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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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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4,987

작성
15.03.2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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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DUMMY

“아 이런 젠장 빌어먹을! 돌크 아저씨가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지금쯤 토끼 고기를 먹고 있을 거 아뇨!”


“이 미친 자식이, 왼쪽으로 몰랬더니 오른쪽으로 간 게 누군데, 어디서 성을 내고 지랄이야!”


둘은 빵을 씹으면서도 연신 말다툼을 벌였다. 돌크는 길드원 중 가장 체구가 듬직한 편이었는데도, 디리터는 그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애꿎은 마리네만 둘의 다툼을 중재하느라 중간에서 쩔쩔맸다. 로샤단의 저녁은 오늘도 어김없이 떠들썩했다. 길드원 중 일부는 가정이 있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식사 때가 되면 홀은 항상 북적거렸다. 홀을 꽉 메운 잡담소리에 귀가 멍해질 지경이었다.

디리터가 접시에 수프를 떠 넣으며 옆에 있던 마리네에게 말했다.


“야, 내 말이 맞지 않냐? 토끼를 잡으려면 서로 협력해서 양 방향에서 모는 게 맞잖아? 거기서 그 무거운 핼버드를 던진다고 토끼가 맞겠냐고. 나 참, 그 육중한 게 엉성하게 날아가는 꼴이라니, 구더기도 피하겠던데.”


“이 썩을 놈이, 지금 한 판 붙어보자는 거냐?”


“하하...고정들 하세요. 못 잡았으면 그걸로 된 거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 후로도 둘은 멱살이라도 잡을 것처럼 싸워댔다. 한쪽에서 언성을 높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트넬은 멋들어지게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그 경쾌한 가락에 식사하는 이들도 흥이 났다. 몇몇은 리듬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고 몇몇은 어깨를 들썩였다.

의견 차이로 언성을 높이는 건 비단 돌크와 디리터 뿐만이 아니었다. 카토르와 제리온은 테이블 한쪽을 꿰어차고는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제리온이 바이올린 소리에 리듬을 맞추며 말했다.


“그으러니까, 이 검이 순수한 강철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그게 꼭 마법적 촉매가 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느껴지는 마력이 미약한 건, 댁 능력이 모자라서 그런 것 아뇨!”


“이 먹다 만 생선찌꺼기 같은 놈아! 그런 말을 하려면 적어도 나보단 실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 이건 그냥 마법적 감도가 좋은 검일 뿐이야. 그 이상, 그 이하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다! 이게 내가 내놓은 결과다. 꼬우면 나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를 찾아가보던가.”


“제엔장, 그렇게 삐딱하니까 마법사 협회에서도 쫓겨났지. 왜 쓸데없이 정신계 학파를 연구해가지고.”


“그게 네가 할 소리냐, 이 시건방진 놈아!”


카토르는 격분하여 제리온의 목을 졸랐다. 제리온이 켁켁거리며 테이블을 두드렸지만, 그는 쉬이 놓아줄 기세가 아니었다. 결국 제리온이 그의 사타구니를 있는 힘을 다해 꼬집었고, 길고 긴 비명이 식탁에 울려 퍼졌다.

소위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마법사가 이렇게 싸우고 있으니, 곁에서 보는 사람으로선 한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옆에 있던 이칼롯이 푸성귀 샐러드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나이도 진득이 먹어놓고 잘들 하는 짓이군. 결론은 둘 다 지식이 모자라다는 것 아닌가.”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린 거였으나 공교롭게도 둘 모두 그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의 정곡에 ‘모자란 마법사’ 둘은 홱 고개를 돌렸다.


“뭐라?”


“뭣이?!”


이칼롯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으나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눈썹이 아주 약간 움직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겠지만- 이미 둘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있었다. 제리온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말했다.


“형씨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 할 줄 아는 거라곤 칼질밖에 없으면서 말이야.”


카토르가 그를 거들었다.


“그러게. 뇌까지 근육으로 된 녀석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정말 굴욕이 아닐 수 없군. 난 말야, 여기 있는 근육머리들이랑은 달라서 매일 고뇌하고 또 고뇌한단 말이다!”


“...그렇게 흥분할 필요까진 없잖습니까.”


그는 잘못 건드렸다고 생각했는지 알아서 저자세로 나갔다. 하지만 괴팍한 두 마법사는 분이 풀릴 때까지 이칼롯을 쏘아댔다.


“웃-기고 있네요. 칼잡이는 참 편하겠어. 만날 몸으로 때우면 그만이니까. 하긴, 어찌 괄태충이 인간의 정신을 이해하겠느뇨?”


“그 말대로다! 내 분명 마법사로서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다만, 너희 같은 우민들의 기준으로는 대현자로 추앙받아 마땅하단 말이다!”


“....”


둘이 로샤단에 들어온 지도 5년. 그간 크고 작은 트러블도 있었지만, 그들은 이제 완전히 길드에 적응해 있었다. 이칼롯은 그 뛰어난 검술 솜씨 덕에 이미 길드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의 검술은 지난 5년간 더욱 갈고 닦여서 이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길드 내에서도 몇 명 안 되었다.

제리온의 경우는 약간 특이한 편인데, 그는 레인저가 아니라 카토르의 조수로서 길드에 가입했다. 처음 카토르를 만났을 때 그는 빚을 내놓으라며 성화를 냈지만 곧 그것이 억지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음도, 계약서도 없는 데다 빚이란 게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카토르가 그것을 인정할 리 없었다. 결국 제리온은 땡전 한 푼 받지 못했고, 이칼롯에게 밀린 보수를 지불하고 보니 금세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결국 그를 불쌍히(한심하게) 여긴 카토르가 자신의 조수 직을 제안했다. 그는 조수라는 단어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었으므로 그 제의를 승낙했다.

제리온은 디리터와 비슷한 특유의 억척스러움이 있었고, 이칼롯은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성실함이 있었으므로 얼마 안 가 둘 모두 길드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하아, 아직도 내 검 가지고 야단이네. 저게 대체 뭐라는 거야?”


루도는 아직도 다투고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자신의 검을 옆구리에 낀 채 아옹다옹하고 있으니, 검 주인으로서는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그는 식사를 끝마치고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그는 매일 일과가 끝나면 이렇게 차를 마시며 람카디스와 담소를 나누곤 했다. 소파에 앉은 람카디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렇게 될 거라고 미리 말해줬잖냐? 굳이 저 검을 선택한 네 잘못이지.”


“그래도...2년이나 잡고 있을 줄 알았나 뭐. 정말 마법사란 인간들은, 뭐랄까, 한심해요. 2년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다니.”


“하하핫! 중심을 찌르는 단어로구나. 직접 면전에 대고 얘기해주지 그러냐.”


“어우, 제가 미쳤어요? 그랬다간 일주일은 시달릴 거라고요.”


루도는 고개를 설렁설렁 흔들었다. 지금 이칼롯은 혼잣말을 들킨 것만으로도 저렇게 면박을 받고 있다. 그만큼 마법사란 존재들은 자신들의 지식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 그들의 앞에 대고 무능하다고 말하라니, 그 후에 다가올 결말은 안 봐도 삼천리였다.


“그러니까, 제가 그렇게 말하잖아요. 저건 아무것도 못 알아낸 게 아니라, 그냥 보통 칼이라니까요?”


그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물론, 그것도 마법사들에게 직접 말한 건 아니었다. 람카디스가 싱긋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뭐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한다만, 제리온이 뭔가 있다고 하잖냐. 마법사가 그렇다는데 무지한 우리가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지.”


“쳇, 정말 시간 낭비라니까.”


루도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자신의 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루도의 검에는 자그마한 사연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그가 정식 레인저로 승급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정식 레인저가 되자 근무에 사용할 진검이 필요해졌다. 람카디스는 루도의 승급 기념으로 검을 선물한다고 했는데, 루도가 선택한 건 엉뚱하게도 카토르가 연구하는 롱소드(Long sword)였다.

그 검은 5년 전 람카디스가 란도스 국왕에게 받아온 것으로(물론 루도는 아카니스로 알고 있었다.) 왕은 람카디스에게 검의 조사를 의뢰했다. 그의 말인즉슨, 그가 입궐할 때 대대적인 반란군 색출이 이루어졌는데, 그때 발견한 게 그 검이라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보통 검과 다를 게 없었지만 마법사들은 그 검에서 미약한 마력이 느껴진다고 조언했다. 물론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란도스는 작은 가능성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어쩌면 그 검에 중대한 마법이 걸려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것은 간단한 도청마법일 수도 있었지만, 최악의 경우 텔레포트 포탈(Teleport Portal)을 여는 촉매일 수도 있었다.

결국 5년 전 그가 람카디스를 부른 건, 그 검을 맡기기 위한 위함이기도 했다. 람카디스는 그 검을 카토르에게 넘겼고, 카토르는 제리온와 함께 즉각 연구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구는 3년째 진척이 없었다. 단순히 약한 마력이 느껴질 뿐, 여타 마법에 쓰이는 마법진이나 도식 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것을 어찌 처리해야 고민하던 참에 루도가 그 검을 고른 것이었다. 다른 괜찮은 검도 많았지만 루도는 꼭 그걸 가지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게 기화제가 되어, 카토르와 제리온은 검의 연구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결국 검은 루도에게 양도되었지만 가끔 제리온이 때때로 그것을 빌려가곤 했다. 아직 연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었다.

루도는 제리온이 역정을 내는 것을 틈타 몰래 검을 빼왔다. 그는 날이 상했는지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홀을 울리던 바이올린 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떠들썩하던 저녁식사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었다. 이런 간단한 저녁만으로도 이럴 진데, 내일이 오면 얼마나 시끄러울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람카디스에게 말했다.


“기대하고 있어요, 마리네의 생일 겸 길드회식.”


람카디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기대한다고 더 추가될 것도 없다만, 뭐 내일 보면 알게 될 거다.”


“후후, 그렇게 말해도 매년 근사하게 준비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몇 주 전부터 이 날만 기다려왔을 정도니까.”


“하하! 나쁘지 않구나. 기념일을 기다리며 설레어 하는 것도 하나의 낙이지.”


루도는 즐겁게 웃으며 비워진 찻잔을 다시 채웠다. 차는 어느새 미지근해져 있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회식 얘기가 나오자 디리터와 마리네가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디리터가 소파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으하하하! 람 아저씨, 나랑 분명히 약속했어! 소 한 마리 잡아주겠다고.”


그의 엉뚱한 소리에 람카디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 소?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엥? 소 한 마리 통째로 잡아 식탁에 올려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소 한 마리 값이 얼마인 줄은 알고 하는 얘기냐?”


“윽...! 꿈이었나? 분명 소를 잡겠다고 한 거 같은데...”


디리터는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였으나, 금세 표정을 바꾸며 호쾌하게 웃었다.


“뭐 그건 그거대로, 내일은 드디어 가크스의 특제 산수유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겠구나!”


그는 소파에 가로로 누운 채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내일 있을 연회에 대한 기대로 몸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마리네가 그런 그를 보며 활짝 웃었다.


“가크스가 담근 술 말이지? 그것 참 맛있던데. 술인데도 달착지근한 것이.”


“가크스가 요리 하나는 정말 잘하지. 나중에 레인저 그만두면 요리사로 취직해도 될 거야.”


루도와 마리네는 번갈아가며 가크스를 칭찬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는 으레 부재자에 대한 험담이 나오기 마련인데, 가크스는 절대 남에게 해코지 당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의 남다른 친절함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가 있었다. 거기다 성실하고 일 처리까지 뛰어나므로, 누구라도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가정을 차려 근무가 끝나면 곧장 시내로 가버리지만, 그는 여전히 길드 내에서 평판이 좋았다. 보나 마나 이번 회식도 그와 람카디스가 대부분을 준비하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먹는 얘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가 있는 법이다. 어느새 제리온마저 다가와 대화에 끼었다.


“간만에에~ 간만에에 한 잔 하는 건가? 이 피로로 찌든 생활에 드디어 광명이 찾아오는도다!”


그는 연극배우처럼 과장된 몸짓을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루도와 마리네가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곤 손뼉을 쳤다.


“아하하! 그럴 듯한걸? 방금 꽤 웃겼어.”


“꼭 산수유 술만 마실 건 없지. 디리터가 좋아하는 맥주도 있잖아? 마을로 가서 제일 시원한 걸로 사오지 뭐.”


“오오, 좋은 생각!”


넷은 순식간에 의기투합하여 요란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역시 비슷한 연배끼리 모이니 마음도 잘 맞는 모양이었다. 이칼롯은 그때까지도 담담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말없이 떨어져있자 왠지 심심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도가 그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이칼롯은 술 어떤 거 좋아해? 맥주? 포도주? 아니면 리큐르 같은 게 취향인가?”


이칼롯은 즉시 대답하진 않았다. 그는 질문을 던진 루도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아마 차를 입에 머금고 있는 까닭이었을 테지만, 무안하다던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루도가 아는 이칼롯은 말수가 적다 뿐이지 결코 상대방의 호의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차를 마저 삼키고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딱히 싫어하는 건 없어. 취하는 게 목적이라면 맥주는 별로더군. 배만 불러서.”


“그래? 흐응, 이칼롯도 싫어하는 게 있구나.”


누가 들으면 비꼬는 거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루도는 순수하게 그를 평가한 것뿐이었고, 이칼롯도 그의 말에 개념치 않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가만히 듣고 있던 제리온이 키득거리며 끼어들었다.


“마, 뭘 몰라서 그래. 저 형씨가 먹을 걸 얼마나 탐하는데. 지금도 내색을 안 하는 거지, 내일 먹을 회식에 잔뜩 들떠 있단 말이야. 안 들키게 군침 삼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


“.....”


그의 짓궂은 언행에도 이칼롯은 평정을 잃지 않았다. 원체 심지가 굳은 탓도 있겠지만, 제리온의 그런 빈정거림에는 이미 익숙해진 까닭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다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막내인 루도와 마리네는 뒷정리하느라 홀에 남았다. 그들 바로 위인 디리터가 둘을 도와주었고, 제리온과 이칼롯은 책을 읽으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 다섯은 5년 전 니암 사건 이후로 묘한 유대감이 생겨, 굳이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 뭉치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마리네가 빈 접시를 챙기며 말했다.


“내일 간만에 모두 모이는 건가? 스무 명이나 홀에 있으면 엄청 북적거리겠네.”


루도가 그 말에 싱긋 웃었다.


“시끌벅적하겠지. 음식도 실컷 먹고 말이야.”


1년에 두어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에 다들 들떠 있었다. 서둘러 식기를 정리하려 하는데, 갑자기 식탁에 놓여 있던 양초가 꺼졌다.


“어어? 이거 왜 이래?”


“곧 꺼질 것 같았어. 워낙 오래 썼잖아.”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이리저리 팔을 흔드는데, 제리온이 마법으로 빛 구슬을 만들었다. 덕분에 홀은 조금 전 보다 훨씬 더 밝아졌다. 디리터가 그 반짝이는 구체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오, 역시 마법이란 편리하군.”


“이 몸의 능력이시다. 찬양해라 자식아.”


디리터는 그를 찬양하는 대신 누가 남긴 토마토를 휙 던져주었다. 제리온이 피식 웃으며 받은 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어느덧 뒷정리도 끝나갔다. 마리네는 접시를 모아 차곡차곡 선반에 올려놓았다. 또 평범한 하루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내일을 기다리며 늘어지게 잠만 자면 되는 것이다.

디리터가 낄낄대며 말했다.


“자, 그럼 내일을 위해 체력을 보충해볼까. 내일은 정말 근사한 하루가 될 것 같아. 뭐니 뭐니 해도 로샤단 최대의 회식이니까. 어쩌면 올해 최고의 이벤트가 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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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87 27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0 29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26 28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62 33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1 31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3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2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8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39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2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1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4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3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8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6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4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6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2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69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5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4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8 35 20쪽
»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5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3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1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2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19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6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0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5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2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5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5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1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1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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