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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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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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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6)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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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간만에 가크스가 폭발했다. 돌크와 디리터가 작당하고 창고 술을 거덜냈는데, 그게 길드 하반기 회식 때 쓸 것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둘은 마당에 꿇어앉은 채 세 시간 동안 설교를 듣고, 사흘 안에 술값을 배상한다는 각서를 쓴 후에야 녀석에게서 풀려났다. 오랜만에 봤지만 가크스가 화내는 건 정말 무섭다. 평소에 얌전하고 예의 바르던 녀석이 폭발하니까 더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세르딕 선생님이 말했었지. 화를 내야 할 상황에 안 내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거라고. 그건 울분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증거다. 거 참, 나도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가크스가 폭주하는 게 끽해야 일 년에 한 번 정도인데, 괜히 희생양이 될 필요 없지. 그건 그렇고, 마리네가 화내는 걸 본 적이 있던가?


- 람카디스의 일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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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


“아, 왜?”


“못 간다면 못 가는 거야.”


“이 노친네가 사람 환장하게 만드네. 그러니까 왜 못 가냐고!”


제리온은 답답한지 가슴을 탕탕 쳤다. 랄프는 생각보다 왜소한 체격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예순 줄에 들어간 그는 탈모로 머리숱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손바닥엔 굳은살이 잔뜩 배겨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카로운 턱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했다.

그는 일행이 도달하기 한참 전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의 손자 라비는 아침부터 럼이 가득 담긴 주전자를 세 병이나 비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랄프는 새빨개진 얼굴과 달리 말투는 매우 조용하고 침착했다. 때문에 일행은 그가 취한 건지 취한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저어, 스나우그씨. 갑작스럽게 들이닥쳐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루루 아줌..아니, 데루루피아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머나먼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거든요. 스나우그씨가 우리를 에메랄드 섬으로 데려다 줄 거라고 하던데...꼭 좀 부탁드립니다.”


예의범절 담당인 마리네가 나섰다. 애초에 제리온에게 대화를 맡긴 게 실수였다. 그는 랄프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섬에 보내달라고 생떼를 부렸고, 그 결과 랄프는 웬 행패냐며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마리네의 공손한 어투에 랄프는 어느 정도 마음이 누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흠, 상냥한 처자로구먼. 하지만 갑자기 찾아와 배를 띄우자니, 곤란해. 왜 내가 그런 수고를 해야 하나?”


예상했던 대로 그는 야멸치게 거절했다. 하지만 데루루피아는 그런 그의 대답마저 예상하고 있었다. 루도는 그녀의 말을 인용했다.


“윈프레드와의 계약은 어떻게 할 건데요? 당신은 계약에 따라 우리를 섬으로 안내해줄 의무가 있어요.”


그러자 랄프의 표정이 금세 잿빛으로 변했다. 사실 일행은 윈프레드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랄프의 반응으로 보아 그와 친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랄프는 빈 주전자를 홀짝이며 말했다.


“내가 계약한 건 데루루피아 뿐이야. 너희 같은 이방인을 데려오지 말라고 부탁한 건 오히려 윈프레드 쪽이었다고.”


루도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데루루피아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랄프는 굉장히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랄프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대화에 진전이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루루 아줌마가 그랬어요. 당신만은 믿어도 좋다고. 그러니 얘기할게요. 이해할지 못 할지는 모르지만, 전 펠아람의 아이에요.”


“그러니까...뭐?”


그는 단번에 술이 깬 눈치였다. 예상대로 그는 신의 아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눈앞의 처녀(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행은 변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짧은 침묵이 흐른 후, 랄프는 손자 라비에게 럼을 더 사오라며 심부름을 보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이 정말 펠아람의 아이요? 믿을 수가 없는데...”


“뭐, 못 믿겠는 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요는 이겁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추격당하고 있고, 때문에 우릴 후원해줄 사람이 필요하죠. 루루 아줌마가 우리를 당신에게 보낸 것도 그런 이유고요.”


“허, 거 참.”


랄프는 황당하다는 듯 연방 머리를 긁적였다. 신의 아이라는 게 이렇게 불쑥 나타나는 거였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루도는 좀 인상이 차가울 뿐 여느 또래와 다름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익히 들었던 각양각색의 오오라나,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질리게 하는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다 일단 연약해 보이는 아녀자고.


“이거야 원...세르딕 이후로 가장 감당 안 되는 손님이로구먼.”


하지만 고민도 잠시뿐, 랄프는 루도가 신의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그는 데루루피아의 소개장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가 신의 아이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리 없었다. 그리고 눈앞의 소녀가 신의 아이라면, 윈프레드와의 계약에 따라 마땅히 에메랄드 섬으로 데려다 줄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배는 띄울 수 없음을 강조했다. 디리터가 물었다.


“이유나 좀 들어봅시다. 돈이 문제요?”


“태풍이 올 거다. 나뿐 아니라 다른 어부들도 모두 배를 정박시켜놓고 있어. 앞으로 일주일간은 바다에 나가지 않는 게 상책이야. 목숨 아깝다면 말이지.”


“태풍이랑 배 타는 거랑 뭔 상관인데?”


이것이 산간 태생의 한계다. 나룻배조차 타본 적이 없는 디리터로서는 태풍이 바다에 미치는 영향, 그 어마어마한 파도의 위력을 알 리가 없었다. 이어 제리온이 그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봤고, 이를 감지한 디리터가 그와 투닥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 둘을 말리는 동안, 잠자코 있던 이칼롯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일주일 후에는 에메랄드 섬으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까?”


랄프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슬슬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거든. 그런데 이건 명심해. 에메랄드 섬에 가는 건 대단히 위험해. 혹시 누가 죽더라도 날 원망하진 마.”


“왜 그 말 안 나오나 했네.”


일행은 일제히 대답했다. 목숨 거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일행은 다시 부득이하게 항구에 머물게 되었다. 하지만 가린워드 마을에서 데루루피아를 기다릴 때나, 류이덴사에서 편하게 지낼 때와는 그 성격이 사뭇 달랐다. 그전까지는 안개송곳니와 아케니온만이 적이었지만, 이젠 리크나이츠에 사는 모든 국민으로 확대되어 있었다. 광장은 물론이거니와 성벽 곳곳에는 로샤단에 관한 현상금 수배서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마음 편히 거리에 나가기도 어려웠다.

여관도 믿을 수 없었으므로 일행은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랄프의 집에 신세를 졌다. 워낙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구역이라 무리하지 않는다면 들키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마리네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먹을 것을 구하러 시장에 나와 있었다. 랄프의 집엔 식료품이 턱없이 부족했으므로 일행이 직접 음식을 공수해 와야 했다. 그렇다고 우르르 시장 거리로 몰려갔다간 눈에 띌 위험이 있었으므로, 마리네가 별동대로 선정되었다. 이유는 그가 가장 아녀자의 모습에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에레이시아도 있었지만, 디리터가 극구 반대했다. 그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데 에레이시아는 무리라며 펄쩍 뛰었다.


“에, 당근하고 파슬리요. 그냥 다 주세요.”


“이걸 다? 허어, 나야 고맙지만...”


“저희 식구가 입이 좀 많아서요.”


마리네는 의아해하는 채소 상인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장을 보는 김에 일주일치 식량뿐 아니라 항해에 쓸 것까지 사재기할 생각이었다. 그는 야채나 말린 고기를 많이 사고, 생선이나 달걀은 최대한 배제했다. 쉽게 상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바다 생선을 어떻게 요리할지 모른다는 게 가장 컸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보니 그의 장바구니엔 먹을거리가 가득 담기게 되었다. 그래도 성에 안 차 그는 바구니 하나를 더 구입했다. 그는 나머지 것엔 과일이나 소시지, 베이컨 등을 담았다.


“잔치라도 벌이려는 거요? 아가씨 가다가 팔 부러지겠는데.”


청과상 주인이 그의 장바구니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이가 보기에 마리네는 마치 피난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양손에 바구니 하나씩을 들고 부둣가로 향했다. 묵직하긴 해도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변장을 했어도 그는 본래 남자였다. 거기다 얼마 전까지 정규군 소속이었으니, 이런 장바구니 정도는 우스운 수준이었다.

오히려 그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와 숙녀용 단화였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는 걸을 때마다 그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단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루도의 유리 구두만큼은 아니어도, 굽 있는 단화는 그를 짜증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루도와 마리네는 여행 내내 마차 안에 있었으므로, 아직도 걷는 것만큼은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아...이럴 줄 알았으면 걷는 연습이나 해둘 걸 그랬나 봐.”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장을 한 채 양손에는 장바구니를 끼고, 휘청거리며 숙소로 돌아가는 꼴이라니, 자신의 꼬락서니가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명성 높은 델키아 레인저였는데.

부둣가엔 파도치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 인기척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곧 태풍이 온다니 다들 출항을 포기하고 집에 틀어박힌 것인지도 몰랐다. 항구가 활기를 잃자 갈매기들도 텅 빈 거리를 머쓱하게 걸어 다녔다. 확실히 공기가 심상치 않은 게 뭔가 오긴 오는 모양이었다. 이런 걸 폭풍전야라고 하던가...멀리 수평선 끝자락에 먹구름이 모였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일 뿐, 아직 하늘은 화창했다.

마리네는 방파제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일렁이던 파도가 방파제에 걸려 부딪히는 모습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혹시 바다 끝에서 거인이 계속 물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갖가지 상상이 날개 돋친 듯 피어올랐다. 어린 소년의 눈에 바다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어어이! 야 이 계집년아!”


마리네는 처음엔 그게 자신을 부르는 거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망상에 빠져 있기도 했거니와, 일단 자신은 계집애가 아닌 남자였다. 그가 외침을 무시하고 계속 나아가자, 멀리서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그의 발치에 떨어졌다. 마리네는 그제야 돌이 날아온 쪽을 향했다.


“저년이 미쳤나. 말 씹고 그냥 가면 보내줄 줄 알았냐?”


“...저요?”


돌을 던진 것은 20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그는 멀리 골목 가에 앉은 채 거들먹거렸다. 그 주위에는 친구로 보이는 남자들도 몇몇 있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불량스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마리네는 그들의 행색을 보고 단번에 상황을 파악해냈다.


‘아 뭐지. 깡패?’


디리터가 말한 돌발 상황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마리네는 자신이 깡패에게 걸릴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가 깡패에게 휩쓸린 적은 레인스터에서 딱 한 번, 그것도 이젠 5년 전 얘기였다. 그 후 키가 자라고 체격이 붙으며 자연히 불량배의 목표에서 멀어졌고, 레인저가 된 후에는 오히려 그쪽에서 피할 정도였다. 현상금 사냥꾼에 이어 이번에는 깡패라니, 마치 자신이 동네북이라도 된 것 같았다.

마리네는 그들을 무시한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치마폭에 검을 숨겨놓고 있었고, 깡패들을 상대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그것보단 소동을 일으켜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예상대로 그들은 마리네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골목길에 우겨져 있던 덩어리가 일제히 한 소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리네는 순식간에 깡패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어이, 아가씨. 귓구멍 처 막아놨어? 앙?”


정말 깡패다운 말투에, 깡패다운 몸짓이었다. 마리네는 구부정한 자세로 자신을 에워싼 청년들을 한 번씩 둘러보았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쓰레기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기에 마리네는 최대한 사근사근하게 나갔다.


“죄송해요. 워낙 다른 데 신경이 팔려서 못 들었네요. 저기, 무슨 용무라도?”


그는 저자세이긴 했어도 몸을 움츠리거나 떨진 않았다. 깡패들은 그가 머리를 숙이자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당돌한 년일세. 생긴 건 이쁘장해가지고 말야. 뭐 그리 먹을 걸 잔뜩 사가? 우리도 좀 나눠주지그래.”


마리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그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저기, 제가 좀 바빠서요. 술값이 필요하시다면 드릴게요. 많이는 안 되지만...”


그는 호주머니에서 금화를 하나 집어 깡패 우두머리에게 건넸다. 그 정도면 밤새 술을 마실 수 있는 금액이었다. 마리네는 이쯤에서 먹고 떨어져 주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깡패들은 금화를 보더니 오히려 히죽 웃었다.


“어이, 아가씨. 그거 가지고 술값이 되겠어? 좀 더 써봐.”


“...얼마나 더 말이죠?”


“글쎄에...아가씨가 가진 돈 전부? 봐서 모자라면 몸으로 때워도 되고.”


이런 식이다. 탐욕에 환장한 무리들. 마리네는 더 대화를 해봤자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깡패들 틈새로 지나가려 했지만, 역시나 그들에 의해 제지 되었다.


“어허, 어딜 가시나. 킥킥, 가까이서 보니까 상당히 귀여운데?”


마리네는 두리번거리며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부둣가엔 어쩐 일인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런 변두리라면 으레 보이는 순찰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냥 아무나 들으라는 식으로 허공에 대고 외쳤다.


“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그의 외침에 부둣가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깡패들은 놀라 그녀의 입을 막거나 아님 혼비백산해 도망간다거나 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피식 웃으며 마리네가 고함치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마리네도 곧이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외쳐본들 도우러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집안에 꼭꼭 틀어박힌 채 자신들의 생활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 갈매기 몇 마리가 고개를 틀었을 뿐, 부둣가는 여전히 고요했다.


“아가씨, 여기 부두창고야. 몰라? 이 시간만 되면 행인은 물론이고 경비병도 안 오는 곳이라고. 그렇게 소리쳐봤자 와주는 사람은 없어. 다들 자기 몸 사리기 바쁘거든. 큭큭큭.”


그런 것이었나. 마리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지나가던 곳은 치안의 손이 닿지 않는, 일종의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어쩐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싶었다. 결국 도움을 바라는 건 무리였다. 마리네는 다시 깡패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려 했다. 그들이 실실대며 막아서자, 그는 이번에는 다리에 힘을 주어 힘껏 밀쳐냈다. 그러자 깡패 둘의 자세가 휘청거렸다.


“이 년이! 곱게 다뤄주니까 뵈는 게 없나!”


그가 포위를 벗어나려 하자, 깡패 우두머리가 성을 내며 그의 어깨를 잡아 뜯었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상의 어깨 부분이 찢어졌다.


“...!”


마리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가 어찌나 정색을 하던지 깡패들도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설 정도였다. 그는 제자리에 멈춰선 채, 뜯어진 옷자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심지어 그는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다.

무언가 달라진 분위기에 깡패들도 숨을 죽였다. 사실 조금 전부터 그들 중 몇몇은 마리네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그는 겁을 집어먹지도,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도움을 요청할 때도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의 이마에 주름이 지는 것을 보자, 소심한 몇몇은 이쯤에서 물러나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깡패 특유의 자만과 허세가 그들을 붙잡았다.


“아아-. 루루 아줌마에게 선물 받은 건데...꿰맬 수 있으려나.”


찢겨진 옷자락이 바람에 나풀거렸다. 그걸 기점으로, 마리네는 ‘평화로운 결말’을 포기했다. 허벅지에 멘 칼집의 촉감이 느껴졌다. 그는 골목을 둘러보더니, 가장 어둡고 방음이 잘 돼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터덜터덜 걷기 시작하자, 깡패 우두머리가 다시 그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마리네는 몸을 틀어 쉽게 피했다.

그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따라오세요. 골목 구석이 사람도 없고 소리도 잘 안 퍼지잖아요?”


“뭐...뭐?”


“강간한다면서요?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저리로 가자고요.”


깡패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소녀가 대체 뭐라고 말한 거지? 마리네는 그들이 이해했든 못했든 신경 쓰지 않고 골목을 향해 걸어갔다.

깡패 중 하나가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야. 저년 뭔가 이상하지 않냐?”


“보통 년이 아닌데. 혹시 성병 걸린 계집 아니야? 그랬다간 죽어나는데...”


그들이 주저하는 사이 마리네는 어느새 50미터가량 멀어지고 있었다. 깡패 우두머리는 겁먹은 동료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씨발, 창녀면 어떻고 미친년이면 어때! 난 저런 년 맘에 안 들어. 건방진 년,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빌게 해주지. 그다음엔 돈이랑 옷 다 털어서 몸뚱이는 바다에 던지면 될 거 아냐! 당장 따라와, 이 한심한 것들아.”


그들은 마리네를 따라 우르르 골목으로 몰려갔다.


***


“아, 장바구니 쪽으론 가지 마요. 피 묻잖아요.”


“힉, 히이이익!”


깡패 중 하나가 겁에 질려 벽에 붙었다. 하지만 도주는 거기까지, 막다른 골목이라 더 달아날 곳도 없었다. 그리고 유일한 통로는, 한 소녀가 막아서고 있었다.


“으...으아아! 으아아아!!”


다른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마리네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대거(Dagger)를 양손에 쥔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마리네의 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그런 어설픈 공격이 통할 리 없었다. 마리네는 슬쩍 피하며 사내의 손목을 쳐 단검을 떨어뜨리게 한 후, 어깻죽지를 푹 찔렀다.


“끄아아아!!”


자지러지는 비명이 다시 한 번 울렸다. 이걸로 세 명째. 마리네에게 당한 이들은 골목 귀퉁이에 쓰러진 채 신음을 흘렸다. 그렇게 절규하는 데도 나와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알려준 데로, 이곳은 치안의 사각지대였으니까.


“괜찮아요. 그 정도론 절대 안 죽으니까. 하아...”


마리네는 소매에 묻은 피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얼른 끝내고 숙소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자, 두 분 이리 와요. 그거 가지고 날 강간할 수 있겠어요?”


남은 깡패 중 하나가 겁에 질려 담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담엔 물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고, 그는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에구, 아프겠다.”


“히..히익, 살려줘!”


그들은 이제 전투의지를 상실해가고 있었다. 한 명은 아직 단검을 쥐고 있긴 하지만, 한 명은 주저앉은 채 벌벌 떨기만 할 뿐이다. 마리네는 나른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좋았을 것을.

마리네가 깡패 우두머리를 베었을 때, 그는 깡패들이 그대로 도망가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성을 내며 달려들었고,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누가 죽인대요? 참, 기가 막혀서.”


마리네는 혀를 날름 내밀었다. 가진 거 다 뺏고, 겁탈하고, 바다에 던질 거라고 한 게 누군데 뻔뻔스럽게 목숨을 구걸한단 말인가. 만약 지금 상황에 처한 게 자신이 아닌 제리온이었다면 여긴 지금쯤 불바다가 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이야아압!”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단검을 쥐고 있던 사내가 갑자기 땅을 박찼다. 연약한 소녀에게 당했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하지만 진검 승부에서 그런 덮치는 식의 돌진은 자살 행위다.

깡패들의 실력은 맥 빠질 정도로 조잡했다. 마리네는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 급소를 피해 찌르는 데 조금의 수고도 들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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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1) +1 15.04.12 880 25 17쪽
13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1) +6 15.04.11 969 30 16쪽
129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0) +1 15.04.11 939 26 19쪽
128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9) +2 15.04.11 976 25 21쪽
127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8) +2 15.04.11 979 25 19쪽
126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7) +2 15.04.11 836 28 18쪽
»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6) +1 15.04.11 838 23 21쪽
124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5) +1 15.04.11 931 29 18쪽
123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4) +3 15.04.09 1,051 33 25쪽
122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3) +3 15.04.09 973 25 19쪽
121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2) +4 15.04.09 744 25 13쪽
12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 +1 15.04.09 1,013 25 17쪽
119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6) +3 15.04.09 940 28 16쪽
118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5) +2 15.04.09 825 30 15쪽
117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4) +7 15.04.07 1,139 35 22쪽
116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3) +2 15.04.07 936 31 17쪽
115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2) +2 15.04.07 743 32 11쪽
114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1) +2 15.04.07 1,032 28 18쪽
11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4) +1 15.04.07 984 28 14쪽
11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3) +4 15.04.06 991 31 15쪽
11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2) +1 15.04.06 987 28 15쪽
11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1 15.04.06 962 27 16쪽
109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0) +1 15.04.06 999 27 13쪽
108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9) +2 15.04.06 894 30 12쪽
107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4 15.04.06 856 28 12쪽
106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7) +3 15.04.05 986 25 12쪽
105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6) +1 15.04.05 891 28 10쪽
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81 30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797 30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87 27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0 29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26 28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62 33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1 31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3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2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8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39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2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1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4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3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8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6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4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7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2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69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6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4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8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5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3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2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2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19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6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0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5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2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5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5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1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2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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