) +2 15.04.07 743 32 11쪽
114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1) +2 15.04.07 1,031 28 18쪽
11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4) +1 15.04.07 984 28 14쪽
11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3) +4 15.04.06 991 31 15쪽
11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2) +1 15.04.06 987 28 15쪽
11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1 15.04.06 962 27 16쪽
109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0) +1 15.04.06 999 27 13쪽
108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9) +2 15.04.06 894 30 12쪽
107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4 15.04.06 856 28 12쪽
106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7) +3 15.04.05 986 25 12쪽
105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6) +1 15.04.05 891 28 10쪽
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81 30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797 30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87 27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0 29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26 28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62 33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1 31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3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2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8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39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2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1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5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4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3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8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6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4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6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2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69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5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6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4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8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4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3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1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2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19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6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0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5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2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5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5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1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1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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