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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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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0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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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4)

DUMMY

메르실 항구까지는 넉넉잡아 일주일은 말을 달려야 했다. 길은 대부분 평탄한 지형이라 마차가 무리 없이 지나다닐 수 있었기에 정체한다거나 하는 트러블은 일어나지 않았다. 워낙 시야가 탁 트이는 지역이라 그런지 강도나 산적에 대한 위협도 적었다. 물론 간혹 소규모 도적떼가 출몰하니 조심하라는 문구가 보이긴 했지만, 그 정도야 로샤단에게는 관심거리도 되지 못했다.

봄이 무르익어갈 무렵이라 그런지 날씨도 쾌청했다. 가끔 이슬비가 내리는 것을 제외하면 하늘은 항상 푸르렀다. 들판에 메뚜기나 나비 등의 벌레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온도가 올라가자 각종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이제 계절은 봄과 여름의 경계선에 있었다.

항구까지 가는 동안 일행은 자신의 역할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특히 루도의 경우 우아한 귀족 여성을 흉내 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컸다. 마차를 타는 내내 그는 이칼롯에게 귀족의 예법을 교육받았다.


“너도 봐서 알겠지만, 귀족에게 기품은 생명이다. 뭔가 격이 달라 보이는, 고결하고 우아한 태도가 필수지.”


루도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의구심이 든다고 할까? 사실 제리온이나 이칼롯도 귀족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대하기 편한 느낌이랄까. 물론 이칼롯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달랐지만 적어도 루도는 그랬다. 안젤리카도 그냥 조숙한 어린애라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귀족은 돈으로 평가받는 거 아니야?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비싼 향수를 뿌리고 말야. 아니면 휘황찬란한 마차를 타고 다닌다든가.”


물론 그렇게 하고 다니는 귀족을 본 기억은 없었다. 그냥 왠지 그런 이미지랄까? 어차피 루도가 본 귀족 중에 가장 높은 사람이 델키아 영주 아이크루와 자작인데, 그는 무척 검소하여 평민과 다름없는 복장을 하고 다녔다. 생각해 보니 남작의 딸이 이렇게 사치스럽게 하고 다닐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칼롯은 다른 의견이었다.


“귀족은 예법부터가 달라. 너도 대장에게 배워서 알겠지. 밥을 먹을 땐 이빨이 보이지 않게 한다든지, 트림을 하거나 침을 뱉어선 안 된다든지.”


“어. 하지만 다들 그렇게 안 하잖아? 그걸 지키는 건 나랑 마리네뿐이었는 걸.”


“그건 가장 기본적인 경우지. 여성의 경우는 더 복잡해. 절대 팔자걸음으로 걸어선 안 되고, 발을 내디뎌도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어야 해. 인사는 허리를 굽히는 게 보통이지만, 치마를 입었을 경우엔 치맛자락을 살짝 올리며 무릎을 굽혀야 해. 의복이야 지금 그 드레스를 계속 입을 테니 넘어가고, 웃을 때도 입을 가리며 조용하게 웃는 게 필수야. 길거리든 화장실이든 침을 뱉어선 절대 안 되고, 낯선 남자와 대화할 땐 거리를 2미터 이상 벌려야 하고...”


“으와, 뭐야 그게.”


루도는 입을 딱 벌렸다. 그 말도 안 되는 예의범절을 떠나서, 이칼롯이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진지하다 못해 무서운 얼굴로 귀족의 예법을 줄줄이 늘어놓고 있으니, 교육이 아니라 고문을 하는 사람 같았다.

옆에 앉은 마리네에게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그는 창틀에 턱을 괸 채 꾸벅꾸벅 조는 중이었다. 마리네가 맡은 마를로네란 소녀는 로젤리나의 시중을 드는 하녀였다. 때문에 루도는 처음에 마리네도 함께 예법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칼롯과 제리온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쟨 그냥 지금 이대로 행동하면 돼. 그게 여자야.”


귀족의 예절은 몸으로 익히는 게 아니라 머리로 외우는 것이었다. 루도는 이칼롯이 말해주는 걸 메모지에 열심히 필기했다. 다 적고 보니 양피지 양면이 꽉 찰 정도였다. 절반을 외우고 나니 이미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었다.

온종일 마차 안에 틀어박혀 예법만 외우고 있자니 몸이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다. 특히 마차는 편히 발을 뻗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안 그래도 코르셋 때문에 호흡이 가쁜 루도로서는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루도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마부석 쪽 문을 왈칵 열었다. 그러자 강풍이 얼굴을 확 덮쳐왔다.


“어이, 뚱땡이! 얼마나 남았어!”


뚱땡이란 디리터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로젤리나와 함께 온 상인 베르조 역을 맡았다. 데루루피아는 중년 남성의 체형을 재현하기 위해 그의 옷 안에 곤약이며 헌 수건 등을 잔뜩 집어넣었다. 그러고 난 후 턱과 코에 수염을 붙이고, 파이프 담배를 물려놓자 그럭저럭 후덕한 상인의 이미지가 나왔다. 그는 루도만큼은 아니었지만, 옷 안에 집어넣은 것들 때문에 덥다고 성화를 부렸다.


“뭘 얼마나 남아! 아직도 몇 날 며칠은 가야 하는구만! 마차는 내가 알아서 몰 테니 아가씨는 품위에 걸맞게 행동하시지요, 이 꼬맹아.”


“미천한 장사치가 간덩이가 부었군요. 내 텔아단으로 돌아가면 누군지 모르는 아버님께 일러 그 오만한 살덩이를 갈기갈기 찢어 달라 청할 것입니다. 이 돈 돼지야.”


“잘하네, 푸하하.”


둘은 낄낄대며 농을 주고받았다. 찬바람을 맞자 한결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잘 자고 있던 마리네는 갑자기 추워지자 짜증을 내며 담요를 끌어안았다. 길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워낙 평야가 넓게 펼쳐진 지형이라, 마치 처음 출발하던 장소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신나게 달리는 데도 일주일이라니, 땅끝 도시라는 게 멀긴 먼 모양이었다.

루도는 거추장스런 가발은 벗어 버리고, 마차 너머의 풍경을 감상했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고 있는데, 에레이시아가 어깨를 토닥였다.


“어때, 할 만하니? 귀족 놀음.”


루도는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럭저럭요. 그런데 이 옷은 아무래도 저보다는 에리 누나한테 어울릴 것 같네요.”


“후후.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빌려줘. 지금은 미천한 상인의 아내니까.”


그녀는 머리에 쓴 보닛을 톡톡 건드렸다. 그녀는 베르조 아내 미란다 역을 맡았다. 미란다는 설정 상 중년의 여성이었으므로, 에레이시아는 늙어 보이기 위해 모든 수를 동원했다. 머리는 가지런히 틀어 올리고, 낡은 앞치마를 하고, 눈 밑엔 다크서클을 그려 넣었다. 그래도 여전히 중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동안이라고 얼버무릴 정도는 됐다.


“저 악덕 상인 베르조를 내조하려면 꽤 힘들 걸요? 엄청 처먹는 데다, 잠버릇도 고약하거든요.”


루도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디리터와 에레이시아는 루도의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몰라 얼굴이 새빨개졌다. 물론 이 또한 그가 노린 바였다.


“그...그렇겠지? 하긴, 저런 똥배가 나오려면 어지간히 먹었겠지. 아하하.”


“킥,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니까요. 운동 좀 시키세요.”


“흠, 험, 쿨럭!”


디리터는 과도하게 헛기침을 하더니, 있지도 않은 가래를 뱉었다. 에레이시아는 일부러 디리터의 반대편을 바라보며 달아오른 뺨을 식혔다.

루도는 그런 둘을 보며 키득거렸다. 뭐가 문제라고 이리도 숨긴단 말인가, 떳떳하게 밝히면 될 것을.

환기도 시켰겠다, 루도는 다시 문을 닫고 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칼롯은 창밖을 응시한 채 말이 없었다. 그는 로젤리나의 호위 무사 ‘개스’ 역을 맡았는데, 말이 변장이지 그냥 수염 좀 붙이고 투구를 쓴 게 전부였다. 그는 마차를 탄 뒤에도 좀처럼 머리에 쓴 헬름을 벗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마리네가 제폰 같다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쇳덩이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그가 잠을 자는 건지, 눈을 뜨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은은한 존재감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데, 뜻밖에 이칼롯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루도, 네 검 말이다.”


“응?”


루도는 반사적으로 치마폭을 들추었다. 그는 여자로 변장했다곤 하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옷 속에 검을 숨겨놓고 있었다. 그러자 하얀 레깅스 위쪽으로 루도의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칼롯이 그 광경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귀족 여성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 실례. 그런데 왜?”


이칼롯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루도는 귀족보다는 여성을 연기하는 게 제일 문제인 것 같았다.


“네 검, 그람이 흥미를 보였다고 했지? 왜 그걸 네가 가지고 있냐고.”


“그랬다고 하더라고. 그건 왜?”


루도는 그때의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마리네와 데루루피아를 통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해 들었다.


“혹시 마법검이 아닐까?”


“마법이라...텔슈피드도 그런 종류였지. 그런데 내 건 그렇게 유명한 게 아닌데?”


“행여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군. 너만 괜찮다면 다른 걸로 교체할 텐데.”


“아, 그건 절대 안 돼.”


그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 검은 마법이 걸렸든 저주가 걸렸든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루도가 정식 레인저가 되었을 때 람카디스가 선물한 것으로, 그가 가장 아끼는 보물이었다.


“루루 아줌마가 그랬어. 섬에 가면 내 검의 비밀도 알 수 있을 거라고. 그때 가면 모두 풀리겠지.”


“그런가...잘 알았다.”


이칼롯은 그 뒤로 두 번 다시 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간혹 자신의 검 텔슈피드를 꺼내 들고 팔에 힘을 주거나, 뜻 모를 주문을 웅얼거리곤 했는데, 그게 무슨 행동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디리터나 제리온이 그랬으면 무슨 헛짓거리냐며 비웃었겠지만, 누구도 아닌 이칼롯인지라 루도도 마리네도 그의 행위에 트집 잡지 못했다. 한동안 루도의 예법 외는 소리와, 이칼롯의 괴상한 주문이 어우러졌다. 덕분에 잠에서 깬 마리네는 귀를 틀어막은 채 모포 속으로 얼굴을 파묻어야 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쯤 흘렀을까. 마부석 문이 열리더니 에레이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부석 너머로 자그마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을이야. 오늘은 저기서 묵을 테니 각자 들키지 않게 준비해.”



***



텔아단 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다르무스. 그곳은 연맹군의 군사거점이자 상업도시로서, 연맹 내에서 내로라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시가지의 중심에는 용병 알선소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용병산업이 발달한 지역인 만큼 항상 일거리를 찾는 사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다르무스의 용병 알선소는 전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드나들었다. 비단 용병뿐 아니라 현상금 사냥꾼, 살인 청부업자, 수행 중인 기사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이는 까닭에 알선소는 술집도 겸업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곳은 구인, 구직활동의 장임과 동시에 모든 정보가 흘러드는 곳이기도 했다.


“럼주 시킨 놈 누구야? 선불 내놔.”


“거 참, 내 얼굴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면서 야박하기는.”


“하루 이틀이고 십 년 이십 년이고 외상은 죽어도 안 돼.”


술을 나르던 종업원은 딱 잘라 말했다. 땀내나는 사내들만 모이는 곳이라 그런지 요리사도, 급사도 모두 남자였다. 그것도 보통 남자가 아니라, 용병 뺨치는 근육질의 남자들이었다. 알선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퇴역 군인이었다. 그들은 전투 경험도 대단해서, 웬만한 용병 대여섯쯤은 우습게 때려잡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그 정도 되지 않으면 알선소 내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난동을 진압할 길이 없었다.


“이 더러운 킨자크 촌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군. 내 도끼가 보이지 않는 거냐?”


“어이, 어이. 그따위 허세는 유곽 창녀한테나 하라고. 내가 겨우 그까짓 걸로 쫄 거 같냐?”


“이...이 씹어 먹을 놈이! 너 오늘 임자 만난 줄 알아라!”


“좋아, 나도 슬슬 피 맛을 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 덤벼!”


곧이어 곳곳에서 싸움을 부추기는 함성이 들려왔다. 좋게 넘어가나 했더니 오늘도 역시나다. 남자, 술.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주먹다짐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다혈질이 많은 이곳은 더더욱 그렇다.

카운터를 보던 톨바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일 때문에 술은 팔지 말자고 강력히 건의했건만...아무리 술장사와 정보중개료가 알선소의 중요 자금원이라고 해도,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일어났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어이, 이 냄새 나는 녀석들아! 당장 멈추지 못해?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야!”


톨바는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이미 몇 시간 전에 하도 고함을 지른지라 아직도 목이 쉰 채였다. 아침에도 만취해 난동 부리던 용병 세 놈을 흠씬 두들겨 쫓아냈는데, 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리 급료가 좋다 해도 이렇게 가다간 스트레스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예상한 대로 톨바의 경고 따위에 싸움이 멈추진 않았다. 홀 안은 이미 수십 명이 한데 뒤엉켜 패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술병이 날아다니고, 의자 다리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했다. 이쯤 되면 이미 말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였다.

톨바는 한숨을 쉬며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다른 직원들도 하나 둘 무기를 꺼내 들고 있었다. 방법은 언제나 동일했다. 주모자 몇 놈을 잡아 어디 한군데를 부러뜨려놓는 것이다. 그럼 자지러지는 비명과 동시에 싸움이 멈추고, 직원들의 가차 없는 매질을 보고 겁먹은 녀석들은 슬그머니 줄행랑을 놓는 것이다. 이렇게 강경책으로 나가는데도 난동이 끊이지 않다니, 다르무스는 정말 혼돈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잘 걸렸다. 오늘 한 놈 아주 제대로 잡아...!”


“멈춰라! 저열한 것들! 다르무스 치안경비대다!!”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정연하게 도열한 채 걸어오는 중장갑의 병사들은 난동을 일으키던 남자들의 행동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다들 갑작스런 관군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한 눈치였다. 신나게 패싸움을 벌이던 용병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홀을 가로지르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들은 싸움을 말리러 온 게 아니었다. 애초에 정규군과 용병은 물과 기름의 관계라, 살인사건 정도 일어나지 않는 한 얼씬도 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무리를 지어 나타났다는 것은 무언가 특별한 용무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용무란 것은 항상 같았다. 새로운 수배자가 나타난 것이다.


“쳇, 여긴 여전히 냄새 나는군. 톨바, 청소 좀 하고 살지 그러나.”


경비대장이 코를 움켜쥐며 말했다. 그건 일종의 인사 같은 것으로, 말없이 용무만 보고 가기엔 머쓱해서 언제나처럼 건네는 말이었다. 톨바는 그의 지적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하면 뭐합니까? 어차피 또 더러워질 텐데.”


“내가 자네에게 뭘 바라겠나. 어이, 너희들! 잘 알겠지만, 이 현상금 수배서는 국가 소유로, 훼손하거나 훔쳤을 경우엔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다! 명심해라!”


용병들은 경비대장의 경고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경비대는 올 때 그랬듯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병사들이 모두 사라지자, 용병들은 수배서가 걸린 게시판 앞으로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현상금 사냥은 일없는 용병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번에는 또 어떤 머저리들이 이름을 올렸으려나?”


톨바는 카운터에 턱을 괸 채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는 현상금 수배서가 그림의 떡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현상금에 올라온 자들은 대개 흉악살인범이거나, 탈주한 정치범이 많았다. 전자의 경우 여기 모인 어중이떠중이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고, 후자의 경우는 추격을 피해 산중 깊숙한 곳으로 숨는 게 보통이었다.

용병 알선소는 현상금 지급 업무도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현상범이 이곳까지 잡혀오는 일은 드물었다. 사실 수배자를 잡는 것도 일종의 운이어서,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최근 유명한 자라면 ‘까마귀’정도일까...

톨바는 다시 장부정리를 시작했다. 현상범이 어찌 됐든, 그로서는 난동이 멈췄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엄청난 함성이 건물 안을 휘감았다. 조금 전 패싸움이 벌어졌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쩌렁쩌렁한 외침이었다.


“워...우워어어어!”


“대....대박이다. 초대박이야!”


“미친! 저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용병들은 한데 뒤엉킨 채 법석을 떨었다. 그들이 게시판 앞에 모여 어찌나 광란을 벌이던지, 수배서가 아니라 금덩이라도 붙여놓고 간 것 같았다. 뭔데 저 난리를 피운단 말인가? 톨바 역시 호기심이 동해 그쪽에 있던 급사를 불렀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급사 역시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는 헛것이라도 본 것처럼 멍한 눈을 한 채,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리...리크나이츠 국왕령으로 내려온 수배서입니다. 총 7명인데...최저가 100골드고, 최고가 그....4...4000골드입니다.”


“뭐?! 4천?!”


4천이란 액수에 톨바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곳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그지만, 4천은 고사하고 천이 넘는 현상범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저기 7명 중 최저라는 100골드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보통 현상금이라 하면 50~100골드가 걸리고, 위험인물은 300~400선에서 노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4천이라니, 그걸 잡는다면 정말 ‘대박’이 터지는 것이었다.

이쯤 되자 톨바는 자기도 모르게 인파를 헤치고 수배서 앞으로 나아갔다. 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4천 골드라는 딱지가 붙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대박의 주인공은 더욱 기절초풍할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18살? 환장하겠네. 4천 골드의 주인공이 고작 18살이라고?”


루도라는 소년뿐 아니라, 수배서에 나온 대다수가 30세 이하의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 다들 살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레인저 길드 하나를 전멸시켰다고?

이 전대미문의 현상금에 용병들은 두 파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당장 짐 싸서 리크나이츠로 달려가자는 파였고, 또 하나는 그냥 포기하자는 파였다. 숫자는 후자 쪽이 더 많았다.

일단 현상금의 발인이 국왕으로 되어 있다는 게 제일 문제였다. 보통 국왕령으로 내려오는 것은 정치적인 연관성이 많은데, 이 경우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텔아단 내부면 모를까, 머나먼 리크나이츠까지 떠나야 한다는 조건도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톨바 역시 후자 쪽이었다. 잠깐 그 액수에 놀라긴 했지만 그는 이내 흥미를 잃고 업무에 전념했다. 테이블을 닦던 급사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거.”


“전후 사정은 고사하더라도, 여기 녀석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야. 국왕령이니 이미 정규군도 알고 있을 테고, 이를 해결할 만한 진짜 전문가들이 출발했겠지. 4천 골드짜리 현상범은, 4천 골드짜리 사냥꾼이 잡는 거야.”


“하긴 그렇죠? 아무 이유 없이 그만한 액수를 때렸을 리는 없겠죠. 너무 뒤가 구려요.”


“뭘 신경 쓰나? 우린 그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한 차례 격동이 지나가고, 알선소 안은 다시 적당히 시끄러운 상태로 돌아갔다. 용병들 중 십여 명이 정말 리크나이츠로 출발한다고 떠났으므로 홀 안은 제법 한적해졌다.

날이 슬슬 저물기 시작해, 램프에 기름을 채울 즈음이었다. 문이 삐걱 열리더니 한 여성이 모습을 나타냈다. 보통 때라면 신경도 안 쓸 텐데, 마침 홀이 잠잠해진 때라 그런지 모두의 시선이 그 여자에게 쏠렸다.

여자는 검은 가죽바지에 검은 블라우스를 입고, 다시 그 위에 검은 망토를 둘렀다. 그녀가 입은 망토는 굉장히 작은 사이즈로, 어깨가 아닌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때문에 보기에 따라선 치마로 보이기도 했다. 거기다 목 언저리까지 닫는 검은 단발머리와 깃털 꽂힌 검은 모자까지. 그녀는 온몸을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하고 있었다. 아니, 검지 않은 게 딱 두 가지 있었는데, 그녀의 피부와 그녀가 찬 두 개의 검이었다. 그것들은 그녀의 복장과는 정반대되는 하얀색이었다.

용병 중 하나가 그녀를 흘기며 소곤거렸다.


“어이, 까마귀다.”


“또 왔군. 그 얘기는 또 하나 잡았다는 건데...”


그들은 여자를 까마귀라고 불렀다. 아마 그녀의 복장에 착안해서 지은 별명일 것이다. 홀 안이 조용해지자 소곤거리는 소리가 더욱 부각되었다. 그것은 필시 까마귀의 귀에도 들어갔을 테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한 관심은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홀 중앙을 가로질렀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내들은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 남자는 까마귀가 자기 코앞을 스쳐 지나가자 혀를 쩝쩝 다시며 말했다.


“제엔장, 못 먹을 감은 그렇게 달다더니...”


“뭘 못 먹어? 한 60골드 쯤 주면 한번 대줄 것 같은데.”


“그 돈이면 사창가가 몇 번인데. 제길, 보는 것만으로도 꼴리네. 썩을 년.”


사내들은 그녀의 뒤태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히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는 옷과 육감적인 몸매는 사내들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이 멀거니 구경만 하는 것은, 그녀의 솜씨가 자신들보다 훨씬 뛰어남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 거친 용병 계에서 일찌감치 강간당한 후 살해됐을 것이다.

까마귀는 피식 웃기만 할 뿐, 사내들의 성희롱에 일일이 반응하진 않았다. 그녀는 카운터로 가더니 톨바 앞에 작은 꾸러미를 올려놓았다. 톨바는 그걸 보고 곧장 이맛살을 찌푸렸다.


“좀 살려서 오면 어디 덧나나? 이러면 나만 욕먹는다고.”


그러자 그녀는 생글거리며 톨바의 뺨에 키스했다.


“살려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잖아요? 산 채로 데려오려면 힘들다고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톨바는 크게 헛기침을 했다. 그 얘기는 산 채로 잡아올 수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이런 일에는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섬뜩한 여자였다.


“그래, 이번엔 누굴 가져왔는데?”


“직접 보시면 알 텐데요.”


톨바는 그녀가 건넨 꾸러미를 천천히 끌렀다. 그러자 어느 남자의 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장 다시 꾸러미를 묶었다.


“보브로군. 정확히 83골드짜리야.”


“역시 잘 아시네.”


뒤쪽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보브? 두크레의 산적두목 보브를 잡았다고?”


“...그 거구를 죽였어? 대단하구만.”


용병들 사이에서 보브라는 이름은 꽤 널리 퍼져 있었다. 그는 악명 높은 산적으로 정규군도 애를 먹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까마귀는 단신으로 그런 그를 잡아왔다. 이제 그녀는 현상금 사냥꾼 사이에서도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었다.

톨바는 현상범 리스트를 꺼내더니, 보브의 이름에 X표를 그었다. 그가 말했다.


“현금? 아니면 보석?”


“보석으로 주세요. 다 들고 가기엔 무거우니까.”


돈이 무거워서 보석으로 달라니, 궁핍한 자들이 들으면 땅을 칠 것이었다. 톨바는 보석함을 뒤적거리더니, 자그마한 사파이어 하나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2골드 정도 초과지만, 자네와의 관계를 생각해 그냥 줌세.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어머나, 고마워요.”


그녀는 찡긋 윙크하며 보석을 받았다. 한 건 마쳤다는 생각에 그녀는 늘어져라 기지개를 켰다. 그러자 그녀의 블라우스 윗부분, 즉 가슴에 모두의 시선이 꽂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톨바는 까마귀보다 실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한번 그녀를 품어볼까 궁리하는 용병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현상금 게시판으로 향하자 그가 턱을 괴며 말했다.


“바로 다음 사냥감을 찾는 건가? 자네도 정말 여간 아니군. 그 돈 다 모아서 어디 쓰려고 그러나?”


“돈 많아서 나쁠 거 있나요? 가지고만 있으면 어디든 쓸 곳이 생기는 거죠. 어디, 괜찮은 건수 들어왔어요?”


“직접 가서 보게. 이번엔 정말 눈이 휘둥그레 해질걸?”


그녀는 생긋 웃으며 게시판으로 다가갔다. 현상금이 세 봤자 얼마나 세겠는가. 아니, 정말 자신을 놀라 자빠지게 할 정도로 엄청난 녀석이 나왔다면 그보다 더 좋을 일은 없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찬찬히 수배서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경악하며 벽에 걸린 수배서를 모두 뜯어냈다.


“이...이봐! 그거 멋대로 뜯었다간 큰일 난다는 거 알잖는가!”


하지만 까마귀는 이미 톨바의 목소리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상금 수배서를 넘겼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눈동자가 그렇게 흔들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500...400...800...300...4000!!”


종이를 쥔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시선은 한 소년의 그림에 못박혀 있었다. 가장 경이적인 현상금이 걸린, 4천 골드짜리 소년의 그림에.


“루도...클로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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